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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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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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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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5화

DUMMY

의자에 축 늘어진 채 앉아 있는 최세헌.

그에게서는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민이 방 안을 뒤지든 말든, 심지어 그가 최세헌의 몸을 샅샅이 뒤지는데도.

최세헌은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반항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덕분에 편하게 방 안을 수색하던 기민이,

부서진 책상 밑에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이것은...’


무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돌이었다.

최세헌이 행운의 징표로 책상 깊숙히 숨겨 놓았던 물건인 듯 했는데.

책상이 부서지면서 튀어나온 듯했다.


‘기운석?’


기운석은 기운석인데 보통 기운석이 아닌 듯하다.

기민이 홀린 듯 손을 내밀어 무지갯빛 기운석을 집었다.


‘충격을 피했구나. 다행이다.’


만약 기운석이 충격을 받았다면 빛으로 흩어져 사라졌을 것이다.


[ S급 강화석을 흡수하시겠습니까? ]


‘S급?’


그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거기다 강화석이라니.’


기민은 그 동안 제법 많은 기운석을 흡수해 왔지만,

강화석이란 것은 처음 보았다.


‘S급은 무슨 건물 크기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S급이라 다른 건가?’


‘하지만 먹지 않을 이유는 없지.’


최세헌을 바라본 기민이 묵념한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방 안이 광채로 가득 차고.


[ 잠재 특성 ‘일기장’이 강화됩니다 : 책갈피 갯수 3개 -> 20개로 증가 ]


[ 잠재 특성 ‘접착’이 강화됩니다 : 거리 제한 삭제 ]




기민의 눈도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


돈 될 만한 것을 죄다 챙긴 후.

최세헌의 품 안에서 골드 티켓까지 챙긴 기민.


‘바로 다크 옥션에서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VIP용 티켓이라고 했지.’


제세현의 말을 떠올린 기민이 골드 티켓을 찢고.

집무실에는 침을 질질 흘리는 최세헌만이 남았다.


*

*

*


“다녀오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별 일 아니었습니다.”


제세현의 공치사에 기민이 가볍게 웃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가 실패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세현은 성공 여부를 물을 필요도 없었다.


“마침 세라도 오는 중이랍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오는 법이라고,

이세라가 타이밍 좋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양반은 못 되는구나.”


“뭐가요? 아, 제 얘기 했어요?”


웃으며 자리에 앉은 그녀가 기민을 바라보았다.


“고생하셨어요. 여기 계신 걸 보니 결과는 말씀 안 하셔도 알겠네요.”


“덕분이죠. 예전에 최세헌이 떠들었다는 내용을 전해 주신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민이 미소지었다.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셨나요?”


“백치로 만들어 놨지요.”


이세라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공간결계를 뚫다니. 역시 굉장한 능력이네요.”


“별 것 아니던데요.”


‘결과가 중요한 거니까.’


고생한 이야기는 쏙 빼놓는 기민이었다.


“그런데 최세헌이 그리 되었으니 다크 옥션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흠...”


이세라가 던진 화두에 제세현과 기민이 생각에 빠졌다.


“일단.. 최세헌이 그 지경이 됐다는 것을 당분간은 숨길 것 같구나. 초대장은 최세헌이 직접 만드는 게 아니니까 잠깐은 숨길 수 있을 게야. 영원히 숨길 수는 없겠지만 말이지.”


제세현의 말에, 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옥션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의 단가와 양을 생각해 보면.

그 중 일부만 떼어먹어도 황금거위 같은 산업이다.


하지만 최세헌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밝혀지면?

다크 옥션 이용객이 급감할 것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아공간에 누가 들어오겠는가.


백치가 된 그를 발견한 부하들에게 욕심이 있다면..

아마 당분간은 최세헌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숨길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돈을 자신들이 나누려 하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이른 기민의 입이 열렸다.


“그렇죠. 오래 가지는 못할 겁니다. 돈맛을 본 부하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흠....”


기민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씩 웃으며 이세라를 쳐다보았다.


‘죽 쑤려던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죽을 쑤어 놨는데, 지나가던 개가 먹으면 아깝잖아.’


“세라 씨.”


“네?”


기민이 저런 표정을 지으면 요상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녀가, 이번엔 대체 또 뭘 말하려는 거냐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다크 옥션. 세라 씨 가문에서 관리하는 건 어때요? 최세헌이 저렇게 됐으니, 나을 때까지 대신 관리해 주겠다고 하는 거죠.”


‘아마 낫지 않겠지만.’


뇌를 건드렸는데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나을 리가 없을 것이다.

기민은 가슴졸이며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다크 옥션을 관리하기에는 일손도 시간도 부족해. 세라 씨에게 맡기고, 난 과실만 취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세라 씨의 성향상 이 일을 맡아 주냐는 것인데..’


“다크 옥션을요? 흠...”


고민하던 세라.

기민을 흘끗 본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최세헌이 관리하던 것처럼은 할 수 없겠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을 것 같네요.”


그녀의 성향은 아무래도 제법 바뀐 모양이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기민이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은빛 티켓 10여 매를 꺼낸다.


“공증인들을 털었더니 이런 게 나오던데요. 다크 옥션에 입장만 하신다면 최세헌의 왕성까지는 편하게 가실 겁니다.”


이세라와 제세현이 기민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헛웃음을 지은 세현이 폰을 들었다.


“학동이를 불러야겠군요.”


임학동 집사장이 도착하고.


“갔다 올게요!”


검은 초대장 3매를 챙긴 그들이 가게를 나섰다.


*

*


“최세헌은 저희 가문에서 관리하기로 했어요. 돌보미 한 사람을 붙여 놓은 상태에요.”


“다녀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살짝 피로해 보이는 이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잘 해결했고. 초대장 제작팀도 다 확보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민 씨가 최세헌을 왕성의 집무실에서 손보신 게 참 좋았어요.”


“그래요?”


“네. 만약 제가 제안한 계획처럼 제 이름으로 밖에서 불러냈다던가 하면 이렇게 스무스하게 처리하는 건 좀 어려웠을 거에요.”


최세헌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해 기민과 이세라 사이에 논의가 있었다.

이세라는 자신의 이름을 파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기민은 직접 침투하는 것이 자신이 짊어질 리스크가 높은 것 이외에는 모든 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했다.


훗, 하고 웃는 그녀.


“우리를 구원자처럼 여기는 친구들이 꽤 있었어요. 최세헌이 갑자기 저렇게 돼서 많이 곤란했나 봐요.”


결과적으로 기민이 옳았다.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이세라 일당을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기에.


‘의심하더라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거야.’


명색이 지배자인데.

어찌할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거부하는 사람들만 제압하면 되었겠군요.”


“심지어 저희가 제압할 필요도 없던데요.”


이세라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제세현이 껄껄 웃는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더군요. 속된 말로 라인을 갈아탄 게지요.”


“잘 풀린 것 같아 좋네요.”


“네. 하아암...”


그녀가 기지개를 켜다가 입을 떼었다.


“기민 씨, 다크 옥션에 나오는 것 중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이제 제 명의.. 아니, 최세헌 명의로 누구보다 먼저 구입하실 수 있어요. 돈 걱정도 마시구요.”


‘바로 이거지.’


기민이 미소지었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필요한 게...”


기민의 이야기를 들은 이세라와 제세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운석이요?”


“이제 백상기를 노려 볼 때가 된 것 같아서요.”


“백상기를 잡는 데 기운석이 필요하다구요?”


다소 뜨악한 표정의 이세라에게, 기민이 굳은 뜻을 표현했다.


“예. 크기 같은 건 상관없고, 많을수록 좋습니다.”


'지배자회의에서 확인해 놓은 것이 있긴 하지만.. 확실한 건 아니니까. 기운석이 많아서 나쁠 것 없지.'


“뭐 어려울 거 없죠. 얼마든지 구해 드릴게요.”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뭔가 떠오른 양 기민에게 물어 왔다.


“아 참. 박진범은 시위대 앞에 나왔나요? 다크 옥션은 전파가 안 터져서 못 챙겨 봤네요.”


그가 고개를 젓고는, 폰에 영상을 띄워 보여 준다.


- 나와라! 박진범!!

- 내 아들 살려내라! 이 살인마야!

-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들어가겠다!!


절규하는 시위대와.


- 진정해 주세요!!

- 막아!!! 뚫리지 마!!

- 능력지원팀은 아직 멀었어?!


그들을 막는 공권력과 오성의 직원들.


박진범은 나오지 않았다.


*

*


- 내가 왜 나가? 내가 저지른 참사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 백상기에게는 입도 뻥긋 못 하면서 나는 만만하다 이거지. 진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


- 개돼지 새끼들..


이를 가는 회장 앞에서 조 팀장은 말을 아꼈다.


- 몇 달 지나면 또 조용해지겠지. 다 그러게 되어 있어.


진범이 자신만만하게 장담하는 순간.

그가 틀어 놓은 영상에서 건물 앞의 시위대가 시끌시끌해진다.


‘뭐지?’


진범이 폰으로 고개를 돌리고.

영상에서는, 오성 본사 건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백상기가 보였다.


‘아....’


진범은 시위대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들어오는 그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이 새끼.. 일부러 이러나?’


“혹시나 시위대 앞에 나간다고 할까 걱정되어 찾아왔는데, 잘 대응했네. 좋은 자세야. 넌 미끼라는 걸 항상 잊지 마라.”


- ..감사합니다.


해 주고 싶은 말이 속으로 가득했지만, 애써 참는 진범.


“지금 나랑 엮여서 고민이 많지? 오성이 망가질 것 같아서.”


백상기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다정한 말투로 말한다.

그의 다정함에 진범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지? 무슨 생각이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상황에, 진범이 불안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답했다.


-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고. 내가 고민을 해결해 주지. 믿어 보라고.”


백상기의 눈에서 숨길 수 없는 광기를 읽어낸 진범의 등이 서늘해졌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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