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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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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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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8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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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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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41. 수상한 소포

DUMMY

41. 수상한 소포


‘이 자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일할지,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다가 이전의 코드 브레이커처럼 타락해 버릴지 어떻게 아십니까?’


예전에 들었던 키리 여자의 목소리다. 그녀는 타락이라는 말로 뭘 의미한 걸까? 지금까지 나는 그것을 게임 내적인 요소에 국한해서 생각했다. 저 말이 전 코드 브레이커, 블리츠크릭에 관한 것이라면, 그가 행했던 수많은 악행들, 그러니까 도둑질, 계약 파기, 양민 학살 같은 것들이 타락이라고 볼 만하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은 여전히 게임 내 컨텐츠에 관한 것이다.


코드 브레이커에게 주어지는 해킹의 기회라는 것이 <로스트 월드 3>라는 게임 바깥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타락의 범위는 한없이 넓어져 버렸다. 코드 브레이커의 해킹은 결국 숫자 한두 개를 바꿔치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 경제의 거대한 시스템에 숫자로 치환되지 않은 부분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은행 계좌 잔고, 증권 거래 내역, 수출입 계약서, 세금 납부 정보는 물론이고, 인구 센서스나 투표 결과까지도 모두 숫자로 기록되어 전산상에 저장된다. 이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면, 단순히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타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저쪽 세계, 즉 킬데어는 이쪽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구인 김준우 역시 이쪽 세계에 포함된 요소다. 나의 타락에 분노한 오크 현인이 번개를 불러와 내 머리 위로 내리꽂지 못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이미 많이 벌어졌다.


끙끙거리며 고민해 봤자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아니, 별다른 힌트도 없다. 일은 이미 벌어졌다. S 구역 19A번 좌석이 원래 누구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걸 빼앗아 버렸다. 타락했다. 이대로 잠이 들고, 저쪽 세계로 넘어가면, 네이어스는 재판정에 세워지는 걸까? 그리고 그 키리 여자의 목소리가 나를 심문하게 될까?


잠이 드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런 기괴한 초자연적 현상으로부터 나를 구해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피할 수 없는 것, 부딪쳐 보자고 생각하고 침대에 누웠다.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다 보니 평소와 달리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나는 어느새 킬데어에서 깨어났다. 파화라 공국의 수도, 낸터킨의 한 여관이었다.


“손님! 일어나셨군요. 너무 곤히 주무셔서 깨우지도 못했습니다그려. ”


내 방문을 열고 나오자 1층 카운터 쪽에 서 있던 여관 주인이 2층 난간을 붙잡은 채 선 나를 보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나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제국 우편 특송이네요. 발신자 이름은 없고, 소인은 아르몽이군요. 남쪽 샤를로츠 공국에서 온 거네요. ”


발신자 이름이 없고, 아르몽에서 보냈다? 반다르 고블린 쪽에서, 이번에는 나를 노리고 있는 건가? 좀 강압적인 방법이기는 했지만, 간밤에 타고 온 말은 빼앗은 게 아니고 빌려 온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여관주인에게 부탁해서 돌려보내도록 하지 않았던가. 말을 타고 도망칠 때, 어디로 가는지도 나는 분명히 밝혔다. 쫓아 오려면 쫓아올 수 있었고, 벌써 도착했을 것이다.


혹시 뭐, 독침이라든가 폭탄 같은 것이 들어 있는 건 아닐까? 고블린도 도적이나 연금술사가 있으니, 그런 소포를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 소포의 크기는 보드게임 중에 좀 큰 게임의 상자 크기 정도였다. <아캄 호러>나 <룬바운드> 같은 종류들. 그 정도 크기라면 여관 하나 정도 날려버릴 크기의 폭탄도 넣을 수 있고, 독침이라면 아마 스무 개가 동시에 발사되는 장치라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인 양반, 혹시 소포가 폭발한다거나 그런 사고가 생기면 우체국에서 책임을 져줍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소포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어떻게 압니까?”


“손님은 참, 뭐랄까, 조심스러운 성격이시군요! 그렇게 의심이 가시면 제가 열어드리죠!”


“잠깐, 잠깐!” 입맛을 다시면서 상자를 열려는 자세를 취하는 여관 주인을 향해,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왜 그러십니까?”


“어찌 그리 조심성이 없소! 일단 상자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열이 나지는 않는지, 크기에 비해서 무게가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는 않은지 좀 알아보고 열어 봅시다. ”


조심성 없이 상자를 열다가 여관 전체가 날아가기라도 할까 봐, 나는 계단을 서둘러 내려오며 장황하게 떠들었다. 벙찐 얼굴로 여관 주인이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상자에 귀를 대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상자 위로 얼굴을 가져가 코를 벌름거려보았지만 별다른 냄새도 없었다.


“손님이 너무 그러시니까, 뭐가 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빨리 좀 열어 봅시다. ”


“특송으로 부치면 원래 이렇게 빨리 옵니까?” 나는 미심쩍은 마음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물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존이나 쿠팡도 아니고 무슨 중세 시대 우편이 이렇게 빨리 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말씀을 듣고 보니 빨리 오기는 했네요. 소인이 찍힌 날짜가 겨우 어제인데. ”


“저, 여관 주인. 이거, 그냥 갖다 버려주시오. ”


소포에 뭔가 좋은 것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판국에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 내게 존재하는 양쪽 세계의 연결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어제 콘서트 티켓 예매를 하면서 확인하지 않았던가.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나는 아이템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손수건에 싸인 진주가 그대로 있었다. 진주를 고정하는 보석 틀, 그리고 금줄도 그대로 있었다. 이 물건의 핵심은 물론 진주고, 물건 가격에서 진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99. 99% 정도 되기는 하겠지만, 이걸 그냥 ‘비늘 진주’라고 부르는 건 말이 안 된다. 어제 블리츠크릭의 소지품 사이에서 찾아냈던 ‘한의 눈물’ 그대로다. 심지어 이 목걸이를 싸고 있던 손수건도 어제 그 모양 그대로다.


“저, 손님, 이렇게 고급스러운 소포를 그냥 가져다 버리라는 말씀입죠?”


어느새 여관 주인이 옆에 다가와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에게서 떨어졌다. 상자를 들고 오다니! 터지면 같이 죽기라도 하자는 말인가?


“잠깐! 그 상자를 테이블 위에,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아 주시오.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소!”


“정말 까탈스러운 성격이시군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여관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상자를 다시 테이블 위에 놓았다.


“심한 자극을 가하지 않으면 폭발하지는 않는 것 같으니, 일단 테이블 위에 좀 놓아두시오. 나는 곧 짐을 챙겨서 나가겠소. 그다음에 어디에 가져다 버리시든가, 뭐가 들었는지 그렇게 궁금하면 열어 보시든가 하시오. ”


“방금 일어나셨는데, 식사는 안 하십니까?”


“그 상자가 무서워서 어디 먹겠소? 시장에 가서 사 먹을까 하오. ”


“지금 가시는 겁니까, 시장은?”


“그건 왜 물어보시오?”


“나가시면, 상자를 열어보려고 그러는 거죠. ”


“주인장도 만만치 않으시군. 알겠소. 지금 나가서 아침을 먹고 올 테니, 내가 나가면 제발 5분만 기다렸다가 열어 보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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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귀환불능점 19.10.04 47 3 7쪽
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4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6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4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3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0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1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39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3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1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5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0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6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3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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