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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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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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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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8)

DUMMY

8.



그 안에는 거대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거대 그림자 짐승이 있긴 했는데...


문제는 역시나 지능이 없었다.


소영기습으로 적당히 피하면서 때리니까 잡는 것은 금방이었다.


“이게 원흉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요...”


나는 그 크기에 걸맞게 다른 그림자 짐승에 비해 느린 속도로 흩어져 가는 거대 그림자 짐승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그 그림자 짐승들이 생겨난 원인일 리가 없다.


뭔가가 그림자 짐승들을 조종하지 않았더라면 세 마리씩 무리지은 그림자 짐승들이 굳이 내쪽으로 몰려올 리가 없잖아?


그런데 이 녀석은 분명 크고 강하긴 했지만 그냥 크고 강한 그림자 짐승이라는 느낌이지, 그것들을 조종했다는 느낌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끝난거 같긴 한데...’


여기서 더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없기도 했고, 몇 개의 방을 지나면서도 오르지 않았던 레벨이 다시 하나 오르기도 했다.


검 소환은 4레벨, 소영기습은 2레벨...


검 소환 레벨이 하나씩 하나씩 오를때는 제대로 느낀건가 착각인가 애매할 정도였는데, 4레벨이 되고나자 요도 후소(가짜)에 정말 미세하게나마 요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외형 정도만 복제해 왔던 1레벨에 비해 레벨이 오를수록 원래 검의 특성까지도 복제되는 모양이었다.


이제 근처에 그림자짐승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요도 후소(가짜)를 소환하여 들고 있는 상태였다.


거대 그림자 짐승이 쓰러진 그 위쪽으로 검은 빛무리가 둥실둥실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흐음.’


부수라는 거겠지?


나는 그 검은 빛무리에 대고 검을 휘둘러 보았다.


검은 빛무리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흩어져 버린다.



-[던전]을 클리어 했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십시오.

-전 세계에서 최초로 던전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업적]창을 확인해 주세요!



나는 눈 앞에 떠오른 네모네모반투명창에 떠오른 글씨를 대충 읽고 일단 닫았다.


근데 전 세계 최초라고?


이런게 여기 말고도 더 생겨났나?


그림자 짐승의 강함을 생각해보면 크게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처럼 보자마자 저게 왜생겼나 알아보겠다면서 찾아나설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나는 검은 빛무리가 사라지며 뿅 튀어나온 반지부터 확인해 보았다.


집중해서 바라보자 네모네모반투명창이 떠오르며 반지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보호의 반지(매직)

보호의 마법이 새겨진 반지. 착용자에게 가해지는 유효한 피해를 1회 없었던 것으로 만든다. 보호 효과는 하루에 한 번만 발동하며, 같은 효과의 아이템은 재사용 대기시간을 공유한다.



좋은데?


나는 반지는 일단 손가락에 대충 끼워 놓았다.


보호막을 펼치거나 일정 충격까지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 1회를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아낼 수 있는 충격량에는 한계가 없다.


다만 유효한 공격이라면 무조건 한 번 막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기습이나 저격을 상대로는 이점이 있지만 정면에서 싸우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손해였다.


가벼운 견제도 한 번 막아낸 다음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약한 육신 때문에 무조건 회피와 공격을 동시에 해야 하는 내게는 보험으로 나쁘지 않았다.


꼭 전투가 아니더라도 갑자기 교통사고같은게 날 수도 있는 거고.


업적 창도 열어 보았다.



-칭호 [던전 얼리 어답터]를 획득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경험치를 5% 추가 획득하고, 더 좋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도 5% 늘어납니다.



“으음~”


뭔가 수치가 미묘하긴 하지만 어차피 공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쁠 것도 없겠지.


공격력을 올려주거나 뭐 그런 효과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돌아서 나가면 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들어올 때 비석에서 그랬던 것처럼 검은 빛이 나타나서 다시 나를 감싸 온다.


어느새 내가 다시 검은 비석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차이점은 검은 비석이 쩌적 소리를 내며 점점 거미줄같은 금이 생겨나고 있다는 거였다.


비석의 갈라진 틈에서는 환한 빛이 새어나왔고... 어느새 한계에 달한 듯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아무래도 내가 던전 클리어를 했기 때문이겠지.


‘이게 왜 생겨났는지는 안 알려주나 보네요?’


내 호기심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지만, 누가 가르쳐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일단 요도 후소(가짜)를 되돌려 보내곤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원래 여기서 노숙할 생각이었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그러기엔 꽤나 위태할 것 같다.


물론 나는 방랑무녀였기 때문에 안전하게 노숙할 수 있는 수단도 여럿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부적도 없었고, 경계를 부탁할 귀신이나 요괴도 없었다.


지금 당장은 그림 속의 떡이라는 얘기다.


다행히 현대 사회에서는 안심하고 하루 정도는 위탁할 만한 장소가 여럿 있었다.


굉장히 바쁜지 지금은 전화도 안받긴 했지만 소방서라던가, 경찰서 같은 장소가 그랬다.


어쨌든 24시간 누군가는 있는 장소였고, 하루 정도는 지붕을 빌릴 수 있을 거였다.


나는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거 약간 잘못 생각했을지도...”


나는 선혈이 낭자한 공원을 보며 눈살을 찡그렸다.


시체.


피.


죽음.


이제와서 시체 좀 본다고 비위가 상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유쾌하거나 할 리도 없었다.


무엇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그림자 짐승은 정말로 약했고,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맨몸으로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경찰이나 군인이라면 어렵잖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근데 이 정도로 피해가 났다고?


물론 그림자 짐승들은 죽이고 나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니까, 그림자 짐승들에게도 많은 피해를 주었을 수도 있다.


그건 분명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피해가 날 수 있나?


총이 있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찰은 전화하면 몇 분 내로 달려오지 않았나?


그러나 이 것은 애초에 경찰이나 군대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는 소영으로서의 소소한 지식만 가지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 생각이었다.


오래지 않아 알게 된 일이지만 [검은 비석]은 이 동네에만도 여러곳에 나타났고, 한 지역에서 여러개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면 동시에 출동하는 것이 쉽지않은 일이었다.


신고가 들어오는대로 출동할 수 있다면 소방서에 하는 장난전화가 위험하다는 말 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거였다.


맹수들에 의해 인간이 희생되는 것도 자연의 한 섭리일 수 있지만, 저들은 분명 그 밖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냥 보아넘길 수 없는, 분명 배제해야 할 대상.


그 때.


-도와줘!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돌아보니, 아까 약간 도움을 받았던 소년의 귀신이다.


“무슨 일이신가요?”


뭐 예상이 안되는건 아니긴 한데.


-소희가 위험해!


잘은 모르겠지만, 아까 그 소녀의 이름이 소희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생전에 가보고 싶었던 관광지 같은 곳이나 돌아다녀보시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요. 뭐 이 정도 상황일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했던 말이긴 하지만요.”


약간은 반갑기도 했다.


아무 힘도 없이 두둥실 돌아다닐 뿐인 소년의 귀신이지만, 어쨌든 무녀의 가장 큰 장점인 망자와의 소통을 써먹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했다.


물론 천지사방에 널린 것이 귀신이었지만 이 소년이라면 내 부탁을 꽤나 성심성의껏 들어줄 것 같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고보니 요괴를 하나도 못봤네요.’


하기야 소영의 기억으로 미루어보면 아직까지 요괴가 있는 것이 더 신기할지도 몰랐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역시 일종의... 신앙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누가 요괴를 믿는가?


과거 영계와 현계는 믿음이라는 끈으로 단단히 연결된 두 척의 배나 다름 없었다.


영계의 존재들이 모두 죽어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믿음의 끈이 끊어진 순간 두 배는 떨어져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고, 서로가 있다는 것은 알아도 오고갈 수단 역시 없어질 거였다.


요괴가 없으면 무녀로서는 영 좀 그렇긴 한데... 이미 없는걸 뭘 어떻게 해.


일단 이동하며 소녀의 상황을 전해듣는다.


다행히 아직 죽거나 한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꽤나 위태한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괴물]에게 쫓겨서 급히 대피한 상황이라고 할까... 그림자 짐승들만큼 멍청한 것들은 아닌지 건물 주위를 맴돌며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년의 입장에서는 대피할 수 있는 길 같은 곳이 내려다보이긴 했는데 당연하게도 그걸 전달할 수단은 없다.


원귀만이 아니라 수호령같은 것도 재능이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아니면 알려지면 천년이 지나도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계속 전해내려올 정도 감정이거나...


물론 그 당시는 인구가 지금에 비해 훨씬 적긴 했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내가 방랑무녀로 떠돌아다니는 동안 본 수호령은 한손에 꼽아도 손가락이 여유로울 정도로 적었다.


가족이나 연인 곁에 남아서 떠도는 귀신들이야 많지만 일반적인 귀신과 수호령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도 좀...


당연히 이 소년이 소녀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지만, 다행히도 나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내가 던전을 돌고 나오는데 크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고... 소녀가 그 사이 그리 멀리까지 간 것도 아니었다.


소년과 만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문제의 장소에 도착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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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초련初戀 (9) 19.09.07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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