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안들리는데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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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부
작품등록일 :
2019.09.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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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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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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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21. 슈퍼싱어 K(3)

DUMMY

Take 21. 슈퍼싱어 K(3)



‘이것도 감각 공유 때문에 되는 건가?’ 라는 질문에 효정이는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우 몰라몰라. 그냥 그런갑다 하자.. 사실 내가 말은 안했지만 요즘에 니 놈 때문에 놀란 일이 하도 많아서 이정도는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만다. 귀가 안 들린다는 놈이 갑자기 피아노 음을 맞추지를 않나.. 음악을 듣고 색깔이 느껴지질 않나.. 거기다가 지금 너랑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아직 적응이 안된다. 꿈꾸는 것 같어 내가 지금.”


하긴 나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눈앞에 벌어지니 원..


“그나저나 결과는 언제 난대?”

“이제 서울지역예선 까지만 끝나고 합격자 한테 문자로 통보한대. 2주 정도 남았네”

“끄아아아~! 하아아암..“


효정이는 기지개를 펴더니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하암.. 쩝.. 그래 그럼.. 2주 동안 음정연습 빡세게 해야겠네. 3차 예선 준비해야지. 아우 뭔 놈의 예선이 이렇게 많아.. 쯧 귀찮게.”

“야.. 2차 예선도 붙을지 떨어질지 모르는 판국에 무슨.. 크크”


효정이는 날 빤히 쳐다보더니 양 손으로 내 얼굴을 잡는다. 그리고는 내 얼굴에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숨이 닿을 듯 한 거리까지 다가오더니 나지막히 말한다.


“야 이민우 이 짜식아.”


‘뭐, 뭐야 이 자식 이거..’


순간적으로 당황하자 효정이는 웃으며 말한다.


“잘들어 짜식아. 이 누나가 친히 기타도 쳐주고 노래도 불러줬는데 뭐? 2차예선 통과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고?! 노노! 무조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말이라도 그딴 말 하지마 알겠어?! 캬캬”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나가네 나가서 뭐하네 하더니.. 정말 대단한 또라이 인 것 같다.


효정이와 투닥투닥 하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민우야?”


형준이었다. 형준이도 슈퍼싱어에 지원했나보다. 그나저나 형준이 이 녀석 못 본 사이에 살도 많이 빠지고 옷도 캐쥬얼하게 꽤 멋지게 입었다. 누가보면 이미 연예인 인 것 같이 보일 정도였다.


“와 형준아 못 본 사이에 왜 이렇게 멋있어 졌냐? 바로 데뷔해도 되겠어”

- 크크. 아냐 임마. 그냥 우리 선생님이...


‘아 맞다. 형준이는 내가 구화법을 사용할 줄 안다는 걸 모르지 참.’


“야 형준아. 그 독순술이라고 알지? 무협지나 이런데서 많이 나오는 그거?”

“음? 아아. 입술 모양으로 말 알아맞히는 그거?”

“어어 그거. 나 얼마전에 그거 배워서 그냥 좀 천천히만 말해주면 대충 알아들을 수 있어. 그니까 그냥 말해도 괜찮..”

“꺄아!”


형준이 역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과 같은 소녀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요새 유행인가..


“와.. 너, 너무 놀랬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걸 줄 알았는데..”

“야 너 나는 안보이냐? 이놈한테만 인사하네”


옆에 있던 효정이가 퉁명스럽게 말을 던진다.


“엇 아아 미안해 효정아. 민우 너무 오랜만이라서 하하 미안하다야..”

“크크. 장난이야 임마. 크크. 그나저나 너도 노래 시작하는 거야?”


효정이의 질문에 형준이는 나를 힐끔 보더니 쑥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소심하게 끄덕였다. 근데 얼굴은 왜 붉히는 건지 모르겠다. 이상한 놈 같으니.


"고3인데 사실 너네도 알다시피 내가 공부를 딱히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잘 하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건 노래 뿐이라서 부모님께서도 얼마전에 힘들게 승낙해 주셨어. 그나저나 너네 둘이 한 팀이구나?

“어 뭐 그렇게 됐어.”

“크크. 둘이 뭔가 되게 잘어울려. 아! 나 이제 슬슬 순서 준비하러 가야겠다. 나중에 내가 연락할께 우리 셋이 같이 보자!”


형준이는 작별인사만 짧게 남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난 쟤가 가끔 널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친 서효정아 시끄러워. 암튼 일단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좋다. 오늘 청국장 삘이다. 콜!”


‘아니 이 새끼가 지금..’



***



“네 다음 1800번 참가자 들어오세요”

“앗 넵!”


형준은 떨리는 마음으로 부스안으로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부스 안은 냉기가 가득 차 있는 듯 쌀쌀했다. 그리고 그 냉기의 한 가운데에 마형우가 앉아있었다. 형준이 들어간 부스는 아까 민우와 효정이 오디션을 봤던 그 부스였다.


‘와.. 저 사람이 가요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그 마형우..’


사실 형준은 이런 대회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것 만으로도 손발이 덜덜 떨리는데 눈 앞에 그 유명한 마형우가 있다는 사실이 형준을 더욱 떨리게 만들었다.


“차, 참가번호 1800번 김형준 이라고 합니다! 제가 부를 노래는..”

“제목은 말 안해도 되니까 그냥 노래 바로 하세요”

“아.. 네, 넵!”


마형우는 아까 전 민우와 효정에게 대했던 태도와는 180도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실 지금 이 모습이 실제 마형우의 모습이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민우에게만 특별한 반응을 보인 것이었을 뿐 평소 왠만한 일에는 반응도 없으며 자신의 이미지 관리 따위는 생각도 안하는.. 그저 속된말로 자기 꼴리는 대로 사는 인간이 마형우 였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김형준은 그저 ‘귀찮은 일거리’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포맨 - 안되겠더라


[참 웃기더라. 그땐 몰랐는데 귀찮아했는데 그게 그리워 지더라]

.

.

.

[너의 빈 자린 너무 크더라 니가 아닌 누구도 안되더라]


형준은 노래를 마무리 지었다.

긴장한 것에 비해서 큰 실수도 없었거니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노래를 선보였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크게 흠 잡을 곳이 없는 노래였다.

하지만 이미 민우와 효정의 노래를 들은 뒤의 마형우에게는 그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참가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이미 형준은 정확히 읽어내고 있었다.


‘아.. 뭔가 마음에 안드는 구나 내 노래가..’


“네 잘 들었어요. 수고했습니다.”


마형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한 손으로 펜을 굴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이런 뻣뻣함을 넘어 무례하기까지 한 마형우의 행동에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분위기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박영규가 입을 열었다.


“아.. 그 네 형준씨 잘 들었습니다. 노래 정말 잘 하시네요! 노래 자체가 너무 담백해요! 하하. 좋은 기회 있으시길 빌게요. 수고 많았어요!”

“하하.. 네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 박영규의 위로는 되려 형준은 더 마음이 아픈 듯 했다. 첫 대회였고 그 유명한 마형우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긴장만큼 크게 설레었던 형준이 였지만 마형우의 무례한 태도는 형준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형준은 날개가 꺾인 새 처럼 양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부스의 문을 열자 등 뒤에서 마형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피곤하다. 대체 이거 언제까지 해야 되는거야? 고만고만한 애들 노래 듣는 것도 한 두시간이지 대체 몇 시간 째인지 참.. 아까 그나마 민우랑 그.. 누구랬더라 효정이? 걔네 노래라도 들었기에 망정이지 걔네 아니었으면 나 진작에 때려치고 갔을거다. 아.. 짜증난다 진짜.”

“형..! 아직 저 친구 안 나갔어 조용히 좀 해!”


형준이 느끼기에는 마형우의 투정이 오롯이 자신을 향하는 듯 했다. 자신에게 관심따위 없다는 듯 한 태도와 저런 소리까지 들은 이상 형준은 더 이상 이 곳에 서 있을 자신이 없어 잽싸게 부스 밖으로 나왔다.


끼익~! 탁!


“아이씨 내가 틀린 말 했냐? 진짜 얘네 노래 더 듣다가는 귀 썩겠다. 나 잠깐 담배 좀 피고 올께. 야 스탭아 잠깐만 멈춰 담배좀 피고오게’

“아 진짜 이 양반 왜 애 기를 죽여놔? 아.. 같이 가 나도 피게!”


***


형준은 부스를 나서자마자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마형우에게 느낀 치욕에 대한 분노와 수치힘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것들이 이 눈물의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

형준은 마형우의 말을 들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민우를 동경의 대상에서 자신이 견제해야 할 대상 이라고 생각해버렸다. 그리고 그 마음이 19세의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인 형준에게는 마형우의 말만큼 커다란 상처로 다가 왔던 것이다.


“형준아 이런 생각 하지말자.. 친구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친구 잘 되면 좋잖아. 그런 생각 하지말자. 내가 더 노력하면 된다. 내가 더 노력하면···”


심성자체가 착한 형준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본래 마음이라는 놈의 그렇듯 생각보다 쉽사리 다독여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일로 형준과 민우의 사이에 미묘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



"봐봐 여기는 애국가에서 동해~[ 물 과 ] 하는 부분이랑 음정이 똑같아. 그 다음은 그대내게다시에서 그대내게 [ 다 시 ] 부분이랑 똑같고. ”

“응응 앞에꺼가 장 2도 하행 뒤에꺼가 장 3도 상행이네”


지이잉~! 지이잉~!


[축하드립니다. 슈퍼싱어k 2차 예선에 합격하셨습니다. 3차 예선은..]


“오! 야야! 우리 2차 붙었단다!”

“오예! 거봐라!! 근데 나 그럼 방송에서 기타치는 거냐?! 으아악! 씨x !!”


'..이 자식은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모르겠다. 둘 중 하나만해라 임마.’


쾅!


"무, 무슨 일이야?!"


효정이가 지른 비명에 옆방에 계시던 선생님이 헐레벌떡 뛰어오셨다.


“아 쌤 저희 2차 합격했습니다.”

“오! 그래 뭐 축하한다. 근데 3차 예선은 언제야?”


선생님은 축하하는 사람의 반응 치고는 굉장히 미지근해 보였다. 2차 예선 정도는 그래도 무난하게 통과할 거라 생각 하셨던 모양이다.


“선생님 별 반응이 없으신 거 보니 저희가 2차는 무난하게 통과할 줄 아셨었군요? 후후.. 역시 선생님의 혜안은..”

“엉? 몰랐는데? 난 솔직히 너네 광탈 할 줄 알았는데..”


‘이 양반이 진짜..‘


“속으로 욕하지마라 뒤진다 아주”


‘...선생님 최고!’


“음 일주일 뒤네요. 완전 촉박하네.”


선생님은 옆에서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효정이와 싸우는 효정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근데 저런 거랑 대회 괜찮겠냐?”

“으악! 내 욕하지 마요!!”

“귀는 밝아서.. 뭐 그럼 이번에는 장소가 어디야?”


나는 아까 제대로 보지 못 한 문자를 쭉 훑어봤다. 그리고 그제야 3차 예선의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됐다.


“하하.. BOO 호텔인데.. 3일 동안 생활할 짐을.. 싸오라는데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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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연재일 변경 공지입니다. 19.09.19 63 0 -
24 Take 24. 미친남자(3) 19.09.29 64 3 11쪽
23 Take 23. 미친남자(2) 19.09.19 94 5 12쪽
22 Take 22. 미친남자(1) 19.09.19 75 4 11쪽
» Take 21. 슈퍼싱어 K(3) 19.09.17 90 2 11쪽
20 Take 20. 슈퍼싱어 K(2) 19.09.16 88 3 11쪽
19 Take 19. 슈퍼싱어 K(1) 19.09.15 101 7 11쪽
18 Take 18. 하늘 보육원(3) 19.09.14 129 6 12쪽
17 Take 17. 하늘 보육원(2) 19.09.14 117 5 11쪽
16 Take 16. 하늘 보육원(1) 19.09.14 105 4 11쪽
15 Take 15. 새로운 능력(2) 19.09.13 106 6 11쪽
14 Take 14. 새로운 능력(1) 19.09.13 116 7 11쪽
13 Take. 13 작은 대회(5) 19.09.13 106 7 11쪽
12 Take 12. 작은 대회(4) 19.09.12 112 9 12쪽
11 Take 11. 작은 대회(3) 19.09.12 130 7 12쪽
10 Take 10. 작은 대회(2) 19.09.12 119 7 11쪽
9 Take 9. 작은대회(1) 19.09.11 127 8 12쪽
8 Take 8. 첫 대회 19.09.10 165 8 11쪽
7 Take 7. 서효정(2) 19.09.09 189 8 11쪽
6 Take 6. 서효정(1) 19.09.08 216 6 11쪽
5 Take 5. 스승님(2) +2 19.09.07 251 8 11쪽
4 Take 4. 스승님 (1) 19.09.06 284 12 11쪽
3 Take 3. 희망(2) 19.09.05 315 10 11쪽
2 Take 2. 희망(1) 19.09.04 328 10 11쪽
1 Take 1. Intro +2 19.09.03 56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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