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4,710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20 06:00
조회
39
추천
2
글자
8쪽

31. 용병과 고블린

DUMMY

31. 용병과 고블린


‘반다르 혈맹’이 나에게 제시했던 보상금은 무려 200골드였다. 블리츠크릭이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는 몰라도, 게임 컨텐츠로서는 과도한 보상이다. 반다르 고블린의 본진을 털어도 그 정도를 벌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해와 바람의 이솝 우화를 이야기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도 맞다. 반다르 일족을 몰살시키고 그 잔해를 뒤져봐야 뭐 얼마나 나오겠나. 그런 무식한 방법보다는, 피차 이득이 되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 된다.


서명된 계약서 한 부를 품에 넣고 연합회 건물을 나와 묵고 있던 여관을 향해 걸었다. 누군가 미행하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미행이 서투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미행당한다는 사실을 일부러 알리면서 미행하는 것이었다. 내가 알아차린 척을 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연극을 할 속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관을 오십 보 정도 남겨둔 언덕길에서 멈추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말씀을 하시죠, 친구!”


어설프게 건물 사이의 벽에 기대어 있던 고블린이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달려왔다. 고블린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다. 엄청나게 큰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자를 벗으면서 내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여관으로 가시죠, 친구. 제 주인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


내가 묵던 여관 ‘육분의’에는 놀랍게도 비밀 별실이 있었다. 위치가 탄로 나면 더 이상 비밀 별실이라고 할 수 없으니, 나는 눈을 가린 채로 호위 두 명에게 손을 붙들려서 그 방으로 인도되었다. 건물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게 만들어야 하므로 호화롭게는 꾸미지 못했지만, 작은 별실에는 의자와 테이블은 물론 장식품 조각까지도 비치되어 있었다. 나무 의자에 앉아 있던 고블린이 나에게 손짓을 했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그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프로데(Frode)라고 하네. 혈맹 맹주, 크누트님의 오른팔이지. 자네에게 아주 좋은 제안을 하려고 미행을 붙였네, 친구. ”


“뭐, 별로 미행당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스토킹 당하는 느낌이던데요. 대놓고 따라오니. ”


“흠, 그런가, 친구. 아르네(Arne) 저 친구는 저래 보여도 최고 실력의 미행꾼이라네. 자네 스타일에 맞추느라고 다 보이게 미행을 했을 걸세. ”


“그렇겠죠, 아마도. ”


“연합회에서 자네에게 천기누설을 한 것 같군.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제 발이 저려도 그렇지, 어떻게 일족의 비밀을 누설할 수 있나? 족장님의 큰아들이시기는 하지만, 하랄드 님은 그래서 족장 자리를 계승할 자격이 없는 거야. 그렇지 않은가, 친구?”


사실 하랄드의 제안은 내게 아주 좋은 조건이었으므로, 나로서는 지금 처음 만난 고블린에게 동의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반다르 고블린 씨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 맞는 것도 사실이었다. 단지 형제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그는 많은 것을 양보했다. 반다르 고블린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좋은 협상이 절대 아니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상대방은 말을 계속했다.


“뭐, 자네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따라간 것이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우리 고블린들은 합리성을 숭상하네. 자네가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서 도덕이라든가 하는 거추장스러운 기준을 들이대면서 뭐라고 비난할 생각은 없어. 그건 전혀 고블린적이지 않지, 친구. ”


“알겠습니다, 친구.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뭐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합리적인 친구가 예상하는 대로야. 우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겠네. ”


“정말입니까?”


“하랄드 님은 우리가 전설의 아이템 따위나 믿는 한심한 고블린들이라고 생각하시나 본데, 착각이야. 우리도 ‘한의 눈물’ 따위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네. ‘한의 눈물’은 전설의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아주 커다랗고 진귀한 보석이지. 그래서 돈으로 따져도 아주 상당한 보물이야. 그런 의미에서 보물인 것이지, 전설에 나오는 물건이라서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고. ”


“새로운 조건은 뭐죠? 저는 용병입니다. 저에게 중요한 건, 보상뿐이죠. ”


“현상 수배범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나, 친구?”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모릅니다. 정보를 계속 모으고는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몰라요. ”


“대략적인 위치는 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지난 보름을 여기 남부에서만 살았어요. ”


“말해 보게나, 대략적인 위치를. ”


“정보는 돈입니다. 저는 바로 그 돈을 좇는 용병이고요. 제가 말할 것 같습니까, 친구?”


나는 팔짱을 끼면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러다가 넘어질 뻔했다. 개그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그도 나도 웃지 않았다. 천장도 낮고 방 자체의 크기도 작다 보니 답답했다. 그래서인지, 고블린 특유의 유쾌한 웃음소리로 그가 웃기 시작했을 때도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하하하! 협상을 할 줄 아는 친구군. ”


“조건을 말씀하시지 않겠다면 저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


“잠깐, 잠깐. 기다려 달라고, 친구. 시간은 돈이기도 하지만, 협상은 원래 시간을 먹고 사는 동물이지. 우리 조건을 말해 주겠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연합회에서 제시한 추상적인 그런 조건과는 차원이 달라. ”


“저쪽 조건이 추상적이라고요?”


“그렇지 않나? 저쪽에서 자네에게 제시한 조건은 그냥 대자보에 써서 붙여도 되는 조건이네. 자네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든지 제안할 수 있는 조건이지. 실제로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고 말야. 현상범을 잡아 오면 보석을 주겠다 이건데, 간단하지 않나?”


“혈맹 쪽의 조건은 뭡니까, 대체?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죠?”


“우리는 블리츠크릭, 그놈을 잡아주겠네. 그리고 ‘한의 눈물’도 물론 자네에게 주고. ”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눈을 부릅뜨며 인상을 찡그렸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들으니 몸이 자동적으로 그렇게 반응했다.


“우리가 자네보다 놈의 위치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우리 병력과 함께 자네가 그놈의 은신처를 기습하는 걸세. 우리 병사들은 그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둘러싸고 있을 테니, 자네가 그놈을 때려잡으면 되네. ”


“네? 사실입니까?” 믿을 수가 없는 얘기였다. “그놈의 은신처를 알고 있다면, 그냥 기습해서 잡으면 되잖아요?”


“우리한테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 그건 묻지 말아 주게. ”


“그건, 정말 좋은 조건이군요. ” 너무 좋은 조건을 들으니 다르게 말을 할 여지도 없었다.


“할 텐가, 말 텐가?”


“그러니까, 저는 혈맹 병사들과 함께 놈의 은신처에 쳐들어가서, 놈과 1대1 결투를 벌이면 된다는 거죠? 제가 이기면 저에게는 ‘한의 눈물’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거고요. 맞습니까, 친구?” 친구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정확히 그거야, 친구.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45. 귀환불능점 19.10.04 48 3 7쪽
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5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8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4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40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4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4 3 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를긋다'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