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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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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8.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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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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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굴레

DUMMY

=====


사내는 덕분에 30분이나 버스를 갈아타곤 다른 인력사무소로 갔어야 했다. 이번엔 일부로 시간을 늦춰야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버스를 타기까지 총 2시간이 소요됬다. 그것은 자기책임으로 일당이 깎이는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그는 성실히 산다. 사실 이런 노가다 판에서 뭘 얼마나 열심히 하던간에 미래가 없었는건 상식이었다. 그러니 대충 일하는 척하고 자기 건강이나 최대한 보전하는 게 상책이나 그는 자아실현이라도 찾고자 했던건지 개고생을 자처했다.

이럴 때면 학창시절에 공부라도 열심히 할걸, 이란 생각은 땡볕 더위 속에 서있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때는 공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선생이 떠드는 말은 제 귀를 흘렀으며 잠자는 자신을 깨워 교탁 앞으로 불렀을 땐 제 덩치를 보고 깨갱 하는 덕분에 더 이상 자신을 건드는 이는 아무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덕분에 학교 수업 첫 날, 미친개라 불리는 담임을 이겨먹었단 소문이 퍼져흐르게 되었다. 그덕에 자신도 덩달아 미친놈이란 호칭을 얻어버렸음에 그는 친구 하나 없는 채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만 했다.

3년 내내 자신을 건드는 이가 없으니 파라다이스였다. 그는 3년 동안 잠만 자다 졸업장 하나 얻곤 졸업식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고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연도 무엇도 없는 그의 인생은 미련가질 인생이 아니었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으면 굶어죽었다. 헬스를 하며 애써 키워왔던 근육들이 빠지는 걸 자각한 그는 서둘러 밥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방구석에서 오지않는 잠만 하염없이 자다 일어난 후 제일 먼저 행한 행동이란.

카드를 뽑는 것이었으니.


원초적인 욕구.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자기손해일 뿐이다. 공부를 하지 않아 피해를 본 것도 자기여으며 하루 2시간씩 새빠지게 운동했어도 한 달도 안되 빠져버리는 근육 또한 제 잘못에 의해 손실될 뿐이었다.

이 세상은 무얼 이루려하지 않아도 어떻게든지 살아갈 수 있었다. 꿈도 뭣도 없어도 됬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만 살아가면 됬다.

그런 사람이 나 말고도 수두룩 하다는 것. 꿈도 뭣도 없는 인생을 보낸 사람은 나 말고도 많았다는 것. 고등학교 3학년,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던 교사 탓만 할게 아니었다.

그 교사는 유명했다. 3학년만 도맡으면서 아이들에게 원체 관심을 갖지 않는 점이 대단했다. 학생들보고 알아서 대학가라는 거였다. 수업은 대부분 “수능준비”라는 대단한 이유로 제 수업을 자율학습으로 싸그리 도배할 정도였으니.

그러니 대학이라는 존재 자체도 몰랐던 김이현이었다. 매체에 그닥 관심없는 그였으니 오죽하였으랴. 그의 짧은 정보통은 고등학교 이후로 끝나버리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대학을 알아서 잘 정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것을 들은 자신은 뒤쳐졌단 허탈감 만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이런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생각했다.

그 끝없는 수령 속에 잠겨사느니 뭐라도 해보자하곤 발버둥쳤다. 이 “심연”이라는 패배자들의 “낙인”들이 들끓는 강가에서 해엄쳐 빠져나온 결과, 그는 또다른 세상을 맛볼 수 있었다.

한마리의 물고기로써 그는 세상 밖에 나왔다. 그러곤 생각했다. 이 세상은 의외로 체계적이지 않고 나사가 빠져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렇게 그는 일단 자신을 세뇌했다. 나 말고 다른 이들은 애초에 덩치가 작았으니 여차하면 저들을 잡아 찢어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아무도 두렵지 않다는 결과가 생기게 되었으니. 그것은 제 자신에게 용기로 작용했다.

누구의 앞에서도 무섭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교탁 앞에 서던 선생보다 훨씬 컸다. 20살, 방구석에서 뭣도 하기 싫던 그 때보다 훨씬 더 즐거웠던 김이현이었다.

그는 그렇게 끝없는 자기합리화를 하니 정말 신기하게도 세상이 달라졌었다. 자기 관점으로 말이다. 길가를 걷는 이들은 항상 더없이 즐거워보여서 돌아버릴 지경이었으나 이제보니 사뭇 달랐다.

그들을 보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지?’ 하면서 비교질을 하지 않아도 됬다. 내 망막에 의한 허구. 상상을 통해 빚어진 그들의 흐릿한 얼굴이 태양빛을 받으며 선명하게 비춰왔다.

보다보니 그들의 얼굴엔 피곤이 역력했다. 직장인, 학생, 심지어는 야쿠르트 아줌마까지 해서 전부가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버텨가는 중이었다.

거기에서 자신은 그간 얼마나 편안했었는가. 학교에서부터 지금까지 아주···

자신은 그저 핑계대는 갓 스물이었다. 세상에 불만가질 나이인 스무살. 그는 그렇게 그 인파 속에서 자아성찰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오늘도 새벽 6시부터 지금까지 일하는 중이었다. 그 곳 현장의 인부들은 하나같이 풍채가 대단한 사내를 보며 한마디 올려댔으니.

언제까지 버티나 한 번 시험해보자고. 그들은 제 일당을 걸고 내기를 했다.

“미친거지, 저 삼복 더위에 저 차림을 하고 나온다고? 썬텐이라도 하러 나오셨나.”

-왜 꼭 우리 어릴 적 보는 것 같구만.

그들의 과거는 처참했다. 지금은 더욱 비참했다. 그런데 저런 앞날 창창한 20대 청년이 저렇게 스스로 벌레 같은 인생을 자처하니 당장이라도 뜯어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그를 말리지 않았다. 한 번 좋은 경험해봐야 한다고. 자신들이 이 곳에서 처음 임명될 때 어떠했는가.

대학에도 가지 못해 날백수던 시절, 그들은 매일같이 정오 넘어서 일어나다시피 했다가 새벽 4시에 깨느라 혼이 났었지. 그러곤 땡볕에서 오후 4시까지 일하니 골병과 몸살, 열병 쓰리콤보로 약값이 더 들다시피 했다.

그러나 곧 병에 걸려 나오지 않을거란 김이현은 여전히 나오는 중이었다. 그는 오늘도 나왔고 내일도 나올 것이다. 이틀 후에도 어김없이 계속해서 그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것이다.

신장이 2M에 달하고 몸무게가 130KG가 넘는 그가 노가다 판에 입성하는 걸 막을 자는 없었다. 중학생 때부터 헬스로 다져진 탄탄한 몸과 적당한 지방질은 그가 어떤 자재를 들던간에 그의 근육에 상처줄 일이 없었다.

그는 이 삼복더위에도 이겨낼 수 있는 피부를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더운 여름에도 누구보다 수월하게 일할 수 있었다. 노가다 인부들이 하나같이 근육통에 몸져누울 때도 그는 다음 날 새벽에 나타나 이렇게 물을 뿐 이었다.

“오늘은 어딜 청소하면 되나요?”

그는 노가다 판에서 청소 따윌 도맡았다. 기술이 없었기에 이런 잡역이나 배정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일했다. 일당을 타가서 경마나 유흥업에 탕진하는 꿈없는 인부들과 다르게 그는 제가 번 돈들을 꾸준히 저축해갔다.

비트코인이 성행할 때도 그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노가다 판에서 만났던친구가 하도 조르는 덕에 5만원을 입금했다. 그것이 20만원으로 부풀렸을 때 생각했다.

그러곤 마이너스가 되버려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되버린 노가다 친구를 보며 또 한번 떠올렸다.

이 세상은 꾸준한게 답이라고.


그는 어릴 적부터 공부에 소질이 없었다. 그러니 몸을 단련했다. 언제 까먹을 지 모르는 학도완 달리 몸은 정직했다. 그가 무거운 바벨을 들을 때마다 약속이라 했단 듯이 근육 세포들은 부풀었다.

그가 고려시대를 풍미한 한 장수의 풍채를 갖게 됬을 적에는 세상 어느 것도 무서울 게 없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중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여름방학이 지난 그는 그들 앞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그들은 아무도 그에 대고 거론 따위 하지 못했다. 그는 방학 새에 키가 30센티나 넘게 자랐었기에.

대신 입으로 떠들었다. 그는 한 반에 난입하곤 자신을 괴롭힌 무리 중 하나를 엎어치기로 응대했다. 그는 바닥에 엎어지곤 아무 말 꺼내지 못했다. 그의 추종자들도 감히 그에게 떠들지 못했다.

이 꼴통 중학교의 서열은 정해졌다. 그가 학교를 재패할 때도 느끼지 못한 바가 있었다. 거기에서 근성장을 핑계로 매일 자다시피 했을 적에도, 졸업 후에 자신 주위에 남은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때에도 직감하지 못한 삶의 진실.

배우지 못하면 무시당할 뿐이었다.

이런 사실은 제 자신이 하등 노가다 따위에 임명됬을 때부터 따라오던 “진짜”였다.

그는 한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거리를 걷는 중 주변에서 심상치않게 들려오는 소문.

그것을 엿들은 결과 실상은 이러했다. 던전을 도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 이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은 회담을 나누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학벌을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살아생전에 얼마나 머리가 비상하던 비열한 정치질로 한 사람을 수령에 빠뜨릴 수 있는 비범을 지녔던 간에 이 곳 플레이어 세계에선 평등했다. 그는 현재 오후 4시, 작업복 차림으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협회로 출동했다. 도착했을 땐 오후 7시.

=====

거기엔 사람들이 많았다. 후줄근한 차림을 한 자도 있고 회사에서 방금 막 퇴근했는지 양복을 입은 자도 있었다. 다들 하나같이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이 장소로 온 것이다.

그렇다 하면 숙연한 마음을 지녔어야 하기라도 했나보다. 아무래도 때묻은 작업복 차림에 진흙 개똥 발판 묻은 안전화 차림의 그를 보며 곱지않은 시선들을 보내왔다.

그 사내는 키가 자신들보다 몇 센치는 더 컸었으니. 이목을 끄는 것으로도 모자랐던지 땀내를 풍겨대기까지 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눈총 안주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카드를 뽑길 멈추지 않았다. 어찌됬든 자신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이 자리를 온 것이다. 사람들의 냄새난다는 비난을 총애라 빗겨 보던 그 날.

그의 인생은 달리해졌다. 첫 카드를 뽑았던 그 때 그는 생각했다. 이 빛나는 카드를 보며 그는 다시금 다짐했다.

그걸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제 입밖에 나선 그 한마디는 주위의 소란스럼으로 금새 묻혀버렸다.


‘나에게도 이 빌어먹을 굴레를 끊어버릴 순간이 찾아왔구나.”’


굴레는 밧줄을 낳았고 끊는다는 것은 사슬을 의미했다. 이음새로 이어져있어 그것이 하나하나 끊어버리고 싶다는 김이현의 뜻은 그를 체인 능력자로 이끌었다.


그렇게 그가 집어낸 첫카드에는 S랭크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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