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4,694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22 06:00
조회
41
추천
2
글자
8쪽

33. 귀국 준비

DUMMY

33. 귀국 준비


샌디에이고에서 깨어난 나, 김준우는 게임 시간을 조금 줄이고 귀국 준비를 해야 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세수를 하고 나서, 나는 차를 몰고 가까운 중고차 딜러를 찾아갔다. 멀리에서도 이중 턱이 도드라져 보이는 살집이 좋은 남자가 나를 안기라도 할 것처럼 팔을 벌리고 다가왔다. 나는 포옹을 살짝 피하면서 차를 팔러 왔다고 말했다. 카맥스 견적 화면을 보여주면서, 이것보다 더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글쎄, 카맥스에서 굉장히 견적을 좋게 뽑아줬네. 이 이상 주기는 어려운데. ”


“아, 그래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잠깐, 잠깐. 뭐 그렇게 성격이 급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200불은 더 줄 수 있을 것 같아, 친구. ”


이런, 할 말을 잃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딜러를 바라보았다. 가슴에 단 이름표가 보였다. 아메드. 이 사람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바로 이 사람에게서 이 차를 샀었다. 2년 전에. 그때도 처음 만난 나를 친구라고 불렀지.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는 악수를 하려고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의 손을 꽉 잡은 상태로 흔들면서 말했다.


“이봐요, 아메드. 친구 좋은 게 뭐예요. 500불만 더 줘요. 지금 당장 서명할 테니. ”


그는 호기롭게 함께 흔들던 손을 빼내며 말했다. “500불? 그건 안 되지. 내가 뭐, 자선사업가인가?”


“그럼 뭐 어쩔 수 없네요, 친구. 잘 지내요. 이제 볼 일도 없겠네요. 귀국해야 해서. ”


그는 차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으면서 350불을 더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어깨에 올라온 그의 손을 잡아 내리면서 거절했다. 아마 다른 곳을 가더라도 더 좋은 거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남자에게 차를 사고 집에 돌아오면서 느꼈던 그 묘한 감정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뭔가 옴팡 뒤집어썼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고수 딜러였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수 딜러라면, 사실은 한몫 두둑이 챙겼더라도, 차를 산 사람이 기분 좋게 집으로 내빼게 했어야 했다.


“저 딜러 저렇게 싸게 팔아서 어떻게 하냐. 불쌍해. ”


차를 산 사람이 집에 가면서 이런 말을 하게 해야 한다. 현실은 그 정 반대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게 서로 이기는, 즉 윈-윈 상황 아닌가. 정말 고수 딜러라면 고객이 사실은 바가지를 썼더라도 그걸 모르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차를 산 고객은 집에 와서 같은 차종의 시가를 찾아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끝난 일이니까.


하수 딜러는 그 정반대의 일을 할 것이다. 싸게 팔아놓고도, 고객은 싸게 샀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집에 가면서도 계속 불안한 마음이다. 왠지 바가지를 쓴 것 같다.


내가 2년 전에 차를 사고 집에 오면서 느꼈던 기분이 바로 그거였다. 그래서 나는 이 딜러에게 차를 팔지 않기로 했다. 또다시 집에 가면서 그런 기분을 느낄 것 같았다. 차라리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더라도, 집에 갈 때 상쾌한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줄 딜러를 찾고 싶었다. 어쩌면 그런 딜러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카맥스에 그냥 견적 받은 가격으로 넘기면 그만이다.


딜러 몇 군데를 돌아보았지만 허탕을 쳤다. 좋아하는 인도 식당에 가서 점심 부페를 배 터지게 먹었다. 소득은 없었지만, 오늘은 킬데어가 아닌 지구에서 많은 일을 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인도 식당 부페 정도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갈릭 난이 맛있어서 많이 먹었다. 부페에 들어와서 밀가루 빵이나 줄창 먹고 있는 나를 보면, 식당 주인은 장사할 맛이 날 것이다. 이런 경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닌가.


갈릭 난을 하나씩 사서 오늘 내가 먹은 만큼 먹으려면 아마 수십 달러는 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세금과 팁 포함 13달러에 해결했다. 주인 입장에서 보면, 내가 줄창 먹어댄 갈릭 난 재룟값은 아마 1. 3달러도 안 될 것이다. 어깨춤이 절로 춰지는 마진 아닌가.


이제 샌디에이고에서 아침 해를 볼 날은 2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져서 그동안 잘 가지 않던 동물원에 갔다. 연간 회원권을 끊어 놓았지만, 골프와 게임 때문에 몇 번 오지 못했다. 판다를 보러 갔더니 줄창 자기만 했다. 먹는 시간은 다 끝난 모양이다. 그래서 북극곰을 보러 갔더니 공사 중이라고 당분간 폐쇄한다는 안내 문구가 덩그렇게 유리문에 붙어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고갯길을 올라왔다. 기념품 가게에서 묵직하고 모양도 예쁜 열쇠고리 여러 개를 두고 고민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왔다. 쓸데도 없는 열쇠고리를 벌써 몇 개를 샀는지 모르겠다. 요즘 누가 열쇠를 쓴단 말인가.


집에 들어와서 와일드 애니멀 파크 연간 회원권, 그리고 거기에서 매달 보내준 잡지를 정리했다. 내셔널 파크 연간 회원증은 모양이 예뻐서 기념품으로 챙기려고 따로 빼놓았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캘리포니아 남부와 인근 지역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모은 기념품들도 다 버리기로 했다. 보레고 스프링스, 팜 스프링스, 데스 밸리,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빅 서··· 이제 다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긴 꿈에서 깨려는 느낌이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 다시 직장 생활의 쳇바퀴를 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좋아하는 씨리얼에 우유를 잔뜩 말아놓고 먹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로스트 월드 3> 출시 이후, 이렇게 하루 종일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날은 아마 하루도 없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켜지 않았던 텔레비전이 잘 켜지는지 궁금했다. 텔레비전을 껐다 켰다 몇 번 하다가 꺼버렸다. 텔레비전, 침대, 책상, 청소기, 프린터, 보드게임 여러 개. 벼룩시장 사이트에 사진과 함께 올려놓았지만 아직 팔리지 않은 것들이다. 하루 전까지도 팔리지 않는다면 그냥 버리는 수밖에 없다. 간만에 청소기를 돌렸다. 마룻바닥인 거실은 괜찮았지만 싸구려 카펫이 깔린 침실에서는 먼지가 잔뜩 나왔다.


아홉 시가 다 된 시간이었지만 나는 커피를 뽑아 마셨다. 하루에 다섯 잔씩 마셔도 캡슐을 다 쓰지 못하고 가버릴 것 같다. 커피 머신이야 들고 가기로 했지만, 캡슐까지 들고 가는 건 도대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걸 한국까지 들고 간다면, 운송료를 포함해서 얼마나 비싼 커피가 되는 건가. <로스트 월드 3>가 출시된 이후 커피 소비량도 줄었다. 시간을 제외한 모든 자원을 적게 쓰게 만들어주는, 어찌 보면 고마운 게임이다.


게임을 안 하니 오히려 더 멍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어두운 방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노라면 오싹한 느낌이 들고는 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하고 궁금해하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고 있었다. 저항하지 않았다.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나쁜 녀석을 혼내주러 가기로 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45. 귀환불능점 19.10.04 47 3 7쪽
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5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8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4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39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4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6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3 3 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를긋다'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