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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소설속 주인공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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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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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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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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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2. 승급 시험 (2)

DUMMY

107.


새삼스럽지만 제로는 어려서 부모를 잃었다.

어머니는 [테네시티 신드롬]의 제로를 감당할 수 없어 도망쳤다. 한때 책에 몰입했었고, 정신을 차렸을 즈음엔 이미 그를 버리고 떠난 뒤였다.

그리고 아버지.

나무꾼의 삶을 알려줬고, 병을 앓던 제로를 겨우 사람처럼 키워주신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어느 날 끔찍한 몰골로 세상을 떠난 건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참독자 전용 비밀의 방에서 그를 바라보는 사람.

대뜸 입을 여는 사내.


“네놈이 제로로군.”


익숙한 실루엣, 그리운 목소리.

듬직한 풍채로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어렸을 적 한 장면이었다.


“반갑다. 나는 지부장 하일이라고 한다.”


가만히 사내를 바라봤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보이는 모든 지표가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몬스터에게 끔찍하게 찢겨 사망했던 아버지였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불운한 그의 아버지였다.


“······.”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제로는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결국 그저 가만히 굳어 있었다.

연재 중단 된 세계에 다시 갇힌 기분이다.

지부장은 무미건조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로니스.”

“······!”


믿을 수 없는 사실은 현실이 되었다.

제로니스.

책갈피를 넘은 이후로 그 누구에게도 알려준 적이 없는 그의 본명이었다.

어쩌면 작가 Youwu조차 잊어먹었을 그 이름을 어찌 이 사람이 알고 있을까.

눈앞에 보이는 게 헛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정녕 당신이······.


“······아버지?”


말해놓고도 황당하다.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버젓이 살아있는 것도 놀라울 진대, 그 사람의 정체가 ‘참독자 금패 지부의 지부장’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독자 특전 ‘들여다보기’를 발동합니다.]

[자격이 부족하여,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무려 다이아 급의 등장인물.

엔딩 월드에선 살아있는 전설로 군림하는 사람이었다. 제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어쩌면 작가조차 몰랐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이후 우리는 참독자 전용 비밀 통로로 다시 돌아왔다.

바로 지상으로 나간다면 또 다시 인파에 치일 게 뻔해서, 일단 비밀 통로로 세계수로 이동하기로 했다.

본래 VIP만 이용한다고 했는데.

지부장 하일의 허락이었으니 말 다했다.


“······.”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각자 생각이 많은 사람처럼 아무도 없는 고요한 통로를 그저 걷기만 했다.

제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


머릿속에 메아리치듯 울리는 말이다.

참독자 금패 지부의 하일. 그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똑같은 얼굴.

아버지와 똑같은 냄새.

아버지의 목소리를 한 채로.


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너의 아버지이기도 하지.」


문제는 제로의 생각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제로니스라는 이름을 아는 것도 그렇고······.

제로는 하일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꾹 다물었다.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정작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불현 듯 깨달았다.

어쩌면 제로에겐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작가 Youwu의 초기 설정엔 ‘아버지’란 존재가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소설 밖 등장인물······.’


그렇게 생각하면 의문점은 쉽게 해소된다.

어릴 적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버젓이 살아있는 이유부터 참독자 지부장이 되어 다시 나타난 것까지.

하나의 주춧돌만 빼낸다면 간단하게 정리된다.


‘내게 아버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걸 빼내는 순간, 제로는 그의 일부가 싸그리 무너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여태 그를 지탱하던 기둥 한쪽이 일시에 뽑혀나가고 있었다.

제로는 황망한 눈으로 하일을 바라봤었다.

하일은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미안하다. ······라고 전해 달라는군.」

「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너의 몫이지.」


하일은 창가로 다가가 멀리 커다랗게 보이는 세계수를 바라봤다. 그곳으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승급시험을 통과해라. 가능하면 압도적으로. 너의 능력을 증명하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라.」

「─그러면 진실을 알 수도 있겠지.」


그렇게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하일과의 면담이 끝났다. 터무니없는 진실 속에서 겨우 헤엄치던 제로는 헛헛하게 웃었다.

지부장 하일과 아버지.

아직 추측뿐이지만 두 사람간의 사이에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제로는 그의 뒤를 따라 걷던 휴고에게 물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가만히 눈을 마주보던 휴고는 겨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특별한 줄은 알았지만 지부장님과 관련됐을 줄은 전혀.”

“제가 특별하다고요?”

“그럼 네가 안 특별해? 입문 시험도 통으로 패스하고 금패로 입성한 놈인데. ······뭐, 그것 말고도 넌 유난히 도드라진 것도 있어. 아무래도 참독자 상부에서 너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니까.”


제로는 걸음을 멈추었다. 휴고는 시원스러운 스타일에 비해 의뭉스러운 게 많은 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왜 웃으십니까?”

“응? 미안. 불쾌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휴고는 앞서 걸어 나갔다. 비밀 통로는 나지막이 휴고의 발걸음만 울렸다. 그 이후로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지부장 하일의 정체, 아버지, ······참독자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내가 안내하는 건 여기까지야.”


어느덧 통로의 끝에 다다랐다.

금패 영역의 지하를 가로지르는 비밀 통로는 VIP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아무런 방해 없이 세계수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수는 곧 승급시험장이었다.


“제로. 앞으로 모든 걸 너 혼자 해내야만 해.”


휴고는 사람 하나 지나다닐 만한 문 앞에 섰다. 옆에 놓인 패널에 리더기를 가져다대니 찰칵, 기계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너머에는 계단이 있었다.


“지금부터 내 얘기 잘 들어. 지부장님이 꼭 전하라고 했던 내용이니까.”


아련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얼굴을 애써 밀어냈다. 머리는 여전히 복잡했지만 어쩌면 그가 해야 할 건 단순했다.


“먼저 넌 이곳에서 승급시험을 치르게 될 거야.”


은패의 등장인물이 금패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승급 시험이 있다. 동패와 입문작이 경험하는 입문 시험과는 규모부터 차원이 달랐다.


“네가 이곳에서 해야 할 건 단 하나야.”


계단 위쪽에서 약간의 소음이 들렸다. 이 위로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집결해있을지도 모르겠다.


“압도적일 것.”

“······네?”

“승급 시험은 네가 생각하는 수준의 시험이 아니야. 넌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게 될지도 몰라. 아무리 너라고 할지라도 쉬운 일은 아닐 거야.”


휴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하지만 넌 압도적으로 다른 이들을 이겨야만 해. 위기? 절망? 고구마? 그딴 건 단 하나도 있어선 안 돼.”


약간 까다로웠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시험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압도적이라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엔딩 월드였기에 더욱 난이도가 높았다.


“이건 어찌 보면 결국 너를 위한 방침이야. 너희 소설엔 플래티넘 급 뱀심이 관여하는 만큼 가만히 좌시할 순 없는 법이라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겁니까?”

“그래. 너는 이번 기회에 너의 강함을 세간에 알려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 세계는 뱀심 이외의 것들까지 감당해야 할 테니까.”

“뱀심 이외의 것들이요?”


휴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었다. 그가 흡연을 하는 줄은 몰랐는데, 익숙하게 라이터의 불을 붙였다.


“내가 금패 영역부터는 세계가 좁아진다고 했지?”

“······그랬죠.”

“제로. 이제 곧 그들을 만날 테니 짧게 설명해주도록 할게.”


제로는 휴고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잘 들어. 여기부터는 장르를 떠나 모두 하나씩 길드를 가지게 된다.”

“길드요?”

“그래. 판타지는 판타지끼리. 현대판타지는 그들끼리. 검사는 검사끼리. 뭐 대충 그런 종류의 길드야. 문제는 길드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거지.”


단순히 동아리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금패 영역의 길드. 어쩌면 수많은 이해집산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넌 그런 세계에 뚝 떨어진 슈퍼 루키지. 방금 완결난 놈이 금패 승급 시험을 본다고? 그런 놈은 여태껏 없었다. 아마 길드마다 널 가지기 위해 혈안이 되었겠지.”


제로는 침을 꼴깍 삼켰다.

엘리베이터의 근처에 잔뜩 모여 있던 사람들. 그들이 왜 그리 제로를 열광하고 반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 목적이 있었다.


“길드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건 용납하지 않아. 그들에게 있어서 넌 유용한 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독일 수도 있겠군요.”

“맞아. 널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모든 길드가 널 적대하기 시작할 거다.”


제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휴고가 괜히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말을 추측하자면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


“······제가 길드에 들어가선 안 되는 거겠죠?”

“당연하지. 넌 압도적이고 유일무이한 괴물로 보여야만 해. 그래야 너희 소설이 안전할 수 있다. 길드가 관여할 여지를 줘선 안 돼.”

“참독자가 막아줄 순 없는 겁니까?”


휴고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승급시험이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참독자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해. 그때부터는 수험자들의 무대니까. 물론 연재작에서도 마찬가지야. 참독자의 관여는 늘 한계가 있어.”


맞는 말이다.

주인공 역전 현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모든 사건에 있어서 해결은 주인공 본인이 해내야 하는 법이다.

제로는 각오를 되새기기로 했다.

어차피 엔딩 월드에 도착하면 입문 시험을 보려고 했었다. 그게 승급 시험으로 내용이 바뀌었을 뿐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이번 승급 시험은 그에게 특별하다.


‘지부장 하일. 승급시험을 통과하라고?’


아버지를 닮은 지부장 하일. 그 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내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급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제로는 생각보다 승급시험의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처럼 느껴졌다.

참독자가 제로를 과대평가를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제로는 한숨과 함께 나약한 의지를 밀어냈다. 휴고의 말마따나 불순물이 소설로 섞여 들어오는 건 막아야 했다.

그러려면 제로는 압도적으로 보여야 한다.

누구도 감히 Youwu의 소설을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어쩌면 대단히 어려운 건 아니야.’


승급 시험은 아직 금패 영역에 오르지 못한 은패 등급의 등장인물과 경쟁하는 시험이었다.

이미 수차례 은패 등급을 쓰러트려본 제로는 그 격차를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금패마저 쓰러트리는 그를 누가 막을까.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오만한 상상을 하는 모양인데. 그 생각 접어야 할 거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만만한 세계는 아니니까.”


휴고가 제로의 표정을 읽고 바로 말을 걸어왔다. 그는 털레털레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제로. 반드시 이겨라. 난 너에게 모든 걸 걸었어.”


제로는 그의 뒤편으로 떠오른 메시지를 읽었다.


[등장인물 ‘휴고’가 ‘한탕주의’를 발동합니다.]


······뭘 걸었다는 건지.

어쨌든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혹은 어떤 비밀이 기다리고 있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제로가 해야 할 건 다르지 않았다.


“멈추지 않으면 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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