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기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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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사
작품등록일 :
2019.09.0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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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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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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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뭔가 이상한 회의

DUMMY

“결국 인간은 평등하다. 노인도, 소인도, 남자도, 여자도, 흑인도, 백인도, 황인도, 혼혈도, 부자도, 빈자도, 일반인도, 범죄자도, 이 말을 하는 나도, 듣고 있는 당신들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떤 잣대로도 구분할 필요가 없다. 평등하게 쓸모없다. 쓸모없는 것들에게 갖가지 의무를 부여하는 건 너무 가혹한 짓이다. 따라서 인간은 딱 하나의 의무만 가지면 된다. 케찰코아틀은 앞으로 보다 많은 인간에게 행복을 전염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류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 두 눈으로 그 세상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

-최초의 관제 인격 발현 유도자, α의 최후 변론




이 회사의 지사장 자리는, 최초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밖에서 충당 받아왔다. 본사에서 부임해오거나, 어딘가의 높은 사람이 취임하거나.


내부직원의 승진은 처음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불만이나 잡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전 지사장에 대한 불만.


전 지사장은 직원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온화한 상사가 기껍지 않으냐고?


몇 번 대화해보면 누구나 그의 태도를 눈치챈다.

그는 취임한 지 2개월이 되어가도록,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는 법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이유진의 능력.


이유진이라면 그럴 만 하다고. 우리 위에 설 자격이 있다고.


무슨 능력이?


구체적인 예시가 눈앞에 있다.


11대 스타프리스트의 아바타를 검수하기 위해, 이유진의 공방에 접속한 모든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이 분위기를 깨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알기 때문일까?


“이, 이이,이이이이건 대체···”


형편없이 말을 더듬어버린 직원을 지적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보다 신경 쓰지 못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지금 이들의 뇌리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감상이 있었다.


이 괴물이 마침내 다시 한 번 일을 저질렀군.


인생 걸작인 조선 제일 미남의 어처구니없는 낙마 사건 이래로, 의욕을 잃었다고 평가받는 이유진이 오랜 슬럼프를 딛고 다시 날아올랐다고.


개중 가장 큰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아바타 깎는 장인들이었다.

그들은 눈앞의 아바타에서 완벽하게 다른 차원을 느꼈다.


“시이이이이발... 공부 헛했네.”


“같은 툴이지? 같은 툴이잖아.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데?”


그들은 오르지 못할 산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묻는다.


“지사장님. 이 아바타 원본을 볼 수 있을까요?”


“아··· 미안해요. 이번 프리스트님 신상정보는 저랑 신준 씨만 알고 있기로 했어요.”


10대 스타프리스트가 매수당한 순간부터 이리되리란 건 예상된 순서였기에, 그들은 깔끔하게 이해했다.


그리하여 검수라기보다는 감탄의 시간이 한동안 이어지고 나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 근데 그동안 요한은 전부 남자 아니었습니까?”


“남자 맞아요.”


그 의문에 동조하던 사람들의 고개가 순간 홱 꺾였다.

쇼파에 눕듯이 앉은 이유진이 재차 말한다.


“그렇게 됐어요.”


“정말······?”


직원들은 다시금 아바타에 집중했다.


아직 색이 입혀지지 않았음에도, 실로 놀라운 완성도의 조형이다.


마치 매혹을 주제로 그린 수채화.

혹은 전신에 빈틈없이 매력을 때려 박은 조각상.


과연 도드라지지 않은 흉부가 남자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까?


“어차피 아시아 여사제들은 정복만 입어도 절벽···”


퍽!


“뭔 소리에욧!”


고차원적인 논의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근거한 무력제재가 이루어졌다.

아바타의 부위 하나하나를 해체할 듯이 뜯어보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기이한 경험을 공유했다.


“...오잉?”


“...전 팀장도 그럽니까?”


“예, 이거··· 남자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중성적인 느낌은 드네요.”


성별을 이미 알고 있을 때와 모르고 있을 때 받는 느낌이 다르다.


사실 중성적인 미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성적인 요소와 여성적인 요소를 한데 뒤섞어 뭉개버리는 게 그 기본.

해상도를 낮추거나, 집중점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면 훨씬 간단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이 아바타는 그런 기존의 공식을 부정했다.


“얼버무리는 부분 하나 없이 이런···”


“어떡하냐··· 이거 눈으로 봐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지사장님. 솔직히 말해주세요. 외계인이랑 기술 교류하셨죠?”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어떤 특별한 것도 계속 보면 빛을 잃기 마련이다.


이곳은 전시회나 대회장이 아니라고 깨달은 사람들이 먼저 나섰다.


“저는 반대합니다.”


“저도요. 뭔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전 까막눈이라 잘 모르겠지만요. 일단 우리 아바타는 눈에 띄면 안 돼요. 다들 잊으신 건 아니죠?”


감탄의 시간이 끝났다.


이젠 검수를 할 차례였다.


“무엇보다도 지사장님이 가장 잘 아시지 않나요? 여태 역대 요한의 아바타는 모두 지사장님의 손길이 거쳐 갔는데···”


“확실히 그건 그래. 지금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일단 반쪽짜리라도 스타프리스트를 내놓고 지키는 거니까.”


“이번엔 해결사님도 도와주셨잖어. 제대로 받아먹지도 못하면 우리만 욕먹는 선에선 안 끝나겠지. 만에 하나 해결사님이 낙마라도 해봐. 그 날로 우리는 식물 행이야. 존재 가치가 없는 지사를 과연 가만히 내버려 둘진 모르겠네. 여태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지사장님? 저기··· 지사장님?”


직원 중 하나가 쇼파에 반쯤 기대자고 있던 지사장을 깨웠다.


“아, 미안해요. 오랜만에 밤을 새웠더니··· 몸이 예전 같지가 않네.”


아닌 게 아니라, 이유진은 아바타를 만지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게다가 아침부터 조금 전까지 직원들과 개별 면담까지 하느라, 잠시 눈 감을 틈도 내지 못했다.


지나치게 집중한 탓일까?

그녀는 생전 겪어 보지 못한 종류의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그대로 쓰기엔 이 아바타가 너무 눈에 띈다는 말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를 기억해주세요.”


“아아, 그거요.”


이유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어제 이유진은 총괄관리자에게 질문했다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았다.

이 자리의 모두에게 적용되는 예상외의 희소식.


“최우선 목표가 바뀌었어요. 2개월만 시간을 끌면 됩니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총괄관리자님의 확언을 들었어요. 지금부터 2개월만 버티면 우린 여론의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처음과는 다른 의미의 침묵이었다.


충격에 빠질 만도 하리라.


그녀를 포함한 직원들 총합. 파티에 사제가 없어서 고생한 담당 선수들.

그 모두가 허비했던 2년의 세월.


2년이 넘도록 답을 찾지 못했던 난제는 총괄관리자가 나서기만 하면 2개월 만에 해결될 일이었단 뜻이니까.


이 자리의 모두는 알고 있다.


‘아르마 온라인’의 기회는 균등하지 못하고, 과정은 공평하지 못하며, 그렇게 도출되는 결과는 편의적이다.


그러나 사전적인 지식의 의미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겪는 건 전혀 다른 문제.

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게 진짜예요?”


“아무것도 없이 그냥 2개월만 있으면 끝난다는 말씀이십니까?”


뜻밖의 희소식에 다들 놀란 표정들을 감추지 못했다.


“잘됐네요.”


“그러게.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일이 쉬워졌으니.”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


“그렇지만 좀 씁쓸한걸요. 총괄관리자님이 진작 해결해주셨으면 우리가 여태 고생할 필요도 없었는데.”


“굳이 그렇게 나쁘게 생각할 건 없지. 여태 방법이 없다가 이제 생긴 걸 수도 있잖아. 그보다 총괄관리자가 나섰다는 게 신기하네. 한국인이에요?”


이유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글쎄요. 저도 직접 대면한 건 아니라서.”


“잘된 일이지만 전 여전히 반대입니다. 2개월동안 눈에 띄면 안 된단 뜻이잖습니까. 그런데 이런 휘황찬란한 아바타를 쓰겠다뇨.”


다시금 재개된 반대 의견이었지만, 이번에는 찬성 측의 의견도 생겼다.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 오히려 허를 찌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2대부터 10대까지의 아바타는 죄다 고만고만하게 생긴 거로만 썼잖아.”


“그야 ‘논리적 최적해’니까요.”


“여태 실패만 반복해온 걸 과연 최적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이야.”


“...저 아바타는 너무 눈에 띕니다. 일반인들이 못 알아보더라도 전문가들은 이 비정상적인 레벨을 반드시 눈치채겠죠. 해결사님의 도움에 더불어 이번에는 총괄관리자님까지 도와주시는 거에요. 만에 하나라도 실패하면 우리 지사는 그냥 가루가 되는 겁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말 잘했네. 총괄관리자까지 도와주는 이 상황에서 그저 우리 몸 사리겠답시고 안전빵 때리겠다고? 기껏 스타프리스트가 나왔는데 우린 욕 먹는 수가 있어.”


“그래도 실패하는 것보단 덜 먹을 겁니다.”


“너무 겁먹을 이유가 없다니까? 세상에 이런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지사장밖에 없다고 정해져 있기라도 해? 아니면 아바타에 바코드라도 달려서 누가 만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던?”


“...그저 확률을 낮추자는 소립니다. 최소한 저기에서 완성도를 조금만 떨어뜨리면...”


“미친 소리!”


결국 고함이 나왔다.


“자자, 두 분 다 조금만 진정들 합시다...”


토론이 격해질 기미를 보이자 한 직원이 중재에 나섰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흥미진진해 하는 기색이다.


지사장은 눈이 게슴츠레한 모양새가, 마치 잠에 빠질 것처럼 보였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금붕어 똥만도 못한 전문가 나부랭이한테 걸리는 게 무서워서 지사장의 인생 걸작을 일부러 다운그레이드하자고? 난 쟤가 겁이 있는 건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좀 침착하시지요. 50명의 목이 걸려있는데. 다들 안 그렇습니까?”


쭉 반대 의견을 개진하던 직원은 기세에서 밀려서일까? 주위의 참여를 호소했다.

한 마디씩들 던지긴 했다.


“글쎄다...”


“저는 아무래도 괜찮다구 생각해여.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자나요? 어차피 여기서 짤려도 나라에서 먹여주고 놀아주는걸. 고작 취미 가지고 목이 걸렸다고 보긴 쪼금~?”


“아~ 난 좀 곤란해. 아직 사치 영역을 좀 더 늘려보고 싶거든.”


그렇게 참여한 주위의 의견도 썩 좋지 않자, 직원은 다른 방향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뭐··· 그래요. 다 좋다고 칩시다. 그런데 굳이 저런 여자 같은 남자 아바타를 쓸 이유가 있습니까? 그냥 프리스티스로 하지 않고? 그편이 허를 찌르기엔 더 적합하지 않나?”


이미 고정된 이름을 인제 와서 바꾸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요한이라는 이름이 남성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꼭 남자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아이참~ 화가 나셔두 그렇게 막 던지면 안되져. 2년 동안 참을성 깊게 기다려주신 우리 별님들한테 프리스티스? 맞아 죽을 일 있어여?”


“그 발언의 저의는 뭐지요? 세계랭킹 1위인 줄리아도, 도순이님도 여성입니다만. 본인도 여성이면서 지금 성차별 하시는 겁니까?”


“먼 차별? 대체 언제적 소릴 하구있어··· 참 나, 이보세여. 본인이 말하면서 논리 파탄 났단 생각 안들어여? 본인이 방금 한 말을 잊어버렸나?”


“그럼 어디 그 잘난 논리 좀 들려주시죠.”


여인은 비아냥거리는 직원을 지그시 노려보더니 깊게 숨을 내쉬었다.


평소엔 안하무인 소리를 듣는 여인이었지만, 결단에는 각오가 필요한 법이었다.


“......알겠어요.”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생각보다 더 크게 들렸다.


“저도 도순이 님의 실력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어요.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하시고, 예전에 비하면 실력도 일취월장하셨죠. 그런데 다른 별님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탐험가는 비전투직업이지 않습니까? 다른 전투직업을 가진 분들과 비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겁니다.”


“패시브 스쿼드를 그렇게 짠 이상 반 전투직업이죠. 게다가 도순이 님의 장비는 다른 분들보다 월등하게 좋아요.”


“탐험가용 장비가 좋아봤자··· 뭐, 그건 그렇다 칩시다. 반례는 하나가 답니까?”


“아니요. 넘치는 게 데이터죠. 세계랭킹 TOP 100중에 여자 플레이어의 비율은 24% 예요. 1위를 제외하면 이슈 몰이 하려고 몰아준 사람들이 많고요.”


“기회가 불평등했을 뿐입니다.”


“대중은 당신의 고매한 생각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열광할 겁니다. 요한이 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역대의 요한 후보들은 모두가 남성이었다.

그걸 뒤집는 건 보통은 생각할 수 없는 파격적인 발상인 것은 맞다. 과연 그에 뒤따르는 것이 열광일지 광분일지는 모를 일이지만.


“......”


여인은 입을 다물었다.


사회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가 거의 의미 없어진 지금도, 남녀차이에 대한 담론은 여전히 터부에 가깝다.

흥미로운 눈초리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한 마디도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이 정도 분위기면 충분했다.


여인은 숨을 고르며 감정을 끌어올렸다.


“...잠깐은 그럴지도 몰라여. 그래도 결국 대중이 바라는 건 챕터 클리어잖아여.”


“여자라고 해서 못 깨는 거 아닙니다만.”


“요새 어느 나라 팀이 챕터 클리어에 여자를 쓰는데여? 애초에 할 수 없는 걸 시켜서 대중에게 욕먹게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핍박이란 생각은 안해보셨어여?”


우리나라···?


농을 던지려 했던 직원 하나는 여인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럴 타이밍이 아니었다.


“줄리아는···”


“인간적으로! 인간적으로 그런 전설적인 예외는 들지 말자구여... 네? 그럼 제가 너무 비참해지잖아여. 사실은 나도 별이 되고 싶었는데···...”


“미, 민지 씨. 괜찮아요?”


목소리가 너무 커졌기 때문일까?

단순히 구경꾼 포지션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기겁해서 만류했다.


누군가는 혀를 차고, 누군가는 웃음을 참고.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지사장 이유진이 만든 아바타를 그대로 스타 프리스트의 아바타로 삼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더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의 내심은 모를 일이지만 논리는 둘째 치고 감성적으로 완전히 압도된 지금 상황에서 무슨 의견을 내도, 본전도 건지지 못하리라는 건 다 아는 사실.


그렇다고 한시를 다투는 일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명목상의 투표가 끝나고 46:4의 점수로 안건은 통과됐다.


마치 졸속행정 같은 모습에 심기가 불편해진 몇몇은 아바타를 제외한 부분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최소한 해결사가 직접 뽑은~ 같은 홍보는 피합시다.”


“으음··· 위험하긴 하죠. 그래도 본인이 원한다는데.”


하지만 그렇게 이의를 제기한 몇몇을 제외하면 이 불편한 분위기에서 말을 꺼내고 싶은 이들이 없었기에-


“조금 시간을 들이고 지켜봅시다.”


이번 안건은 순식간에 어정쩡한 결론을 내놓는 데 그쳤다.


회의 종료.


사람들은 로그아웃을 서둘렀다.


대부분의 직원은 아직도 불편한 분위기가 남아있는 공방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오늘 가장 목소리가 컸던 세 사람과 지사장이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아바타는 왜 그렇게 만드신거예여? 취향도 아니잖아여.”


넷을 뺀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퇴실했음을 확인한 직원이 시큐리티를 걸고 그렇게 물었을 때.


이유진은 한 배를 탄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알려주려고 했다.


생각해서.


떠올려서.


“........................?”


모르겠다.


어째서지?


후보를 좁히는데 들인 시간만 반나절인데, 정작 결정의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이 날 듯 말듯,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한 기분 속에서, 이유진은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이유진의 표정이 점점 찌푸려지는 모습을 보다 못한 다른 직원이 끼어들었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래. 보기 이쁘면 좋은 거지.”


“하긴, 그건 그렇네여.”


작가의말
게임 탑랭킹 24%는 쬐금 무리한 설정 같긴 한데...
여캐도 쓰고 싶어서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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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전직 과정 19.09.19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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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변화? 19.09.10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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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설득 19.09.06 35 2 12쪽
» 뭔가 이상한 회의 19.09.05 47 2 16쪽
4 아바타 제작 조건 19.09.04 46 3 12쪽
3 어려운 자리 19.09.03 63 3 13쪽
2 특별한 인간 19.09.02 115 3 12쪽
1 프롤로그 - 이런 세상 19.09.02 204 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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