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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설속 주인공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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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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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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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9. 소설을 망가뜨리는 주범 (3)

DUMMY

96.


이정민.

미래의 재앙을 막기 위해 과거로 회귀했다. 종말의 원흉인 ‘아린’을 어떻게든 제거하기 위해서 말이다.


‘본래 전개라면 이정민은 제국 쪽과 함께 움직여야 했다.’


이정민은 초토화된 도시 라니아에서 이계의 생활을 시작했어야 한다.

그곳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며, 성장하고 점차 영웅의 모습을 갖추는 게 작가가 설정한 기존의 플롯이다.


‘하지만 내가 바꿔버렸어.’


피의 재앙을 막고, 심지어 악역이던 아린을 조연으로 만들어버렸다.

본래 제국과 함께했어야 할 이정민을 마녀와 함께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거야.’


엔딩 월드를 다녀오느라 미처 신경 쓰질 못했다는 건 변명에 불과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이정민이라는 사실을. 본인은 그저 조연일 뿐이라는 걸 무심코 잊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성장했어야 할 이정민에게 간섭하고, 품에 안으며 지키려고 한 게 잘못이었다.

제로는 이정민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았다.


‘이런 걸 호의라고 할 수 없지.’


명백한 악의다.

어쩌면 제로는 뱀심보다 더한 짓을 이정민에게 해왔던 걸지도 모른다.

그를 지켜야한다는 이유로.

뱀심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야한다는 생각부터 실수였다. 그가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새로운 메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제로는 한숨을 뒤로하고 메시지에 집중했다.

아직 끝난 건 없다.

되돌릴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


<메인 시나리오 #8 - 영웅 각성>


분류 : 메인

시놉시스 :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 때문에 소설은 붕괴직전에 놓였다. 이제 남은 시간을 얼마 없다.

클리어 조건 : 이정민의 각성

보상 : 연독률 회복

실패 : 연독률 폭락


+


연독률은 독자가 소설을 꾸준히 읽는 수준을 확인하는 지표였다.

연독률이 높으면 그만큼 몰입도가 높고 재밌는 소설. 반대로 폭락한 연독률은 이 소설이 재미없다는 반증이었다.

즉, 고작 연독률 하나로 소설 자체의 재미가 평가된다는 뜻이다.


“어때? 슬슬 정신이 바짝 들지?”


높은 건물 위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도로시가 물었다. 제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나타났어요.”

“······정말? 혹시 연독률도 복구시키래?”

“아는 시나리오입니까?”


도로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소문으로만 들었지. 원인 규명 다음으로 생기는 연계 시나리오······ 다행이네.”

“네?”

“넌 아직 기회가 남아 있잖아.”


도로시는 앳된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 담아 말을 잇는다.


“종종 다음 시나리오가 생겨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미 갈 때까지 가버린 거지. 회생 불가능.”


문득 떠오른 생각에 몸이 떨린다. 갈 때까지 가버린 소설······. 그 소설의 말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로는 답을 알면서도 애써 물어보기로 했다.


“그 소설은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도로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허공을 밟는 데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연재중단. 사실상 사형선고지.”


제로는 입술을 꽉 깨물며 멀리 괜한 오해를 사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이정민을 바라봤다.


‘마지막 기회.’


어쩌면 이번 시나리오는 여태 클리어 해온 그 어떤 시나리오보다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


다행히 중앙 광장으로 압송된 이정민은 쉽게 풀려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주인공치고는 임팩트가 없네. 쟤 상태 왜 저래?”


비행선에 같이 오른 도로시가 내뱉은 첫 마디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이정민은 비행선의 구석에서 쭈그린 채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로는 한숨을 내쉬며 다가갔다.


“제로님? 북쪽으로 가신 게······.”

“일이 있어서 잠시 돌아왔어.”

“······그렇군요.”


이정민을 각성시키기 위해선 어떤 말이 필요할까.

제로는 일전에 그를 자신의 방식대로 각성시키려다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그때 이정민은 괜히 다치기만 했고, [독한 맷집]이라는 괴상한 설정만 얻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야 없지.


‘먼저 정보부터.’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왜 아무런 반박도 못 했어?”

“네?”

“다 봤어.”


이정민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는 말을 할까 말까 우물쭈물 대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제로님.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뭘?”

“전 약해요. 제로님처럼 타이탄을 부술 힘도 없고, 케이플락님처럼 대단한 검술을 가지지 못했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이정민, 그는 약해도 너무 약했다.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갖고 있기는 하나, 그건 도망치지 않는 데에 용이한 수준의 설정이었다.

주인공의 아이덴티티였지만, 그것만으로 강해지기엔 모호한 것이다.

게다가 나머지 설정은 고작 [회귀자]라는 사실과 [운수대통]이었다. [지독한 맷집]과 [걸신]이 있지만 대단히 특별한 게 못 됐다.

기껏 성검도 있지만······ 그가 그걸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그는 ‘검술’을 몰랐다.

제로는 애써 그의 활약상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는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넌 센트럴 시티에서 아린을 구했잖아.”

“운이 좋았을 뿐이죠.”

“날 구하기 위해서 전장으로 돌아왔고.”

“결국 제가 한 건 없었는걸요.”


겸손도 지나치면 독이랬다.

제로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이정민의 안색을 살폈다. 생각보다 훨씬 중증이었다.


[독자 특전 ‘코멘트’를 발동합니다.]


+


- 틀린 말은 아님. 쟤 운빨 빼면 시체 아님?

- 그래도 개에바자너ㅋㅋㅋㅋ 그냥 제로가 주인공 하자.

- 윗분 말 공감요. 이정민 병풍 ㅋㅋㅋ


+


제로는 코멘트를 무시하며 이정민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코멘트를 더 읽어봤자 답은 없을 듯했다.


‘이정민은 왜 약할까.’


그보다 어째서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제로는 그 부분에 몰입하기로 했다.


‘왜 이정민은 [소심한 찌질이]를 갖고 있었을까.’


[설정 ‘테네시티 신드롬’을 발동합니다.]


기어코 설정마저 발동했다. 제로는 이정민의 속내를 더욱 털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정민. 나는 알아.”

“네?”

“너는 회귀자야. 그렇지?”

“······!”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과거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가 1막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어쩌다 회귀하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제로는 그곳에 정답이 있다고 확신했다.


‘분명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이정민은 처음 만났을 때 어째선지 [굴하지 않는 용기]가 설정창에서 숨어서 보이지 않았었다.

제로를 만나기 전에 뭔가를 당했다는 거다.

어쩌면 [소심한 찌질이]도 본래 없던 설정은 아닐까.

단순히 작가 Youwu의 미숙함으로 여기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작가 Youwu는 글을 못 쓰는 작가가 아니야.’


연재 중단을 수시로 반복할 정도로 멘탈은 약해도, 글 쓰는 끈기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인정할 만했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소설 「SSS급 용사가 된 나무꾼」을 집필했고, 제로라는 걸출한 등장인물을 만들었다.

여태 약 5개의 세계를 창조해왔다.


‘김준수나 구민정도······.’


소설 「아무도 모르는 영웅」은 수백 편이나 연재된 초장편 소설이다.

그 정도나 되는 소설을 써내는 작가가 정말 미숙할까?


“너의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그리고 제로는 의외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의 눈가로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메인 스토리가 분기점에 들어섭니다.]

[독자는 읽을 수 있습니다.]


각성의 열쇠는 여기에 있다.


*


소설 「이계로 회귀하다」.

회귀 전의 이정민은 군인이었다.

대한의 건아로 20살이 되자마자 입대를 선택한 그는, 어느덧 병장이었다.

전역을 앞둔 시점이었다.


“사, 살려줘!”

“꺄아아악!”


그가 전역하는 날, 서울에 재앙이 발생했다.

서울에 나타난 정체 모를 현상.

한강에서부터 원형으로 퍼지는 가시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빼앗았다. 한강이 피를 물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른바 가시지옥.

정부의 발빠른 대처도 소용이 없었다. 미사일조차 뚫을 수 없는 끔찍한 재앙 속에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야 했다.


“전선을 유지해! 절대 방위선을 빼앗기면 안 돼!”

“으아악! 막을 수 없습니다!”

“후퇴하지 마라! 우리는 죽어도 이곳을 사수한다!”


군인들에겐 서울 봉쇄 명령이 내려졌다. 한강에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퍼지는 가시를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서울을 잡아먹고 수많은 사람을 죽여댔다. 이정민이 소속된 부대도 태반이 명을 달리 했을 정도였다.


“지켜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시를 막아야 한다!”


처절한 항쟁이었다.

다가오는 가시는 탱크조차 꿰뚫는 괴물 같은 재앙. 심지어 인간처럼 변신한 가시는 속수무책으로 도시를 휩쓸고 다녔다.

마치 피에 굶주린 늑대처럼.

가시는 한강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서울 전역을 고슴도치처럼 만든 뒤에야 겨우 멈추었다.


“가, 가시가 멈추었습니다. 더 이상 확장하질 않습니다!”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말고 전선을 유지해라!”


불행 중 다행일까.

가시지옥은 서울에 한정되어 끝났다. 살아남은 사람은 환호하며 기뻐했으며, 한편으론 죽은 이를 애도했다.

이정민은 후자에 속했다.


“······어머니.”


그의 가족과 연인,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있었다. 그것도 재앙의 첫 발원지인 여의도 공원 근처에.


“우리는 서울에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총으로도 뚫을 수 없고, 미사일조차 파괴할 수 없는 가시가 있는 곳으로 누가 다시 들어가고 싶을까.

많은 사람들은 쉽게 포기했다.

이미 서울은 끝났다며.


“이 병장. 자네만 가족을 잃은 게 아니야. 우리 모두 부모를 잃었고, 자식을 잃었네. 하지만 우린 군인이야. 이곳에도 지켜야 할 국민들이 있네.”

“하지만 중대장님!”

“섣부른 행동은 용서하지 않아. 오늘부터 우린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가시를 분석한다. 알았나?”


한국의 수도는 그렇게 봉쇄됐다.

정체 모를 가시를 ‘재앙’으로 규정하고, 국가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출입을 엄금했다. 가시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절대 가시에게 피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도 서울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때가 아니야. 가시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야.”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이정민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가족을 구하러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에게 방법은 없었다.

그는 때가 올때까지 본연의 임무의 충실하기로 했다.

그 일이 터지기 전에는 말이다.


“새, 생존자입니다!”


솟아오른 가시 더미를 헤치고 생존자들이 부대로 접근했다. 어디서부터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온몸을 피로 칠갑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곧 희망이 되었다.

서울 안에 생존자가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 더는 가시 재앙은 없어요. 하지만 그곳은 별개의 세계가 되었어요.”


별개의 세계.

당장은 아무도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질 못했다. 하지만 이정민은 가시들의 틈을 헤치고 걸어 나오는 괴생명체를 목격했다.

그리고 깨닫는다.


“괴, 괴물입니다!”


서울은 몬스터 소굴이 되어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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