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슉샥
작품등록일 :
2019.08.1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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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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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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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서프라이즈

DUMMY

*





녹화 방송뿐만 아니라, 생방송도 미리 포인트가 되는 컨셉과 장면을 기획한다.

방금 전 대치 장면 역시 마찬가지.

어느 정도는 미리 약속된 장면이었다.


-미1친 도발 개 오졌다ㅋㅋㅋㅋㅋ

-신님이라 가능한 도발이자너

-도발이 아니라 맞는 말 한건데?ㅋ

-댕기 표정 관리 안되는거 개 웃겼네ㅋㅋㅋㅋㅋㅋㅋㅋ

-흑염룡 소환하는 각인가?

-참가자들: 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생겼다ㅡㅡ

-이 정도면 방송 제목 바꿔야 하는거 아니냐?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게 연출된 장면이고, 아니고는 시청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상황은 마치 냉면을 먹으러 식당에 왔는데 서비스로 한우가 나온 것과 같았으니까.


-광고는 왜 이렇게 긴거야ㅜ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게 더 슬픔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누가 이길까?ㅋ

-지금 스코어는 신님이 1점 앞서고 있다ㅋㅋㅋ 신멘~

-겨우 1점 가지고ㅋㅋㅋㅋ난 댕기에 한표!

-무조건 신님이지! 신멘!


그게 등심이든 안심이든, 서비스로 한우가 나왔다는 게 중요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이벤트에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그리고 그건 스튜디오도 마찬가지였다.


“저 르불랑 주세요. 저 둘 중 누가 오든 확실하게 압살할 수 있습니다.”

“댕기 님, 신 님이 초반 카정을 자주 오니까 이왕이면 카정 와도 상대할 만한 정글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리쉰 어떠세요?”

“다들 좀 진정하자. 우리 감독님 팀인데 왜 다들 밴픽에 신경 쓰는 거야? 감독님이 알아서 밴픽 하시겠지.”

“하긴, 그것도 그렇다. 다른 건 몰라도 밴픽은 확실하게 이길거 같네요.”


클렘, 이현오와 김정군의 호명을 통해 둘로 나뉜 팀.

팀에 포함된 4명의 선수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김정군을 바라봤다.

김정군이 입을 열었다.


“일단 1경기 선발은 미퀴, 나는상상, 빗물 듀오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감독님.”

“어?”

“미드 바텀 초반 라인전 강한 챔피언들 픽하게 해주세요.”


배성운이었다.

무언가 단단히 각오한 눈빛으로 김정군을 바라보는 배성운.

김정군은 이 말에 무슨 뜻이 숨어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제대로 한번 붙어 보겠다는 거지?’


상대 라이너들에게 구애받지 않고, 정글에서 끝장을 보겠다.


‘아주 제대로 건드렸네.’


미리 약속했던 도발보다 한층 더 강력한 도발.


-나만 방금 소름 돋았냐?ㄷㄷ

-원래 오프더레코드 보면 댕기는 밴픽할 때 말 한 마디 안하던데ㅋㅋㅋ

-방금 댕기 형 눈에서 흑염룡 튀어나온 줄ㄷㄷㄷ

-신님이 건드린게 역린이었자너ㅋㅋ

-진짜 빡쳤나보네ㅋㅋㅋㅋ

-댕기 더 정글 모드 나오나?

-외쳐! 댕기 더 정글!


김태우의 도발이 배성운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건드린 것 같았다.

김정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미드 바텀은 한타보다 라인전 위주로···.”


그리고 화면이 그들의 반대편을 비췄다.

이쪽 역시 짧은 전략회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며칠 동안 같이 게임해봐서 알겠지만, 미퀴가 라인전이 쌔. 거기다 머린도 요즘 물이 올랐다고 소문이 자자하고, 아마 내 생각엔 쟤들 초반엔 미드 탑 키우는 위주로 게임을 풀려고 할 거 같다.”

“대하 생각도 일리가 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미퀴는 단점이 확실하잖아. 라인전은 잘하는데 그만큼 한타에서 잘 던진다는 거. 내가 아는 코마 감독이라면 미퀴 같은 양날검을 메인으로 쓰기보다는 오히려 안정적인 후반 캐리가 되는 나는 듀오가 있는 바텀을···.”


얼마 되지 않는 선수들의 정보와 김정군의 성향을 조합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이현오.


‘확실히 전자두뇌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건 아니야.’


김태우가 예상했던 것보다 디맥과 클렘의 시너지가 좋았다.

디맥이 화두를 꺼내면, 이현오가 그 안에서 디테일을 잡아주는 형식.


‘두 사람 붙여놔도 괜찮겠는데?’


김정군을 보고, 팀에서 코치와 감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왜 이쪽 회의가 뭔가 더 재밌냐?ㅋㅋ

-저쪽이 김정군 독주 체제라면 여기는 디맥 클렘 투탑 체제라 그런듯ㅇㅇ

-확실히 클렘이 분석 하나는 진짜 잘한다ㅋㅋㅋ

-신님이 말 없이 듣고만 있는거 처음보네

-맞는 말 하고 있으니까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는거지ㅋㅋㅋ

-어차피 클렘 지금 무직이자너ㅋㅋㅋ그냥 코치로 영입해도 되겠는데?ㅋ

-디맥 클렘 거기다 넘사벽 신님까지 브레인만으로 이미 다른 팀 압살하겠넼ㅋㅋㅋ

-클렘 코치 영입 가자아아!

-아직 게임은 시작도 안했는데 왜 니들끼리 설레발부터 치는데?ㅋㅋ


초기 레오레의 터줏대감이자, 레오레 판 3대 브레인으로 불렸던 이현오.

거기다 이미 레오레 월드컵의 준우승까지 해 봤던 경험까지.


‘경험에서 나오는 실력은 무시 못 하지.’


눈앞에서 해결책을 찾은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초반부터 미드는 버티고 바텀을 공략하는 게 맞다니까? 재호가 들어가자.”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재호가 반반으로 버티는 건 잘하니까.”


그리고 두 사람 역시 합의점을 찾은 모양이었다.

다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일 뿐.


“미퀴 님 라인전 잘하는 건 알겠는데, 왜 꼭 반반 싸움에 집착하시는데요?”

“음?”


그들의 결정에 태클을 건건 다름 아닌 도인부, 박태상이었다.


‘도인부도 자기주장이 강한 캐릭터지.’


박태상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제가 로밍으로 게임 터트릴 수 있습니다. 이그나스 님이랑도 더 많이 맞춰봤고. 이그나스 님, 안 그래요?”

“네, 그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저희 팀에 신 님도 있고, 굳이 한 라인 버려서까지 초반을 안정적으로 가져오기보다 더 확실하게 터트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거기에 이그나스가 합류했고.


“이거 미드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원딜로 애시를 가져오면 그냥 해결 될 거 같은데요? 그럼 정글 개입 없이도 라인전 압박 강하게 할 수 있고, 로밍 호응도 확실하게 할 수 있으니까···.”


코어지지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 놓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유능한 사람이 많다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었다.

심지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한 팀의 두뇌가 되고, 심장이 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

이들이 내놓는 의견들은 각자만의 일리가 있었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의 생각을 일치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이럴 땐 차라리 억지로라도 뭉치게 만드는 게 맞아.’


오랜 시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를 겪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필요한 건 바로 이들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었다.


“모두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전략 회의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김태우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팀의 감독은 누가 뭐래도 클렘 님 아닙니까? 결정은 클렘 님이 내리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신 님 말씀도 맞지만···.”

“3분 후에 게임 시작합니다. 저쪽은 이미 선발 정해서 밴픽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아직 선발도 누군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이러면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지고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김태우가 이그나스를 바라보고.


“어차피 오늘 기회는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참가자 여러분에게 중요한 건 그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죠. 물론, 그런 식으로 자기 어필 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생각이지만.”

“···.”


도인부를 바라봤다.


“클렘 님이 심사위원인 걸 잊고 계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따르는 이유.

그건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지만, 감독이 가지고 있는 권한 때문이기도 하다.

김태우가 이들에게 상기시킨 건 클렘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었다.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사람들.

김태우가 이현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클렘 님, 명단 발표해주시죠.”

“어? 아··· 미드는 재호, 원딜은 미스틱소드가 가고···.”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사람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이현오.


-카, 카리스마···.

-갑자기 다들 조용해 짐ㅋㅋㅋㅋ

-펙트로 후드려 패버렸자너ㄷㄷ

-근데 난 도인부 입장도 이해가 되긴 하는데 이쪽 팀은 이그나스 빼고 전부 기회 한 번밖에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저쪽은 아까부터 초반 전략 얘기하는데 여기는 아직도 선발 결정하고 있으면 문제가 있는거

-ㅇㅇ 이게 맞다

-신님이 중재 안 했으면 완전 나가리 판 났음ㅋㅋㅋㅋ

-저 사이에서도 확실히 신은 신이네ㅋㅋ 신멘~


결국, 첫 번째 게임에서 도인부와 코어지지는 명단에서 빠졌다.

아쉬운 얼굴을 한 채, 대기석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을 진중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현오.


‘책임을 지는 것도 결국은 감독이지.’


권한이 있는 만큼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역시 감독.

아직 게임이 시작되진 않았지만, 만약 이현오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면, 저 두 사람에게 돌아가는 심사 점수 역시 분명 낮지 않을 거다.


-근데 이러면 사회는 누가 보냐?ㅋㅋㅋ

-그러니까 디맥도 게임하면 MC가 없는데?

-노 엠씨로 진행하려나?

-OGB 해설 한 명 등장 할 법 한데ㅇㅇ

-누가 나오려나?


선수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대기실로 하나둘 접속하는 사이.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들을 비추던 화면이 바뀌더니, 중계석이 나타났고.


“쇼미더 레오레 본선 2차 경기의 특별 캐스터를 맡게 된 상남자 칙스 이두형이라고 합니다!”


예상 밖의 인물이 중계석에 앉아 있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

-디맥을 절하게 만든 걔잖아!ㅋㅋㅋㅋ

-압두 멘붕시킨 칙스?!

-두형아 압두가 너 만나면 죽인대ㅋㅋ

-얘가 왜 여기서 나오는데ㅋㅋㅋㅋㅋㅋㅋ

-이 친구도 엄청 골 때림ㅋㅋㅋ

-신님 주위에 정상인도 있었냐?ㅋ

-두형아 반가워!


철저하게 자신의 주장으로 이 자리에 앉게 된 이두형.


“압두? 그게 누군데요? 아··· 혹시 그 대리기사 말씀하시는 건가? 에이, 세상에 누가 대리기사 이름까지 외우고 삽니까?”


이두형이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일단 오늘 중요한 건 쇼미더 레오레 아니겠습니까, 형님들 오늘의 관전 포인트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뭐, 제가 설명할 게 있을까요. 당연히 신이 어떻게 댕기를···.”


긴장이라고는 전혀 한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진행과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수려한 입담.


-얘 뭔데ㅋㅋㅋㅋㅋㅋ

-압두 의문의 1패 추가요~

-이 친구도 진짜 웃기네ㅋㅋㅋ

-이분 따로 방송하나요? 바로 즐찾 누르러 갑니닼ㅋㅋㅋ

-두형아 형 오늘부터 니 팬한다!


시청자들은 이두형이 뿜어내는 ‘날것’의 매력에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참고로 오늘 해설은 양 팀의 팀장님, 그러니까 김정군 감독님과 클렘 님이 맡아주시기로 했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밴픽 끝나고 오신 두 분이 얼마나 서로를 물어뜯을지 저도 참 기대가 되는데요··· 오, 잠시만요! 지금 밴픽 준비 끝났다네요!”


이두형이 카메라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럼 바로 만나보실까요? 쇼미더 레오레 본선 2차전 1경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그 고함과 함께 화면이 전환되고.

참가자들의 운명이 걸린, 그리고 김태우와 댕기의 자존심이 걸린.


<게임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





***





레오레 경기에서 감독의 역량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건 바로 밴픽이다.

밴픽은 마치 턴제 게임과 비슷했다.

챔피언 하나를 밴하고, 픽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1분.

그 1분 안에 상대가 낸 문제를 풀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던지는 것.

그렇게 밴픽이 끝나고 서로의 답안지를 제출했을 때, 더 높은 점수를 얻은 쪽은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내용만큼이나 밴픽은 중요했다.


“쉬바누에 앨리수? 생각 외로 신 님 견제가 안 들어오네.”


당연히 김태우의 챔피언을 집중 견제할거라고 생각했던 김정군 팀이 이상하게 밴을 분산하고 있었다.

디맥이 물었다.


“저흰 이번에 뭐 밴 할까요?”

“어차피 정글 많이 살았으니까 우린 미리 얘기했던 대로, 르불랑 밴 하죠.”


김태우 팀은 상대팀 미드 라이너 미퀴의 모스트 챔피언 제두와 르불랑을 밴한 상황.

디맥이 르불랑을 누른 순간,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다음 밴이 날아왔다.


“음? 이불린 밴?”

“왜 이불린을 밴했지? 신 님 이불린도 할 줄 아세요?”


김태우 역시 고개를 기울였다.


“뭐, 못 하는 건 아닌데···.”

“뭔가 노리는 게 있어 보이는데, 이불린이 어떤 챔피언 상대로 좋더라···.”

“일단 초식 정글 챔피언 상대로는 괜찮게 쓸 만하죠.”

“댕기가 초식 정글을 하겠다는 건가? 그건 또 아닌 거 같은데? 그럴 거면 차라리 카직수 같은 걸 밴하지 왜 이불린을···.”


예상하지 못했던 밴에 당황하는 선수들.


‘왜 이불린을 밴했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건 김태우도 마찬가지였다.

밴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챔피언.

하지만 그들이 고민에 빠진 이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있었다.

클렘이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 왜 그런지는 고민해 봤자 나올 거 없는 거 같으니까, 우린 준비한 거 밴합시다. 픽 하다 보면 무슨 생각인지 알겠지.”

“그럼 신두라 밴 합니다?”

“네.”


디맥이 신두라를 클릭하자마자, 저쪽은 다시 한번 칼같이 픽을 박았다.


“음···.”

“제이수라. 일단은 탑인데··· 아니, 미드도 갈 수 있겠네. 미퀴도 제이수 잘하니까.”


미드와 탑 어느 라인도 갈 수 있는 챔피언.

저런 챔피언을 선픽으로 가져왔을 때 얻는 이득은 생각보다 크다.


“···이거 애매하게 하네.”


상대가 카운터를 챔피언을 뽑아도, 다른 라인으로 도망가 버리면 되고, 역으로 그 챔피언의 카운터를 뽑으면 손해를 보는 건 오히려 이쪽이 된다.


‘거기다 미드고 탑이고 할 것 없이 제이수는 마땅히 극 카운터라고 할 만한 챔피언도 없으니까.’


선픽으로 제이수를 뽑은 건 상당히 날카로웠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뭐 가져올까요?”

“음 잠시 고민 좀···.”

“시간 얼마 안남았는데요?”

“···!”


작은 부분에서도 상대방에게 부담감을 안겨주는 저런 세세함이다.

이론상 이쪽과 저쪽이 가지고 있는 시간은 1분으로 같았지만.

상대가 저렇게 빠르게 픽을 확정해버리면, 그게 아니게 된다.


‘우리는 생각할 시간이 1분밖에 없는 거고, 저쪽은 1분이나 생각할 수 있게 되니까. 그걸로 모자라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1분까지 가져와 쓸 수도 있고.’


이 작은 차이가 가져오는 심리적 압박은 생각보다 무척 크다.


‘경험에서 나오는 짬은 무시할 수 없네.’


단순히 픽 하나 끝났을 뿐인데, 이런 보이지 않는 우위를 가져온 김정군.

이 한 수로 그는 그가 왜 세계 최고팀의 감독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제이수가 어디 갈지 몰라도 어차피 우리한테 마지막 카운터 픽 자리 있으니까 일단 미리 얘기했던 대로 우린 바텀부터 강하게 가져오죠. 케이툴린 가져옵시다.”

“괜찮네요. 픽 할게요.”


김태우 팀이 사거리가 긴 케이툴린을 픽하고.

또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시계.

클렘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바로 모루가나까지 가져오죠. 이 조합보다 더 쌘거 없어요.”

“모루가나 오케이.”

“뜸 들이지 말고, 바로 픽 박아버리세요.”


하지만 클렘도 만만치는 않았다.


‘치킨 게임. 뭐, 나쁜 생각은 아니지.’


상대가 던진 문제에 대한 답을 새로운 문제로 받아치며, 느끼고 있던 시간적 압박까지 그대로 상대에게 돌려주기까지 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김정군과 클렘을 바라본 김태우가 피식- 웃었다.


‘이상한 데서 불이 붙었네.’


잠깐이지만 마주친 두 사람의 눈동자엔 불꽃이 튀기고 있었다.


“바루수랑 럼불? 하, 탑 미드 원딜을 벌써 다 보여준다고? 무슨 자신감인데?”


그 와중에도 밴픽은 빠르게 진행됐다.


“디맥, 럼불 상대로 뭐 가능해?”

“어··· 그러니까···.”

“재호는 제이수 상대로 뭐가 편해?”

“그, 글쎄요? 롤루 정도가 편하긴 한데···.”


이때쯤 되었을 때.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김태우를 제외한 사람들은 잊고 있었다.


“전 렝구로 상대 되긴 하는데. 아니면 야수오라던지.”

“그럼 미드는 어차피 반반 가기로 했으니까 롤루로 가고, 탑은 야수오 그때 한 거 보니까 잘하더만, 야수오 픽 해버려. 라인 당기면서 신 님이 갱만 잘 들어가면···.”


상대의 마지막 밴이 이상했다는 사실을.


“뭐야?”

“람··· 머수?!”


김정군 팀의 마지막 픽이 나온 순간.

클렘을 비롯한 사람들은 깨달았다.


“아··· 당했네.”


AD챔피언들의 극 카운터라 불리는 람머수.

적당히만 커도. 아니, 심지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도 물리 대미지로는 죽이는 것 자체가 힘든 챔피언이 등장했다.


“하필이면 미드가 롤루일 때 람머수를 뽑냐.”

“엘리수랑 이불린 밴해버려서 AP 정글 할 것도 없으실 텐데···.”


김태우 팀의 AP(주문력) 라이너 롤루는 주문력을 통해 대미지를 주는 딜러가 아닌, 보호막을 걸고, 슬로우와 에어본을 거는 서포팅형 미드 라이너.

롤루가 어지간히 잘 크지 않는 이상 람머수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노린 게 이거였구나.’


김정군과 눈이 마주쳤다.

옅은 미소를 띠는 김정군.


-이제 어떡할래?-


그가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모루가나가 딜템을 가고, 신님이 리쉰이나 카직수로 초반에 댕기를 최대한 말리게 해서···.”


클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승패는 게임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밴픽만 놓고 봤을 때 김정군과 클렘의 대결은 클렘의 석패(惜敗).


‘뭐, 그나마 이 상황에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은 맞긴 한데.’


김태우가 마이크를 톡톡- 두드렸다.


“이그나스 님.”

“네. 리쉰 드릴까요? 아니면 카직수?”

“아니요.”


이건 오직 김태우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그라가수 주세요.”

“···네?! 지금 뭘 달라고···.”

“그라가수요.”


저 멀리 황당함으로 물드는 김정군의 표정을 바라보며.


“서프라이즈~”


김태우가 씩- 웃었다.

서프라이즈엔 역시 술과 폭탄이 빠질 수 없지.


그럼 술통 한번 굴려볼까?


작가의말

고민이 참 많은 하루였습니다.

독자님들의 걱정어린 조언들을 보며 반성도 많이 했고, 여러가지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진짜 요 며칠 출장으로 감이 떨어졌나, 며칠 휴재를 하고 조금 더 쉬었어야 했나. 뭐 이런 고민 저런 고민 하다보니 하루가 훌쩍 사라지더군요.

그러다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지각을 했네요...ㅠㅠ

전 부족하지만, 글을 쓰는게 즐겁고 독자님들과 소통하는게 즐겁습니다.

앞으로 정신 더 바짝차리고 더 열심히 할테니, 아쉬운 부분은 가감없이 말씀해주세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Ps: 네듀잼님 파풍선 1000만개 감사합니다.

브로맨스님 파풍선 1000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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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새로운 걸 좀 준비했어 +56 19.09.20 19,102 488 16쪽
28 소 잡으러 가자 +62 19.09.18 19,957 487 16쪽
27 수고했어 +75 19.09.16 19,663 470 15쪽
26 어디까지 통하냐의 문제가 아니였어 +88 19.09.15 20,217 56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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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다 썰어버리면 되는거잖아? +31 19.09.09 18,935 439 15쪽
20 사실 저도 보험이 필요한거라 +28 19.09.07 19,243 431 16쪽
19 어차피 꿈 꾸려고 자는건데 +31 19.09.06 19,215 430 15쪽
18 경기장에서 한번 붙어 보려고 +29 19.09.05 19,149 4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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