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에서 세계 상위 0.1프로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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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문
작품등록일 :
2019.08.11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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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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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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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화 새 시작

DUMMY

할아버지 댁


"작은 아버지 댁에 가서 지내면 어떻겠니?"

"싫어요! 절대 싫어요!"

"저 그냥 할아버지 댁에 가서 지낼게요."

"하지만 할아버지 댁엔 아무도 없는걸."

"저 혼자 지낼께요. 장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있잖아요."

"아버지 믿어주셔요. 저 지낼 수 있어요."

"알겠다. 두어 달만 지내고 있거라. 거기 장아저씨가 관리하시니까 조금 돌봐주시라고 하마. 그리고 가족 모두 거기로 이사 가자꾸나."


할아버지 집은 시에서 버스타고 들어가는 시골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 굉장히 커다란 나무 대문이 있고, 그 옆에는 사람이 다닐 작은 문도 따로 달려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잔디마당이 있고, 정면에 커다란 한옥과 좌우에 작은 한옥이 큰 한옥을 보호하듯 마주 보고 있다.

집 뒤편으로 우물이 있고 텃밭과 유실수가 몇 개 있다.

가장 압권은 이 모든 집과 마당, 텃밭들을 병풍처럼 대나무로 둘러쳐져 있어서 대나무가 곧 담장이었다.


할아버지 댁은 증조할아버지가 개축하셨고, 후손들에게 절대 팔지 말라는 유지를 남기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댁을 상속받으시고, 나머지 재산들은 큰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물려받으셨다.

그 많은 재산을 큰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유언장으로 나눠 받으신 것이다.

순둥이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렇게 하시기로 결정하셨단다.


나는 아직도 작은아버지의 속마음 소리를 잊지 않고 있다.


시골 생활은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웠으며, 더 바랄 것도 없는 생활이었다.

어린 시절 이후로 이렇게 평온해도 되는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평온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텃밭도 다니고 어떤 날은 산행도 하고 초여름 계곡물에 몸도 담그고······.


무엇보다 맘에 드는 장소는 대나무 담장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그 중간쯤 가면 작은 화단이 있고, 벤치가 있고 저녁에는 뒤에 하늘색 조명도 켜진다.


이러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지내왔던 평범하지 않은 고통의 과거들······.

앞으로의 삶들······.

고쳐야 할 내 버릇들······.

제멋대로 들리는 마음의 소리.



요즘은 시시때때로 들리는 마음의 소리를 컨트롤하는 중이다.

말이 컨트롤이지, 사실은 들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너무 많은 사람의 속마음 소리가 들려와서 귀가 윙윙거릴 정도이다.

그럴 때는 이어폰의 볼륨을 최상으로 올려놓으면 그나마 좀 나아진다.

말 그대로 더 큰소리로 작은 소리들을 죽이는 방법이다.

그 대신 타인과 대화가 불가능하다.

또 굳이 이어폰 듣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으니.


그나마 할아버지 댁의 장점이 시골이라 비교적 인적이 드물어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적고, 그만큼 훈련이 잘되고, 효과도 있었다.

처음엔 모든 마을 사람들 소리가 다 들려서 도무지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웅웅 거려 사람들 피해 다녔더니 마을에 소문이 쫘악 퍼졌다.


“어머나! 신 어르신 집에 손주가 그렇게 수줍음을 많이 탄다면서요?”

“그렇다는구먼, 그런데 사내놈이 되가지고 그렇게 숫기가 없어서야!”


요즘은 다행히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가끔 방심할 때만 빼고는 잘 들리지 않는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순박하다는 것과 내가 학교에 가지 않아서 걱정하시는 것들.

몇몇 분들은 농사일이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생각하기도 하고, 간혹 몇몇 분들은 누가 예쁘다거나, 혹은 누가 참하다거나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집은 엄청나게 넓다.

중앙 한옥에만 욕실 딸린 방이 여덟 개나 되고, 작은 한옥에도 네 개씩 있으니, 총 열여섯 개의 방이 있는 것이다.


그중 좌측 한 채는 장 아저씨와 부인이 이 집을 관리하시면서 살고 계신다.

‘펜션 하면 돈 좀 벌 것 같은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지하실이다.

할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하시지 않으셨다고 한다.

원래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집인데 증조 할아버지께서 완전히 개축하셨고 지하실은 증조부님의 작품이었다.


처음 지하실에 내려왔을 때 완전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었다.

지하실에는 방음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스테이지가 설치되어 있다.

스테이지 위에 각종 악기가 놓여있다.

중앙에 마이크 좌측에 베이스기타, 신시사이저, 우측에 일렉기타와 드럼 그 뒤편으로 유명브랜드 전축과 턴테이블 내 가슴 높이에 서라운드 스피커.

무엇보다 이 방에 놀라운 점은 전 벽면을 둘러 쌓아놓은 LP판에 있다.

벽 전체를 이 디스크 판으로 둘러쌓아 놓다니 도대체 몇 장이란 말인가.

이 얼마나 멋진 광경인가.

어쩌면 방송국만큼 많이 수집 하신 게 아닐까 싶다.


음악은 내게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순간부터 너무 무서워서 들었고, 길을 걸으면서 들었고, 친구가 없어서 잠잘 때까지 들었다.

음악은 내겐 동료였고, 친구이며, 사랑이었다.

이곳엔 재즈, 발라드, 메탈, 뉴 에이지, 경음악, 오페라, 가곡, 가요, 판소리, 없는 게 없을 정도......

이 정도면 가히 음악도서관이고, 나의 천국이라 불러야 할 듯싶다.


요즘 심취된 노래는 건스 앤트 로우지스의 디셈버 레인 과 돈 워리 그리고 스케이트 로우에 19 앤 라이프, 아이 리멤버 쉬.


내 암울한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 내 마음을 달래주는 곡들이다.


앞에 가득 들어찬 악기들을 보자니 문득 드럼을 배워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보컬이나, 악기의 전면에 나서는 기타나, 곡의 전주와 간주로 마음을 사로잡는 신시사이저를 선호하지만 난 드럼이 좋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던 어느 날엔가 드럼 소리만 잡아내서 듣게 되었다.

그때의 그 전율 때문에, 이후로는 음악 전체를 한번 감상하고, 드럼만 잡아내서 한 번 더 감상한다.

이 커다란 공간에 서라운드로 음악을 틀고, 드럼을 치면 정말 기가 막힐듯 하다.

이런저런 앨범들을 둘러보던 중에.

‘오~ 유 재아 1집 이런 희귀 앨범이 이런 곳에······.’

유 재아는 앨범 작사, 작곡, 편곡, 노래를 모두 한 싱어송라이터다.

1집 앨범 한 집을 내고 사고로 작고하셨다.

내가 유 재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비록 앨범 한집밖에 없지만, 그 앨범 안에 전곡이 모두 좋은 곡들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버릴게 한 개도 없는 앨범이지.’


'그런데 왜 팝, 메탈 가운데 이 앨범이 있을까?'


'가요 쪽으로 옮겨놔야겠군.'


앨범을 빼는 순간이었다.


스윽

끼익~

'뭐지 이 소리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다시 넣어볼까?'

스윽

딸깍

‘음 문 잠기는 소리?’


슥윽

끼익~


스윽

딸깍

‘지하 나무 계단 쪽에서 나는 소리인데······.’


스윽

끼익~


나무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 아래쪽으로 방음벽이 위치한 곳에 작게 열려 있는 어두운 틈.

아무리 조명이 밝게 비춰주고 있다지만 그 틈은 어두웠고 지금은 한밤중이었다.


순간 온갖 무서운 생각들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에드가 엘런 파이브에 까만 고양이라는 책처럼, 아내의 시체를 벽에 넣고 벽을 다시 만들었다거나, 공포 영화에서 지하실에 귀신이 나와서 눈동자가 마주친다거나, 혹은 저 검은 틈에서 부패한 손 하나가 튀어나온다거나.......


지하실은 항상 공포의 대명사였었다.

특히 이런 밤중에는 더욱 더.....

소름이 돋고 나는 곧장 위층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서 침대방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불을 켠 채 한동안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며칠 정도 지하실에는 내려가지 않고, 낮에도 시내에서 이곳저곳 둘러보고 공원에도 놀러 갔다.

그동안 꾸준히 속마음 안 듣기 컨트롤을 한 덕분에 이제는 많이 숙련되었다.

가끔 방심하거나, 상대가 나에 대한 생각을 직접적으로 할 경우, 가끔 그런 말들이 들려오지만 조금 더 지나면 나아질 거 같았다.


번화가에 실용음악 학원이 보이자, 아버지께 전화했다.

“수현아 무슨 일 있어?”

평소 전화하는 시간이 아니라서 많이 놀라신 듯하다.

“아녀요. 별일 없어요!”

“휴~ 깜짝 놀랐다. 네가 전화를 다 하고..... 그래! 뭐 별일 없으면 다행인데······. 돈 필요하냐?”

“네. 뭐 비슷한 거여요. 저 드럼 배우려고요.”

“오~ 그래? 잘 생각했다. 뭐든 흥미를 느끼면 좋지. 뭐 다른 거 배우고 싶은 건 없고?”


생각해보니 난 담력이랑 용기 뭐 이런 게 많이 부족한 듯싶어 말했다.

“태권도랑 격투기도 좀 배워볼래요.”

“음~그래! 뭐든지 배우면 좋지! 피아노나 미술은 별로니?”

아버지는 영어니, 수학이니 이런 쪽은 추천도 하지 않으셨다.


왕따의 타깃이 되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왕따는 특별히 지저분하거나, 소심하거나, 사차원이거나, 무언가 위축되어 있거나, 말투가 어눌하거나, 너무 공부를 잘하거나, 너무 공부를 못하거나······.


이 중에 몇 가지에 들어간다면 뭔가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난 이 중에 소심하고, 말투가 어눌하고, 두려워서 위축되어 있고, 공부를 잘한다.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대범하고, 말투도 고치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공부는 잘할 거다.


“그냥, 아까 말한 거만 배울게요.”

“그래 알았다. 학원 정하면 전화하렴. 원장님하고 통화하마.”

“네, 알았어요.”

“아들~ 사랑한다. 아주 많이 사랑한다. 여기 정리하고 너랑 네 동생 전학 준비하고 하려면 한 달 정도 더 걸릴 테니, 잘 지내고 있어야 해.”

“걱정하지 마셔요. 장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잘해주셔서 하나도 안 불편해요.”

“알겠다. 그리고 엄마한테도 전화 좀 하렴. 엄마 서운해 하신다. 매번 너는 전화도 하지 않는다고······.”

“네, 알겠어요.”


이곳은 번화가 중에서도 학원 밀집 지역이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학원 간판들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5층 빌딩은 전체가 학원으로 들어차 있었다.

피아노, 태권도, 실용 음악, 보습, 미술학원 더불어서 브랜드가 다른 영어학원, 수학학원이 두세 개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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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 17 화 버스킹 19.08.22 756 14 12쪽
17 제 16 화 네 가 지 19.08.21 782 11 11쪽
16 제 15 화 진실 게임 +2 19.08.20 820 13 12쪽
15 제 14 화 합숙 대련 19.08.19 872 19 11쪽
14 제 13 화 유리, 아픔의 크기 +1 19.08.18 938 20 11쪽
13 제 12 화 노스님 방문 19.08.18 951 22 12쪽
12 제 11 화 조 단 19.08.17 971 24 13쪽
11 제 10 화 야밤의 노승 19.08.17 1,017 27 11쪽
10 제 9 화 내력 발출 +2 19.08.16 1,041 28 12쪽
9 제 8 화 여동생의 사춘기 19.08.15 1,097 27 14쪽
8 제 7 화 가족 재회 19.08.15 1,124 25 11쪽
7 제 6 화 사 인 도 +4 19.08.14 1,159 24 12쪽
6 제 5 화 강한 사람 +4 19.08.13 1,153 23 12쪽
5 제 4 화 드럼, 태권, 킥복싱 +3 19.08.12 1,208 27 12쪽
» 제 3 화 새 시작 +2 19.08.11 1,261 27 10쪽
3 제 2 화 어떤 의미 +2 19.08.11 1,319 34 13쪽
2 제 1 화 각성 +3 19.08.11 1,448 34 11쪽
1 프롤로그 +9 19.08.11 1,639 4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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