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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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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를긋다
작품등록일 :
2019.08.22 00:57
최근연재일 :
2019.10.04 06: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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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5
추천수 :
161
글자수 :
202,860

작성
19.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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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5. 귀환불능점

DUMMY

45. 귀환불능점


조셉의 아내는 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랜만에 들어온 남편이 웬 사내를 데리고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조셉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마지막으로 태워드린 손님인데, 주무실 곳이 마땅치 않아서! 얘들아, 인사해라. ”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인사했다. 아내의 표정을 봐도, 졸린 아이들의 눈을 봐도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 나간다고 하면 조셉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건지, 엉겹결에 적당한 핑계가 생각났다.


“조셉, 생각해보니까 이곳 여관에 뭘 가져다줘야 하는 게 있었는데, 그걸 깜빡했네요. 낸터킨의 여관 주인에게서 부탁받은 물건인데, 늦더라도 오늘 중에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


“그래요? 이것 참, 어쩔 수 없게 됐네요. ”


“마침 초대를 해주셨는데, 제가 다음번에 한 번 정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아이구, 그래 주시면 감사하고요. 얘들아, 이것 참, 다시 인사해라. 손님 가셔야 한단다. ”


졸린 눈을 부벼대며 하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쓰던 무기들에 더해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패링 단검까지 있어 가방 짐이 묵직했다. 골목길을 얼마 걷지도 않았을 때, 조셉의 집안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길이 아주 복잡하기는 했지만, 고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만 걸으면 되어서 길을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려갈 때보다 올라올 때가 시간이 덜 든 느낌이었다.


시타델 1층 시장 모퉁이로 나오니, 다시 익숙한 길이었다. 밤이라서 시장은 을씨년스러웠다. 경비병들이 둘씩 짝을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도시라서 가능한 수준의 치안이다. 작은 도시였다면 파장한 다음의 시장은 절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여관 ‘사자 울음’에 도착해서 방을 구했다. 가진 돈이 넉넉해서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여럿이서 나눠 쓰는 싼 방들은 전부 찼지만, 비싸고 널찍한 방들은 오히려 비어 있었다. 킬데어를 지구의 ‘옛날’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별의 문명이 발전하더라도 이런 것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입안이 씁쓸해졌다. 조금 전 조셉의 집에서 보았던 빈부격차도.


지구로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지, 몸이 피곤해졌다. 깨끗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캘리포니아에서 잠이 깬 나는 컴퓨터부터 켰다. 머룬5 공연 티켓이 무사한지 궁금했다. 예약 확인을 누르니 어제 보았던 화면이 나타났다. S 구역 19A 번 좌석 예약 완료.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웃음이 지어졌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넷 창을 닫고, <로스트 월드 3>를 구동했다.


길마의 인사말과 거의 동시에, 다른 사람의 귓말이 들어왔다. 궁그미였다!


‘안녕하세요, 네이어스 님. 저 길드 가입했어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


‘앗, 궁그미 님, 아니 하연서 님! 언제 길드 가입하신 거예요?’


‘바로 조금 전에요. 오늘 저녁에 가입했어요. ’


우리 길드 가입 조건이 뭐 복잡하다든가 까다로운 건 아니지만, 하연서가 굳이 나와 같은 길드를 찾아서 가입한 것이 기뻤다. 토너먼트 개최 이후로 길드 가입자가 늘어난다고 하던 길마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 길드는 뭐 구속 받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10명 더 들어와서 그중에 두세 명만 열심히 활동해도 훨씬 좋아지지 않겠어?”


궁그미. 이롤린의 사제. 레벨 29.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는데, 사냥꾼 아이스탑이 길드 채팅 창에 썼다.


“헉. ”


“네? 무슨?” 누군가가 대꾸했다.


“죽었다네요. ” 아이스탑이 다시 썼다.


“죽다뇨? 누가요?”


“이 게임 하다가 식물인간 됐다는 사람 있잖아요? 얼마 전 기사에 났던, 로스쿨 학생. 며칠 전에 사망했다고. 기사 떴어요. ”


“아이고, 안 됐네요. 부모님 억장이 무너지겠네. ”


“WHO가 게임 중독도 병이라고 할 때는 다들 비판하더니, 기사 댓글이 오늘은 정반대네요. 지나친 게임, 규제해야 한다고. ”


“근데 그 사람 혹시 클래스가 뭐였는지 아세요?” 누군가가 채팅 창에 썼다. 나도 궁금했다. 어떤 클래스가 그렇게 사람을 잡는지.


“내가 알기로는, 화염 법사인데. ” 이 게임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길마가 대답했다. “그 사람 거의 네임드 수준의 화염 법사라고 하더라고. 춤추는 불꽃 세트라고, 마법사 티어 2 세트 처음으로 맞춘 사람이라고 들었거든. ”


“뭐라고?”


채팅 창에 그렇게 쓴 것이 아니라, 나는 입으로 소리 내서 그렇게 말했다. 마우스를 쥔 손의 감각이 이상했다. 더 이상한 생각이 들어버리기 전에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채팅 창에 빠르게 입력했다.


“춤추는 불꽃 세트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나요?”


“내가 알기로는 아직도 별로 없어. 그거 구하기 엄청 어렵거든. 구해야 하는 재료들이 워낙 쟁쟁해 놔서. ” 길마가 대답했다.


“그래도 설마 한 명은 아니겠죠?”


“아, 네이어스 님! 혹시 그때 생전 처음 PK 당했다고 했을 때, 상대방이 화염 법사였다고 했죠? 춤추는 불꽃 세트 입은?” 화광마가 끼어들었다.


“네. ”


“그 사람인 것 같은데. 설마 했는데, 죽은 사람이 아는 사람일 줄이야. ” 길마가 말했다. “춤추는 불꽃 세트 처음으로 입은 사람이 아마 그 사람일 거야. 지금은 한두 명 더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 세트 입은 사람이 그 사람 하나였다고 하더라고. 아이디가 무슨 블. . ?”


“블리츠크릭요?”


“아, 맞다. 블리츠크릭.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때 아이디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손이 심하게 떨렸다. 채팅 창에 뭐라고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블리츠크릭이 현실 세계에서 사망했다. 내가 그를 사냥했던 바로 그 시각에.


‘놈의 목숨을 끊은 것은 나요, 친구.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


나는 크누트가 돌아오는 마차에서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뇌의, 마음의 방어 본능이다.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모든 아이템이란 게 그렇지 않소? 빈사 상태에 빠지면, 그러니까 정신줄을 놓고 기절해 버리면 마법 효과는 발동하지 않지. ’


머릿속에 프로데가 했던 말이 울렸다. 크누트는 죽음 직전에서 휘청거리고 있던 블리츠크릭의 등을 살짝 떠밀었을 뿐이다. 그를 빈사 상태로 몰아넣은 것은 나다. 결과적으로 그를 죽인 것은 나다. 프로데가 고블린식으로 화통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환청이 들렸다.


‘잘했소, 친구. 반다르 고블린의 원수 놈을 아주 죽여놨군!’


살인을 했다는 자각과 함께 깜깜한 공포감도 밀려왔다. 꿈속에서 죽으면, 이곳 지구별에 잠들어 있는 내 육신도 죽어버린다. 단지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오크 현인, 키리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해저의 목소리가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 그렇게 내 머릿속에 말하는 것 같았다.


***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1부 끝.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다른 세계를 해킹하는 회사원> 제1부가 끝났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곧 다른 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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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귀환불능점 19.10.04 49 3 7쪽
45 44. 도시의 그림자 19.10.03 35 2 11쪽
44 43. 로크 조련사 조셉 19.10.02 34 2 8쪽
43 42. 기도하는 롱소드 19.10.01 28 2 8쪽
42 41. 수상한 소포 19.09.30 32 2 8쪽
41 40. 진짜 해킹 19.09.29 38 2 10쪽
40 39. 사라진 보석 19.09.28 28 2 9쪽
39 38. 세 번째 코드 19.09.27 31 2 7쪽
38 37. 죽은 자의 손수건 19.09.26 35 2 7쪽
37 36. 몰이사냥 19.09.25 34 2 11쪽
36 35. 계약 이행 19.09.24 37 2 8쪽
35 34. 형제간의 불화 19.09.23 41 2 7쪽
34 33. 귀국 준비 19.09.22 42 2 8쪽
33 32. 블리츠크릭 19.09.21 39 2 8쪽
32 31. 용병과 고블린 19.09.20 40 2 8쪽
31 30. 큰 아들 하랄드 19.09.19 46 3 9쪽
30 29. 고블린의 초대 19.09.18 54 3 8쪽
29 28. 파설귀 19.09.17 52 3 7쪽
28 27. 뉴스 19.09.16 55 3 9쪽
27 26. 고블린과 친해지기 19.09.15 56 3 7쪽
26 25. 세 번째 과제 19.09.14 53 3 7쪽
25 24. 노력할 계기 19.09.13 51 3 7쪽
24 23. 괴수와 엘릭서 19.09.12 50 3 7쪽
23 22. 융문의 괴수 19.09.11 60 3 8쪽
22 21. 아를레키노의 구직 활동 19.09.10 58 3 7쪽
21 20. 해커의 자괴감 19.09.09 64 3 8쪽
20 19. 토너먼트 19.09.08 64 3 11쪽
19 18. 고급 여관 19.09.07 67 3 9쪽
18 17. 밤하늘 19.09.06 74 3 12쪽
17 16. 노인의 저글링 19.09.05 7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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