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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미션깨고 석유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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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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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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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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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는 어쩌다 망하는가?

DUMMY

2월도 이제 대략 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는 목요일.


나는 광주 북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충장주유소 방문을 위해 산길을 돌았다.


무등산에서 전남 담양군으로 이어지는 무등산 원효계곡의 끝자락에는 충장주유소가 있다.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호를 주유소 이름으로 사용한 충장주유소.


소재지만 광주 북구이지 사실은 담양군에 속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주변이 온통 논밭인 충장주유소가 최근 내게 작은 숙제를 안겨주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전 담양 무정주유소에서 사단이 났던 [초단기 여신]을 제외하면 외상거래는 100% 담보거래를 하고 있다. 충장주유소는 회사에 여신을 쓰면서 주유소를 담보로 제공한 케이스.


5천만원의 여신이라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문제는 수금기일이 자꾸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장님! 자꾸 수금기일이 지연되면 결국 이자를 부담하셔야 할 겁니다.”


“별 수 있나! 이자를 내더라도 DG밖에 기름 살 곳이 없으니까···. 그러지 말고 주유소나 좀 다녀가. 입금할 상품권이 좀 있어서.”


보통 한달에 2번정도 주유소를 들리는데 요즘 부쩍 충장주유소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정유사 영업사원이 자주 찾는 주유소는 십중팔구 문제가 있는 주유소다.


무등산 자락을 구비구비 돌아 충장주유소 홍원희 사장을 만났다. 안부를 주고 받고 최근 판매동향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뒤 본론을 꺼냈다.


“무슨 상품권을 1천만원이나?”


“으.응.거래처에서 외상대금이라며 주고 가지 뭔가?”


이 정도 거짓말을 거짓간파계 중급 스킬 [공심 즉 통심]을 발동시킬 필요도 없다.


“사장님! 요새 문제 있죠?”


“문제는 무슨 문제. 장사가 좀 안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공자님의 후원 [공심 즉 통심]을 발동시켜야 했다.


“문제없다니까. 그냥 주유소가 장사가 잘 안돼. 징한놈의 주유소.”


홍사장의 얘기에 [불선(不善)] 이라는 문자가 눈앞을 스쳐갔다.


몇가지 추가 질문에도 여전히 홍사장의 답변에는 [불선(不善)] 문자가 눈앞을 스쳐갔다.


내 질문이 계속되자 홍사장은 이내 동공이 흔들리고 내 눈을 바라보지 못했으며 목소리도 기어들어갔다.


“사장님 이러지 마시고 엄니랑 함께 말씀 좀 나누시죠.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나겠습니다.”


“백대리! 그럴 필요 뭐가 있는가? 아무 문제 없당께 왜 그래싸? 암시랑 안탕게.”


홍사장의 당황할 때의 버릇 사투리가 진하게 구사됐다. 나는 홍사장의 손을 이끌고 [충장두부]의 실질적 지배자인 엄니를 뵈러 갔다.


여기서 충장주유소의 이력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충장주유소는 원래 [충장두부]로 훨씬 유명했었다.


90년대 중반 주유소 신규개발을 하던 회사 선배들이 유명하다는 [충장두부]를 먹으러 왔다가, 두부집 옆 빈땅에 주유소나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 [충장주유소]를 개업한 것이 1996년.


주유소 개업 초기만 해도 [충장주유소] 주변에서 농사를 짓거나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충장두부]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워메! 두부 폴아서 돈 벌고 지름 폴아서 돈 벌고 곧 재벌되겄소 예?”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 처럼 홍원희 사장의 부친 홍기호 어른과 모친 박금례 여사는 남부러울게 없었다.


문제는 두부 팔아 번 돈과 기름 팔아 번 돈으로 주유소를 운영하던 큰아들이 광주에 [충장두부] 지점을 차려 나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막내아들인 홍원희 사장이 농사일을 관두고 주유소를 맡아 운영하게 된 것.


생두부. 순두부찌개. 두부 맑은탕. 콩비지 등을 파는 박금례 여사!

논농사와 콩농사를 도맡아 하신 부친 홍기호 어른 덕에 막둥이 홍원희 사장은 어릴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랐다.


형인 홍문찬사장에 이어 주유소 2대 경영자가 된 홍원희 사장.


문제는 홍원희 사장의 도박버릇에서 시작됐다. 주유소 바로 옆 두부집을 찾으니 문제가 뭔지 바로 나왔다.


“엄니! 얼마요? 1억 5천만원이요?”


나는 홍사장 모친 박금례 여사의 말씀에 놀라 되물었다.


“나도 죽겄소. 자식 교육 잘못 시켜 나도 죽겄당게라. 펄써 주유소 뿐만 아니라 두부집까지 저 놈 새끼가 잡혀 묵었소. 애들 아부지는 허구한날 나만 달달달 볶아대고 딱 죽겄소예.”


박금례 여사의 얘기를 요약하면 홍원희 사장이 도박에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게 최근 3년!

그동안 갖다 바친 현금은 둘째 치고 두부집까지 잡히고 은행에 저당 잡힌 돈이 1억 5천만원이었다.


[충장두부]가 기막힌 맛으로 유명한 탓에 현금이 잘 돌았으니 홍사장이 날린 도박자금은 3억이 넘을지도 몰랐다.


“1억 5천만원이야 두부집, 주유소 성실하게 운영하면 큰 무리 없는 돈이니까 사장님께서 이제라도 정신 차리시면 됩니다.”


“···.”


홍사장도 엄니도 말씀이 없는 것이 무슨 사연이 있는게 분명했다.


“엄니! 밥 때도 됐으니 맑은탕 한그릇 주세요. 홍사장이랑 밥 먹으면서 얘기 좀 해야겠습니다.”


“그려. 펄써 밥때 돼얐구만. 기다리쇼잉. 내가 맛나게 내올랑게.”


충장두부의 명품 맑은 두부탕을 먹으며 홍사장이 들려준 얘기는 대충 이런 것이었다.


“현찰로 날린돈이 1억. 은행에 융자 잡힌 돈이 1억2천! 이미 2억넘게 날렸네. 게다가 하우스에서 꽁지돈으로 갖다 쓴게 2천만원인데 이율이 20%야. 게다가 선이자 10% 뗐으니 사실상 30% 고리로 도박빚을 내고 말았네.”


“세상에! 사장님~”


나보다 나이가 10살이나 많았지만 하마터면 [미친놈]이라고 욕을 할 뻔 했다.


70살이 다 돼가는 아부지, 엄니는 농사짓고 두부 파느라 뼈가 다라질 정도로 고생하는데 젊은 사람이 할 짓이 없어 도박으로 부모 재산을 탕진하고 있으니···.


“이틀 전에도 하우슨가 뭐신가에서 와 가지고 돈 갚아라고 난동을 부리고 안 갔당게.”


점심 장사를 대충 마친 엄니가 한숨을 내쉬며 얘기한 말씀.


“사장님! 안그래도 수금기일 연장 품의 쓰면 전무님이 매번 품의사유가 똑같다고 야단이신데, 주유소 문제까지 알아버렸으니 모르면 몰라도 뻔히 알면서 어찌 거짓품의를 쓴 단 말입니까?”


최근 들어 다섯번이나 수금기일 연장 품의를 쓰면서 ‘하부거래처 수금 지연으로 인한 회사 외상대금 수금 지연’이라고 품의를 썼더니 조전무님께서 품의사유 복붙한다며 한말씀 하신 상태였다.


“백대리! 쫌만 더 도와주소. 내가 말 나온김에 도박 끊고 아부지 농사도 돕고 엄니 두부장시도 도와서 회사 빚 갚을랑게 도와준 김에 쫌만 더 도와줘.”


“참 난감하네요.”


내 뒷통수에 대고 “백대리만 믿네.”라고 외치는 홍원희 사장을 뒤로 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무등산 길 구비구비를 돌아 사무실로 복귀하는 심정은 착잡했다.


기름밥을 먹는 영업사원들끼리 통하는 얘기가 있다.


“주유소만 성실하게 하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


나는 이말을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유소도 망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몇가지 있는데 첫번째 사례가 주유소를 무리해서 빚내 사거나 신축한 경우.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망하는 경우다.


최근은 초저금리 시대지만 IMF때만 해도 은행금리가 15%를 넘었으니 은행빚으로 개업한 주유소가 숱하게 주인이 바뀐 경험이 있다.


두번째가 외상거래를 무리하게 하다가 망하는 경우.


공단이나 화물차량 대상으로 무리하게 외상기름을 공급했다가 외상거래처가 부도를 내고 기름값을 떼 먹어 주유소가 멍드는 경우가 있었다.


세번째가 기름장사 이외의 것에 손을 대는 경우.


다른 사업을 무리하게 벌인 다거나 홍사장 처럼 도박, 계집질에 빠져 주유소를 망치는 케이스가 있었다.


-씨릴라!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날마다 충장주유소 가서 일수 찍듯 수금을 하는건 어때요? 두부집에 현금이 돌잖아요?]


- 하우스 고리와 깡패새끼들 등살에 힘들텐데 나까지 가서 양아치 짓 하자고? 요새 조폭 나오는 영화라도 봤니?


[능력 안되는 황사장 대신 주유소를 인수받아 도니씨가 운영하면 어때요?]


버전3.0 씨릴라의 취미는 조폭이나 마피아 영화 감상이라도 되는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 씨릴라! 나가 있어~


[맨날 나가 있으래. 휘리릭!]


오늘은 별 도움이 안되는 씨릴라를 아웃 시키고 다시 생각을 거듭했다.


‘젊은 양반이 하필 노름에 빠지다니···.’


순간 머리속으로 유레카란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그거다 노.름!’


나는 바로 홍원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백도니입니다. 잠깐 통화 가능하시죠?”


“어~ 백대리. 무슨 일이야?”


홍원희 사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따당], [하프], [다이] 등 도박용어가 들려왔다.


‘이 미친인간. 그 난리를 겪고도 그새 또 도박판에 가다니.’


주유소를 홍사장 부인께 맡기고 그 잠깐 사이에 도박장을 찾은 홍원희 사장. 차량 룸미러에 비친 내 표정은 내가 봐도 단호박이었다.


홍사장과 전화를 마치고 박금례 엄니께도 전화를 드려 몇가지 계획을 말씀드렸다.


* * *


다음날 불금 저녁8시! 나는 홍원희 사장과 북구 각화동 공판장 인근의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도박 꿈나무들을 기르는 말 그대로 하우스였다.


누가 봐도 논밭에 있는 흔한 비닐하우스지만 불빛이 새 나가지 않도록 차광막을 이중삼중으로 두른 비닐하우스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나는 충장주유소에 들러 홍사장을 픽업하며 몇가지를 수차례 다짐받았다.


“사장님! 제가 죽으라면 무조건 죽고, 베팅하라면 무조건 베팅하세요.”


“그러다 돈 날리면.”


“사장님 판돈 50만원 제가 드리는 건데 뭘 걱정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암마이 50만은 너무 적은디···.”


나는 아직 정신을 못차리는 홍사장에 어퍼컷을 날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냉정을 유지하며 한마디 했다.


“지금 주유소 뿐만 아니라 엄니 두부집까지 하우스 깡패들에게 날릴 판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면 어떻게 합니까?”


“미안하네. 자네 보기 면목 없구만.”


그렇게 나와 홍사장은 포커판에 둘러 앉았다.


다이 신호는 내가 죽는 것으로 정했다. 내가 죽으면 황사장도 자동 다이.


내가 황사장 바닥패와 황사장을 바라보면 무조건 베팅하는 것이 우리만의 시그널.


테이블 머니 1천원부터 시작하는 포커판에는 우리를 포함해 총 5명의 멤버가 둘러 앉았다.


홍원희사장이 즐겨하는 텍사스 홀뎀.


첫번째 바닥패가 깔리기 무섭게 후각계 중급 스킬 [스핑크스의 코]가 발동하며 신호를 줬다.


“다이”


내 패 2장과 바닥패 2장을 조합한 내 패는 다이아몬드 4장. 소위 말하는 포플.


하지만 나는 [스핑크스의 코]를 믿고 과감하게 다이를 택했다.


홍사장도 따라 죽었다.


“뭐야? 학교는 가야지. 포커 매너가 더러워.”


눈옆에 흉터가 있는 아재가 담배를 내뿜으며 나와 홍사장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봤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내돈 내고 도박하지 형씨 돈으로 도박하는 거 아니니까 신경 끄쇼.”


어리숙한 샌님 이미지로 비쳐서는 안된다. 나는 껄렁한 놈처럼 연기를 했다.


내리 세판을 허무하게 죽고 네번째 판.


시각계 중상급 스킬 [벌쳐의 눈]이 작동하며 눈앞에 [트리플]을 잡은 홍원희 사장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5번째 바닥패부터 내가 레이즈를 개시했다.


“5천원 받고 5천원 더!”


나는 과감하게 레이즈를 하면서 바닥패 한번, 홍사장 한번 쳐다봤다.


신호를 알아챈 홍원희 사장도 미친듯이 베팅을 해댔다.


“1만원 받고 하프”


‘저렇게 막무가내 베팅을 해대니 올인당하고 주유소 날리지.쯧쯧’


지금은 내가 스킬을 발동해 지원해주니 망정이니 저렇게 미친 망아지처럼 베팅하다가 오늘날의 지경에 처한것이었다.


홍사장에게 판돈을 몰아주는게 목표인 만큼 나는 중간에 다이했고, 네번째 판에서 [트리플]을 잡은 홍사장은 40만원을 땄다.


“봉은 봉인디···. 운좋게 봉으로 묵었네잉.”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름을 김지호라고 밝힌 도박쟁이의 말.


“뒈지기만 하더니 운도 존나게 좋네. 봉으로 다 묵고.”


흉터 아재도 푸념을 하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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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삼일절의 개업식 +1 19.11.14 617 23 14쪽
66 4수원지의 레이스 +1 19.11.13 619 21 12쪽
65 배달의 기수들 +2 19.11.10 699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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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유소는 어쩌다 망하는가? +2 19.11.07 712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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