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인류의 달과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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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로
그림/삽화
염현수
작품등록일 :
2019.08.16 17:37
최근연재일 :
2019.10.30 18:2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456
추천수 :
45
글자수 :
358,395

작성
19.09.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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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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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두 번째 접촉,5

DUMMY

그리고 모든 것들이 빠르게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바도가 그의 눈이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권총을 겨누었다. 알라이파가 기겁하면서 사바도의 팔을 붙잡고 내리려 했지만, 온 힘을 다해도 권총을 잡은 팔은 그 자리에서 1센티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급한 알라이파의 손톱이 노란 피부에 파고들어 기다란 자상을 남겼지만, 핏방울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상처가 아물었다.


“사바도, 제발 어리석은 짓 하지 말게. 무슨 일이라도 터지기 전에 어서 총을 내려놓게.”


사바도는 옆에서 간청하는 알라이파를 완전히 무시했다.


“겹눈? 그게 무슨 뜻이지 설명해주시오.”


샤웰캬와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간단한 이야기라오. 나는 집단인에게 흥미가 있소. 모든 종류의 파종인류들 중에서도 가장 기이한 민족 가운데 하나니까.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표본을 확보하지 못했소. 그러니 집단인의 겹눈은 범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요. 그러니 거래하는 것이 어떻겠소?”


“사바도, 내 말 똑똑히 듣게.” 알라이파가 한 마디 한 마디 씹어 뱉듯이 말했다. “난 자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네. 그러니 멍청한 짓 그만하고, 내가 협상하는 것을 돕도록 하게. 철저하게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샤웰캬와캬는 고개를 저었다. 사바도는 여전히 돌처럼 굳은 얼굴로, 총을 똑바로 샤웰캬와캬의 미간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나위나는 사바도가 겨누고 있는 이상하게 생긴 총이, 알라이파가 트브리슈에서 그에게 준 므푸티 로제베와 똑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니, 아니, 범자는 괜찮소. 딱히 무례랄 것은 없으니. 그 무구 좀 보아도 되겠소?”


“이 총 말인가?” 사바도는 권총을 슬쩍 옆으로 기울였다. 과시하는 태도였다. “이건 다탄두 플레셰트 권총이다. 최대출력으로 쏠 경우 비(非)집단제 장갑차도 앞뒤로 관통시킬 수 있는데다가, 지금 이 총은 최대출력인 상태지. 그러니 허튼 짓은 하지 말고 뭘 꾸미는 지나 말해. 난 농담할 기분이 아니야.”


나위나는 사바도가 행하는 짓을 경악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기나 하는 걸까? 교섭 자체가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알라이파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사바도의 총과 샤웰캬와캬 사이를 가로막았다.


“사바도. 멍청한 짓 그만두게. 샤웰캬와캬, 부하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서는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이것이 내 진의가 아님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알라이파 각하. 이자들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우리와 교섭을 원했다면, 애초에 우리를 추격하지 않고 통신을 걸었겠죠. 이자들은 자기 족속의 해적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총을 겨누는 건 바보짓이네. 자네가 속했던 삼색인 공동체에서도 문제를 일으켜서 추방되지 않았나. 다시 추방되고 싶나?”


사바도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후회와 애증이 가득한 웃음이었다.


“당신은 오갈 데 없는 절 받아들이고 키워주셨습니다. 아니요. 이 거래는 애초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체의 일부를 요구하지만, 다음에는 무엇을 요구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어서 비키세요. 당신은 항상 제 뒷바라지를 해주셨지 않습니까? 이번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알라이파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서있었다. 포브람은 사바도를 향해 증오의 눈길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돈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였다. 모두들 사바도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트럭 충돌사고에서 날 법한 굉음이 울리자 모두 몸을 움츠렸다. 샤웰캬와캬가 2미터 길이의 채로 천장에 매달린 강철 도미노를 힘껏 두들긴 것이었다. 도미노는 아랫면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치솟았고, 다른 도미노들과 충돌해 고약한 연쇄 충돌과 소음을 일으켰다. 사바도가 쏘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모두의 반응을 즐기듯이 샤웰캬와캬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방금 말했듯이 범자는 승자로써 대접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패자로써 대접받는 것도 좋아하오. 하지만 패자로써 대접받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오. 사바도라 불리는 전사여, 그대는 내게 그 무구를 겨눔으로써 패자의 정도를 모욕했소. 그러니 쏘시오. 무구를 뽑았으면 비록 그것이 한낱 장난감에 불과하더라도 끝장을 봐야 하는 법. 이제 쏘시오. 무엇을 기다리고 있소? 범자가 두렵소? 이렇게 어린 소녀처럼 보이는 범자가?”


“이건 멍청한 짓이오.” 알라이파가 참다못해 나섰다. “제발 자극하지 마시오. 사바도의 무례는 내가 사죄하겠소. 이런 담력 싸움을 하지 않고도, 우리가 합의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소. 눈이라면 당장이라도 라바오 호의 배양 탱크에서 복제해서 줄 수 있고 말이오. 사바도, 내가 자네 목을 베어버리기 전에 어서 이 멍청한 짓을 그만둬!”


“아, 하지만 범자는 모조품을 원하지 않소. 자, 사바도라 불리는 전사여. 나를 쏘고 이 집단인을 예정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할지, 아니면 그저 가만히 앉아서 쓰디쓴 패배를 맛볼지 선택하시오. 이 상황에서 가장 나쁜 점이 먼저 아시오? 일이 일어나는 동안, 당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는 거요.”


총성이 벼락처럼 울리자 샤웰캬와캬를 제외한 모두들 몸을 움츠렸다. 사바도가 어느새 집단제 장식권총을 들고 샤웰캬와캬를 쏜 것이었다. 눈이 멀 것 같은 섬광이 번쩍이고 매캐한 폭연이 걷히기 시작하자, 나위나는 침을 꿀떡 삼켰다. 근거리에서 전신 방탄복으로 무장한 트브리슈인의 상반신을 안개로 바꾸었던 총이었건만...


...총성이 걷히고 나서 샤웰캬와캬는 어떻게든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긁힌 상처도 없었고 총알이 빗나가서 벽이나 천장에 부딪혔다는 흔적도 없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샤웰캬와캬는 피부에 묻은 검댕, 아니 총탄이 폭발하고 피부에 붙은 잔해를 털어냈다. 그러고는 눈을 비비더니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범자는 조금 더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허나 훌륭하오. 실로 용자의 무구에 어울리는 무기요. 그 무기를 보아서 범자는 그대를 넓은 공허로 추방하지 않겠소. 그러하니 승자의 권한은 아직 그대에게 있소. 앞으로 그러한 권한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시오.” 그녀는 그들이 등 뒤를 향해 손짓했다. “샤흐테흠! 튜흐즈카! 당장 이들을 구속해서 영창으로 데려가게.”


그리고 반응할 틈도 없이,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지푸라기처럼 들리고, 개처럼 묶이고, 성가신 짐짝처럼 운반되어 탸크 이아소파 깊은 곳 영원한 어둠 속으로 내동댕이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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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메티시니의 달밤 아래에서[완] 19.10.30 22 0 10쪽
76 아스라한 기억의 소금발을 잡으려 애쓰고,3 19.10.28 24 0 13쪽
75 아스라한 기억의 소금발을 잡으려 애쓰고,2 19.10.26 20 0 12쪽
74 아스라한 기억의 소금발을 잡으려 애쓰고,1 19.10.25 27 0 12쪽
73 대면,4 19.10.25 22 0 10쪽
72 대면,3 19.10.18 29 0 9쪽
71 대면,2 19.10.15 21 0 10쪽
70 대면,1 19.10.14 23 0 11쪽
69 올라가는 길,2 19.10.13 22 0 11쪽
68 올라가는 길,1 19.10.12 30 0 12쪽
67 메티시니 습격,7 19.10.10 24 0 9쪽
66 메티시니 습격,6 19.10.09 152 0 13쪽
65 메티시니 습격,5 19.10.09 27 0 10쪽
64 메티시니 습격,4 19.10.07 22 0 14쪽
63 메티시니 습격,3 19.10.06 21 0 17쪽
62 메티시니 습격,2 19.10.05 31 0 11쪽
61 메티시니 습격,1 19.10.04 30 0 12쪽
60 황제와의 만담 19.10.03 27 0 12쪽
59 집단과 범자, 그리고 그돈나의 과거,2 19.10.02 35 0 7쪽
58 집단과 범자, 그리고 그돈나의 과거,1 19.10.01 24 0 10쪽
57 메티시니-위대한 집단의 수도,3 19.09.30 30 0 12쪽
56 메티시니-위대한 집단의 수도,2 19.09.29 33 0 10쪽
55 메티시니-위대한 집단의 수도,1 19.09.28 41 0 8쪽
54 불안한 협상,4 19.09.27 36 0 9쪽
53 불안한 협상,3 19.09.26 41 0 9쪽
52 불안한 협상,2 19.09.25 31 0 13쪽
51 불안한 협상,1 19.09.24 39 0 10쪽
50 선택과 결정,2 19.09.23 36 0 11쪽
49 선택과 결정,1 19.09.22 3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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