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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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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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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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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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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도시의 그림자

DUMMY

44. 도시의 그림자


그래서 우리는 선술집으로 갔다. 시타델은 대도시라서, 여관을 겸하지 않은 선술집도 많다. 조련사는 내게 묻지도 않고 시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벼락 맞은 버드나무’ 간판이 보였다. 게임을 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가게의 간판들이 나름대로 개성이 있었다. 그냥 옹이가 파인 나무판에 글자를 새긴 것인데, 21세기에 가져다 놓으면 자연주의니 미니멀리즘이니 하면서 찬사를 받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이봐, 윌리엄! 여기 사과주 두 잔 주게, 양고기 육포도 좀 주고. ” 조련사는 선술집에 들어가자마자 바 앞의 자리를 끌어 앉으며 외쳤다.


“조셉! 어서 오게나. 오늘은 여기서 영업이 끝났나 보구만. 오랜만에 왔으면 집에 곧장 들어갈 일이지, 여긴 또 왜 왔나?” 바 건너편에서 술잔을 닦던 주인장이 쾌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조련사 조셉은 이 집 단골인 모양이다. 주인장 윌리엄이 내게 물었다. “손님, 사과주 괜찮으시겠어요? 조셉 이 사람은 아무한테나 자기 취향을 강요해서 문제예요. 허구헌날 사과주에 육포니까. ”


“저는 좋습니다! 사과주도 맛있겠죠. ”


사과주와 육포가 나왔다. 주인장은 인심 좋게도 야채수프를 공짜로 가져다줬다. 육포가 너무 딱딱하면 수프를 곁들여 보라는 것이다.


“캬~. 이 맛에 사는 거지. ” 조셉은 사과주를 꿀꺽꿀꺽, 한달음에 반이나 들이키고 나서 말했다. 그리고 주인장에게 외쳤다. “이봐, 윌리엄! 물도 좀 달라고. ”


조련사 조셉은 비행 중에 못다 한 말을 이어갔다. 북쪽 오크, 서쪽 오크에 이어 동쪽 키리와 남쪽 고블린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쪽에 사는 키리는 전쟁의 신 ‘키릴린’을 모시는 광신 집단이라고 한다. 그들의 모습은 인간 사회에 동화되어 살고 있는 ‘이롤’과 거의 똑같다. 피부색이 조금 더 어둡다고 하는데, 같은 종족 내에서도 피부색은 개인차가 심한 편이라, 피부색만 보고 ‘키리’를 ‘이롤’이나 인간과 구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키리를 제대로 알아보는 방법은 딱 하나죠. 아주 직빵입니다. 바로! 마늘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난다는 거죠. 맨날 마늘만 처먹는지, 키리 놈이 입만 열었다 하면 말을 하기도 전에 우선 마늘 냄새 때문에 아주 죽겠어요. 말을 듣기 전에 이미 질려버린다는 거죠, 제가 드리는 말씀은. ”


사실 고블린을 제외하면 외계 종족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었다. 전장에서 만나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을 만났다고 표현하기는 좀 어렵지 않은가. 피와 땀 냄새가 진동하는 전장에서 키리 전사가 입 좀 열었다고 해서 전반적인 냄새가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조셉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키리가 입을 열면 마늘 냄새가 심하겠구나 정도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조셉이 하는 고블린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연 그가 하는 키리나 오크 이야기를 믿어도 되는지 의심이 생겼다. 나는 2주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거의 고블린과 생활을 해왔다고 해도 될 정도다. 매일 그들의 심부름을 하며 뛰어다녔고, 심지어 잠도 고블린 여관에서 잤다. 고블린 여관이 인간 여관에 비해 더 깨끗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셉이 이야기하는 고블린 이야기는 내 경험과 많이 달랐다.


“일단, 이 고블린 놈들은, 돈밖에 몰라요! 모시는 신부터가 야하스파, 돈의 신 아닙니까! 상업의 신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그거죠, 뭐. 오크 놈들은 자식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고블린 놈들은 아마 자식을 팔아먹을 거예요! 뻔한 얘기잖아요. 고블린 놈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떼어먹힌 사람들 얘기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요. ”


“사기를 당했다는 말씀이죠?” 내가 물었다.


“그럼요! 사기죠! 고블린한테 물건을 하나 산다고 해보죠. 활을 산다고 합시다. 고블린 상인한테, 이 활 괜찮아 보이는군, 얼마냐? 이렇게 물으면, ‘10골드입니다, 손님. ’ 이렇게 아주 정중하게 대답한단 말예요! 그런데 그다음에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


“시위, 그러니까 활줄은 별도라는 거예요. 10골드 주고 활 가져가려고 하면, 활은 10골드지만, 활줄은 하나에 2골드다. 이렇게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요. 그러면서 줄 하나는 2골드지만 세 개 사면 5골드에 드리죠. 이러면서 활줄이 끊어지는 황당한 일이 의외로 얼마나 잘 일어나는지, 그런데 여분 활줄이 없으면 얼마나 곤란한지, 아주 길게 이야기하거든요. 그러면 이놈들이 얼마나 말빨이 좋으냐 하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타고난 사기꾼들이죠. 그래서 결국은 10골드에 사려고 했던 활을, 줄 세 개 포함해서 15골드 주고 사갖구 나오게 된다, 이 말이죠. ”


“하하하! 재미있네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입니까?” HP와 질레트가 판치는 현대 세계를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으니까 한 말이다.


“아니 그럼 그게 정상입니까? 활하고 활줄을 따로 파는 놈들이 고블린 말고 어디 또 있나요?”


“저는 활을 별로 안 써봐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정말 활줄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여분이 있는 게 참 좋을 것 같아서요. ”


“나중에는 활에 활줄 끼워주는 것도 돈 달라고 할 놈들입니다, 그놈들이. 게다가 놈들이 얼마나 더러우냐 하면, 말도 하지 마세요. 고블린 녀석들은 물건 팔고, 시장을 돌아다닐 때는 옷을 깔끔하게 입고 다니지만, 집에서는 그렇게 더럽다는 겁니다. 집안에서는 속옷도 입지 않고 돌아다니고, 며칠 동안 목욕을 안 하는 건 예사고, 그러다가 밖에 나올 일이 있으면 향수를···”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제가 고블린 여관에 묵은 적이 있는데, 아주 깔끔하던데요?”


“아유, 손님, 아니 젊은이. 그건 거기가 영업장소니까 그런 거죠! 여관은 장사하는 곳 아닙니까? 제가 얘기하는 건, 집 얘기예요. 그놈들이 사는 집!”


그렇게 얘기하면, 별로 할 얘기가 없었다. 내가 고블린들 심부름을 많이 다니기는 했지만 고블린이 사는 집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편지를 전할 때도, 대개는 마을 회관 같은 곳에 편지를 배달했다. 그렇게 하면 그곳을 지키는 서기 역할의 고블린이 편지를 본인에게 전해준다. 내가 접해본 고블린 영역은 결국 그들의 공적 영역에 국한된 것이다.


그렇게 조셉과 몇 시간을 수다를 떨었지만, 조셉의 입을 빌려 해저의 목소리나 다른 존재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아주 평범한 시간이었다. 사실이든 그냥 소문에 불과하든, 조셉의 구수한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새 마음도 편해져서, 머룬5 티켓 해킹 사건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킬데어 제국 시민으로서의 삶도 평안하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과제를 맡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결국 해결했고, 보상으로 아주 좋은 왼손 무기도 받았다. 게다가 그건 전초전에 불과하다. 고블린 사이에는 전설로 전해지는 커다란 비늘 진주가 내 손에 있다. 그걸 가지고 솜씨 좋은 대장장이를 찾아 부탁을 하면, 내게도 이제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무기가 생기게 된다. 고블린들 사이에서 각종 심부름을 하면서 돈도 모으고 경험도 얻었다.


“이봐, 조셉. 마누라가 보기 싫은 건 이해하지만, 벌써 열한 시라고. 간만에 집에 돌아와서, 그러는 거 아냐. ” 이야기를 끊을 줄 모르는 조셉에게 술집 주인 윌리엄이 말했다.


“아이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 맞아, 그러면 안 되지. 고마워, 윌리엄. ” 그렇게 말하고, 조셉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내게 말했다. “이봐요, 손님! 오늘 밤 묵을 곳은 정했수? 여관에 가서 냄새나는 사내들 사이에서 새우잠을 자느니, 우리 집으로 와요! 손님 한 명 정도 재워줄 공간은 있으니. ”


나는 냉큼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킬데어 제국의 보통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건 컴퓨터 게임 <로스트 월드 3>에는 아마 구현되어 있지 않은 부분일 것이다. 나는 술값을 허둥지둥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먼저 나온 조셉은 하늘의 달을 보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매일 로크 운전만 하니, 온몸이 찌뿌드드해요. 가끔 기지개를 켜줘야죠. 이렇게. 으다다다다!”


시타델은 지상 5층과 지하, 이렇게 총 6층으로 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셉의 집을 따라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시타델에서 가장 넓은 층은 시장과 각종 시설이 모여있는 1층, 그리고 고급 상가와 왕의 정원이 함께 있는 2층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고, 늘 1층과 2층을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술집을 나와 시장을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가로질러 나오니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는 골목들이 이어졌다. 평소에 잘 오지 않는 곳이다. 간판도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야 뭐 하는 집인지 알 수 있는 그런 가게들이었다. 모험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플레이어들은 올 일이 없는 곳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같더니, 처음에는 서서히 그리고 나중에는 급하게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말하자면 0. 5층, 또는 반지하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시타델은 한쪽이 성벽, 다른 쪽이 산으로 막힌 공간이다. 그 반지하의 공간은 산 쪽을 동굴처럼 파낸 공간이었다. 옛 성벽이 무너진 곳이나 하수도로 쓰이는 하천 옆으로도 그런 공간들은 이어져 있었다. 이곳이 시타델 전체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먹여 살리는, 즉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원천이었다. 하층민들의 생활공간이었다.


가로등 같은 것은 없었지만, 골목을 가득 채운 작달막한 집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으로 길은 어둡지 않았다. 처음에는 악취로 숨을 쉬기 힘들었지만, 코가 점차 적응하면서 참을 만해졌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내려가다가 갑자기 조셉이 멈추었다.


“여깁니다. 누추합니다만, 들어오시죠!”


뭐랄까, 정말 누추했다. 골목에서 집안으로 통하는 문은 왼쪽 아래가 깨져 있었다. 쥐가 아니라 고양이도 드나들 수 있는 크기였다. 난방과 요리를 겸하는 화톳불이 한쪽 벽에 있고, 나머지 공간에 잡다한 집기들과 함께 조셉의 아이들이 마치 짐짝처럼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여섯 명. 가장 큰 아이는 엄마아빠와 키가 비슷한 걸로 보아 십대 후반으로 보였고, 나머지 아이들은 큰아이로부터 두세 살씩 어려지는 패턴이었다. 가장 작은 아이는 여섯 살 정도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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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귀환불능점 19.10.04 49 3 7쪽
»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8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9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5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40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7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7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9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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