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이벌 래피드 (Arrival Ra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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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ZeroDay
그림/삽화
Luar
작품등록일 :
2019.09.01 21:19
최근연재일 :
2019.12.18 20:23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5,545
추천수 :
146
글자수 :
687,640

작성
19.09.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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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추천
4
글자
18쪽

6. 새로운 아침

DUMMY

이른 아침.

마리가 눈을 뜨자 평소와는 다른 천장이 그녀를 맞아주었다.


‘여긴...’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카엘의 모습이 보였고 그제야 그녀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맞아... 어제 그러고 카일 씨네 아지트로 왔었지...’


어제 있던 그 수많은 일들을 떠올리며 그녀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카엘이 깨지 않게 조심히 침대 밖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본능적으로 모자를 챙기려고 손을 뻗다 멈칫하였다.


‘언니가 주신 모자. 그 때 도시에서 떨어뜨렸구나...’


이내 그녀는 푹 한숨을 쉬고는 가볍게 머리를 정돈한 뒤 방 밖으로 나왔다.

그녀들의 방 앞에서는 알렌이 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를 지나쳐 온 뒤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여기 분명 지하철역... 이지?”

“우리는 일단 집이라고 부르고 있거든.”

“꺅!”


갑작스레 카일이 뒤에서 나타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카일 씨? 일어나 계셨네요.”

“잠이 얕은 편이라서. 그건 그렇고 여기가 많이 불편한가봐?”


카일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묻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였다.


“...죄송해요.”

“아니 됐어. 오메가 폴리스 같은 곳에서 살다가 갑자기 이런 곳에서 지내려면 불편할 만도 하지.”


카일은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미안하지만 가서 카엘 좀 깨워줄래? 조금 있다가 나가봐야 하는데 그 애 잠이 많아서 그대로 놔두면 아마 하루종일 자고 있을 거야.”

“네, 바로 데리고 나올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는 카엘에게 다가갔다.

카엘은 여전히 곤히 자고 있었고 이를 본 그녀는 싱긋 웃더니 조심스레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카엘 씨 일어나세요.”

“우음... 5분만...”


카엘은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뒤집어썼고 이를 본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좋은 방법이 생각난 듯 그녀에게 말했다.


“카엘 씨, 카일 씨가 찾아요.”

“오빠가?”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살며시 한쪽 눈을 뜨더니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직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마리에게 물었다.


“오빠가 카엘 찾아?”

“네, 어디 갈 데가 있다고 하셨어요.”

“우웅...”


이를 들은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서둘러 방 밖으로 향했고 마리는 그런 그녀를 보며 조용히 예전 일을 떠올렸다.

오메가 폴리스에서 자신의 언니와 함께 살아가던 시절.


‘올리비아 언니가 날 볼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젓고는 서둘러 카엘을 따라나섰고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일어난 알렌과 카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본 알렌은 하품을 하며 가볍게 인사했고 그녀도 어색하게 인사하는 동안 카엘이 카일에게 물었다.


“오빠. 아침부터 어디 가려고 그래?”

“루돌프 아저씨한테 갈려고, 저번 의뢰는 결국 돈벌이가 되진 못했으니까.”

“이렇게 일찍 가게? 아침은?”


알렌의 불평에 카일은 소파 위에 벗어둔 재킷을 걸치며 말했다.


“아저씨네 가게 가서 먹자. 금방 가니까 조금만 참아.”

“그러면 빨리 가자. 배고파 죽겠네.”


그렇게 말하며 알렌이 오토바이를 챙기러 가는 사이 세 사람의 대화를 마치 남 일인 것처럼 듣고 있는 마리를 보며 카일이 말했다.


“뭐 해? 너도 갈 거니까. 어서 준비해.”

“네? 저도 가나요.”

“당연하지. 혼자 집 지키고 있으면 쓸쓸할 거 아니야?”


카일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순식간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멍하니 머리를 만지작거리자 카엘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언니, 언니.”

“아, 왜 그러세요? 카엘 씨?”

“여기, 이거 줄게.”


카엘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에 머리끈을 쥐여주었다.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응, 언니 모자... 도시에서 잃어버렸잖아. 그걸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를 들은 그녀는 카엘이 기특한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고마워요. 카엘 씨. 소중히 다룰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카엘이 준 머리끈으로 가볍게 머리를 묶었고 이를 본 카엘은 밝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헤헤, 잘 어울려. 언니. 그럼 카엘도 이제 나갈 준비해야 하니까 가볼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총총거리며 카일이 들어간 방으로 따라 들어갔고 그런 그녀를 보며 마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네...”


***


회색빛 하늘 아래 아침 햇살이 여러 무너진 폐허와 천막 사이로 드리우며 루돌프의 술집 안을 밝히고 있었다.

술집 안에선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이 술 마시고 떠드는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좋아 5천 받고 6천 레이즈다.”

“음... 콜.”


술집 한구석에 자리 잡은 테이블에선 남녀 네 명이 포커를 하고 있었고 바에서는 덩치 큰 남자 둘이 무언가 중요한 얘기를 나누는 듯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얘기하고 있었다.

한 편 구석에 테이블에서는 붉은 머리에 남자 한 명이 술에 잔뜩 취해 울면서 반대편에 앉은 일행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좋아! 이거이거 내가 또 이겼구만!”


포커를 하는 테이블에서 시끄러운 함성이 들리더니 한 남자가 손에서 카드를 펼치며 기분 좋은 듯 씨익 미소 지었다.

이를 본 다른 사람들은 크게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떨궜고 이에 남자는 웃으며 양팔로 테이블에 올려진 판돈을 쓸어 담았다.

그러자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남자는 이를 보다 짜증이 난 듯 혀를 차더니 카드를 내팽개치듯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이 망할 사기꾼 새끼.”

“방금 뭐라고 씨부렸냐? 잭슨.”

“너 새끼가 이렇게 운이 좋을 리가 없어. 분명히 뭔가 속임수가 있었다고!”


남자 둘이서 조금씩 언성을 높여가며 말다툼을 하기 시작하자 점점 술집 안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에 바에서 잔을 닦고 있던 루돌프는 조용히 한숨을 푹 쉬며 컵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말다툼을 하던 남자들 중 하나가 화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너머로 뛰어들어 남자를 쓰러뜨렸고 충격을 견디지 못한 탁자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잭슨이 이긴다에 2천.”

“장난 하냐? 올슨이 잭슨을 병신으로 만들어버릴걸 3천 건다.”


테이블에 있던 다른 남녀들은 이 둘의 싸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구경하며 담담히 내기나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루돌프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남자들에게 향했다.


“이 #%발 새끼가!”

“아악!”


남자들 중 하나가 얼굴에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에 다른 남자가 씩씩거리며 근처에 있는 의자를 덥석 집어 들고는 남자를 향해 던져버렸다.


“이 미친 #%&^ 새끼!”

남자는 이를 보고는 욕설을 내뱉으며 아슬아슬하게 엎어지며 날아오는 의자를 피했다.

빗나간 의자는 술을 마시며 울고 있던 남자에게 무서운 속도로 향해갔고 그와 같이 마시고 있던 남자는 깜짝 놀라 몸을 수그렸다.

이를 본 루돌프가 깜짝 놀라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조심...!”

“어이쿠 거기까지.”


가게의 문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벌컥 열리더니 녹색의 잔상이 돌풍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잔상이 의자를 톡 치자 의자는 처음 날아가던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더니 처음 의자를 던진 남자에게로 날아가 이마를 정통으로 맞췄다.


“어억...!”


의자를 맞은 남자가 비틀거리며 뒤쪽으로 쓰러지려 하자 다 쓰러지기도 전에 잔상이 멈춰 서며 양손으로 남자의 어깨를 잡고 있는 카일의 모습이 드러났다.


카일은 해롱해롱 거리는 남자를 보고는 싱긋 웃더니 한 손으로 남자를 번쩍 들어 올려 술집 한구석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이를 구경하고 있던 도박꾼들한테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들이라면 나한테 올인하겠어.”


그렇게 카일이 도박꾼들을 보고 있는 사이 다른 남자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어 카일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에 의자에 맞을 뻔했던 적발의 남자가 이를 보더니 죽기살기로 달려들어 남자를 붙잡고는 저지했다.


“이 %^발, 넌 또 뭔데 방해질이야!”


붙잡힌 남자는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저항하였으나 이내 얼마 안 가 카일이 마치 순간이동처럼 그의 앞에 순식간에 나타나며 말했다.


“도와줘서 고맙지만...”


카일은 곧바로 남자의 품에서 자신을 도와준 남자를 빼낸 뒤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손잡이 부분으로 그의 목 뒤를 퍽 쳐서 기절시켰다.


“앞으로는 위험하니깐 이런 일엔 끼어들지 말라고.”


카일은 그렇게 말하며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친 뒤 쓰러진 남자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가게 밖으로 달려나가더니 와이어를 꺼내 그들을 전봇대에 꽁꽁 묶어버린 뒤 다시 순식간에 가게로 돌아왔다.

이를 본 루돌프는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도와줘서 고맙구나.”

“뭘요. 그건 그렇고...”


카일은 말하다 말고 순식간에 가게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난장판이 된 가게를 말끔하게 치우더니 다시 그의 앞에 섰다.


“손님을 너무 막 받는 거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네가 이렇게 순식간에 원상복구 해주잖니.”

“죄송하지만 공짜는 아니거든요?”


카일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곧 가게 안으로 일행이 들어오자 그에게 말했다.


“아침 좀 차려 주실 수 있어요?”


***


잠시 후.


“잘 먹었습니다!”

“음식은 괜찮았니? 카엘.”

“네! 맛있었어요.”


카엘이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루돌프에게 가져다주며 말하자 그는 가볍게 웃으며 이를 받고는 마리에게도 물었다.


“아가씨도 음식은 입에 맞던가?”

“아... 네,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자 루돌프는 가볍게 손짓하며 말했다.


“그렇게 인사할 거 없다. 적당히 차린 거니까.”


그리고는 어느새 카엘을 쓰다듬고 있는 카일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서 저 아가씨가 그 의뢰의 목표였다고?”

“네, 거기다 시티가드가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대상이기도 하구요. 뭔가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요?”


카일의 물음에 루돌프는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딱히 아는 게 없구나.”

“흠... 아저씨라면 뭔가 아실 거라 생각했는데...”


카일이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턱을 괴자 루돌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설마 방벽을 무너뜨리는 짓을 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모했어.”

“그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어요. 거기다 아까 말한 거처럼 저 녀석을 데리고 있으면 당분간 안전할 테니까요.”


그의 말에 루돌프는 걱정스럽게 한숨을 쉬며 그에게 말했다.


“휴... 일단 저 아이에 대한 건 내가 한 번 알아보마. 예전의 연락망 중에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거다.”

“부탁할게요. 아저씨. 그건 그렇고...”


카일은 잠시 고개를 돌려 한 테이블을 바라보더니 이내 평소처럼 능청맞게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요즘에 뭐 일거리 들어온 거 있어요?”


카일의 물음에 루돌프는 바 테이블 아래에서 자그마한 노트를 하나 꺼내더니 이를 뒤적이며 말했다.


“흠... 당장은 딱히 없구나. 아직은 보급일도 멀었으니 말이다.”

“그런가요. 그러면...”


카일은 테이블에서 일어나더니 방금 전 자신을 도와줬던 적발의 남자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물었다.


“그쪽에서는 무슨 볼일이려나?”


그러자 금발의 남자가 그에게 대답했다.


“...눈치채고 계셨군요.”

“그렇게 티 나게 보고 있었으니까.”


카일이 그렇게 말하며 그들을 바라보자 남자는 자신 마주 편에 앉은 붉은 머리의 남자와 잠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이내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당신한테 맡기고 싶은 의뢰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카일은 씨익 웃으며 그에게 손짓했다.


“어디 한 번 자세히 들어보자고.”


이에 두 사람은 일행 옆에 앉았고 이에 바에서 술을 홀짝이고 있던 알렌이 카일에게 물었다.


“얘넨 누구야?”

“우리한테 맡길 의뢰가 있대.”


이를 들은 알렌과 술잔을 내려놓았고 카엘과 마리 또한 그의 곁에 다가가 가까이 앉았다.

이윽고 자리를 잡은 두 사람에게 루돌프가 술잔을 따라주었고 이를 받은 금발의 남자가 먼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올리버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 친구는 토비아스라고 하구요. 저희 셋은 폭동 이후부터 계속 이곳에서 살아왔습니다.”

“셋?”


알렌이 묻자 카일은 기다리라는 듯 손짓하고는 남자에게 계속 얘기하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단순히 알렌이 끼어든 게 불편하다기보다는 셋이라는 말에 다른 남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올리버라 소개한 남자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얘기를 계속했다.


“네,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예전엔 셋이서 지냈습니다. 저와 토비아스, 그리고 에이미... 저와 에이미는 어릴 때부터 친했고 그 후에 토비아스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셋이서 계속 함께 버티며 이 섬에서 살아왔죠.”


그렇게 말하며 남자의 마치 옛날을 회상하듯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 에이미와 토비는 결혼까지 했죠. 그렇게 이 섬이 개판이 돼도 저희들만은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말하던 도중 마치 맹수를 만난 토끼 마냥 손을 덜덜 떨었다.

그러자 루돌프는 말없이 남자의 잔에 위스키를 따라주었고 남자는 가볍게 묵례하며 잔을 비우고는 진정한 듯 이어서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경단을 자칭하는 자들이... 에이미와 토비아스가 단둘이 있을 때 습격해왔습니다.”

“자경단이라고?”

“네... 갑작스럽게 습격해와서 제가 도와주러 가기도 전에 두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그중에서도 에이미는...”


그는 잠시 말을 멈추며 주먹을 불끈 쥐더니 옆에 있는 토비아스를 흘깃 보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녀석들은 토비아스가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에이미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에이미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는 돈이 될 거 같다면서 그녀의 손을... 손째로 잘라가 버렸다더군요. 그 반지들은...”

“그 반지들은 제가 결혼할 때 에이미가 제게 준 것이었습니다...”


토비아스의 말을 들은 카엘과 마리는 경악을 하였고 알렌 또한 시선을 돌리며 조용히 분을 삭였다.

카일 또한 조용히 자신의 목에 걸린 로켓을 쥐더니 그에게 말했다.


“...계속 말해줘.”

“저희가 부탁하고 싶은 게 그겁니다. 비록 에이미는 잃었지만 에이미와의 추억이 담긴 그 반지만큼은 꼭 되찾고 싶습니다. 그걸 못 찾으면 죽어서도 에이미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거기까지 들은 카일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자 그는 절박하게 카일에게 말했다.


“돈이라면 될 수 있는 만큼 드리겠으니 부디...”


남자가 말하는 도중 카일은 그만하라는 듯 손을 들어 남자의 말을 막았다.

이에 남자는 거절의 의미로 알고 얼굴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의뢰를 받아주지.”


그러나 카일이 그들의 의뢰를 수락하자 남자의 표정은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카일에게 꾸벅 인사하더니 품에서 한 사진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에는 남자와 한 여자의 모습이 찍혀있었고 두 사람의 손에는 은색의 보석이 자그마하게 박힌 반지가 보였다.


“이게 그 반지입니다. 꼭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걱정 마 지금 바로 조사해 볼 테니 나중에 다시 이 술집으로 오라고.”


카일은 그에게서 사진을 받으며 그렇게 말했고 이에 남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보수도 꼭 제대로 준비해 오겠습니다!”

“잘됐네. 토비 이걸로 그 반지를 되찾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올리버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신 카일에게 인사하며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나가자 옆에 있던 마리는 측은하게 중얼거렸다.


“정말 안 됐어요...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다니...”

“여기 배드 포인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 망할 쓰레기들...”


알렌이 짜증 나는 듯 중얼거리는 사이 카엘이 카일에게 다가오더니 그에게 꼭 붙으며 말했다.


“오빠...”

“나도 알아. 카엘. 이 의뢰는 꼭 성공시켜주자.”


카일이 그녀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카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목에 걸린 로켓을 손에 꼭 쥐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루돌프가 물었다.


“그러면 일단 어떻게 할 거냐?”

“생각보다 정보가 적으니까. 아무래도 일단은 정보를 모아봐야 할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카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알렌에게 말했다.


“알렌, 너가 카엘이랑 이 녀석을 데리고 알토스 가에서 정보를 모아와 줘.”

“내가 두 사람이나 데리고 다니라고?”


알렌이 질색하며 되묻자 카일이 말했다.


“나는 사람을 만나러 서로큐 스트리트에 가볼 거라서... 거기에 이 두 사람을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


카일의 입에서 서로큐 스트리트라는 단어가 나오자 알렌은 이마를 탁 짚었다.

이를 듣고 있던 마리가 신경 쓰이는 듯 알렌에게 물었다.


“저기... 서로큐 스트리트가 어떤 곳인데 그러세요?”

“엄...”

알렌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카엘이 못 듣게 마리의 귀에만 살짝 속삭였다.


“...그런 곳이야.”


알렌의 말을 다 들은 마리는 어느샌가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고 당황한 채로 한껏 버벅이면서 카엘에게 말했다.


“ㅋ,카, 카카, 카엘 씨! 어서 출발하죠! 반지를 찾아드려야 하잖아요?”

“응? 알았어. 오빠 이따 봐!”

“야! 잠깐... 너 길도 모르면서!”


카엘은 마리의 손에 이끌려 황급히 술집 밖으로 나갔고 이에 알렌이 그녀를 부르며 후다닥 뒤따라갔다.


“저 셋이서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괜찮겠죠... 아마도.”


루돌프가 조용하게 말하자 카일도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고는 빠르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네 사람이 빠져나간 술집에는 루돌프의 걱정되는 듯한 조용한 한숨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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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에필로그. 추적 19.12.18 45 1 5쪽
96 95. 그가 보는 세계 (2) 19.12.17 87 1 11쪽
95 94. 그가 보는 세계 (1) 19.12.16 27 1 15쪽
94 93. 거래 19.12.14 33 1 13쪽
93 92. 결별 19.12.13 28 1 14쪽
92 91. 폭동 (3) 19.12.12 46 1 13쪽
91 90. 폭동 (2) 19.12.11 29 1 15쪽
90 89. 폭동 (1) 19.12.10 34 1 14쪽
89 88. 선물 19.12.09 33 1 15쪽
88 87. 후폭풍 19.12.07 48 1 13쪽
87 86. 황혼 (4) 19.12.06 28 1 14쪽
86 85. 황혼 (3) 19.12.05 32 1 15쪽
85 84. 황혼 (2) 19.12.04 33 1 15쪽
84 83. 황혼 (1) 19.12.03 37 1 14쪽
83 82. 도피 19.12.02 46 1 13쪽
82 81. 징조 19.11.30 32 1 15쪽
81 80. 탈옥 (5) 19.11.29 43 1 15쪽
80 79. 탈옥 (4) 19.11.28 34 1 15쪽
79 78. 탈옥 (3) 19.11.27 59 1 17쪽
78 77. 탈옥 (2) 19.11.26 34 1 16쪽
77 76. 탈옥 (1) 19.11.25 42 1 18쪽
76 75. 막다른 길 19.11.23 33 1 14쪽
75 74. 의외의 조력자 19.11.22 27 1 15쪽
74 73. 정교한 계획 (2) 19.11.21 31 1 16쪽
73 72. 정교한 계획 (1) 19.11.20 76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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