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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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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4,787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27 06:00
조회
31
추천
2
글자
7쪽

38. 세 번째 코드

DUMMY

38. 세 번째 코드


잠깐 밖을 내다보았지만 온통 깜깜했다. 멀리 마을 불빛이라도 보이면 내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나는 프로데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디쯤입니까? 근처에 마을 같은 건 없나요? 이대로 아르몽까지 가기에는 너무 피곤합니다만. ”


프로데가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바닥을 펼쳐 위로 향했다. 그리고 오른손 검지를 들어 그 위에서 어떤 모양을 그리면서 주문을 외웠다. 그의 손바닥에 지도가 나타났다. 이런 마법은 본 적이 없었다. 전투가 끝나고 내 왼쪽 어깨의 상처를 치료해 준 이후로, 오늘 프로데가 두 번째로 쓰는 마법이었다.


“여긴, 그냥 아무 데도 아니군요. 가장 가까운 마을이라면, 북쪽으로 말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겠군요. 파화라 공국 소속의 작은 마을이 하나 있소. ” 홀로그램처럼 손바닥 위에 나타난 지도의 여기저기를 짚어가며 그가 설명했다. 이런 마법을 쓰는 걸 보니 아주 근사했다.


“말 한 마리를 빌려주시면, 나중에 돌려드리겠습니다. ”


“그 정도로 피곤하오? 마차에서 그냥 주무시오, 친구. ” 크누트가 말했다.


“인간 친구들은 마차라든가 배라든가 흔들리는 데서 잘 못 잡니다, 주인님. 아까 그놈을 잡으러 갈 적에도 아주 고생을 많이 하더군요, 이 친구. ” 프로데가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지구인 김준우는 16시간을 깨어 있고 8시간을 잔다. 뒤집어 말하면, 킬데어인 네이어스는 8시간을 깨어 있고 16시간을 자는 셈이다. 꿈속과 컴퓨터 게임이 연결되면서 24시간 내내 게임 속 세상에서 사는 셈이기는 하지만, 말하자면 불연속면이 있는 것이다. 그 연결 지점에 다다르기 전에 나는 여관이나 안전한 곳에 들어가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었다.


반다르 혈맹 고블린들과 연합 작전을 펴서 현상 수배범 블리츠크릭을 잡기는 했지만, 이들이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한의 눈물’을 지니고 있는 한 고블린들의 공격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나는 그 위력을 실제로 보지 못했으므로 불확실성에 목숨을 걸 수는 없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나는 연합회 소속 고블린 병사들에게 기습을 당하지 않았던가. 계약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었던 상대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이대로 여기에서 내가 잠들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는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마차는 모두 두 마리의 말이 끌고 있다. 내가 탄 마차는 마부까지 해서 총 4명이 타고 있으니, 말 한 마리가 없어진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마부는 다른 마차에 타고, 크누트와 프로데는 말 한 마리 위에 둘이 꼭 붙어서 타고 가면 그만이다. 둘이 껴안고 가든지 말든지 나는 알 바 아니다. 나는 프로데의 팔을 붙잡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미안합니다만, 잠깐 마차를 좀 세워 주시오. 화장실이 급합니다. ”


프로데는 기겁을 하면서 마차를 세웠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마차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수풀 속으로 뛰어가는 소리를 흉내낸 뒤, 나는 최대한 조용하게 마부 옆으로 다가가 그의 목에 단검을 들이댔다.


“조용히, 말 한 마리를 굴레에서 풀어, 친구. ”


마구를 벗기자, 말이 푸르릉 소리를 냈다. 안에서 프로데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마부는 오늘 내가 화염 법사와 싸우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겁에 질려 프로데에게 거짓말로 대답했다. 마구가 헐거워져서 다시 잘 채우는 중이라고.


안에서 크누트가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꾸벅꾸벅 졸더니, 이제는 잠이 든 모양이었다.


“이렷!”


나는 말 등위에 올라타 박차를 걷어찼다. 말이 히힝 소리를 내며 앞발을 들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프로데가 마차의 포장을 걷고 바깥을 내다보며 소리쳤다.


“잘 가시오, 친구! 축하연은 나중에 참석하는 걸로 하겠소!”


나는 말고삐를 잡고 뒤를 돌아 그를 보며 소리쳤다.


“아니, 왜 도망가는 거요! 그보다도, 말은 내놓고 가시오!” 고블린 답게, 그는 내가 도망치는 것보다는 말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


“나중에 돌려주겠소! 여러 가지로 고마웠소, 사제 친구!”


프로데도 나를 뒤쫓는 것이 의미 없다는 사실은 잘 아는 모양인지, 더 이상 입씨름하지 않았다. 나는 어둠 속을 달렸다. 다행히 반달이 떠 있었다. 어두운 시골길을 밝히기에 충분한 빛이었다. 프로데가 손바닥에 표시했던 지도의 북북서쪽 방향으로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나보다는 말이 더 놀랐다. 나와 함께 자신의 몸이 떠오르자, 말은 푸르릉 소리를 내며 네 다리를 공중에서 허우적댔다. 나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해저의 목소리가 말했다.


“저쪽 세상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너의 육체는 네가 목적지로 하던 그 여관에 넣어 놓겠다. ”


“코드는요! 룬 문자! 조약돌!” 나는 눈을 뜨고 어둠에 싸인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드라시. ”


“드라시! 약속!”


“쓸 줄 알겠느냐?”


오른팔을 허공에 휘저으면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드라시’의 룬 문자를 쓰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 이쪽 세계로 와버렸으니 어떤 모양을 그리려고 했는지 알 턱이 없다. 나는 하품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시계를 봤다. 8시 17분. 요즘 들어 아침에 조금씩 더 일찍 깨는 것 같다.


이메일을 확인했다. 보드게임 중 하나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오후에 만나자고 답장을 보냈다. 자동차 딜러 하나는 직접 집으로 차를 보러오겠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오기 전에 전화를 주면, 아무 때나 괜찮다고 메일을 보냈다.


<로스트 월드 3>를 구동시키면서 부엌으로 와서 씨리얼에 우유를 말았다. 그러다 보니 머룬5 내한공연 티켓을 체크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냈다. 컴퓨터로 돌아와 크롬을 켜고 머룬5 공연 티켓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9월 6일 금요일 8시. 단 하루 공연이다. 역시 매진이다. 오래전부터 입장권을 팔았으니 누군가 사정이 생긴 사람이 취소를 할 타이밍이다. 아직은 없지만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나올 것이다.


게임에 접속하니 길마가 인사를 해왔다. 토너먼트가 꽤 흥행했는지, 접속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아직은 유지되고 있었다. 접속한 길드원들의 목록을 보았다. 이름, 클래스, 그리고 현재 위치가 표시되었다.


최강전사. 불와크. 노드가드.

화광마. 화염 법사. 펜로즈 분지.

네이어스. 아를레키노. 남부 파화라.

아이스탑. 사냥꾼. 그라인하임.

스날링티쓰. 세이버투스. 괴델 항구.

파설귀. 자객. 사막의 심연.


자정이 넘은 시간에 열일하는 길드원들의 목록이다. 정렬 순서는 아마 지금까지의 총 접속 시간 합계일 것이다. 최강전사는 24시간 온라인이니 그렇다고 치고, 일도 안 하고 방학 동안 게임만 하는 나보다도 위에 있는 화광마는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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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귀환불능점 19.10.04 50 3 7쪽
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8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9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9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9 2 9쪽
»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2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5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40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7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7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1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9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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