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안들리는데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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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부
작품등록일 :
2019.09.02 23:53
최근연재일 :
2019.09.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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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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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3. 희망(2)

DUMMY

Take 3. 희망(2)



난 안개의 발원지를 찾기 위해 효정이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사실 안개라고 표현했지만 뭐랄까나.. 은하수를 실제로 본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은 오묘하고 몽롱한 모습이었다. 여태까지 눈 앞에 보였던 안개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찾아내고 싶었다.


병실문을 열어 복도로 나갔을 때 안개는 온데간데 사라졌고 왠 꼬마아이가 복도에 서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아... 없네...”

- 뭐 찾는데 그래? 내가 찾아줄게 뭔데 말해봐봐.

“방금 보였던 그 반짝이는 안개 같은 거 안 보였어 혹시?”

- 안개? 안개 같은 게 있었어?


아.. 맞다 이 안개는 원래 내 눈에만 보였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역시 두 분 다 이 안개가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듯 했다.

게다가 이미 내 눈에도 안개는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허탈함과 아쉬움에 다시 병실로 들어가려던 그 때 아까 보였던 안개가 다시 한 번 눈앞에 보였다. 혹시나 또 다시 사라질까 안개의 시작을 찾아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 그 안개의 시작이 복도에 서있던 꼬마아이의 핸드폰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야 효정아 여기 꼬마 핸드폰에서 그 안개가 나온다”

- 무슨 소리야? 안개가 나오다니?


나와 효정이의 대화를 듣던 꼬마는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게임을 일시정지 시켰다.


“어? 야 효정아 이제 또 안개 안나와”

- 안개는 원래부터 안 보였었어.. 너 피곤한가보다 들어가서 좀 눕자..

“어어 야 잠깐만 잠깐만..!”

.

.

.

.

.

효정의 힘에 어쩔 수 없이 병실로 들어와버린 뒤 침대에 누워 아까 상황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봤다. 분명 안개의 발원지는 꼬마아이의 핸드폰 이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다시 안개가 나왔고.. 게임을 일시정지하자마자 안개가 사라졌다.


“나 핸드폰 좀 빌려줘”


효정이의 핸드폰을 들고 인터넷을 켠 뒤 검색창에 ‘소리가 색깔로 보이는 증상’을 검색했다. 그리고 그 증상이 ‘색청’ 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색청] : 음(音)에 의해서 본래의 청각 외에 특정한 색채 감각이 일어나는 현상. 공감각의 일종으로 저음에는 어두운 색, 고음에는 밝은 색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처음 들어보는 증상이었다. 물론 내가 이 증상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불과 몇 개월 전 까지만 해도 이 안개에 색깔은 보인 적이 없었으니까. 근데 아마 내 생각대로라면...


“야야 효정아”


난 효정이의 핸드폰에 피아노 어플을 설치한 뒤 볼륨이 키워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도’ 음을 손으로 눌렀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까 봤던 영롱한 안개는커녕 예전에 봤던 희뿌연 안개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다시 노래를 시작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주 작은 기대를 했었는데.. 결국.. 아까의 안개도 그저 내 착각 이었던 것 같다.


“크크... 그럼 그렇지...”


날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효정이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려다가 무심코 켜져있던 피아노 어플의 건반을 손으로 터치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핸드폰에서 안개가 피어 올랐다. 기분 나쁘지 않은 아주 예쁜 붉은색의 안개였다.


뭐지? 분명 아까는 안개가..


나는 다시 핸드폰을 쥐고 여러 음들을 마구 눌러봤다. 하지만 또다시 안개는 보이지 않았다.

점점 맥이 빠져가고 있을 때 혹시 음이 높아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화면에서 제일 낮은 음을 눌러보았다.


딩~


아까 봤던 그 영롱한 붉은색 안개였다. 혹시나 싶어 여러번 음을 눌러 확인을 했고 역시 같은 색깔의 안개가 피어올랐다. 피아노의 옥타브를 전체적으로 내린 뒤 한음 한음을 쳐보았고 그리고 내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1옥타브 2옥타브 라고 부르는 구간의 음은 모두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것도 가지각색의 안개가. 다만 3옥타브를 넘어가는 시점에서부터는 안개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곧장 엄마가 사다놓으신 과자의 박스를 뜯어 각 음에 따라 피어나는 안개의 색깔을 적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효정이에게 건네며 아무음이나 쳐보라고 말한 뒤 등을 돌려 앉았다.

제발.. 제발.. 만약.. 정말.. 이게 되다면.. 난 노래를 다시 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간절하게 안개가 보이기만을 기다린지 몇초 후.. 눈 앞에 파란색 안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야!! 야 효정아!! 자.. 잠깐만 기다려!! 금방 맞출께!! 파.. 파란색.. 파란색이...”


나는 아까 음의 색깔을 적어놓은 과자박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찾았다! 파란색!.. 파! 파 맞지??”


고개를 돌려 효정을 봤을 때.. 정말 효정이의 표정이 볼만했다. 크크. 무슨 귀신 본것마냥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크크.


“야야 효정아 또 해봐봐!”


이번에는 분홍색 안개가 피어올랐다. 분홍색.. 분홍색이면 라# 음이었다.


“라# ! 맞아?”

“ %^(&*&)%*( ???”

“뭐라는 거야.. 나 귀 안 들린다니까”


효정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핸드폰에 글씨를 끄적인 뒤 내 눈앞에 가져다 댄다.


- 너 진짜 귀 안 들리는 거 맞아?? 이걸 어떻게 맞추는 거야??

“ 크크. 나도 몰라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는데... 색깔이 눈에 보여. 야 됐고 좀만 더 해보자.”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누가 보면 거짓말 하느냐고 볼 수도 있을 터였다.

효정이와 나는 계속 피아노의 음을 듣고.. 아니 보고라고 해야하나 크크.. 아무튼 피아노 음을 맞추는 걸 반복했다. 그리고 때마침 편의점에 갔던 엄마가 돌아왔다. 효정이는 엄마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해줬고 엄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야야 엄마한테 한 번 보여드리자. 아무 음이나 쳐줘.”


효정이가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오케이 싸인을 보낸다. 난 다시 뒤로 돌았고 안개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번엔.. 청녹색 이었다.


“라! 맞지?”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 역시 놀란 토끼눈을 하고 날 쳐다보고 계셨다. 그리고는 손으로 입을 가리신 뒤 눈물을 흘리신다. 맞다. 누구보다도 내 꿈을 응원하고 지원해주셨던 엄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도 가슴이 찢어지셨을 거다.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도 그동안 담아뒀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눈물이 아닌 딱 잘라 표현하기 힘든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다. 엄마의 품에 안겨 우는 모습을 본 효정이 역시도 옆에서 펑펑 울어댔다. 지금 이 순간 소리가 어떻게 해서 눈에 보이게 됐는지 따위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꿈꿀 수 있음에 엄마와 나는 감사하며 감동했고 효정이는 한 결 마음의 짐을 덜었을 것이다. 얼마나 울었을까.. 엄마의 품에서 나와 엄마에게 말 했다.


“흑.. 흑... 엄마.. 나 음악 다시 하고 싶어요..”


엄마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계셨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내 뺨을 어루만져 주셨다.


이제 다시.. 꿈을 꿀 수 있다.



***



퇴원 후에 다니던 고등학교는 자퇴를 했다. 1년도 채 안남은 상태에서 아깝긴 했지만.. 담임 선생님께서 어차피 출석일수가 모자라서 유급을 해야한다고 하시기에.. 그냥 편하게 검정고시를 보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여유롭게 지금 이 능력에 대해서 이래저래 연구를 많이 해봤다.


지금으로써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첫 번째로 점점 색깔이 보이는 음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입원당시 보이지 않던 색깔이 점점 하나씩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음의 세기가 강할수록 색깔이 더욱 선명했고 약할수록 색깔이 흐렸다. 두 번째는 단음의 경우에는 색깔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곡의 경우에는 이것저것 뒤섞인 색깔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게 꼭 아름다운 색깔로 오색찬란하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음악이 좋지 않거나 불협이 많은 음악의 경우 아예 검게 보이거나 탁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저번에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버스킹을 하는 사람을 맞닥뜨린 적이 있었는데 노래를 잘 하지 못했는지.. 먹구름 같은 안개가 눈앞을 가려 나도 모르게 순간 ‘왁!!!’ 하고 비명을 지른 뒤 그 버스커를 째려본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미안하네.. 흠...”


뭐 아무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만들어진 곡 같은 경우 내가 나열한 12가지 색깔 이외의 색깔들이 있었다. 가령 에메랄드 색 이라던지 아니면 뭐.. 아쿠아 블루 같은.. 파스텔 계열이라고 하나? 아무튼 그런 예쁜 색깔들이 보였다. 혹시나 이걸 이용해서 히트곡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저런 곡들을 써봤지만... 미디 프로그램으로 재생 시켰다가 무슨 대 악마 소환되는 줄 알고 재생을 멈춰버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역시.. 작곡은 어렵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 여어 백수. 뭐하냐?


서효정 이 자식은 왜 수업시간에 톡을 하는 걸까. 이제 대학이랑은 영원히 작별인사 하려는 건가...


- 공부나해라 고3아. 오빠 바쁘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 아니 이렇게 이쁜 누나가 톡을 꼭 먼저 해야겠니?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아주 연락 한 번을 안 하네 이 자식 이거!!

- 넌 공부 안 하냐 이제 다음 달이면 수능인데?

- 하하하 지금 한다고 뭐 되겠니? 하늘에 맡겨야지. 하하하


이정도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니 그냥 난 내일이나 해야겠...


지이이잉~! 지이이잉~!


- 야 너 근데 보컬 선생님한테는 말씀 드린 거야?


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선생님께 지금 상황을 말씀 드리는 걸.. 그냥 내가 전화도 안받고 잠수 탄 걸로 알고 계시겠지 아마도.. 아오 바보.. 생각 했어야 했는데..


- 야야 말해줘서 고맙다. 나 진짜 완전 까맣게 잊고 있었어. 오늘에라도 찾아봬야겠다.


내가 이렇게 걱정하는 이유는 보컬레슨을 받는 사람들 중에 그만두겠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잠수를 타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스케쥴이 꼬였음에도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쓴 웃음을 지으시고는 그 시간동안 날 더 가르쳐 주시곤 했었다. 그런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난 저런 사람들처럼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근데.. 어쩔 수 없었던 거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생님께 내가 예의 없는 행동을 해버린 거나 다름없었다.


톡으로 연락을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동안 연락 다 씹고 6개월만에 불쑥 인사를 드리러 간다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혼나더라도 가야만 했다. 이게 그동안 날 생각해주신 선생님에 대한 예의니까.


그렇게 나는 내 스승님을 뵙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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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Take 24. 미친남자(3) 19.09.29 64 3 11쪽
23 Take 23. 미친남자(2) 19.09.19 94 5 12쪽
22 Take 22. 미친남자(1) 19.09.19 75 4 11쪽
21 Take 21. 슈퍼싱어 K(3) 19.09.17 90 2 11쪽
20 Take 20. 슈퍼싱어 K(2) 19.09.16 88 3 11쪽
19 Take 19. 슈퍼싱어 K(1) 19.09.15 101 7 11쪽
18 Take 18. 하늘 보육원(3) 19.09.14 129 6 12쪽
17 Take 17. 하늘 보육원(2) 19.09.14 117 5 11쪽
16 Take 16. 하늘 보육원(1) 19.09.14 105 4 11쪽
15 Take 15. 새로운 능력(2) 19.09.13 106 6 11쪽
14 Take 14. 새로운 능력(1) 19.09.13 116 7 11쪽
13 Take. 13 작은 대회(5) 19.09.13 106 7 11쪽
12 Take 12. 작은 대회(4) 19.09.12 112 9 12쪽
11 Take 11. 작은 대회(3) 19.09.12 130 7 12쪽
10 Take 10. 작은 대회(2) 19.09.12 119 7 11쪽
9 Take 9. 작은대회(1) 19.09.11 127 8 12쪽
8 Take 8. 첫 대회 19.09.10 165 8 11쪽
7 Take 7. 서효정(2) 19.09.09 189 8 11쪽
6 Take 6. 서효정(1) 19.09.08 216 6 11쪽
5 Take 5. 스승님(2) +2 19.09.07 251 8 11쪽
4 Take 4. 스승님 (1) 19.09.06 284 12 11쪽
» Take 3. 희망(2) 19.09.05 316 10 11쪽
2 Take 2. 희망(1) 19.09.04 328 10 11쪽
1 Take 1. Intro +2 19.09.03 56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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