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자들 : 기억의 조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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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8.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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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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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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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깨달음의 숲(3)

글쓰는게 꿈이었던... 그러나 글 쓰는게 무서웠던 사는게 바뻐서 쓰지 못했던 직장인이 이제 시작 합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DUMMY

해가 간신히 하늘의 끝을 잡고 달의 여신과 줄다리 끝에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지기 직전의 저녁.

치열한 사투가 지나간 「낮」을 뒤로 하고 짙은 땅거미가 밤을 지배하기 위해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나타나는 숲의 한 쪽.

접근 하는 어둠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자그마한 모닥불 앞에 지친 얼굴의 한경이 자리를 잡고 널 부러져 있다.


[타 닥, 타 닥]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넘실거리는 주황색 장작불은 잠시나마 지친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한참을 「장작과 불꽃의 선율」을 감상하던 한경은 장작불 앞에 잘 익힌 고기 한 덩이를 쭈욱 찢어 자신의 입에 가져가며 생각을 정리 했다.


‘일단 받아들이자. 이건 게임도 아니고, 꿈도 아니야. 여긴 지극히 사실에 근간한 현실.

낮에 보았던 괴물 놈이 날 집어 던졌을 때 고통은 아주 생생했어.‘


괴물에 의해 던져 졌을 때 잘못 짚었을까, 파랗게 멍들어 있는 자신의 팔을 보며 한경은 생각을 이어 갔다.


‘결국, 여기서 죽음은 실제 죽음. 죽으면 끝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나 혼자 만의 죽음이 아니야, 내가 죽으면... 엄마와 한정이도 끝이다. 어찌됐던, 지금의 시련은 거의 초보적인 단계, 낮의 그 괴물도 사실 현실에서는 약 하디 약한 존재일 확률이 높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했든 이것 하나만은 확실 하다. 괴물을 떠나서 한쪽 다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엄마와 정신적으로 미약한 한정이의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은 아닐 거야, 무조건 살아서 나가야 해!‘


“후우...결국, 현재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과 모르뿐인가... 그래도 시스템과 같은 존재 인거 같으니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모르!”


결국 홀로 떨어져 막막한 「깨달음의 숲」에서 ‘유일하게 유의미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존재는 모르 뿐이다.’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린 한경은 모르를 호출하자 낮에 보았던 반투명한 창이 눈앞에 나타 났다.


[‘띠링‘ 부르셨습니까 한경님?]


“결국 너랑 나랑 끝까지 가야 하는 거지? 첫 만남은 마음에 안 들긴 했는데 그래도 앞으로 잘해보자, 넌 세계가 이렇게 되고 만난 내 첫 번째 파트너 이니까”


[결국 저를 다시 찾으셨군요 한경님. 아직 한경님의 능력은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자질은 최상인거 같으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경님을 잘 키워 드릴게요]


‘이... 이새끼가...’


모르의 말에 속이 뒤집힌 그는 볼을 ‘부들부들’ 떨던 그는 결국 자신의 위치가 ‘을’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화를 삼키고 말을 이어 갔다.


“그... 그래... 고...고맙다. 그나저나 아까 낮에 봤던 정보창에 ‘자’ 등급 이라는게 있던데 이게 뭐지?”


[그런 기본적인 시스템도 모르시고 용케도 E등급 버그에게 살아 남으셨네요. 운도 실력이라더니 그 말이 맞긴 맞나 봅니다. 그럼 기초적인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가이아시스템」에 의해 통합된 세계는 기존의 사회적 위치, 권력 등등 계층을 나타내는 모든 것들이 초기화된 세계입니다. 초기화된 세계는 다시 「적, 주, 황, 녹, 청, 남, 자」 순서로 7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집니다.

능력치, 무기·방어구 등을 포함한 모든 아이템, 임무(퀘스트) 등 은 모두 이 7가지 등급으로 나타 내어 집니다. 즉 「자」에서 「적」으로 갈수록 통합된 세계에서 힘과 권력이 됩니다.

각 등급에서 다음 등급으로 넘어갈 수 있는 「성장형 등급」 이 존재하며, 대표 적인 성장형 등급은 구도자들의 능력치와 「아디테」 님에게 이전 받은 「여의보주」, 「스킬」 등이 있습니다.

다음 등급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 시켜야 하고 능력치는 50레벨 도달 시 다음 등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경님의 등급은 「자(1)」 즉 「자」 등급 1레벨로 가장 약한 위치에 있습니다.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 이 시대에도 「最强者」로 군림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성장을 위해 「기억의 조각」을 찾으세요. 「파괴자」들을 제외한 모든 존재는 「태초의 빅뱅」 시 탄생한 존재 들입니다. 즉, 태초부터 현재까지 「정화와 재생」에 의한 「멸망과 창생」을 반복 하게 되는데 이때 존재들의 합은 「태초의 빅뱅」의 절대 에너지를 넘지 못합니다. 현세에 살아가지 못한 에너지 들은 구슬형태로 「전생의 기억」을 간직 한 채 「파괴자」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 「기억의 조각」들은 평범한 기억 외에 특별한 기억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파괴자들에게 흩어져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성장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구도자」들은 「깨달음을 구하는 자들」 유전자에 기억이 각인된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유전자에 각인된 기억」을 모두 찾아 자신의 본질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말을 끝낸 모르를 보며 한경은 놀란 듯 입을 열었다.


“허어... 너... 생각보다 더 대단한 존재구나? 단순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뭔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설명 이었어! 그러니까 복잡하니까 됐고! 결국 레벨이랑 등급 올려서 강해져서 파괴자인지 뭔지 다 때려 부수라는 거지?“


[하아.. 한경님 수준에 맞게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제 자신이 원망스럽네요. 알아서 해석 하시고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응? 이놈, 도대체 정체가 뭔지...구린내가 난단 말이야... 아무튼 고맙다 모르야!”


‘하루가 한 달 같은 하루였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일단 잠이나 자자’


[타 닥, 타 닥] 아슬아슬 마지막 생명력을 뽐내는 장작불을 보며, 한경은 「나무동굴」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부지런한 동물들마저 아직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 기지개를 편 한경은 간단히 씻고 숲속 탐방을 위해 어슬렁 걸어 나왔다.


‘하암~ 어차피 「에-크랏취」인지 에이취 인지 그놈이 여기 대장 같은데 날찍은 이상 맹수들도 날 건들진 않겠지. 그놈도 당장 날 어찌할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 편히 지내자’


씻기 위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연못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던 한경은 깜짝 놀랐다.


“으잉? 이게 누구여?”

“설마... 나?”


연못에 비친 모습은 평범했던 그의 본래 모습은 사라지고, 커다란 눈망울에 오똑한 콧날을 가진 잘생긴 남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헐... 그러고 보니...’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다. 잠시나마 여유로워진 그는 자신의 변한 외형에 빌어먹을 세상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잘 발달된 근육이 적당히 붙어 있는 상체 이와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하체 그리고 뒷목부터 엉치뼈 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검 모양의 문신까지.


자신이 봐도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본인의 모습에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평생을 170도 안 되는 작은 키에, 왜소한 몸을 가지고 살았던 그였다.


덕분에 외모로만 평가하는 세상의 일부에서 그는 철저히 외톨이였고, 본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런 세상을 어느 정도 받아 들였고, 적당히 원망을 했고, 앞으로 삶에 있어 ‘약간의 패널티는 감수하자‘ 라고 마음먹으며 살았었다. 그런대 하필 이제 와서!


“이 빌어먹을 세상아! 내가 그동안 차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얼마나 힘들었는데! 처음부터 이런 외모를 주던가! 이게 뭐야! 정상적인 세상에서는 평생 루저처럼 살 것 같더만! 세상이 망하려니 이런 축복을! 으아아악! 모르!”


...한참을 발광하던 한경은 「모르」를 호출 했다.


* *


[저벅, 저벅]

“그러니까, 너는 내 문신 속에 살고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한경님, 저는 그냥 당신을 안내 해야 한다는 사명과 태초부터 지금까지 안내자로서의 드문드문 기억들만 있습니다]


“흠... 혹시 그럼 나에 대한 기억들도 있어?”


[한경님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이지만 존재 합니다. 하지만 대답 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하아... 넌 그럼 그냥 시스템 같은 존재야? 아니면 실존 하는 존재? 감정은 있어?”

한경의 질문에 잠시 멈칫한 모르는 사각형의 반투명 창 안에서 말을 이어 갔다.


[...당신들이 말하는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누군지 모르지만 한경님의 능력이 한심하게 보이는걸 보면 의지라는 것이 존재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모르」의 말에 기분 나쁜 것도 잠시 고개를 주억거린 한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했다.


“너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참 불쌍한 존재였구나. 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천년을 살았는지 수 만년을 살았는지 모르니까. 앞으로 우리 친구 하자! 차마 너한테 ‘형’이라고는 못 하겠다. 잘 부탁해 친구! 지금은 비록 미약 하지만 앞으로 강해져서 너 자신이 누군지 찾도록 꼭 도와줄게!”


[...]


“그리고 딱딱하게 이런 불편한 창에 글로 대화 하지 말자! 내가 부르지 않아도 이 답답한 문신 속에 갇혀 있지 말고 항상 내 곁에 머물러 나만 들릴 수 있게 귓속에 속삭여줘~ 크흐흐”


[접수 됐습... 아니 접수 됐다. 앞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렇게 둘은 숲속 길을 걸으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 했다.


* *


[띠링! 치킨 런을 획득 하였습니다. 최초 획득 보상 : 힘 +1]

“으하하하하! 오늘 저녁은 취킨 구이다! 으랏차차!”


* *


운이 좋았다. 숲에도 이런 녀석이 있을 줄이야!

한참을 숲 이곳저곳 기웃 거리던 그의 귓가에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꼬, 꼬, 꼬, 꼬]

“응? 이 소리는 설마?”

‘내가 아는 그 소리가 이 소리라면... 이건 ... 치..치느님?’


갑작스런 소리에 흥분한 한경은 혈류가 빠르게 돌기 시작 했고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혹여 라도 발소리에 그 분이 놀래 달아날까 한 발 두 발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렇게 걷기를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수풀에 가려져 있던 자그마한 공터에 후광이 비치는 듯 황금색 자태(한경의 생각)를 뽐내는 그분이 계셨다.


새빨간 벼슬, 오동통한 다리, 부리부리한 눈, 튼실한 날개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자신의 건강미를 마음껏 뽐내고 성인 남성 허벅지 까지 오는 우람한 자태의 「닭」

‘이.. 이건.. 최소 「브라질 닭」 급이다! 오늘 저녁은!‘


혹여나 닭이 놀랠까 흥분을 겨우 목구멍으로 삼킨 한경은 천천히 닭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조건 한방이다... 한방에 덮쳐 야 되 아니면 저 덩치로 봐서 내가 당할 거야! 하나, 둘, 셋!’


닭을 포획할 최적의 거리를 확보한 한경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꼬끼오!” [푸드드드득]


당연한 이야기지만 닭은 간발의 차로 한경을 피해 날았고, 한경이 가소로운 듯 닭은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쪼았다.


“으아아악! 그... 그만!”


느닷없는 닭의 매서운 공격(?)에 놀란 그는 재빠르게 닭의 사정권에서 벗어났고, 한참을 고심하던 그는 닭을 잡기 위해 덫을 설치했다.


‘이번에는 꼭 잡는다!’


[한경.. 괜찮은가..?]


“아! 괜찮아 ~ 괜찮아! 너 「닭」 먹어 본적 없지? 그 쫄깃한 닭다리 살과 부드러운 날개 살!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난 절대 포기 못해!“


[그래도... 자신을 미끼로 잡는 건...]


“괜찮다니까! 기다려! 오늘 내가 제대로 먹방 한 번 보여 줄 테니까!”


‘누... 눈이 돌아 갔군...(모르)’


잠시 뒤 모르는 이마에 피를 흘리며, 한쪽 손에 기절한 닭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짓는 한경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경은 5일이라는 시간을 「깨달음의 숲」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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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깨달음의 숲(7) 19.08.20 33 0 12쪽
9 8화 : 깨달음의 숲(6) 19.08.15 12 0 12쪽
8 7화 : 깨달음의 숲(5) 19.08.15 16 0 13쪽
7 6화 : 깨달음의 숲(4) 19.08.14 13 0 14쪽
» 5화 : 깨달음의 숲(3) 19.08.14 17 0 12쪽
5 4화 : 보리수나무 숲(2) 19.08.14 13 0 12쪽
4 3화 : 깨달음의 숲 (1) 19.08.14 15 0 13쪽
3 2화 : 돼지의 꿈(상) 19.08.14 18 0 13쪽
2 1화 : 시작 19.08.14 17 0 13쪽
1 프롤로그 19.08.14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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