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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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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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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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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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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2. 블리츠크릭

DUMMY

32. 블리츠크릭


혈맹의 대변인으로 내게 온 그 고블린, 프로데에게 나는 물었다. ‘한의 눈물’은 지금 프랑크 고블린 족장이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블리츠크릭이 반다르 고블린의 금고에서 훔칠 수가 있냐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거네. 블리츠크릭은 원래 우리가 고용한 용병이었어. 성깔은 좀 있지만 실력이 좋은 놈이었지. 그래서 우리가 그런 어려운 과제를 맡긴 거야. ”


“블리츠크릭이 받은 과제가, 프랑크 고블린 본진에 침투해서 ’한의 눈물’을 훔쳐 오라는 거였군요?”


“그렇지, 친구. 프랑크 고블린은 우리처럼 문명적인 녀석들이 아냐. 그런 놈들의 본진에 쳐들어가서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보물을 훔쳐 나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실례인지는 몰라도, 아마 자네도 쉽게 하지는 못할 걸세. ”


“용병이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맞는 말씀입니다. 쉽지 않죠. ” 기가 죽어 보이지 않으려고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과제라면 내게는 불가능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놈은 별로 다치지도 않고 그걸 해냈지.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됐어. 놈이 그 보물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거야. 우리에게 수백 골드의 보상금을 받고, 그 녀석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가짜를 내놓고 사라졌지. ”


“원래부터 속일 작정이었군요.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친구. 그래서 그놈을 추적했는데, 오히려 우리 병사들이 전멸을 당했어. 프랑크 일족에게 빼앗겼던 보물을 되찾아서 족장 자리 승계 싸움에서 앞서나가려던 크누트 님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거야. 병사들의 가족들은 크누트 님을 원망했지.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었어. ”


“도대체 몇 명이나 희생된 겁니까?”


“그건 묻지 말아 주게. ” 그는 큰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 정말로 괴로운 모양이었다.


“이미 저는 당신들과 운명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면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모든 정보를 공유해 주셔야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친구?”


“많아. 많은 수가 희생당했어. ”


“이번 기습에는 도대체 몇 명이나 데려가는 거죠? 둘 다 말해주셔야 합니다. 당시에 전멸당한 추적 부대의 규모, 그리고 이번 기습 부대의 규모, 둘 다요. ”


“이번 기습에는 30명이 함께 갈 예정이라네. 게다가 내가 따라가는 거니까 안심해도 될 거야, 친구. ”


“지난번에는요?”


“지난번엔, 지난번엔 말이지···”


“몇 명이었습니까?”


“오, 오십 명이었어. ”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고블린의 평균 신장은 150센티미터에 불과하니 인간보다 작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고블린 50명을 인간 마법사 한 명이 쓸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정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 상대를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뭔지, 궁금해졌다. 꿈속에서 다치는 것도 이제는 이골이 났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는 아직도 모른다. 인간이 죽음의 정체에 대해 모르는 것처럼, 킬데어인 네이어스도 킬데어에서의 죽음이 어떤 사건인지 알지 못한다. 죽어본 적이 없으니까.


“블리츠크릭은 어떤 마법사였나요? 화염 법사였습니까, 냉기 법사였습니까?” 내가 물었다.


“화염 법사였네. 병사들의 시신을 봐도 알 수 있었고, 그의 옷차림을 봐도 알 수 있었지. 물론 나는 그가 마법을 쓰는 걸 직접 본 적이 없으니 100% 확신할 수는 없네. ”


화염 법사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이 없다. PK를 당한 것도 화염 법사였고, 처음으로 해본 결투에서도 화염 법사에게 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화염 법사는 도적과 팰러딘을 제외한 모든 클래스에 대해 상성상 우위에 선다고, 게임 공략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다.


“이번엔 나도 가는 거니까, 30명이라고 해도 지난번보다는 나을 거야. 인간의 눈에는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야하스파(Yahaspa)의 사제라네. 야하스파는 상업의 신이라서 우리 고블린들에게는 주신이지. 그러나 야하스파는 동시에 복수의 신이기도 하다네. 놈이 강력한 화염 법사인 것은 맞지만, 나도 놈에게 강력한 대미지를 줄 수 있어. ”


프로데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협상을 질질 끌면서 상대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려고 했던, 여관 밀실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적어도, 그가 이번 싸움에 매우 진지한 자세로 임하려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출발하기로 하고, 나는 일단 그들과 헤어졌다. 깨어있을 때와 잠을 잘 때의 내 게임 세계가 이어지고는 있었지만, 모든 것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성동구 PC방 사장이 캐릭터 ‘최강전사’ 본인이 아닌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꿈속에서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알아듣는 병사들이,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 뭘 물어보면 정해진 것만 대답을 했다. 가까운 여관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꿈속에서나 게임 속에서나 병사들은 대답을 해준다. 꿈속에서는 말로 설명을 해주는 반면, 게임에서라면 지도에 위치를 표시해 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오늘 날씨가 어떻냐고 물어보면 꿈속 병사는 답을 하지만 컴퓨터 게임 속의 병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날씨가 어떻냐고 물어볼 방법 자체가 없다. 클릭할 메뉴에 그런 질문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꿈속에서만 가능한 퀘스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물론 코드 브레이커 과제다. 그것은 꿈속에서 주어지고, 꿈속에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퀘스트들도 꿈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있다. 킬데어의 인물들과 구체적으로 상호작용이 필요한 퀘스트들이 그랬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의 이 퀘스트, 즉 화염 법사 블리츠크릭을 잡는 퀘스트다. 더구나 이것은 플레이어를 PK 하라는 내용의 퀘스트다. 게임 컨텐츠로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종류의 과제다.


왜 지금 당장 블리츠크릭의 은신처로 쳐들어갈 수 없는지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조금 지나면 지구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잠을 자던 내 육체가 깨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컴퓨터를 켜고 <로스트 월드 3>를 구동해서 당신들 고블린 NPC를 아무리 클릭해도 당신들은 그저 이렇게 말하기만 할 것이다.


“오늘 날씨 좋구만, 친구!”


그래서 나는 내가 특정한 시간에만 활동해야 하는 금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게 뭐냐고 말하는 대신, 프로데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리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엉덩이를 두드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말했다.


“재미있는 친구들이군. 사실 예전에도 그런 용병 친구가 있었지. 아침 이른 시간에는 무슨 수를 써도 활동을 못 하겠다고 하던 친구였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무슨 저주의 마법에 걸려서 그렇다고 말하더군. 그렇게까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묻는 걸 관뒀지. ”


“저마다 모두 다른 사정이 있는 거겠죠. 안 그래요, 친구?”


나는 그렇게 가볍게 받아넘겼지만, 기분이 찝찝해졌다. 그렇게 말했던 용병 친구 역시 코드 브레이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코드 브레이커 과제를 완료할 당시, 오크 현인과 이야기하던 키리 여자의 목소리가 말한 적이 있다. 코드 브레이커가 돼서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고 타락한 사람이 있다고. 그 목소리는 나와 궁그미를 PK 한 화염 법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가 코드 브레이커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프로데가 말한 용병은 아마 그놈일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내가 이제 사냥할 상대가 바로 그 화염 법사란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롭게 의지가 불타올랐다. 상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퀘스트가, 사실은 코드 브레이커 과제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원한을 되갚을 기회도 되는 것이다. 이제 꿈속에서 나올 시간이 되었다고 느끼면서, 나는 여관 ‘육분의’의 내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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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9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9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2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5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 32. 블리츠크릭 19.09.21 40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41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7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7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1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9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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