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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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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4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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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9. 사라진 보석

DUMMY

39. 사라진 보석


파설귀는 여자 게이머라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에 무려 사막의 심연에 있다. 혼자 사냥 중인 건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지는 몰라도 사막의 심연은 현재 게임 내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국경 바깥에서 야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데, 언제 융문을 거쳐 홀(Haal) 공국 안으로 진입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설마 밤 새겠다는 건 아니겠지. 뭐 하는 사람이길래.


“네이어스 님 요즘 열심이야. 얼마 전까지 고블린들과 살림이라도 차린 것 같더니 오늘은 파화라에 가 있네?”


“고블린 지역은 어제부로 떴습니다. 이제 볼 일 다 봤어요. ”


“정말? 비늘 진주를 얻었단 말야?”


나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고생 끝에 얻은 ‘한의 눈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인벤토리에 ‘한의 눈물’은 없었다.


‘설마, 이 고블린 녀석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다시 인벤토리를 살펴보니 ‘한의 눈물’ 대신 ‘비늘 진주’라는 아이템이 있었다. ‘한의 눈물’이 비늘 진주인 것은 맞다. 하지만 무려 네임드 보석이란 말이다. 현재 세상에 알려져 있는 가장 크고 흠집 없는 비늘 진주다. 게다가 고블린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라는 무지막지한 효과까지 붙어 있다. 그러나 내 인벤토리에 있는 것은 ‘비늘 진주’뿐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누구한테 따져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GM을 호출했다. 티켓이 나왔다. 대기 시간 30분.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표시되었다. GM 대기표는 처음 끊어봤다.


언제 와본 적이 있기는 한지 의심이 되는 파화라 공국의 작은 마을, ‘가이젠,’ 나는 여관을 박차고 나와 합승 마차장을 찾았다. 합승 마차를 타고 파화라 공국의 수도, ‘낸터킨(Nantuckeen)’까지 가면 장비 수리를 할 곳도, 룬 문자 각인을 할 곳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합승 마차 대기열에 등록했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길마가 물었다.


“아이템이 좀 이상해서요. 일단 GM 불렀어요. 퀘스트 보상템이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


“잘 해결되기를 빌게. 나는 라면이나 하나 먹고 자야겠다. ”


“네. 들어가세요. ”


플레이어들이 원체 오지 않는 마을이라, 나는 NPC들과 마차를 나눠타고 출발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세 번째 코드로 주어진 룬 문자, ‘드라시’의 문자 조합을 알아보았다. 게임 내 룬 문자 사전에 의하면, ‘드라시’라는 식으로 발음되는 룬 문자 조합은 두 개가 있었다. 두 개라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보면 된다.


가는 동안 장비 상태를 확인했다. 현재 장비 중인 무기와 방어구를 확인해서, 예전에 만들었던 엑셀 표에 하나씩 기록했다.


오른손 무기 – 화려한 레이피어 +2

왼손 무기 – 패링 대거 +1

머리 – 주말용 헌팅캡

상체 – 보강된 보병 조끼

하체 – 생존주의자의 주머니 100개 바지 +1

손 – 날렵한 가죽 장갑 +1

발 – 성탄절 모카신 +1

장신구 – 없음

반지1 – 보호 반지 +1

반지2 – 없음

망토 – 없음


장신구 계열 아이템은 하나도 없다. 분명 ‘한의 눈물’이라는 극강 희귀템 목걸이를 손에 넣었지만, 인벤토리에 ‘비늘 진주’ 하나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건 GM 상담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


다음은 방어구와 무기 목록을 본다. 민첩성이라든가 능력치를 향상시켜 주는 옵션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내 캐릭터 장비 목록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던 +1이라는 강화수치가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캐주얼 라이트 유저라는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아이템과 실력을 추구하겠다고 나선 지 십여 일 만에, 일단 누더기 차림에서는 벗어났다.


공격력, 방어력 등 게임상의 각종 수치가 계산되는 공식들은 물론, 내가 구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되는 아이템들을 이미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넣어 놨다. 엑셀 템플릿에 현재 장비하고 있는 물건들을 채워 넣으면, 문제점과 간단한 해결책, 그러니까 대체 장비를 추천해 준다.


현재 캐릭터 성능을 가장 저하시키는 아이템 슬롯은 ‘반지2’다. 사냥 중에 간단한 반지라도 줍게 되지 않을까 하고 빈 상태로 놔뒀는데, 그냥 보호 반지 +1이라도 하나 사서 끼워야겠다. 그것만으로도 방어 효율이 1% 이상 올라간다.


장비된 아이템 슬롯 중에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은 발이다. ‘성탄절 모카신 +1’은, 갓 만렙을 단 가죽 계열들도 신고 다니는 ‘가죽 장화’와 성능 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 +1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당장 갖다버려야 할 물건이다. 그런데 +1이 붙는 바람에, 더 좋은 신발을 구할 때까지는 그럭저럭 신고 다닐 만하다고 생각해서 신고 다녔다.


무엇보다 누구나 신고 다니는 ‘가죽 장화’와는 모양 자체가 달라서 차별화가 가능하고, ‘성탄절’ 시리즈라서 붉은색이 예쁘게 잘 빠졌다. 뭐 그래도 남자 전투 캐릭이 신고 다니기에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광대의 한 종류인 아를레키노한테는 어울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GM 대기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30분이 넘게 합승 마차를 타고 파화라 공국의 수도 낸터킨에 도착했는데도, 아직 GM과의 상담이 시작되지 않았다. 가끔씩 사과 문자 같은 게 날아오면서 줄어들던 대기 시간이 다시 늘어나고는 했다.


‘기존 상담 시간이 길어져서 예상 대기 시간이 2분 늘어났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연결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합승 마차에서 내렸다. GM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하면, 따질 게 많았으므로, 나는 룬 문자 각인을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일단 방어구 상점으로 갔다. 낸터킨은 와본 적이 별로 없어서 경비병에게 상점 위치를 전부 물어봐야 했다. 방어구 가게도 각인사도 상업 지구에 있었다. 상업 지구에 도착하자, 우선 방어구 상점에 들렸다.


“좋은 물건, 사거나 팝니다. ”


방어구 상점 종업원을 클릭하니, 언제 들어도 구수한 목소리로 대꾸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뭘 사거나 팔려고 온 것은 아니고, 방어구 수선을 받으러 왔다. 방어구 수선 메뉴를 클릭하고, 내구도가 많이 떨어진 가죽조끼와 신발부터 수선하기로 했다.


방어구를 수선하면서 가죽옷 컬렉션을 구경하고 있는데, GM에게서 귓말이 왔다.


‘안녕하세요, 네이어스 님. 지금 시간 되시나요?’


‘안녕하세요. 네, 지금 시간 좋습니다. ’


‘무슨 일로 상담을 요청하셨나요?’


‘퀘스트 보상템이 잘못 들어온 것 같아서요. 체크해 주실 수 있나요?’


‘혹시 퀘스트 명칭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아뇨. 퀘스트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내용은 잘 기억합니다. 반다르 고블린과 연합해서 일족의 원수를 처단하는 퀘스트였거든요. 보상템은 ‘한의 눈물’이라는 보석 내지는 장신구인데, 효과는 고블린들의 공격에 절대 무적이 되는 거고요. ’


‘잘 알겠습니다. 게임 기록을 체크해보고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


게임 기록 체크가 별로 어렵지 않았는지, GM은 곧바로 다시 연락을 해왔다. 바로 간밤의 기록이니 체크가 빨랐을 것이다.


‘네이어스 님, GM입니다. 문의하신 사항에 대해 안내해 드리려고 귓속말 드립니다. ’


‘네. 말씀하세요. ’


‘말씀하신 시간대에 네이어스 님은 접속 기록이 없으신데요. 그러니까 그 시간대에 퀘스트를 하지도 않으신 거고요. 그러니까 퀘스트 보상템이 없는 거라고, 저희 GM팀은 결론 내렸습니다. ’


‘네?’


‘게다가 퀘스트 보상템이라고 얘기하신 ‘한의 눈물’이라는 아이템은 게임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그런 아이템은 현재 게임 내에 구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어떻게 된 건지는 쉽게 상상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뭔가 착각했다고 얼버무리면서 상담을 종료했다.


‘제가 뭔가 착각한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네이어스 님. 오늘도 킬데어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GM 권법소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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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9 2 10쪽
» 39. 사라진 보석 19.09.28 29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5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40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7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7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9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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