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안들리는데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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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부
작품등록일 :
2019.09.02 23:53
최근연재일 :
2019.09.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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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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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20. 슈퍼싱어 K(2)

DUMMY

Take 20. 슈퍼싱어 K(2)



다른 지역에서 먼저 열린 2차 예선 상황이 담긴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봤기 때문에 참가자가 많은 것에 대해서 크게 놀라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5억이라는 돈에 실제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건 효정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나보다 눈알이 딱 2배는 더 튀어나와 있었다.


“야, 야.. 오늘 총 참가자.. 며, 몇 명이라고?..”

“글쎄다. 부산 쪽 참가자가 5천명 정도 됐었다니까.. 인천도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오.. 오... 오처.. 오천.. 명...”

“근데 어차피 우리는 저기 보이는 조그마한 부스 있지? 거기 들어가서 부르는 거니까 끽해야 뭐 심사위원 몇 명 정도 앞에서만 연주하는 거니까 크게 쫄 거 없어”


뻣뻣한 위로를 건네고 효정이를 힐끗 쳐다봤다. 계속 얼어있을까봐 내심 걱정을 했었지만 다행히 위로가 조금은 먹혔는지 효정이도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한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참가번호 1601번 이요!”


스태프의 호명에 효정이와 닭장마냥 빽빽이 설치된 조잡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어? 여기서 보네요 민우씨?”


재수가 좋은 건지 없는 건지.. 하필이면 마형우가 심사위원 중에 한 명 으로 앉아있었다. 심지어 이름까지 기억한다. 가요제 당시 그냥 인사차 명함을 건넨 거라 생각했었는데..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속는셈치고 효정이한테 부탁해서 전화라도 해볼걸 그랬다.


“어라? 절 기억 하시네요?”

“하하 물론이죠. 그 때 민우씨 노래 내가 엄청 감명 깊게 들었었거든! 근데 연락 안와서 얼마나 섭섭했었다구! 뭐 아무튼 민우씨랑 나랑 인연이 있긴 있나보네! 오늘도 완전 기대해보겠습니다 하하.”


저렇게 웃으면서 쿨하게 말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괜히 마형우에게 미운털 박힌 건 아닌가 싶다. 이러다가 혹시나 마형우가 기대하는 만큼 노래를 못한다면.. 꼬투리 잡혀서 탈락을.. 아닌가 잘해도 연락 안했다고 삐져서 탈락시키면..


툭.


“어?”

“야 뭐해!”


괜한 잡생각에 빠져 멍하니 있다가 효정이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보니 심사위원들과 카메라 스태프 모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네 저희가 부를 곡은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입니다.”


[Well you done done me and you bet I felt it I tried to be chill but you're so hot that I melted I fell right through the cracks...]


심사위원들과 카메라 스태프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마형우는 같이 리듬을 타며 가사까지 입으로 따라 불렀다.


‘분위기 나쁘지 않다. 이대로만 가면 2차는 무조건 통과다!’


[But I won't hesitate no more, no more It cannot wait I'm yours]


너무 노래에 집중을 못 한 탓일까. 다음 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


‘왓더..! 젠장 가사 뭐였지??’


“으흐으흐음~ 예에에이에~”


다행히 가사 없이 흥얼거리는 소절 덕분에 다음 가사를 생각할 시간을 간신히 벌었지만 당황한 탓인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효정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놈은 행여나 연주가 틀릴까 고개를 푹 숙인채로 기타연주를 이어가고 있었다.


‘제발 좀 봐라 나 좀 봐라 제발 고개 좀 들어라! 나 가사 까먹었다고오!’


하지만 마음속의 외침이 효정이에게 닿을리 없었다.


‘이제 다음 소절까지는 3초.. 2초.. 1초.. 젠ㅈ.... 어라?’


[Well open up your mind and see like me Open up your plans and damn you're free]


효정이는 마치 원래 이 곳이 자기 파트였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효정이의 노래가 섞이자 고동색의 안개는 점점 코코아 색을 띄며 옅어져갔다. 그리고 안개는 이내 내가 원곡에서 들었던 색깔로 완전히 변했다.

놀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마형우와 다른 심사위원도 남자 솔로곡이 남녀듀엣 곡으로 바뀐 것이 신선했는지 입술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There's no need to complicate Our time is short]


효정이가 날 힐끗 올려다보며 씨익 웃더니 고개를 까딱거린다. 이제 나올 스캣을 같이 하자는 이야기 인 것 같았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This is our fate I`m yours]


“둠츄뚜~ 뚜뚜쥬~ 뚜쥬두쥬뚜두~”

“둠뚜쥬! 뚜츄쥬~ 뚜쥬쥬두두뚜~”


아마 효정이도 나도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를 거다. 그냥 스캣이라는게 원래 그렇듯 즉흥적으로, 마음 가는대로 입 가는대로 음악의 키에 맞춰 속된말로 아무렇게나 씨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자체가 음악이었다. 우리에게서 피어오르는 안개의 색깔도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지금 이게 음악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어?’


미약하게나마 효정이와 나의 연주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반짝반짝 빛나더니 점점 그 ‘빛’이 되어갔다. 아마 효정이도 이 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This oh this oh this is our fate I'm yours~]


“와우~! 브라보!!”


노래가 끝나자마자 마형우는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심사위원 역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손뼉을 쳤다.


“이야 이 노래를 남녀 듀엣으로 만들어 왔네? 뭐 이정도면 이미 본선 수준 아니야? 안 그래요 영규씨?”

“그렇네요. 편곡도 좋았고 두 분 목소리도 서로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탑 10으로 보내고 싶네요. 크크”


두 심사위원은 꽤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나도.. 정말 너무나 즐거웠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무대에는 누군가와 같이 서는게 아닌 혼자 서는게 익숙했다. 사람들이 나와 비교 되는게 싫다며 같이 무대를 서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나 역시도 나 혼자 무대에 서는게 가장 멋지고 효율적이다. 라고만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듀엣 무대는 난생 처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무대가 재미있다는 걸 느낀 것 같았다.


“아아 두 분은 무조건 합격! 만약 떨어지면 내가 피디한테 압박 넣을께! 크크. 진짜 잘 들었습니다. 아우 오늘 아주 별 거지같.. 아, 아니지.. 부족한 참가자들의 노래만 듣다보니 힘들었는데 두 분 덕분에 귀 청소되는 기분이네 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연락을 못 드린 건.. 그냥 예의상 명함을 주신 거라고만 생각을..”


마형우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로 넘어갈 듯 크게 한참을 웃더니 말했다.


“아니 뭘 그걸 여태까지 생각하고 있어? 나 그렇게 속 좁은 놈 아니니까 신경쓰지마요 민우씨. 크크. 이거 봐 인연이 되니까 여기서 막 알아서 만나고 그러잖아? 안 그래?”


다행이었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해서.. 하지만 또 모른다. 저래놓고 탈락 시킬지도..


“아무튼 오늘 노래 잘 들었어요. 본선에서는 내가 심사위원을 하지는 않지만 후배들 한테 이야기 잘 해놓을 테니까 준비 잘해요. 다음에 또 인연을 기대해 보자구!”

“네 감사합니다”



***



민우와 효정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부스 밖으로 나가자 박영규는 마형우의 팔을 어깨로 툭툭 치며 말을 걸었다. 마형우를 알고 지낸지 10년은 족히 넘었지만 매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마형우가 이렇게 까지 환호를 하는 모습은 상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형 근데 저 친구들 아는 사이에요? 와 느낌 장난 아니네요”

“아아 여학생은 잘 모르겠고 남자놈은 이민우라고 저번에 합정동 가요제에서 태민이 형 땜빵으로 심사위원 하러 갔을 때 있지? 그 때 참가자였어. 요즘 같이 죄다 콧소리만 내면서 앵앵대거나 고음만 질러대는 놈들이랑은 뭔가 색다른 느낌이 나서 기억하고 있었지. 처음 노래 듣는데 예전에 그 김민준 이라고 있었잖아? 그 친구 느낌이 딱 나더라고. 크크.”

“오 그러게요? 그 친구랑 되게 느낌이 비슷하네.. 아니 근데 그 친구는 지금 뭐한대요?”


마형우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혀를 몇 번 차며 말했다.


“그 때 그 일 이후로 잠수타서 뭐 그 다음에는 연락이 닿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뭐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외국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소문도 있고..”

“그렇군요.. 아까운 친구였는데..”

“그렇지 진짜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보컬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였으니까.. 뭐 아무튼 떠난 사람 얘기는 그만 하고 앞으로 저 친구들 어때? 잘 될 것 같지?”


박영규는 능글맞게 질문을 하는 마형우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네 근데 저는 이민우 라는 친구 보다 옆에 서효정 이라는 친구한테 더 눈이 가네요.. 기회가 되면 한 번 프로듀싱 해보고 싶은? 뭐 그건 나중얘기고.. 일단 탑 10은 무조건 갈 것 같네요 저 둘은. 크크”

.

.

.

.

.

.

.


부스에서 나오자마자 효정이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아.. 진짜 연주하는데 틀릴까봐 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크크. 수고했다. 너 근데 기타 어찌 그리 잘치냐? 기타리스트 해도 되겠어”

“웃기지마라. 꼴랑 이거 치는 건데 무슨. 기타리스트 들이 욕한다 임마.”

“크크. 야 그나저나 아까 나 가사 까먹은 건 어떻게 알고 니가 들어간거야?”


솔직히 정말 의외였다. 이 놈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사전에 듀엣으로 하자는 약속따위도 한 적이 없었다. 근데 갑자기 귀신같이 그 타이밍에 들어갈 줄이야..


효정이는 내 질문에 눈살을 찌뿌리며 하늘을 보더니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 ‘몰라’ 라고 대답한다.


“그냥 왠지 너 그 부분 흥얼거릴 때 뭔가 불안한 느낌이었어. ‘나 가사 까먹음’ 이런 느낌? 그래서 그냥 들어갔는데.. 니가 진짜 까먹은 건지 안 들어가더라. 크크”


효정이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꽤나 신기한 상황이었다.


“오.. 진짜로 까먹은 거 였는데.. 이것도 감각 공유 때문에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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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연재일 변경 공지입니다. 19.09.19 63 0 -
24 Take 24. 미친남자(3) 19.09.29 64 3 11쪽
23 Take 23. 미친남자(2) 19.09.19 94 5 12쪽
22 Take 22. 미친남자(1) 19.09.19 75 4 11쪽
21 Take 21. 슈퍼싱어 K(3) 19.09.17 89 2 11쪽
» Take 20. 슈퍼싱어 K(2) 19.09.16 88 3 11쪽
19 Take 19. 슈퍼싱어 K(1) 19.09.15 101 7 11쪽
18 Take 18. 하늘 보육원(3) 19.09.14 129 6 12쪽
17 Take 17. 하늘 보육원(2) 19.09.14 117 5 11쪽
16 Take 16. 하늘 보육원(1) 19.09.14 105 4 11쪽
15 Take 15. 새로운 능력(2) 19.09.13 106 6 11쪽
14 Take 14. 새로운 능력(1) 19.09.13 116 7 11쪽
13 Take. 13 작은 대회(5) 19.09.13 106 7 11쪽
12 Take 12. 작은 대회(4) 19.09.12 112 9 12쪽
11 Take 11. 작은 대회(3) 19.09.12 130 7 12쪽
10 Take 10. 작은 대회(2) 19.09.12 119 7 11쪽
9 Take 9. 작은대회(1) 19.09.11 127 8 12쪽
8 Take 8. 첫 대회 19.09.10 165 8 11쪽
7 Take 7. 서효정(2) 19.09.09 189 8 11쪽
6 Take 6. 서효정(1) 19.09.08 216 6 11쪽
5 Take 5. 스승님(2) +2 19.09.07 251 8 11쪽
4 Take 4. 스승님 (1) 19.09.06 284 12 11쪽
3 Take 3. 희망(2) 19.09.05 315 10 11쪽
2 Take 2. 희망(1) 19.09.04 328 10 11쪽
1 Take 1. Intro +2 19.09.03 56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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