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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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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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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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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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파의 요괴 (4)

DUMMY

호표기의 뒤를 이어 조조의 수십만 대군이 당양 장판에 도착했다.


장판 인근 언덕에 본진을 꾸린 조조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옆에서 가후가 간언했다.


“승상. 수십만 대병을 끌고 온 것은 아무래도 전력 낭비라 여겨집니다.”

"선택은 쉬우나 그 책임은 난감한지라. 백성들이 날 버리고 유비를 선택한 죄를 물어야지. 그 죄를 묻자면 오늘 끌고온 호표기 오천도 모자르다."


가후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이자는 정말 무서운 자로구나. 유비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저 십만 백성을 도륙할 작정이구나. 그래서 호표기를 끌고온게야.’


조순이 조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의 어리석은 죄, 승상을 대신하여 제가 묻겠나이다."


조순이 그리 말하며 말을 몰아 언덕을 내려갔다.


조순이 기마대를 이끌고 피난 행렬을 공격하는 동안 먼저 도망친 유비 일행쪽도 상황이 녹록치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후돈의 기마대중 일부 병사들이 유비 일행의 꼬랑지에 따라붙었다.


하후돈은 호표기 안에서도 날랜 병사와 튼튼한 군마로 추려낸 병사들로 십인 1조의 추격조 수백명을 꾸려서 사방팔방으로 풀었다.


하후돈의 이 추격조들은 전장의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유비 일행만을 찾아다녔고 유비를 발견하게 되면 바로 증원군을 요청하는 파발마를 보내도록 명령을 받았다.


그렇게 당양 들판의 전장을 수색하던 추격조 중에 한조가 유비일행을 발견하고 꼬랑지에 따라붙은 거였다.


전력을 다해 도주하는 유비 일행은 하후돈의 추격대 십 여기가 쏘는 화살에 호위병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고 그 혼란의 와중에 어느 틈엔가 감부인과 후주 아두가 타고있는 마차가 보이지 않았다.


“감부인과 후주가 타고 계신 마차가 보이질 않습니다. 혼전중에 길이 갈려버린 듯합니다.”


자룡이 말하자 유비가 침통한 얼굴이 되었다.

자룡은 유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머리를 뒤로 돌리며 다시 말했다.


“제가 돌아가서 구해오겠습니다.”


후방을 향해 달려가는 자룡의 등뒤로 미축이 외치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자룡! 부탁하네!!


자룡이 말머리를 돌리는 순간, 삼국지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 시작되었다.


이 위대한 장면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 하후돈의 추격조는 어리둥절했다.


자신들을 향해 역주행 돌진하는 호위병의 행동이 납득이 되지 않은 까닭이였다.

추격조의 병사들 중에는 관우나 장비의 모습을 과거의 어느 전장에서 멀찍이라도 구경했던 자들이 있었으니 지금 이곳에 유비의 용맹한 동생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점이 추격조 병사의 조장으로 하여금 증원군이 올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하도록 만든 이유였다.


이렇게 전공을 세울 기회는 평생 한 두번 올까말까하리라.

추격중에 유비 일행의 마차 한대가 곁길로 새면서 도망치는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유비만 잡으면 된다.

유비를 잡는 순간 팔자가 피는 것이다.


병사들 사이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행운처럼 기대하거나 바라지도 않았던 전공을 세우고 벼락출세를 하거나 포상금을 받아서 부자가 된 병사들의 이야기가 떠돌아다녔다.

아마도 힘들고 고된 군생활을 조금이나마 견디기 쉽게 하려고 어느 영리한 병사가 꾸며냈거나 혹은 군 수뇌부에서 일반 병졸들의 사기를 독려하기 위해 퍼뜨렸을 수도 있는 꿈같은 얘기들이 었다.

하지만 이 꿈같은 이야기들이 분명 병졸들에게 ‘희망’과 ‘동기부여’ 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었다.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유비 일행을 쫓는 추격대의 마음도 그러했다.

그런 행운은 남의 일이라고 냉소적으로 비웃고 무시했었지만 지금 눈 앞에 유비의 마차를 보며 말의 박차를 가할 때마다 ‘희망’과 ‘동기부여’ 를 강하게 느꼈다.

목숨을 내놔야하는 도박이지만 저 마차를 잡기만 하면 정말로 팔자가 피는 것이다.


추격조 조장의 마음은 바빠졌다.


파발마를 너무 일찍 보낸 것이 후회스러웠다.


유비를 잡기 전에 증원군이 도착하면 그 뒤에 유비를 생포한다 하더라도 그 공은 사분오열 될 것이 뻔했다.

여차하면 하후돈이 모조리 독차지 할지도 몰랐다.


그리 마음이 바쁘고 활을 쏘는 손놀림도 바쁘던 차에 갑자기 유비측의 호위병 하나가 자신들을 향해 돌진해 오니 저 자는 적군이라기보단 순간적으로 유비 진영에 숨어있던 조조군의 첩자가 화살에 맞을까 두려워 아군편으로 귀순 하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일으켰다.


추격조 조장이 자기편으로 착각하고 있는 유비측 호위병은 조자룡이었다.


추격조의 조장이 다가오는 호위병을 조조군의 첩자로 확신하고는 목청을 돋궜다.


“그대는 어느 부대의 소속이냐?”


- 히이힝


“흐럇.”


대답대신 말울음 소리와 자룡의 기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조자룡은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말과 함께 펄쩍 뛰며 공중으로 솟구쳤다.

솟구쳐 오르는 자룡의 등 뒤에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솟구치는 지점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자룡은 추격조 병사들을 향해 창을 내리 꽂았다.


- 슈슈슛!


“커헉”


공중에 뜬 채로 서너번을 찔렀다.

맨 처음 일격이 목청을 돋구려던 추격조 조장의 목을 꿰뚫었다.


“으악”

“우욱.”


바로 연이어 조장 옆에서 있던 병사 서너명의 목과 어깨죽지에도 창끝이 박혔다.


그리고 땅으로 착지하자 그 호위병의 모습 뒤로 추격조 조장을 비롯한 서너명의 병사가 피를 공중에 흩뿌리며 고꾸라졌다.

공중으로 한번 박차고 올랐을 뿐인데, 그 찰나의 순간에 병사 네명이 치명상을 입고 나자빠

졌다.


“적이닷!”

“쳐라.”


그제야 자룡이 유비군의 병사임을 알고는 남은 추격병들이 소리치며 병장기를 자룡을 향해 겨눴다.

자룡은 말과 함께 땅에 착지하자마자 남아있는 조조의 추격병을 향해 다시 창을 뻗었다.


- 슈, 슈, 슈, 슈, 슈욱.


피에 젖은 창이 다섯 번 허공을 갈랐다.

다섯 번의 피보라가 허공으로 뿜어졌다.

쾌속이었다.

쾌속이 궁극을 찍었다.

너무 빨라서 마치 허공에 째찍이 휘둘러지듯 창대가 부드럽게 춤을 추는 것같은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말등에 타고 있던 조조의 기병 다섯명이 창에 뚫린 목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들 모두 자신의 목이 어떻게 꿰뚤렸는지 볼 수가 없었다.

창날이 날아오는 걸 구경조차 못했기에 손에 든 칼로 방어 한 번 못해봤다.


조조의 추격조 기병 10명 중에 병사 한명만이 살아남아서 이 모든 걸 지켜봤다.


백주대낮에 귀신에 홀린 것만 같았다.


유비측 기병이 한번 공중으로 튀어올랐을 뿐인데,

조장을 비롯해서 네명이 죽어버렸다.


그리고 땅에 착지했을 뿐인데,

다섯명이 죽어버렸다.


이 모든 것이 찰나간에 이루어졌다.

귀신에 홀린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꺼풀 두 번 깜박였을 뿐인데 열명의 동료중에 아홉명이 시체로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아... 이.... 어.... 이.. 이게...”


뒤에서 밍기적거리다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하게 된 생존 병사는 여전히 눈만 깜박이면서 자룡을 바라봤다.

자룡은 여전히 해를 등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음영이 드리워져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충격을 먹은 조조 기병의 눈에는 그 음영이 자룡을 마치 전설 속 요괴의 모습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죽음의 공포와 어둠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잠시 잠깐 음영이 드리워진 자룡을 상상속의 요괴로 착각한 것이였다.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어차피 말머리를 뒤로 돌리기도 전에 자신의 목줄기도 저 창에 꿰이리라.


‘저건 귀신이지. 저건 요괴야.’


이때 살아남은 추격조 병사의 등 뒤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병사가 고개 돌려보니 말을 타고 있는 장수 한명과 서너명의 기병들이 막 자리에 당도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파발을 받고 달려온 조조 부대의 지원군이였다.

근처에 있던 부대라서 가장 빨리 달려온 듯 했다.

장수와 병사들 뒤로 속속들이 지원부대의 나머지 병력들이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맨 선두에서 달려왔던 장수와 병졸 몇몇은 자룡의 활약을 모두 목격하고 말았다.


“저것이 사람인가, 귀신인가?”


지원군을 이끌고 온 장수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지원군의 장수는 조홍의 부장 ‘안명’ 이였다.


귀신으로 의심받은 자룡은 자신을 바라보는 조조 군사의 수많은 눈들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유비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얼마든지 기마병이 추격할 수 있는 사정권 안에 유비의 마차가 있었기에 지금 눈 앞에 있는 조조의 병사들을 더 붙잡아 둘 필요가 있었다.


자룡은 눈 앞에 있는 조조의 기마대를 보며 그 숫자를 가늠했다.

대충 어림 잡아도 이삼백은 넘어보였다.

그래도 어떻게해서든 이들을 붙잡아놔야 했다. 그래서 유비의 퇴각을 확보한 뒤에 감부인과 후주 아두 그리고 미소를 찾아 나서야 했다.


부지불식간에 일행과 떨어져 조조의 병사들이 활개치는 당양 장판파의 어딘가를 헤메고 있을 미소의 마차.


미소는 울고있을까?


미소는 감부인과 아두를 달래며 웃고있을 것이다.


내가 나타나 구해주기 전까지 겉으로 웃으며 속으로 울고있을 것이다.


미소의 울음이 속으로 넘쳐 더 가둘 데 없어서 눈을 통해 흘러내리기 전에 구하고야 말 것이다.


자룡을 태운 말이 말발굽을 한발 앞으로 내디뎠다.


자룡은 결심을 세웠다.


말이 또 한발 앞으로 나갔다.


자룡은 결심을 다졌다.


조조의 수많은 기마병들 앞에서 결심이 흩어지지 못하도록 마음을 담금질하였다.

그녀를 지켜야 한다.

그녀가 지키고 있는 아이를 또 한 지켜야한다.

그녀와 마음으로 맺은 언약을 지켜야한다.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키는 것을 운명으로 여기고, 조조의 병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막으려는 자를 막으며, 멈춰 세우려는 자를 멈춰 세우며, 죽이려는 자를 죽이리라.


창을 말 아래 바닥으로 늘어뜨려 창끝이 바닥을 끌리게만들었다.

날카로운 창끝이 바닥을 긁는 파열음이 주위로 퍼져나갔다.


자룡의 앞에는 말을 탄 기마병들이 깔려있었으나 좀 전의 믿을수없는 광경을 목격한 뒤에는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주위가 조용해져버렸기에 자룡의 창끝에서 울리는 파열음은 더 잘 퍼져나갔다.


이 행동은 어린시절 부모가 죽고 고아가되어 살기위해 전장을 기어다니던 시절에 몸에 배인 습성이었다.

무뢰배에게 구타를 당해서 피떡이 된 몸으로 부러진 창을 들 힘이 없어 두 손으로 질질끌며 무뢰배에게 접근할 때 칼끝에서 울리는 마찰음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까짓거 죽기밖에 더 하겠어.’


열살 꼬맹이 자룡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가갔었다.


“맨날 천날 굶주리느니 차라리 저 나쁜놈한테 맞아죽는 게 천배는 더 편할거야.‘


확률 낮은 도박이지만 성공하면 배를 불릴 수 있다.

그렇게 끌고간 부러진 창으로 곡식자루를 서로 차지하기위해 엉겨붙어 싸우고 있던 사내의 등을 찔렀었다.


지금 자룡은 굶주림으로 피골이 상접한 10살 꼬맹이 시절에 마주쳤던 거구의 무뢰배보다 더 쎄고 더 잔인하고 더 강력한 적과 마주쳤다.


한발 한발 조조 군사를 향해 다가가는 말 위에서 창끝을 통해 울려퍼지는 파열음을 들으며 자룡은 생각했다.


‘까짓거 죽기밖에 더 하겠나.’


미소 너를 구하지 못하느니 차라리 저 나쁜놈들의 창과 화살에 난도질 당하는 게 천배 만배는 더 편할거야.


미소야 기다려라.

기다려야한다.

너의 속울음이 흘러넘쳐 밖으로 흐르기 전에 내가 당도할 것이니.

기다리거라.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보게 된 조자룡의 가공할 창술과 그 이후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과 기세에 눌려 숨소리도 내지 못하던 조조의 기마병들이 차츰 정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북망산을 내려 온 저승사자 마냥 말 위에서 창을 질질 끌면서 다가오는 자룡을 향해 조홍의 부장 안명이 뽑았다.


한발 한발 다가가던 자룡의 군마가 속도를 올리며 달리기시작하고 자룡도 창을 들어 조조군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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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존의 길 (1) 19.08.10 36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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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0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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