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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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8.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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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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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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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굴(1)

DUMMY

숙노. 배와 가랑지까지 이어지는 지점에 털이난 아재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그 곳. 거기에서 사내는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

-어.. 어, 김씨 왔는가.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그는 졸린 상황 속에서도 말을 이었다. 함부로 깨운 대가로는 사뭇 부드러운 반응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봐왔던 관경이라곤 대뜸 지랄하는 게 정석이었을텐데. 카드를 뽑은 후부터 내 인생이 바뀌었다.

“지금 시간이 다 됬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어디로 가야하나..

“지하 3층까지 길을 뚫었으니 그 이상을 노려야 합니다.”

-벌써 거기까지? 잠도 안 자고 열심히도 옮겼구만. 그러다 피곤해서 쓰러지면 어쩔려고?

“괜찮습니다.”

-자네를 말려봐야 나만 손해지.

그는 잠 자지 않고 갱도를 팠다. 지하로 통하는 던전에선 그 “어떤 짓”을 해도 만무했는데, 그것은 경로를 알아서 설정하고 지름길로 향하는 길을 뚫어도 괜찮았다는 거다. 어차피 다음 날이면 던전은 말짱히 복구되있는데다 운영진들도 딱히 별 말 안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그저 “들키지 않았기에” 아무런 처벌 내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던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땅굴을 파내려갔다. 던전은 주로 파견된 “플레이어”들이 정부의 요청을 받고 임무에 임한다. 땅 속에서 사는 몬스터들이 지상에까지 기어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땅이란 자신들의 터전이었으며 지상은 꿀과 열매가 열리는 낙원이었다. 그들은 맑은 물을 마시기 위해 끝없이 기어나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나 그것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뜻을 가로막히고 만다. 배를 굶주려 산 아래에 내려와 민간을 덮치는 멧돼지와 같이, 우리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곤 땅 아래로 향하고 있다.

=====

지금 내 옆에 있는 “황”아저씨는 경마장에서 돈을 다 잃곤 일확천금을 노리고자 없는 돈 털어모아 카드를 뽑으셨다. 그 옆에 있는 이씨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날 따라오게 됬는데 사실은 보너스 코어 아이템을 노리기 위해서 그들을 끌고온거나 마찬가지였다. 3명 이상으론 오히려 어수선해지고 길 잃기라도 하면 손해배상을 주최자인 내가 해야 했었기에, 이 세 명이 최선이라고 판단한거다. 저 아래에서 곡괭이 질이 울려왔다. 힘스탯을 올린 나와 달리 미약한 신호. 그것은 지하 광맥 속에 몸을 숨긴 코볼트의 울음 소리였으니.

“쉿.”

나는 그들에게 입닥치라 명했다. 그들은 나와 무려 20살이나 차이나는 어르신들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들은 E랭크였으며 난 S였으니, 스탯차이는 그 둘을 합쳐도 내 발 끝을 못따라왔다. 나는 있는 그대로 들고있던 곡괭이를 휘둘렀다. 그것은 지금 막 돌을 걷어낸 코볼트의 머리를 꿰뚫었으며 그 뒤에서 쉬쉬하던 둘 째 코볼트 또한 여파에 휩쓸리게 되었다.

코볼트들의 눈엔 이렇게 보였으리라. 벽을 뚫고 돌진하는 2M를 훌쩍넘는 거구의 사내를. 그런 모습은 주변 돌무더기를 잔해 따위로 앗아들게 만들만한 위엄을 지녔다. 몸통박치기를 이용해 코볼트들을 제 품에 모은다. 그대로 초크슬렘을 사용해 적들을 내리꽂았다. 그와 동시에 우수수 떨어지는 골드 무더기들. 전부 코볼트의 몸 속에서 나온거다.

그 관경을 지켜본 인부 두 명은 입을 떡 벌려 다물지 못했다. 말도 안되는 스팩은 고작 UFC나 즐겨보던 그를 실제로 출전하는 선수 그 이상 급으로 만들기엔 충분했으니. 전투에 기여하지 않은 두 명은 경험치만 나눠받았을 뿐이었다. 양심에 찔렸으니 주워들려하지 않았지만 곧

“주우세요” 라고 말하는 김씨에 의해 알겠다고 주섬주섬 챙겼을 뿐. 그들의땅 굴에서의 전투 방식이란 이러했으니.

각개전투. 몬스터를 처치 시 떨어지는 아이템이란 “코어”는 균등하게 분배된다. 철저히 공산주의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이것은 어찌보면 남 도울 일이라 생각하지 않겠나 싶겠지만 “파티”를 맺은 그들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뜻모를 수확을 얻은 인부 하나가 그에게 호들갑 떨며 자랑질했다. 이것은 n분의 1로 균등하게 분배될 것이다. 일확천금한 그들은 이만 시마이치기 위해 한 말씀 올리려했다.

“오늘은 이만 할까요?”

군대 훈련소에서 꼭 챙겨야 할 시계. 그것은 밖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유일한 대비책이었다. 촉촉한 동굴 속에선 고장나기 쉽상이었으니 그것이 시곗바늘에 떨어지기도 전, 한 “군대”의 발걸음을 들은 그들이었다.

개미떼를 자처한 그들은 온 몸이 검었다. 수트 차림인 그들은 “정부”에서 파견된 요원들이었다. 이 곳에서 불법 사냥중인 “플레이어”들을 체포하라는 정부의 명이었다. 이에 빠싹한 이씨가 입을 떨었다.

-아불싸.. 좆됬구만.

“그게 무슨 소린가요?”

-저 정부 요원들.. 아무래도 그들이 잡을 상대란 건 우리인 것 같다.. 중간 표지판에 멀쩡히 “사유지”라 적혀있었는데 말 못한 내 잘못인 것 같다 미안해 김씨.

“왜 그걸 말하지 않으신건가요.

-자네가 열심이길레 말해봤자 안들을 것 같아서..

“하..”

황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고개만 갸우뚱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둘을 보살피게 된 사내의 심정이란 어떠했을까. 정부에게 잡히면 쫒겨나는 걸로 끝나지 않을거다. 헌터 자격 박탈은 물론이며 심지어는 감옥에 까지 갖히게 될거다. 최근에 개정된 법으론 감옥에 수감된 날짜만큼 군복무 기간에 추가된다고 했다. 자신은 아직 이제 막 스물 된 미필자.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멀쩡히 탈출할 방법만 모색해야 했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

그러다 생각해낸 매뉴얼. 이 동굴은 “자가진피” 속성을 지녔다. 자신들이 아무리 파내린들 이것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밀물썰물과 같이 복구됬다. 이것엔 텀이 있었어서 무언가 조여들려는 압박감이 들 때면 재빨리 도망치는게 상책이었다. 그들은 현재 “밀물”의 지대에 있다. 우리가 파내린 자리를 밟고 있는 그들을 유인해야 했다.

.

.

.

계속 깊게 내려간다. 그가 해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들을 발견한 한 요원은 소리를 질렀다. 저기에 침입자들이 있다고. 그들은 계속해서 내려갔다. 우리가 저 끝 자리에 놓은 횟불을 찾아나서야 했다. 길가 곳곳에 놔둔 횟불을 꺼트렸다. 황씨는 알았다는 듯이 그것을 바닥에다 떨궜다. 횟불 속에 들어있던 기름이 바닥에 끼얹었다. 그것에 불씨가 옮겨붙으며 요원들의 발을 묶었다. 그들의 구두엔 화염저항 속성이 있었으니 소용 없었다.

-이런 젠장..

이씨가 망연자실했다. 저런 표정은 경마장에서 오늘 번 돈을 다 잃었을 때도 내지 않던 표정이었다. 항상 자살해야지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는 실제로 제 목숨이 날아갈 상황이란 게 찾아오자 두려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말로 꺼내곤 방방곡곡 소문낼 정도면 이미 말 다했다. 그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란듯이 나보다 발을 빨리 놀렸다. 동굴 안이 일그러들었다. 이것은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김씨는 이씨에게 서둘러 “시간”을 물었다.

“이씨 아저씨! 지금 시간 몇 시예요?”

-어.. 어?

유일하게 시계를 챙겨온 이씨가 당황해한다. 그는 달리는 김에 시계도 확인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흔들리는 통에 그게 쉽지 않았던지 “에이씨!” 라고 하며 욕을 연신 내뱉는다. 자신 귓가를 넘나드는 화살에 의해 정신이 똑바로 든 그는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12시를 알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김씨는 생각했다.

‘지금은 12시. 이 지대는 항상 12시가 되면 달이 정중앙에 뜬다. 그것은 밀물을 알리는 신호야.’

특이하게도 이 지하 땅굴은 밀물, 썰물 시스템과 똑같이 작용했는데, 이걸 이용해 정부요원들을 전부 압사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벽이 쪼그라드는 타이밍은 이러했다. 처음엔 천천히, 중간부터 끝까지는 절반의 절반을 반복하며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원상복구되버린다. 그것과 동시에 정부 요원들은 생각했다. 초대받지 못한 “침입자”들은 자신들이었다고.

한없이 내달리고 내달린 결과, 황씨 이씨 김씨는 발 밑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의 발 밑엔 자신들이 일궈낸 토양이 없었다. 그것은 다른 공간을 의미했고 미리 뚫어본 갱도를 얽히고 섥히게 뒤엮어 그들을 교란시킨 결과, "출구"를 통해 나온 세 명의 인부와는 달리, 그 곳을 빠져나오지 못한 요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 잘 못됬음을 직감하곤 저 셋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내달렸다. 그정도로 절규에 비명찼다. 그렇게 빠져나오고 싶던 요원들이었다. 그들이 처음 보여준 검은 수트의 위상관 달리, 지금은 그저 살고싶어 몸부림치는 사람 여럿에 불과했다. 이씨는 그것을 보곤 삽으로 그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만약 이씨가 그렇게 하겠단 판단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우리의 옷자락을 붙들었을 것이며 그에 휩쓸리는 것 또한 우리들이었으니.

잡지 못한 손은 지푸라기 마저 주어지지 않은 동굴 벽을 한없이 매만지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그 손은 마침내 완전히 조여진 "밀물"의 땅 오브젝트가 있었으며 그 지형지물에 있는 어떠한 것도 삭제시켜 버리는 절대방침 시스템이 있었으니. 게임의 규칙을 이해못한 요원과 달리 한평생을 일터에서 궂은 일 마다안한 인부들에겐 제 집이나 마찬가지인 땅 속이었다. 원망할 것 뭐할 것도 없는 "밀물" 타이밍은 정말 무섭도록 빠르게 잠겨버렸다. 그 곳에 휩싸인 그들의 단말마는 죄여드는 바위에 의해 새어나올 틈조차 갖춰지지 못하고 잠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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