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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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네
작품등록일 :
2019.08.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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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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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련初戀 (29)

DUMMY

29.



예상한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올렸던 영상에 대한 것.


“네가 맞다고 하던데.”

“네.”


그래서 뭔가 문제라도, 라는 뜻을 담아 물끄럼히 담임을 바라보는 나였다.


내가 알기로는 교칙에도 딱히 걸릴게 없다.


잘못한 것도 없고 문제될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거부감들기 짝이없는 교무실에 불려와 있어야하는지 의문이다.


“별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제 교실에 돌아가도 될까요?”


담임은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표정이긴 한데...


잘못한게 없으니 혼내고 자시고 할 것은 없을거고... 뭐지?


학교 차원에서 뭔가 할 말이 있는건가?


“잠깐 있어봐.”

“말씀하세요.”

“영상을 보니까 칼 같은거 막 만들어내고 그러던데...”


조금 길게 이어진 담임의 말을 요약해 보자면, 학교에서 칼꺼내서 사고를 칠 것이 우려가 된다는 그런 말이었다.


뭐... 각성자 등록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말이었고,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는 된다.


그러나 꽤나 장황한 이야기 끝에 나온 말은 내 상상을 넘어선 범위에 있는 이야기였다.


학교는 내 생각보다 더 겁쟁이였고, 아무 생각없이 올린 그 영상에 심각하게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어서...


“...전학이요?”


...혹은 자퇴라던가.


나는 눈을 깜박였다.


솔직히 말하면, 학교의 입장이 이해는 된다.


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여겨질 것이다.


내가 왕따고, 이런저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학교 선생들이라고 해서 정말 모를 리가 없었다.


정말로 둔한 몇몇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알면서도 관여하기 싫어서 넘어가는 것이라고 봐야 했다.


물론 나는 딱히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까지 쌓인 원한이 한순간 폭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언제든지 그 커다란 칼을 꺼내들 수가 있었고, 눈 앞에는 그동안 지겹도록 괴롭혀온 애들이 널려 있으니까.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의심에 불과하다.


피해자는 어디까지나 나였을텐데.


담임도 양심이 있긴 있는지 눈빛을 피한다.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인가... 어차피 담임이 먼저 나서서 전학가도록 해보겠다고 나섰을 리도 없는 건데.


‘음...’


이 의사가 어디서부터 나온걸까?


교장? 아니면 다른 애들의 부모들?


어느쪽이던지 상관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학교에서는 나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가 뭉개고 그냥 앉아있는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나를 어쩔 수단은 없다.


소소한 교칙도 어긴적이 없으니까 퇴학이나 정학을 정당하게 때리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억지로 때리자니 이들이 나를 전학시키려고 하는 그 이유가 발을 잡는다.


무력 말이다.


퇴학시킨다고 나를 어디 가두어두고 있는 것도 아닌데 빡돌아서 무슨짓을 할지 누가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나는 전학에는 크게 불만이 없다.


왜냐면 내가 학교에 오는 이유는 무료급식밖에 없었고, 기초수급대상자인 나는 어느 지역의 학교에 가더라도 공짜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치들은 그걸 모른다.


내가 단지 무료급식 때문에 학교에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소희 뿐이니까.


“그냥은 힘들고 약속받는게 있어야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겠네요.”

“무슨...?”

“많은걸 바라는건 아니여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때다 싶어서 드러눕겠다던가 그런건 아니다.


하지만 당장 전학을 간다면 교복을 살 돈조차 없다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내놓는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사회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한 나로서는 옮겨갈 학교를 자력으로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원래라면 전학갈 학교는 부모나 학생 본인이 알아보는 것이 보통이긴 한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마.”

“무조건 받아주셔야되는 부분이여요. 이게 안되면 제가 어떻게 결론을 내리던간에 그냥 옮기는게 불가능해 지잖아요. 교복 새로 살 돈이 없는데 어떻게 전학을 가요?”

“...”

“그럼, 정말 교실로 가 볼게요.”


교무실을 나선다.



* * *



“미안해!”


소희는 대성통곡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분위기만이 아니라... 내 품에 얼굴을 뭍더니 엉엉 울어댔다.


“나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고, 일정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소희가 찍은 그 영상을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올린 것이 아니었다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최소한, 한동안이라도.


나는 소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어요.”


우리는 아직 2학년이었다.


아직 이 학교에 있을 시간은 2년 가까이 남았고, 이 학교에서 그것을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전학, 혹은 자퇴 제의는 나에게만 왔다.


각성자라는 것은 나나 소희나 마찬가지였지만, 원만하다못해 마당발을 자랑하는 소희가 뭔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학교에서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겠지.


그 결과가 이 것이었다.


억울하냐면, 뭐...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불공평하기 짝이없는 판단이기는 했지만 내가 살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쯤은 크게 억울해할만한 조치도 아니었다.


그냥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비하자면 딜이라는 것이 통하는 시대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훨씬 낫지 않은가.


소희가 내 눈치를 살핀다.


보아하니 이렇게 불합리한 일을 겪었는데도 왜 이렇게 평온하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괜찮으니까 괜찮은 거긴 한데...


한숨을 푸욱 내쉰다.


“좋은 일만 오는건 아닌가봐.”

“세상사가 원래 그렇지요.”


사실 오늘은 며칠전에 생겨난 문제점들이 다 해결된 날이기도 했다.


무려 두가지 전부 다.


국방부로부터 현지에서 작전하는 군부대의 도움을 받아 던전을 토벌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내용의 위임장이 나왔고, 영상을 편집해줄 편집자를 구했다.


두가지 일을 우리의 부탁으로 대신 처리해준 소운은, 일이 완료 되는대로 소희의 폰을 통해 연락해 주었다.


내가 담임에게 불려가기 고작 20분 전 쯤의 일이었다.


“...”

“...”


소희는 말이 없어졌다.


여전히 내 (있지도 않은) 가슴에 얼굴을 뭍은 채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소희의 머리를 쓸어 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높았고, 바람은 상쾌했다.


옛날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좋았다.


이 학교는 다른건 몰라도 이곳, 옥상만은 좋았다.


점심시간이라면 누구나 올라올 수 있었고, 벤치같은 것도 있었고...


지금도 소희와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거였다.


나란히 앉은 채, 소희가 내쪽으로 완전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꼭 남녀간의 자세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좀 묘하다.


지나가면서 힐끔힐끔 보고 가는 애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신경 안쓰려고 하긴 하는데, 그래도 조금쯤은 신경이 쓰이는 시선이다.


그러나 소희는 얼마가 깊게 생각에 빠졌는지 우리가 지금 어떤 자세인지나 주위 시선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조차 못채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소희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그렇게 약 5분 정도, 시간이 흘러간 뒤였다.


“결심했어.”


소희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손을 맞잡으면서.


그것도 그냥 손을 맞잡는게 아니라 손가락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끼면서... 얘 이거 의식하고 있는거 맞나?


살짝 당황하는데, 더 당황하게 만드는 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같이 갈래.”

“......네?”

“전학. 너 혼자만 보내지는 않겠어.”


...저 죽으러 가는거 아닌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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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초련初戀 (27) 19.09.26 29 0 9쪽
27 초련初戀 (26) 19.09.25 37 0 10쪽
26 초련初戀 (25) 19.09.24 24 0 9쪽
25 초련初戀 (24) 19.09.22 22 0 9쪽
24 초련初戀 (23) 19.09.21 46 0 11쪽
23 초련初戀 (22) 19.09.20 26 0 11쪽
22 초련初戀 (21) 19.09.19 25 1 8쪽
21 초련初戀 (20) 19.09.18 24 1 9쪽
20 초련初戀 (19) 19.09.17 2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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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초련初戀 (9) 19.09.07 29 0 11쪽
9 초련初戀 (8) 19.09.05 39 0 10쪽
8 초련初戀 (7) 19.09.03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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