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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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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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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1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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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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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7. 죽은 자의 손수건

DUMMY

37. 죽은 자의 손수건


승리한 병사들에게 주어진 것은 돌아오는 마차의 더 비좁아진 자리였다. 한 대에 일곱 명씩 타고 온 것과 달리, 돌아갈 때 병사들은 한 마차에 여덟 명씩 올라탔다. 세 대의 마차에 그렇게 여덟 명의 병사가 마치 짐짝처럼 빽빽하게 올라탔다. 마차 한 대에는 병사 여섯 명과 블리츠크릭의 시신이 실렸다. 나머지 한 대의 마차에는 나와 크누트, 그리고 프로데, 세 명만이 탑승했다. 이 모든 것이 두목님의 쾌적한 귀갓길을 위한 것이다.


두목님 마차에 타는 바람에 나는 올 때보다 훨씬 쾌적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전혀 편치 않았다. 나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놈이 ‘한의 눈물’을 지니고 있는 한, 고블린에게 해를 입지 않는다고 했잖습니까?”


“모든 아이템이란 게 그렇지 않소? 빈사 상태에 빠지면, 그러니까 정신줄을 놓고 기절해 버리면 마법 효과는 발동하지 않지. ” 프로데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크누트 님이 칼로 찔렀을 때, 놈은 이미 빈사 상태였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하지만 놈의 목숨을 끊은 것은 나요, 친구.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 크누트가 끼어들었다.


“저는 보상만 받으면 상관 없긴 합니다만. ”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말을 멈췄다. 어떻게 크누트가 놈의 숨통을 끊을 수 있었는지 묻기는 했지만, 정말로 궁금한 것은 애초에 딱 한 가지였다. 이제 블리츠크릭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빌로드 협곡의 오크 병사들, 올란드 마을 근처의 늑대인간들, 여관에서 나를 습격했던 연합회 고블린 병사들. 지금까지 내가 죽였던 수많은 적들은 NPC였다. 하지만 블리츠크릭은 나와 같은 플레이어다.


코드 브레이커로서 현실과 같은 꿈속으로 진입해 킬데어에서 제2의 삶은 사는 내게, 킬데어에서의 죽음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다. 킬데어에서 죽으면 지구의 나도 죽는 걸까? 아니면 그저 게임 속의 죽음에 그치고 마는 걸까? 그저 잠에서 깨고 말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꿈속의 현실로 다시는 진입하지 못하는 걸까?


궁금증이 꼬리를 이었지만, 이들이 대답해 줄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오크 현인이나 해저의 목소리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이지만, 그들과 마주하면 난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Q&A 시간을 가질 정도로 한가한 상황에 그들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내뿜는 위압감은 대화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게 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을 아는 자는 없다. 수천 년을 내려온 인류 철학의 역사는 결국 죽음의 허무와 공포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몸부림 아니었던가. 그건 여기 킬데어에서 사는 존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음의 세계는, 어쩌면 오크 현인조차도 모르는 세계일지 모른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지 않소?”


내가 손수건에 싸인 ‘한의 눈물’을 꺼내 보는 것을 보고, 프로데가 물었다. 이 손수건은 지금 다른 마차에 시신이 되어 실려 이동 중인 블리츠크릭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물건일 수는 있겠지만, 이건 그의 유품이다. 비늘 진주를 이 손수건에 싸서 보관하던 것은 바로 그였으니까.


“정말 아름답군요. 그런데, 비늘 진주가 단지 크기만 하다고 이런 마력을 부여받는 겁니까?”


“그럴 리는 없지 않겠소? 전설에 의하면 ‘한의 눈물’을 지닌 자는 고블린들을 통합해서 대제국을 건설한다고 하오. ”


“그건 저도 들어본 얘깁니다만, 이 진주의 마력은 오히려 고블린들을 재앙에 빠뜨렸잖아요?”


“고블린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것 말이오? 그건 아마도, 대제국을 건설하는 고블린 영웅에게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거겠지. ”


“그렇다면 조건을 좀 복잡하게 걸어서, 고블린이 지니고 있을 때만 마력이 발동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그건, 음, 글쎄요. ” 프로데가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만, ‘한의 눈물’은 원래 반다르 족장님이 가지고 있었잖아요. 그렇다면 족장님도 고블린들의 공격에는 무적이었겠군요. ”


“아마 그랬겠죠?” 프로데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 크누트가 끼어들었다. “아버님은 ‘한의 눈물’을 몸에서 떼어 놓은 적이 없다고 하셨소. 그걸 프랑크 놈들에게 뺏기기 전까지는 말이지. 그런데 아버님은 언제나 내게 자신 몸에 있는 이런저런 흉터를 보여주시고는 했소. 프랑크 족 병사에게 찔렸다는 단검 상처도 있었고, 브뤼겔 족 마법사한테 화염구 맞은 자리도 보여주시곤 했거든. ”


“바로 그겁니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에요. ‘한의 눈물’이 마력을 가지게 된 건, 이게 놈의 손에 넘어간 다음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블리츠크릭, 그 화염 법사의 손에 넘어간 다음에요. ”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블리츠크릭이 코드 브레이커였기 때문이다. 해킹 화면에서 아이템에 그런 속성을 부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무적’ 같은 건 게임이 성립하지 않으니 종족 제한을 걸기로 한 모양인데, ‘한의 눈물’은 고블린 족의 보물이니 고블린들이 빼앗으려고 달려들 것이고, 그런 이유로 고블린 족에 대해 무적인 속성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친구? 그놈이 마법사라서?” 프로데가 물었다.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야하스파 님 신전은 어디에 있죠? 고블린들의 신은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는 않습니까?”


“무슨 소리요, 인간 친구. 신은 그냥 신일 뿐이지. 야하스파 님이 왜 하찮은 우리 피조물들의 삶에 개입한단 말요?”


“아, 그런 건가요? 신에게 소원 같은 거 빌지 않아요, 여기에서는?”


지구 말고 이 별에서는 그렇냐고 물어본 질문이지만, 프로데에게 다른 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인간과 고블린의 차이점을 이야기했다.


“인간들의 종교 생활은 잘 모르지만, 고블린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합니다. 신에게 소원을 빌다니, 신이 무슨 선물 요정이라도 된다는 말이오?”


회중시계를 꺼내 보았다. 서버 시간, 그러니까 킬데어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시간으로는 벌써 아침 7시다. 샌디에이고에 잠들어 있는 내 육체는 언제 깨어날까. 그렇게 되기 전에 여기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의 눈물’을 얻었다. 코드 브레이커 과제를 해결한 것인데, 왜 뭔가 기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오크 현인이 내 멱살을 붙잡아 하늘 위로 끌고 올라가기라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설마 남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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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귀환불능점 19.10.04 48 3 7쪽
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5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8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5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40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4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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