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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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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0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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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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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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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4. 노력할 계기

DUMMY

24. 노력할 계기


<로스트 월드 3>에서 죽은 캐릭터는 그야말로 눕는다. 제삼자가 쓰러진 캐릭터를 보면 큰 대 자로 뻗어 있기도 하고, 엎어져 있기도 하고, 자는 것처럼 옆으로 눕기도 하지만, 캐릭터 본인은 그야말로 하늘을 보게 된다.


제2차 시도를 깔끔하게 실패하고 나서, 나는 잠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언젠가 합승 마차를 타고 올려봤던 하늘이 생각났다. 별자리가 같은 모양이었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 느꼈던 생경한 하늘에 대한 공포감이 오늘은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가 보다. 나는 영혼 상태로 이동해서, 죽음에 대한 페널티를 또 한 번 받고 부활했다.


“처음에 정했던 대로, 타우 타이탄을 잡는 건 깔끔하게 포기하겠습니다. ” 공격대 리더 사제가 말했다.


“한 번 더 해봐요. 두 번째 시도에서는 더 많은 대미지를 줬잖습니까. ”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래도 불만이고, 저래도 불만이다. 리더의 길은 과연 험하다.


“그래도 한참 모자라잖아요. 그리고 장비 내구도도 많이 떨어지셨을 텐데. 대장장이, 방어구 상점 가서 수리하셔야죠? 엘릭서는 있으세요?”


두 번째 시도에서 처음보다 더 많은 대미지를 준 건 사실이지만, 괴수의 생명력은 그래도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 다시 시도한다고 성공할 가능성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0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공격이 처음보다 나아진 걸 생각하면, 그만두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는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공격대 구성이 이게 뭡니까? 아를레키노가 댐딜 대신 전투 노래라니. ” 전투 지역을 이탈하기 위해 걸어가면서 누군가가 공개 창에 한마디 했다. 공격대를 주도한 사제에 대한 비난이었지만, 나에 대한 비난이기도 했다. 그런데 할 말이 없었다. 전투 노래 대신 댐딜을 해도 공격대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승 마차에 이어 잉샤오를 타고 국경까지 왔다. 거기에서 또 로크로 갈아타고서야 나는 시타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먼 길이다. 그냥 이동에만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원래는 평소대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나 볼까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유튜브에는 <로스트 월드 3> 게임 관련 컨텐츠도 엄청나게 많다. 나는 아를레키노에 관한 공략 비디오를 연이어서 봤다. 대개 아는 내용이었지만 모르던 것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길드 개최 토너먼트에서 예상외의 상대에게 지고 나서, 공격대에서도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모자라는 능력치나 허접한 장비 탓만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꿈속에서도 킬데어에서 살아야 한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점들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생각해야 했다.


시타델에 도착해서 대장장이와 방어구 상점을 들렀다. 단검을 수리하다 보니 아이템이 너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에서 구한 방어구들도 서로 짝이 맞지 않아 문제였지만, 아무런 부가 효과도 없는 평범한 단검 두 개도 처량했다. 대미지 딜링에 특화된 클래스로서 아를레키노의 장점이라면 역시 다양한 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렙 달성 시부터 쓰던 단검 한 쌍을 여전히 사용하다니, 물욕이 없다고 칭찬할 상황이 아니다. 자기 클래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걸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풍류를 지향하는 게임 스타일을 접을 때가 됐다. 이제 귀국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열혈 게이머로서 불타오를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더 진지한 자세로 실력 향상에 노력하기로 했다. 벌써 게임 폐인인 녀석이 무슨 소리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으므로 고치기로 했다.


나는 업무 시간에도 잘 쓰지 않던 엑셀을 열었다. 내 캐릭터의 힘, 민첩성, 지능, 건강 등 기본 스탯과 장비를 정리하고, 게임 사이트에 공개된 공식과 표를 옮겨 적었다. 기본 스탯과 장비가 변할 경우 공격력, 공격 속도, 치명타율, 생명력, 체력 등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아를레키노가 장비할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 목록 역시 작성했다. 어떤 무기와 방어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을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해 결정했다. 아이템 성능 자체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요소들까지 감안했다. 어떤 무기와 방어구를 노릴 것인지 결론을 내리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게임이기는 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나니 왠지 상쾌한 느낌이었다.


꿈속에 진입하니, 시타델 시민들은 괴수 이야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서부 오크 족 전설에 나오는 괴물이라면서요? 그 소 괴물이 출몰하면 역병이 돌고 흉년이 든다고 하던데. ”


“그런데 그걸 왜 우리가 잡아줘요? 왜 모험가들이 그쪽으로 가는 거죠?”


“모험가라는 족속들은 이해할 수가 없잖아요. 뭔가 진귀한 보물이라도 노리고 가는 거겠죠. 목숨 아까운 줄은 모르고. ”


“괴물 때문에 정신없을 때 서부 오크를 공격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하면 서쪽 국경 지방이 좀 좋아지려나. ”


“서부 오크가 국경 바깥쪽에 있는 게 낫다는 말이 있어요. 그놈들이 없으면 사막에 사는 각종 괴물들이 국경을 넘어 올 거라고요. ”


“히익! 그건 생각도 못 해봤네요. 서부 오크가 있는 게 나은 거군요. ”


여관을 나와 시장 거리를 지나 길드로 갔다. 모든 모험가 길드는 상업지구에 있어야 한다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우리 길드도 그 비싼 상업지구에 있었다. 방어구 가게 건물의 2층에 세 들어 있는 것인데, 그것도 다른 길드와 함께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지붕 두 길드다. 그래서 옆 길드와는 비밀이란 게 있을 수 없었다. 오래된 나무문을 열자 경첩에서 끼익 소리가 심하게 났다. 내가 들어오는 걸 보고 옆 길드 사람이 말을 걸었다.


“오오, 네이어스. 서부 사막에 다녀온 영웅의 귀환이군. ”


“안녕하세요, 말라키 아저씨. 고생하고 돈만 쓰고 왔네요. 엘릭서인가 하는 신비의 물약을 다 마셔보고. ”


“그런 일이 아니면 언제 엘릭서를 마셔보겠어. 나는 평생 그런 일도 없을 거야. ”


“길마님은요? 저희 길마님. ”


“최강전사라면 이런 시간에 길드 사무소에서 노닥거리지는 않지. 어디에선가 사냥 중이겠지?”


“토너먼트는요?”


“그건 어제와 마찬가지로 자정 넘으면 한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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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귀환불능점 19.10.04 4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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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6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4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3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0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1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39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3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1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6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3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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