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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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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4,696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05 06:00
조회
73
추천
3
글자
7쪽

16. 노인의 저글링

DUMMY

16. 노인의 저글링


여관 주인의 호통과 동시에, 어디에선지 어깨 근육이 터질 것 같은 호위병 네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마치 보이그룹 멤버들처럼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주인 옆에 나란히 늘어섰다. 그리고 하나같이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았다. 한 명은 판금 갑옷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는 가죽옷 차림이었다.


‘판금 저놈은 시간이 좀 걸릴 테니 나중에 처리하고, 우선 가죽옷 세 놈부터 정리하면 되는 건데. ’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싸움은 지금이 처음이다. 모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 즉 쿨다운이 모두 돌아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도 그냥 선량한 주민 행색은 아니어서 그런지, 내가 일어서려 하자 구경꾼들은 나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제자리에 있는 것은 여관 주인 패거리 다섯 명, 그리고 딜러와 그의 딸뿐이었다.


“어허, 바드 양반. 왜 그러시오. ”


범상치 않은 노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누가 보더라도 마법사 행색을 한 할아버지가 고깔모자 앞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내게 인사를 했다. 혹시 저 마법사가 나를 도와주려는 건가? 언제부터 구경꾼 사이에 있었지? 모험가처럼 보이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웃으면서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마치 ‘자~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튕겼다.


모두가, 그러니까 싸움에 돌입하려던 모두가 공중으로 떴다. 나를 비롯해서, 여관 주인 쪽 다섯 명, 그리고 딜러조차도 몸이 공중으로 떴다. 주변으로 물러난 구경꾼들을 제외하면 공중에 뜨지 않은 것은 딜러의 딸이자 술집 종업원인 그 여자아이밖에 없었다.


“이런 데서, 바드 양반, 칼춤이라도 추겠다는 것이오? 이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소? 왜 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고 하시오?” 마법사 풍 노인이 물었다.


“아니, 어르신, 제가 누굴 공격하려고 했다고 말씀하십니까? 증거 있으세요?” 나는 공중에 몸이 떠서 두 팔을 휘적거리면서 노인의 얼굴에 시선을 맞추려고 애쓰면서 외쳤다.


“증거? 핫핫핫. ” 노인은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대의 몸이 공중으로 뜨지 않았소?”


“네?”


“딜러 양반, 그러니까 군터 씨도 힘 좀 쓰려고 한 모양이요. 몸이 공중에 멋지게 뜨셨구랴. ” 노인이 딜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어르신은 뉘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 딜러도 나와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몸을 가누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말했다.


“그대는 지금까지 충분히 많은 잘못을 하지 않았소? 도박에 미쳐 가산을 탕진하고, 그래서 걱정에 몸져누운 아내를 죽게 하고, 이제는 딸까지 팔아먹었으면서 잘못이 없단 말이오? 오늘 잃는 돈도 전부 딸이 갚는 게 조건 아니었소?”


“그건··· 잘못했습니다. ” 딜러가 고개를 떨궜다.


노인은 여자아이와 딜러, 그리고 여관 주인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도대체 왜 이 아이가 당신 잘못으로 고통받아야 한단 말이오? 그리고 여관 주인 양반, 멀쩡히 살아 있는 아버지의 도박 빚을 왜 딸이 갚아야 하는 거요?”


“당신은, 당신은 대체 누구요?” 여관 주인이 노인의 질문을 맞받아쳤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 같은 체형이 균형이 안 맞는지, 공중에 뜬 여관 주인은 엉덩이를 중심으로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냥 지나가던 늙은이요. 싸우지들 말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


“원하는 게 뭐요? 내려 주시오!” 여관 주인이 외쳤다.


“딜러 양반 불쌍하니 100골드는 없었던 일로 칩시다. 실제로 100골드가 어디 있었던 것도 아니잖소?” 노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 대신, 여관 주인 양반과 친구분들은 목숨을 부지할 테니, 이 아니 좋소?”


“뭐요?” 판금 갑옷 채로 공중에 배를 내밀고 떠 있던 술집 기도가 말했다. “우리가 뭐 어쩐다고?”


“참, 말귀를 못 알아듣는 양반이군. ” 그렇게 말하고 노인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판금 갑옷을 입은 사내가 공중에서 반 바퀴를 돌아 거꾸로 뒤집어졌다. 노인이 판금 갑옷을 보며 손가락을 위로 올리자 판금 갑옷을 입은 사람도 함께 위로 올라갔다. 사람 키의 세 배쯤 올라가서 중간이 뚫린 2층 건물의 천장 부근에 가서 멈췄다. 그가 거꾸로 매달린 채 허우적거리자 판금 장갑 하나가 쑥 빠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노인이 재빨리 손을 내밀어 잡는 시늉을 하자 떨어지던 판금 장갑이 딸려오듯이 그의 손안으로 날아왔다. 노인은 판금 장갑을 옆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계속할까요?”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판금 갑옷이 귀청이 울리도록 소리 질렀다. “살려만 주십쇼! 잘못했습니다!”


“이만하면 된 것 같군요. ” 그렇게 말하면서 노인은 오른손 검지를 들어 공중에 수직선을 하나 내리그었다. 그에 맞추어 판금 갑옷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위치로 내려왔다. 여전히 모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어느새 울음을 그친 여종업원이 신기하다는 눈동자를 하고 어린아이처럼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공중에 뜬 사람 중 하나가 아버지인 것도 잊은 모양이었다. 노인이 여관 주인을 보면서 말했다.


“내가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아직 귀가 밝아서 십 리 밖이건 백 리 밖이건 소문이 아주 잘 들린답니다. 그러니까 주인 양반, 근거 없는 빚을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면 아마 나를 다시 보게 될 거요. ”


“알겠습니다. 약속합죠! 100골드도 없었던 걸로 하고, 저 노름쟁이건 그 딸이건 다 놔주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소. 정말로 진 도박 빚이라면 갚아야 하는 법. 백작, 아니 군터 군은 접시라도 닦아서 빚을 갚으시오. 알았소?”


“아, 알겠습니다, 현자님!” 공중에 뜬 상태로 조금 전까지 딜러였던 군터가 대답했다.


“그리고 얘야, 넌 이름이 뭐지?” 노인은 군터의 딸에게 물었다.


“릴리요. ”


“그래, 릴리. 너는 나와 함께 가자꾸나. 이런 데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네 또래 애들과 공부라도 하는 게 낫지 않겠니?”


그 말을 듣자 릴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여기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공부하라는 말을 듣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구별 한국에는 그런 아이는 아마 없을 텐데.


“그리고 바드 양반. ”


“네!”


나는 나도 모르게 군대 상사에게 복창이라도 하듯이 대답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작정을 하고 덤벼도 노인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아니, 이 노인이라면 빌로드 협곡에서 싸우는 양쪽 병력 수천 명을 지금처럼 똑같이 공중에 들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마법사도, 드루이드도, 사제도 이런 기술은 쓰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뭔가 차원이 다른 존재다.


“바드 양반은 나와 함께 갑시다. 이런 데서 뭐 하고 있는 거요?”


“어디로 가신다는 건지···” 감히 따지지도 못하고 나는 말끝을 흐렸다.


“가면서 얘기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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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5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8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4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39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4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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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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