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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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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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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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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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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진짜 해킹

DUMMY

40. 진짜 해킹


마우스로 게임을 할 때와 직접 몸으로 부딪칠 때, 컴퓨터 게임을 할 때와 꿈속에서 가상 현실을 경험할 때, 뭐라고 부르든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클릭하면 기껏해야 ‘오늘 날씨 좋군, 친구!’라고 녹음된 음성을 재생하는 고블린이 아니라, 연합회나 혈맹 사무소에 매일 출근하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봉급 생활자 고블린들과 나는 계약을 맺었다. 그 세계에서 받은 퀘스트를 이 세계의 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보상템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나는 인벤토리를 다시 뒤져보았다. ‘비늘 진주’ 옆에 ‘해진 옷감’이라는 잡템이 보였다. 잡템이다. 그야말로 아무런 기능이나 효과가 없어서, 재활용품 수거함에 던져 넣듯이 상점에 버려야 하는 잡템. 이 잡템도 조금 전의 꿈속 세상에서는 ‘손수건’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악명을 쌓아가던 현상 수배범이었지만, 그에게도 생활이 있었다. 그리고 이 손수건은 그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나 약탈자의 눈으로 보면, 그건 그저 상점에 팔아 돈으로 바꿔야 할 잡템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비늘 진주’가 되어버린 ‘한의 눈물’을 들고 도검 제작의 장인을 찾아가야 하는지 망설였다. 오늘 당장 ‘기도하는 롱소드’를 만들 필요는 없다. 공격대에 참가할 일도, 결투를 할 일도 없다. 따라서 기다리던 무기를 만드는 일은 조금 뒤로 미뤄도 좋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꿈속의 세계에 진입해서 장인이 검을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대장간의 열기, 망치질 소리, 그리고 공을 들여 작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땀 냄새를 느껴보고 싶었다.


전화가 왔다. 내 차를 보러 오겠다던 딜러였다. 아파트 주소를 가르쳐줬더니, 5분이면 도착한다고 말한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8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햇살은 강렬했다.


“주행을 좀 해보겠습니다. ”


키가 작달막한 멕시코계 남자였다. 그가 운전석에 앉고, 나는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인근 도로를 한 바퀴 죽 돌았다. 좌회전, 우회전 신호도 넣어보고 실제로 차를 돌려 보았다. 급커브도 꺾어보고 직선거리도 비교적 길게 달렸다. 역시 중고차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 상태가 아주 좋은데요! 카맥스 견적보다 500불 더 드리겠습니다. ”


나는 기대도 하지 않던 선물을 넙죽 받았다. 이틀 정도 더 알아본 뒤에는 카맥스에 그냥 넘기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횡재를 한 것이다. 500불이 생기다니, 뭘 할까 하는 생각에 즐거워졌다.


그대로 내 차를 탄 상태로 우리는 딜러 사무실로 갔다.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을 했다. 자동차 판매 대금은 수표로 받았다. 친절한 딜러는 나를 집 근처 은행까지 태워주었다. 나는 은행에 수표를 입금하고 집으로 걸어왔다. 아주 오랜만에, 10분 정도 거리를 걸었다. 수요일 이른 오후. 거리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오는 길에 타코 가게에서 부리또를 샀다.


집에 와서 점심으로 그걸 먹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보드게임을 사러 온 사람이었다. 바로 바깥에 와 있다고 했다. 나는 게임을 들고 나갔다. 구매자는 상자를 열어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보관 상태가 아주 좋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20불 지폐 두 개를 내게 건네고 그는 보드게임을 가지고 갔다.


집에 돌아와 먹던 부리또를 다시 집어 들고 보니 집이 참 어수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뒤에 이삿짐을 부치기로 되어 있었다. 짐 싸기를 전부 일꾼들에게 맡겼다가는 물건들이 성치 않을 것 같아, 나는 짐을 조금씩 싸두었다. 종류별로 분류해서 상자에 넣었는데, 그런 상자 열 개가량이 거실에 랜덤하게 널브러져 있으니 마치 피난 온 사람의 거처 같아 보였다.


부리또를 먹으면서 머룬5 내한공연 티켓을 다시 검색했다. 아직 취소된 티켓은 없는 모양이다. 나는 좌석 배치도를 보면서 어디가 나오면 좋을지 상상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취소된 표가 여러 장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좌석 배치도는 며칠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여러 자리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할 가능성은 뭐 별로 없긴 하다. 카맥스 견적보다 500불을 더 받고 차를 팔았으니 좀 비싼 자리가 나와도 당장 질러버릴 생각이었다.


게임에 다시 접속해 보니, 내 캐릭터는 오랫동안 자리 비움 상태가 계속되어 제자리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나는 상인에게 말을 걸어 수선한 가죽조끼와 신발을 다시 받았다. 그걸 챙겨 입고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지도의 표시를 따라 걸어 각인사 건물을 찾아 들어갔다.


각인사에게 ‘드라시’로 발음이 가능한 룬 문자 조합 두 가지를 순서대로 맡겼다. 50%의 확률도 맞추지 못하는 나의 찍기 실력은 여전해서, 첫 번째 룬 문자는 역시 나가리였고 두 번째로 각인한 물건을 클릭하니 ‘사용’ 버튼이 나왔다. 오랜만의 해킹 메뉴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이제는 스탯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안다. 남부 지방에서 고블린들의 심부름을 해주면서 돈도 많이 모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그래서 능력치 부분을 지나쳤다. 아이템이라든가, 지형이라든가 뭔가 다른 부분을 개선해 보고 싶었다.


딱 하나의 수치를 고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목 구간 딱 한 곳의 문제를 해결해서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개선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화면에 띄워진 메뉴를 하나씩 손으로 짚어가면서 읽다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티켓파운틴(Ticket Fountain). ’


<로스트 월드 3>라는 게임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눈에 익은 이름이다. 머룬5 내한 공연 티켓의 취소분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아침부터 계속 들락거리던 사이트의 이름이다.


앨트-탭 키를 눌러 게임화면 밖으로 나왔다. 구입한지 2년이 다 되어 가는 컴퓨터에서, 천 분의 1초 차이로 생사가 갈리기도 하는 게임을 하다 보니 게임 도중에는 웬만하면 다른 화면을 띄워놓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머룬5 티켓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고, 게임 도중에 밖에 나가서 차도 팔고 보드게임도 팔고 하다 보니 인터넷 창이 하나 열린 채로 놔둔 것이다. 9월 6일 머룬5 서울 공연 티켓 현황이 표시되어 있는 티켓파운틴 사이트 화면이다.


<로스트 월드 3> 게임 화면을 다시 띄웠다. 여전히 그 해킹 화면이다. 내 캐릭터의 능력치부터 시작하여 게임의 다양한 요소들을 망라한 메뉴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여전히 그 버튼이 당당하게 위치해 있었다.


‘티켓파운틴. ’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그걸 눌렀다. 아주 익숙한 그림이 화면에 표시되었다. 서울 체조 경기장에서 개최될 머룬5 내한 공연의 자리 배치도다. 스테이지 바로 앞자리부터, 애덤 르빈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을 스테이지 뒤쪽 구석의 가장자리 좌석까지, 모든 좌석이 표시되었다. 모든 자리가 회색으로 칠해져 있다. 판매 완료, 다 팔렸다, 구매 불가, 그러니까 기웃거리지 말라는 뜻이다.


저쪽 세상에서 과제를 해결하고 받은 코드가, 단순히 게임을 넘어서, 이쪽 세계에 존재하는 진짜 무언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오감이 살아있는 꿈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흥분되어 가슴이 뛰었다. 나는 스테이지의 바로 앞, 가운데 자리를 클릭했다.


‘59만 9천 원입니다. 결제하시겠습니까?’


무슨 의미일까. 결제하겠냐는 말이 무슨 뜻이냐는 말이다. 이 자리를 포함해서 현재 콘서트의 모든 자리는 이미 티켓이 팔려나갔다. 만약 돈만 나가고 티켓은 구할 수 없다면? 오늘 운이 좋아 팔자에 없던 500불을 벌었지만, 60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캐릭터의 능력치나 특정 지역에 대한 접근권 따위를 고치는 일은, 게임 운영 측면에서 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저 숫자 한두 개를 고치는 것뿐이다. 하지만 콘서트 티켓은? 생각해보면, 그것도 숫자에 불과하다. 수만 명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에서 치팅이 가능하게 만드는 해킹툴이, 티켓 예매 사이트를 해킹 못 할 이유가 없다.


‘59만 9천 원입니다. 결제하시겠습니까?’


나는 ‘예’를 눌렀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화면에 나오는 지시에 따라 결제를 끝냈다.


‘감사합니다. S 구역, 19A 좌석, 예약되었습니다. ’


나는 한국 티켓파운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에 9월 6일 금요일 8시, 머룬5 내한공연 좌석을 예매했는데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고객님?”


“네. ”


전화 저편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로또 번호를 맞춰보는 순간, 아니 어머니에게 가져다드려야 할 성적표를 받아 펼쳐보는 순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1초, 2초, 3초··· 그리고 전화선 저편에서 콜센터 직원이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S 구역, 좌석 번호 19A. 예약되셨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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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귀환불능점 19.10.04 47 3 7쪽
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4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 40. 진짜 해킹 19.09.29 37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4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0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1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39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3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6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3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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