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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설속 주인공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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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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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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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28. 다가오는 위협 (3)

DUMMY

93.


중앙 광장에서 조금 북쪽으로 치우친 건물 지하에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일전에 제로가 마녀들을 피해 달아났던, 타케루가 은신처로 가기 위해 종종 애용하던 통로.

이를 본 에비나가 말했다.


“그럭저럭 다닐 만 하구나.”


다행히 지하통로는 재해라는 난리 통에서도 굳건히 제 자리를 지켰다.

북쪽 부근에는 추위와 관련된 재해가 들이닥친 덕에 건물들이 대개 멀쩡할 수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유적지로 이어지는 길이 있댔지?”

“네. 은신처의 우물은 <악마의 요람>으로 이어져요.”

“악마의 요람?”

“유적지의 이름이요.”


이름부터 살벌한 그곳은 데몬의 발원지였다. 오랜 옛 조상들이 살았던 흔적이 남은 고대 유적지였다.

하지만 에비나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질 않았다. 정작 그녀가 신경을 쓰는 건 고작 마법등의 밝기였다.

에비나가 물었다.


“이거 더 밝게 안 돼?”

“야, 이 매정한 계집아. 그 이상 불빛을 밝히면 난 이곳에 못 있어.”

“그래서 밝게 만들려는 건데.”

“이이, 천하의 나쁜······.”


카일과 릴리가 싸우던 때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재해의 마녀 에비나와 고스트 오리클은 서로 얼굴을 마주치기만 해도 잡아먹을 듯 으르렁 댔다.

오리클의 생전에 에비나와 악연이 있댔던가. 제로는 어깨를 으쓱이며 두 사람을 일별했다.

굳이 두 사람의 사연까지 알 필요는 없겠지.

대신 지하통로로 발을 디뎠다.

갈수록 점점 추워지는 게 확실히 북쪽으로 향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지난번에 이쪽을 지날 땐 노심초사 전등이 꺼질까 달렸는데. 또한 마녀들에게도 쫓기는 신세였는데······.

지금은 고스트가 옆에서 같이 움직이고, 되려 마녀들의 도시를 지키기 위해 통로를 지나고 있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데몬에 대해서 더 자세히 말해 보거라.”


마력제어구를 가지러 센트럴 시티에 다녀온 에비나는 데몬을 자세히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최근에 본 괴조가 전부.

하지만 그조차 케이플락의 [단절]에 제거되어 자세히 파악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녀의 말에 대답한 건 오리클이었다.


“그건 내가 알려주지.”


오리클은 마법등의 불빛이 닿질 않는 곳에서 연기처럼 일렁였다.


“데몬은 <악마의 요람>에서 나고 자란 태초의 괴물이지. 흑발흑안의 저주···에 대해서 들어봤을 거야. 데몬이 그 저주의 실체야.”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핵심을 정확하게 꼬집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데몬은 이 소설이 연재가 이뤄지기 전부터 몰래 자라나던 태초의 괴물. 작가조차 모르는 괴물이었다.

뱀심 케이트가 이 소설의 설정집에 몰래 숨겨놨던······ ‘흑발흑안의 저주’라는 주인공을 저격한 괴상망측한 전설의 원흉이기도 했다.

에비나는 볼멘소리를 냈다.


“누가 그딴 역사가 궁금하대? 너는 뒤졌는데도 눈치가 없네. 내가 궁금한 건 오직 하나야. 데몬의 특징. 그리고 약점이 뭔지.”

“······지금 말하려고 했어.”

“굳이 설명하지 않은 말을 사족에 붙이지 말도록. 시간 낭비니까.”


오리클은 에비나를 한 차례 노려본 뒤 말을 이었다.


“데몬은 기본적으로 기생충 같은 놈이야. 처음엔 벌레처럼 작더라도 금세 다른 생명의 몸에 기생하지.”

“그건 알아. 탐식과 괴조. 모두 데몬이 기생하여 만들어진 결과라며.”

“그래.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탐식이야.”


데몬의 진화체, 탐식.

몸에 기생하여 완전히 적응한 데몬은 어마어마한 허기를 느끼게 된다. 먹어야 한다. 강해지려면 뭐든 먹어야 한다는 욕구.

놈은 강해지기 위해서 ‘설정’을 탐하기 시작한다. 그게 ‘탐식’의 첫 단추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강함은 일찍이 증명됐다.


‘완결작조차 쉽게 감당하질 못해.’


케이플락이 놈에게 소화될 뻔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제로가 엔딩 월드를 다녀오질 못했으면 속수무책으로 놈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으응? 근데 이건 뭐지?”


한창 설명을 이어나가던 오리클이 갑자기 멈춰 섰다. 에비나가 마법등으로 정면을 비추니 새카만 무언가가 길을 막고 있었다.


“원래 이런 게 있었어?”

“나한테 물어서 어쩌라고. 나도 여긴 초행길인데.”


제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에는 없었어요. 저도 처음 보는 겁니다.”


그때 새카만 벽에서 갑자기 뭔가가 쑤욱 발사됐다. 본능적으로 [찰나의 순간]을 발동시키니, 웬 나무줄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쇄애애액!


제로는 날렵하게 움직여 나무줄기를 성검으로 베어버렸다. [피의 재앙]을 하도 겪다보니 이 정도 공격은 솔직히 우스운 수준이었다.


“······데몬이네요.”


제로는 곁눈질로 벽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무 데몬>


이름도 간단했다.

나무 데몬이라니······.

하긴 나무도 생명이었다. 굳이 몬스터나 인간의 몸에만 기생하라는 법은 없었다.

에비나는 손으로 가볍게 수인을 맺어 앞으로 불꽃을 발사했다.

좁은 비밀 통로라서 재해급 마법이 발현된 건 아니었지만 눈앞의 나무 데몬을 불태워버릴 정도는 됐다.


키에에엑!


식물답지 않게 비명을 지르는 놈.

뒤이어 오리클이 나무 데몬을 향해 음기를 발사했다. 고스트가 되어서 그런지 이쪽 계열 마법은 특히 강력했다.

나무 데몬의 불꽃이 사라지고 차가운 얼음이 그 자리를 메웠다.


“하여간 뒤는 생각 안 하지? 여길 전부 태워버릴 셈이야?”


나무 데몬을 불태웠기 때문에 매연이 주변에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오리클의 마법이 아니었다면 불꽃은 더욱 번졌을지도 모르는 일.

제로는 유독성 가스를 조심하며 나무 데몬이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천장에서부터 뿌리를 내렸던 놈인 듯했다.


“구멍?”


천장에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구멍을 발견했다. 그곳에서부터 차가운 공기가 코끝이 저리게 느껴졌다.

극빙의 절벽이 바로 이어진 듯했다.


“올라가봐야겠어요.”

“응? 은신처로 가는 게 아니고?”


어차피 목적은 데몬의 탐색 및 감시였다.

원하는 결과물이 눈앞에 있으니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제로는 발을 굴려 높이 뛰었다. 구멍은 생각보다 커서 지나가기엔 무리가 없었다.


[설정 ‘마족 클레어’를 발동합니다.]


피부가 검게 변하고 등에서 날개가 돋아났다. 그대로 구멍을 통과한 제로는 극빙의 절벽을 둘러봤다.

극한의 추위가 느껴졌지만 견딜 만했다.


“이건······?”


지상의 살풍경한 풍경이 보였다.

극빙의 절벽은 본래 깎아지른 절벽과 거센 눈발이 흩날리는 곳. 하지만 제로가 바라보는 방향엔 마치 땅이 하늘을 향해 우뚝 선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땅에 빽빽하게 박혀있는 것.


“······전부 데몬이라고?”


지하에서 처리한 나무 데몬 수백 마리가 일제히 고개를 바짝 들고 있었다. 기분 나쁜 소음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니, 아니야. 저건 수백 마리의 괴물이 아니라······.”


제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수백 마리의 나무 데몬이 박혀있는 땅. 더욱 시야를 넓게 하니 그 형체를 알 수 있었다.


쿠우웅!


올려다본 곳에는 아주 거대한 나무 데몬이 있었다. 마치 땅이 인간처럼 형상을 갖추고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독자 특전 ‘들여다보기’를 발동합니다.]

[몬스터 ‘탐식’을 들여다봅니다.]


+


<몬스터 정보>


이름 : 알카리온

분류 : 탐식

등급 : [금패]

설정 : [탐식], [대지진동], [부식의 바람], [엄동설한]


+


탐식 알카리온.

위치 하저드의 그놈 말고도 또 다른 탐식의 등장이었다.

크기만 봐서는 그때보다 훨씬 더 괴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 거야······.’


구름 너머로 머리가 있어서 그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빗자루를 타고 뒤늦게 날아오른 에비나가 물었다.


“오리클. 네가 말한 게 저런 거냐?”

“아니······. 저런 괴물은 나도 처음이다.”


제로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머릿속으로 경종이 세차게 울리고 있었다.

탐식 알카리온의 발견.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건 하늘이 준 기회나 다름없었다.


‘천운이야.’


놈은 이미 거대한 괴물로 자라난 상태였다.

무려 금패의 설정을 가지지 않았는가.

케이트의 수작질이 닿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을 지금이 아니라, 좀 더 나중에 만났으면 어찌 됐을지 심장이 뛰었다.

정말 ‘금패’가 놈들의 한계일까?

······솔직히 장담할 수 없었다.


“여기서 막아야 해.”


제로는 망설이지 않고 주먹을 꽉 쥐었다. 오른팔을 저 멀리 땅을 겨냥하여 휘두르자 묵직한 충격이 주먹에 담겼다.


[조합 설정 ‘멈추지 않는 자’를 발동합니다.]

[설정 ‘타케루의 팔’을 발동합니다.]

[설정 ‘타케루의 팔’이 ‘공격이 곧 방어’를 준비합니다.]


에비나가 물었다.


“······어쩔 셈이냐?”


제로는 대답 대신 굳게 말아 쥔 주먹을 뒤로 젖혔다. 이미 결정한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없애야죠.”


우우우.


그때 제로의 마력에 반응했는지 수백의 나무 데몬이 대뜸 이쪽으로 나무줄기를 쏘아댔다.


“파이어볼!”


에비나가 극성으로 불꽃 마법을 전개했다.

일단 1차적인 공격은 에비나의 불꽃에 싸그리 타들어갔다.


‘아직 놈은 나를 모른다.’


제로는 알카리온이 이쪽을 보고 있지 않음을 확신했다. 그의 공격 태세를 눈치 챈 건 저쪽의 작은 나무 데몬들 뿐.

정확히 제로는 알카리온의 뒤쪽에 있었다.

놈의 등짝에 자라난 나무 데몬들만이 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일격을 먹일 수 있으리라.


[설정 ‘타케루의 팔’이 ‘공격이 곧 방어’를 발동합니다.]


무려 [멈추지 않는 자]로 축적한 충격파를 날려버렸다.


콰아아아아!


묵직한 충격파가 알카리온의 몸통에 닿았다. 순식간에 파괴되는 놈의 몸. 뻥 뚫린 구멍 너머의 풍경이 보였다.

동시에 소름끼치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어어어······.


금패라는 높은 등급의 몬스터치고는 허무하게 허물어지는 알카리온이 보였다. 제로의 충격파로 배에 구멍이 뚫린 탓이 아니었다.

알카리온의 몸이 갑자기 불타오르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빨간 불꽃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빠르게 알카리온을 뒤덮었다.

제로는 본능적으로 에비나를 바라봤다.

재해의 마녀, 에비나. [비정상적인 천재]를 가진 그녀가 또 터무니없는 짓을 한 건 아닐까.

하지만 에비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로는 입술을 꽉 깨물며 옆으로 쓰러지는 알카리온을 바라봤다. 커다란 굉음 뒤로는 놈이 타들어가는 소리만 고요하게 들렸다.

그리고 제로는 들을 수 있었다.


“너구나? 모든 원인이.”

“······?”


알카리온에 의해 가려져 보이지 않던 하늘에 있는 여러 마녀들. 타이탄으로 미루어 저들이 제국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제로는 그 중 단 한 사람만을 바라봤다.

빗자루도 없이 고고하게 공중에 선 여자는 머리보다 커다란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다양한 빛깔의 정령은 대체······.


“간만에 외출하게 해줘서 고마운데. 일은 일이라서. 이만 사라져줄래?”

“당신은 누구죠?”

“알 거 없어. 곧 죽을 놈이.”

“······!”


순식간에 제로의 앞으로 순간이동하듯 나타난 여자. 고깔모자에 가려졌던 그녀의 눈동자를 본 순간, 제로는 머릿속에 잠시나마 죽음을 그렸다.


“반반하게 생겼는데, 아쉽네.”


[설정 ‘테네시티 신드롬’을 발동합니다.]


제로는 시선을 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심장을 옥죄어오는 무언가를 억지로 끊어내니 더욱 시야가 탁 트였다.

그리고 여자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독자 특전 ‘들여다보기’를 발동합니다.]

[자격이 부족하여,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젠장.”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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