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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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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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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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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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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 토너먼트

DUMMY

19. 토너먼트


“헉!”


깨보니, 샌디에이고의 내 침대 위였다. 잠을 험하게 잤는지 고개가 침대 바깥으로 굴러떨어지면서 깬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어떤 사람들은 가능하다. 나는 침대에서 바닥으로 낙하하면서 깨본 적도 있다.


꿈속에서 킬데어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모험을 했지만 자고 일어난 내 몸은 아주 개운했다. 킬데어 가상 현실 꿈을 꾼 이후로 오히려 잠의 질이 좋아진 느낌이다. 일어나서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씻은 다음, 나는 냉장고에서 마실 거리와 먹을거리를 들고 컴퓨터 책상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로스트 월드 3>를 구동시키는 이 시간, 이 정도가 요즘 내가 킬데어의 세계에서 떨어져 존재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한심하게 느껴지냐고? 이것도 어느 정도를 넘어서니 한심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주 초절정 게임 폐인의 단계로 진입한 모양이다.


여느 때처럼, 접속 메시지보다 길마의 환영 인사가 먼저 화면에 떴다. 무슨 애드온을 쓰는지 몰라도 길드원들 접속하는 건 귀신같이 챙긴다. 길마는 길드 창에 환영 인사를 쓰자마자 귓말도 날렸다.


‘지금 시간 괜찮아? 사람들이 기다리기 지루하다고 토너먼트 당장 시작하자는데. ’


‘어? 그거 한국시간으로 내일 아녔어요?’


‘이미 한국시간으로는 그 내일이 됐지. ’


‘당겨서 하는 건 상관없긴 한데, 저 지금 그라인하임이잖아요. 시타델까지 가려면 시간 좀 걸릴걸요. ’


‘그 정도는 기다리지 뭐. 30분 내로 와. ’


‘넵. ’


비싼 돈을 주고 제대로 자지도 못한 채 나는 여관 ‘행운의 말굽’에서 나왔다. 킬데어에서 야간비행은 금지된다는 보초병의 말과는 달리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첨탑 아래에는 지게꾼들이 잔뜩 있었다. 체력을 아끼는 것이 버릇이 된 나는 1실버를 내고 지게꾼의 지게에 올랐다. 첨탑 꼭대기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련사들과 로크들이 있었다. 나는 목적지로 시타델을 선택하고 새 위에 올랐다. 밤하늘을 가르고 새가 날아올랐다.


‘이런 야간 비행은 실제로 느껴보지는 못하겠군. ’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 컨텐츠에 불과한 로크 조련사들은 수다를 떨지 않았다. 말을 시키려고 마우스로 클릭을 해봐도 프로그램된 이야기만 했다. ‘농담’도 해보고 전투 노래도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예전에 그러던 것처럼 새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유튜브를 시청했다.


“토너먼트 대진 순서가 어떻게 되죠?” 나는 시타델에 도착하자마자 길드 창에 물었다.


“오늘 16강 첫날입니다. 대진 순서는, 화광마 대 트랜스포맘, 네이어스 대 앙팡테리블, 아이스탑 대 무서운걸, 북풍사제 대 비광난무선풍각. 이렇게 되겠습니다. 길드 공지사항으로 띄워 둘게요. ” 길드 창에 길마가 길게 썼다.


“시간은요?”


“지금 네이어스랑 무서운걸 빼놓고는 다 와 있어요. 빨랑 오세요. ”


각인사를 만나서 뭐라도 이득을 본 다음 토너먼트를 시작하면 더 쉽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건데, 오히려 빨리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냥 모른 척하고 각인사 들렸다가 한 30분 후에 도착해도 될 것이었는데, 아쉽게 됐다.


나는 서둘러 결투장으로 갔다. 눈대중으로 볼 때 약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우리 길드원이지만 구경꾼들도 있었다. 관람객으로 결투장에 입장하려면 1실버를 내야 한다. 길마는 우리 길드 홍보 차원에서 누구라도 관람료를 대신 내주겠다고 했다. 그래봤자 길드 행사를 홍보할 방법은 별로 없다. 공개 창에서 떠드는 것 정도가 가능한데, 그것도 스팸으로 걸리면 공개 창을 한동안 사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래서 길마는 그냥 시타델에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다니면서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 길드 <구속받지 않는 사람들>에서 토너먼트 행사를 합니다. 구경 오세요. 결투장 입장료는 대신 내드리고요, 끝까지 앉아 계시면 경품 추첨도 합니다. 1등 상품이 5골드예요!”


길마의 정성이 통했는지, 우리 길드원이 아닌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재촉하는 말이 들렸다.


“언제 시작합니까? 벌써 5분이나 앉아 있었는데. ”


“아직 무서운걸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하니까 일단 시작하죠. ” 아이스탑이라는 아이디의 사냥꾼이 말했다.


“그러지, 뭐. ” 길마가 대답했다.


해설자 역을 자청한 길마의 오프닝 멘트로 드디어 우리 길드 사상 첫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참가자는 총 16명, 승리 수당은 경기당 5골드, 그리고 우승자에게는 무려 100골드가 지급된다. 100골드라는 말이 나오니 결투장 채팅창에 놀라움의 탄사가 쏟아졌다.


“우와, 100골드? 길드에 돈이 그렇게 많아요?”


“오늘 길드 가입하고 토너먼트 등록하면 안 됩니까?”


“PC방 사장님이라시더니 역시 통이 크시네!”


첫 대전은 나와도 안면이 있는 화염 법사 화광마, 그리고 광전사 트랜스포맘의 대결이었다. 광전사는 내가 잘 모르는 클래스라 눈여겨보기로 했다. 물론 화광마도 눈여겨봐야 했다. 지난번에 나와 대결을 벌여 이긴 사람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 사상 처음으로 내가 당했던 PK의 주인공도 화염 법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싸움이 너무 쉽게 끝났다. 길마가 내게 귀띔해 주었듯이, 16강 대진은 헤비 유저 대 라이트 유저다. 트랜스포맘은 내가 보기에도 장비가 열악했다. 게다가 컨트롤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화광마는 시작부터 점멸을 썼다. 허공을 향해 돌진을 해버린 트랜스포맘은 벙찐 상태로 멍하니 있었다. 화광마가 화염구를 시전하는데도 상대는 시야에서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트랜스포맘은 거의 죽을 때가 다 되어 격노 기술을 썼다. 몸이 붉게 변하고 약간 커진 상태로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화광마가 날리는 마법 투사체 5개를 모조리 얻어맞고 트랜스포맘은 뻗어버렸다. 3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결투였다.


다음 대진은 나였다. 간밤에 블랙잭으로 돈을 좀 벌었지만 쓸 시간도 없이 토너먼트에 끌려 나왔다. 각인사에게 가서 민첩성이라도 올렸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상대방의 아이디는 앙팡테리블, 클래스는 자객이었다. 자객이라면 암살 기술에 특화된 도적으로, 모든 클래스 중에서 치명타율이 가장 높다.


앙팡테리블은 나보다 먼저 결투 공간으로 내려와 괜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쓸데없이 뛰면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정말 엄청난 라이트 유저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저 정도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유저를 상대로 하는 거라면 16강 정도는 현재 장비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도발’ 포즈를 취했다. 상대방은 ‘도발’ 포즈를 취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 그냥 좀 전처럼 방방 뛰어만 다녔다.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결투가 시작되었다. 상대방이 게임을 잘 모르는 초보인 것 같고, 바로 전 게임에서 화광마가 실력이 딸리는 상대에게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에, 나도 바람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잠행 특화 도적인 ‘밤그림자’는 섀도 스트라이크와 유사한 ‘섀도 스텝’이라는 기술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자객이라서 그 기술은 쓰지 못한다. 아마 시작부터 연막탄을 쓰고 은신 상태에 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섀도 스트라이크는 빗나갈 확률이 높다. 나는 초반에는 기술을 쓰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입은 옷이 색깔도 맞지 않고 어수선해 보이는 나와는 달리 앙팡테리블이 입은 옷은 검푸른 색 톤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도적 기술인 ‘위장술’인가 잠깐 생각해 봤지만, 그 기술은 필드에서나 쓸 수 있는 기술이다. 결투장에서는 원래 복장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검푸른 색으로 통일된 옷은 셋템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하니 현질을 했든 어떻게든 장비를 꽤 맞춘 도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시작부터 나에게 달려왔다. 나도 근접 캐릭터이니 피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적당히 옆으로 비키면서 적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앙팡테리블도 양손에 든 단검으로 마구 공격을 해왔다. 우려했던 대로 장비 빨이 조금 되는 모양이었다. 별다른 기술도 없이 그냥 때리는 공격이 상당히 아프게 들어왔다. 계속 이런 식으로 치고받다가는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승부수를 띄웠다. 오펜시브 매트릭스를 켰다.


훨씬 빨라진 공격속도를 믿고 나는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앙팡테리블은 갑자기 내 어깨를 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연막탄을 쓴 것이다.


어떻게든 사라진 도적을 오펜시브 매트릭스로 맞추기 위해, 나는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허사였다. 처음에 정한 방향으로 달려 멀리 도망간 모양이다. 시야에서 사라진 적을 상대로는 섀도 스트라이크도 불가능하다. 오펜시브 매트릭스로 인해서 빨라진 이동 속도, 커진 공격 반경, 그리고 늘어난 공격 속도, 그 모든 것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라져갔다. 20초가 지나고, 언와인딩이 시작되었다. 거의 곧바로 앙팡테리블의 공격이 들어왔다. 오펜시브 매트릭스가 발동 중일 때는 내 반경에서 멀리멀리 달아나고, 매트릭스가 끝나는 순간을 거의 맞추어 공격을 한 것이다. 단순히 장비 빨이 아니라 실력이었다.


언와인딩이라는 디버프에 걸린 나를 상대로 적이 선택한 오프닝 공격은 비장의 일격. 상대를 2초 동안 기절시키는 공격이다. 내 캐릭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2초 동안 적의 공격을 다 맞았다.


23!

26!

22!


“섀도 스트라이크!”


기절 상태가 끝나자마자 나는 섀도 스트라이크를 날렸다. 그러나 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뒤쪽으로 후퇴했다. ‘36계’라는 도적 기술이다. 이 게임에서는 두 개의 물체가 겹칠 수 없다. 따라서 상대방이 섀도 스트라이크나 다른 기술을 써서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난다면, 도적은 36계를 쓰기가 어렵다. 뒷걸음질 치다가 상대 캐릭터에게 막혀서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섀도 스트라이크를 36계로 회피했다는 것은, 내가 기술을 쓰는 순간 거의 즉각적으로 방향을 틀면서 36계를 썼다는 이야기다. 엄청난 컨트롤이다.


적의 뒤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엉거주춤하게 선 나는 오히려 뒤를 잡혔다. 앙팡테리블은 그 자리에서 ‘표창 난무’ 공격을 가했다. ‘마법 투사체’의 도적 버전이다. 표창 10개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내 캐릭터의 등에 박혔다. 하나가 5 정도의 대미지밖에 주지는 못하지만 반 이상이 치명타로 적중했다.


“역시 강호에는 숨은 고수가 많군요! 두 번째 대전의 승자는 자객, 앙팡테리블입니다!”


땅바닥에 쓰러진 내 캐릭터 뒤쪽으로 앙팡테리블이 오른손을 높게 들고 승리 포즈를 취하는 것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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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1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6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4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3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0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1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37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3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1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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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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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6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3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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