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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모
그림/삽화
문피아
작품등록일 :
2019.08.29 11:02
최근연재일 :
2019.12.30 00:0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802
추천수 :
94
글자수 :
199,129

작성
19.09.25 23:46
조회
125
추천
3
글자
12쪽

17회

DUMMY

핸들을 꽉 잡고 서로를 노려보는 두 미친자들, 충돌직전에 멈춘 두 대의 머슬카, 두 대의 차가 지나온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먼지와 검은 매연들 모두 멈췄다.

‘살았다.’

기쁘다. 내가 무사해서, 현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어서, 언제라도 멈출 수 있어서, 뺨을 따라 눈물이 한 방울 흐를만큼 기뻤다.

“민후님, 지금 우세요?”

“왜 이제와? 내가 부르기전에 왔어야지.”

나는 소리쳤고 쁘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이탈 수치가 약간 흔들리기는 했지만 정상범위 안에 있는데 왜 그러시는거에요?”

그럴 리가, 방금까지 정말 죽는 줄 알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는데

“정상이라고? 확실해? 난 정말 무서웠단말이야. <주권>에서 킬러에게 밟힐 때 보다도 더.”

“확인 볼께요. 상태창을 보여주시겠어요?”

“상태창 공유”

상태창을 보고 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의 쁘띠

<이름 : 김민후

나이 : 17세(만 16세)

직업 : 무직

스텟 : 생명력 108/213 피로도 49/100

체력 18.8 힘 17.6 민첩 19.3 지능 23.6

소속 : DOR-현재

DP : 99P (Q)

동기화율 : 130/125>

“마지막 상태창 확인했을 때보다 스텟과 동기화율이 짧은 시간동안 기존대비 엄청난 성장을 보였어요. 다만, 이상한 점이 두 가지 보이는데 첫 번재는 생명력과 피로도가 운전만 한 상황치고 너무 떨어졌어요. 싸우거나 다치는 장면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정도로 떨어진 건 본 적이 없거든요. 두 번째는 동기화율인데 바로 전에 확인했을때만 해도 IP와 OP의 차이가 1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5나 차이가 나요. 하나만 너무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서 문제가 된 것 같아요. 민후님 잠시만 관리자를 양도해주시겠어요? 확인해볼게 있어서요.”

“그래, 양도할게.”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쁘띠는 몇 개의 그래프 창을 띄워서 꼼곰히 살펴본 후 평화로운 오후 길을 걷는 도중에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주권>과 <질주와 분노> 초반 스트리트 레이싱까지만 해도 126 IP/125 OP로 별차이가 없었지만 마지막 체험하신 치킨게임에서 OP는 변화가 없는 가운데 IP만 급격한 변화를 보였고 데이터를 수집, 처리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DOR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었지만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플레이어인 민후님의 안전을 돌보지 못한 DOR와 저의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DOR 차원에서 민후님께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보상까지?

“괜찮아, 나 지금 멀쩡해. 아까는 너무 현실 같아서 혼동이 왔었고 놀란 것뿐이야.”

쁘띠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그래프와 자료를 보았을 때 조금 더 진행했다면 어떤 위험이 왔을지 예상이 안됩니다. 특히 민후님처럼 VIP 플레이어이신 경우 제가 더 신경을 썼어야했는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허리를 숙이며 다시 사과하는 쁘띠, 너무 정색하고 말하니까 부담스럽다.

그런데, 내가 VIP라고? 기준이 뭐지?

“내가 VIP야? 기분이 좋긴 하지만 캡슐도 경품으로 받은 건데 어떻게?”

이제야 웃네.

“경품 신청시에 동의 하신 내용 기억하세요?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모든 데이터 및 자료를 DOR에서 취급, 이용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은 DOR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DOR에서 활동하는 모든 플레이어의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 활용하고 있었고 전 세계 수천만의 플레이어들 중 민후님은 TOP3에 들만큼 귀중한 데이터들을 만들어내셨어요. 이 데이터들은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자료들이구요. 이제 민후님이 왜 VIP인지 아시겠어요?”

설명을 할수록 더 신이 나는 쁘띠

“VIP는 난데 어째 네가 더 신이 난 것 같다.”

“헤헤, 플레이어마다 저처럼 가이드가 있고 가이드들 사이에는 알게모르게 서열이 있어요. 그 서열은 플레이어의 역량에 달렸고 저는 운이 좋게도 VIP 민후님을 보필하게 돼서 TOP3안에 들어요. 이 자리를 빌어 민후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아까와는 다르게 밝고 경쾌하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항상 내 공부를 도와주는 선생님께 보답으로 뭔가 해주고 싶었거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선생님.”

“네~~”

쁘띠와 얘기하는 도중에 이미 아까의 두려움은 깨끗하게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지만 혹시 모를 후유증을 걱정하는 쁘띠의 말대로 오늘은 이만 하기로 결정. 튜토리얼 방으로 돌아왔다.

좁은 차안에서 오랫동안 운전만 해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한 느낌이 들었고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얼마전까지 죽어라 연마한 주권을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초식은 다 기억하지만 내 의지로 해본적이 없어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됐다.

하지만, 곧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 개월 수련한 것처럼 나의 주권은 자연스러웠고 위력적이었다.

슈슉-슈슈슉-

파박-파바박-

절대 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내 팔과 다리가 움직일때마다 바람을 가르고 허공을 때리는 소리다.

완전 영화의 한 장면인데. 평범한 고등학생이 사실은 주권의 고수. 캬~ 멋지다.

쁘띠도 나의 완벽한 주권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OP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모든 플레이어가 가능한 것은 아니고 OP가 높은 플레이어가 움직임에대한 이론까지 완벽히 뒷받침 된다면 DOR안에서는 캐릭터를 자신의 통제하에 둘 수 있다고 한다. 덧붙여 나의 이 능력이 나중에는 꼭 필요할꺼라고 OP를 올리는데 좀 더 신경썼으면 한다고도 했다.

‘만~세~’

그렇다면 <질주와 분노>를 체험한 지금의 난 당장 운전도 가능하고, 앞으로도 여러체험을 통해 <용박>이 될 수도 있고 <업문>의 간지단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째 갈수록 무림의 숨은 고수가 되는 것 같다.

내 느낌이지만 여기서 끝은 아닐 것이다. 이정도 완성도면 현실에서도 어느정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현실로 나가 확인을 해보고 싶지만 밤이 늦었고 밑에 집을 불편하게 할 수는 없는 일.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봐야겠다.

쁘띠와 인사를 하고 현실로 돌아와 잠을 청하며 오늘 하루를 돌아봤다. 점심 먹으며 상담, 나쁜 놈이 되기도 했지만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고, 집에 와서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행복한 저녁 식사, 요즘들어 재미있는 귀여운 선생님과의 공부, 무엇보다 안전하지만 죽을만큼 무서운 영화 체험, 정체를 숨긴 주권의 고수. 스펙타클한 하루였다.

중학생때도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나서 보낸 한달여의 시간은 내가 상상하고 꿈꾼 그 이상이었다.

이 모든게 DOR덕분이다. 공부가 재미있고 쉬워지면서 학생으로서 자신감이 더 붙었고 좋아하는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까지 매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다음 날 아침, 난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부모님도 아직은 주무실 시간.

혹시나 하고 옆을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비어있는 형의 캡슐. 어떻게 인간이 하루도 안 빠지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 운동을 나갈 수 있지?

잠을 자긴 하나? 항상 나보다 늦게 잠들어서 나보다 일찍 깬다. 17년 인생을 통틀어 형이 잠든 모습을 본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사실 예전에는 너무 죽은 듯이 가만히 있으니까 잠들었다 생각한 거였지 요즘에는 명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형이 운동을 나가서 다행이다. 주권을 하는 도중에 형과 마주치면 창피할 뻔 했는데, 돌아오기전에 얼른 해봐야지.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주권을 해보려 기본자세를 잡는데 왠지 가능할 것 같은 묘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술에 취한 듯 딸꾹거리며 주권 특유의 흐느적 거리는 첫 걸음을 뗀 순간 동생 민서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그 모습을 봤다. 그리고 안방으로 뛰어가며 크게 외친다.

“엄마~ 둘째 오빠 아침부터 취했나봐. 술 먹고 들어온 날의 아빠랑 똑같아~!”

아~울고 싶다.

아침의 해프닝을 어찌어찌 수습하며 ‘현실에서는 주권을 하지않으리라.’ 다짐했다.

고등학생에게도 조금은 이른 등교시간, 초등학생 기준으로는 말해 뭐할까? 민서는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중이고 그런데도 우리 아파트 현관 앞의 놀이터에는 오늘도 초등학생들이 많다.

전부 남자애들로 이루어진 무리는 서로를 경계하며 하염없이 현관만 바라보는 중이다.

몇몇 눈에 익은 애들도 있다. 2년 넘게 본 애도 있고 1년은 기본, 오늘 처음 본 애도 있다.

모두 내 여동생 민서와 함께 등교하기위해 기다리는 남자애들이다.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날 닮아서 얼굴도 예쁘고 착한데다 다리도 길며 운동도 공부도 다 잘한다. 이러니 아직 어린 남자애들이지만 이쁜 걸 알아보고 꽃에 나비와 벌이 날아들 듯 모여든다.

더군다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쫓아다니는 남자애들도 많아졌는데 어떤 때는 정신나간 중·고등학생들까지 따라와서 형과 내가 좋은 말과 좋은 주먹으로 쫓아낸 적도 있다.

이렇듯 경쟁률이 높은 상황에서 남자애들은 형과 내가 지나갈 때면 눈치껏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좋아하는 여자애의 오빠들이니 잘 보여야 하기도 하고 중·고등학생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교육을 시켜 쫓아낼 때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관계로 우리에게 작지만 경외심을 느끼는 것 같다.

형은 그런 애들을 못본척 무시하며 지나갔고 난 손을 들어 힘내라고 응원해줬다.

말이 1, 2년이지 성장기의 어린 아이가 잠을 줄여가며 매일 아침 출근하는 노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비록 민서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런 아이들이 귀여워 지금은 엄마, 아빠도 이름을 알고 계실만큼 친해진 아이들이다.

거기다 제일 중요한 민서의 마음은 얻지 못했으니 불쌍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가능성은 거의 없기에 더 불쌍하다.

잘난 오빠들을 둔 민서가 내세운 남자친구의 조건은 다섯 가지인데, 오빠들보다 자기를 더 좋아해주고, 공부 잘하고, 잘 생기고, 착하고, 운동 잘 해야하는데 전부 가망이 없다.

나보다 더 민서를 좋아할 수가 없고, 나보다 착하면서 운동까지 잘해? 게다가 나보다 더 잘생겼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어디 천계에서 놀고 있겠지.

그나마 가능성 있는 조건이 공부인데 전국구로 활동하는 형을 이긴다고? 멘사회원도 쉽지는 않을걸. 그냥 평생 내가 끼고 살아야지.

너무 잘 난 여동생이 있어도 피곤하다. 그리고 그런 여동생을 좋아하는 남자애들의 부모님들도 피곤하시겠지만 뭐 어쩌겠어? 다 자기 팔자려니 해야지.

민서는 그렇고 형은 요즘 무슨 일이 있나? 항상 무표정·무관심한 얼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남자애들을 무시하고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근래들어 꼭 귀신에 홀린 것 마냥 멍하니 있는 일이 자주 생겼다. 어렸을때부터 정상은 아니었지만 요즘들어 더 정신나간 사람처럼 군다.

혹시 좋아하는 여자라도 생겼나? 정말 그렇다면 부모님이 두 팔 벌려 좋아하시겠지만,

나의 뜨거운 관심을 느꼈는지 나를 보며

“왜? 또 용돈 떨어졌냐? 돈 빌려달라고 할거면 계속 입 다물고 가.”

이 인간을 잠시라도 걱정한 내가 미친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우리 형 걱정인 걸 잠시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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