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가문 환생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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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주
작품등록일 :
2019.09.0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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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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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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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제르는 팔찌를 처음 만들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황실마법사로 불리던 천재 대마법사인 피에르의 걸작 중 하나. 황제의 손에 들어갔던 물건이 어떻게 공작가로 흘러나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팔찌는 분명 피에르가 만든 것이 맞았다.


“제르!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해?”


세레나의 목소리에 제르는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아··· 여기에 쓰여 있는 문자들에 대해 생각을 좀 하느라고.”

“그래? 너무 깊게 생각에 빠지셔서 무슨 일이 있나 했어. 근데 팔찌는 다 보거야?”

“아.. 아직. 조금만 더 봐도 될까?”

“그래. 그래도 마차에서만 보고···”


세레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마차 밖에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습격입니다!”


***


병장기 소리와 함께 마차가 급하게 멈춰 섰다. 마차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마차 안으로 다급하게 들어왔다.


“세레나님! 이쪽으로 오세요.!”

“무슨 일인가요?”


마차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항상 세레나의 옆을 지키던 호위 기사였다.


“습격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이 나타났습니다. 어서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젠타 경과 우리 기사들이 상대할 수 없는 건가요?”


세레나와 대화중인 젠타는 마스터 급의 기사였다. 그를 제외하더라도 소드익스퍼트 상급의 기사가 3명이나 더 동행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적들의 습격은 우습게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적은 숫자도 많았지만 함께 온 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쉽게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세레나님을 지키면서 싸우게 되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중에 한사람이라도 놓치면 세레나님이 다치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수의 적들이 둘러싸기 전에 한쪽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요. 젠타 경의 의견을 따르겠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우선 마차를 버리고 각자 말을 타고 이동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제르 어서 밖으로 나가자.”


제르와 세레나는 젠타의 말을 따라서 마부석쪽으로 이동했다.


‘저 젠타란 기사 꽤 상황판단이 좋네. 이런 경우에 마차를 몰고 가는 건 날 잡아가라고 광고하는 거지. 그런데 어떤 놈들이 공작가의 자제를 노리고 습격을 한거지?’


제르는 자신과 같은 판단을 취하는 젠타의 실력에 안심이 되었다. 혈기왕성한 젊은 기사들은 상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다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소드마스터의 실력을 지닌 그는 경험 또한 풍부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빠르게 퇴각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이 사람 말대로 따라야겠다.’


제르와 세레나는 마차와 분리한 말에 각자 올라탔다.


“퇴각한다!”


젠타의 외침에 적들과 맞서 싸우던 기사들이 하나씩 퇴각하기 시작했다.


“잡아라! 말을 타고 도망간다!”

“말을 가져와!”


괴한들은 제르 일행이 퇴각하자 급하게 말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빠른 판단으로 그들과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했지만 그것도 잠시. 말을 가져온 괴한들은 빠른 속도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세레나. 괜찮아?”


세레나의 옆으로 붙어서 달리던 제르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항상 마차로만 이동하던 세레나는 기본적인 승마는 배워서 말을 타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 맞는 기마술은 익히지 않았다.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달리는 세레나는 말을 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녀는 젠타 경의 말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지만 표정에서 매우 불안한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불안한 건 당연하겠지. 그래도 생각보다 꽤나 침착하단 말이야. 그런데 이 속도라면 따라잡히는 것도 시간문제로군. 젠타 경도 알고 있겠지?’


세레나의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달리는 제르는 주변을 살피며 닥쳐올 상황에 대비했다.

제르의 예측대로 잠시 뒤 뒤편에서 땅을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뒤편에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뒤에서 달려오던 기사 중 하나가 괴한들이 보이자 소리쳤다.


“앞에 있는 산으로 간다. 평야지대로 달리게 되면 포위당하게 될 거다. 그곳에서 버티면서 지원군을 기다린다.”

“알겠습니다!”


젠타의 말에 앞에서 달리던 기사 하나가 속도를 내어 먼저 나아갔다.


‘우리 숫자는 여섯. 전투에 상관없는 세레나를 빼면 다섯 명이로군. 나도 그다지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예상외의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 그에 반해 적들의 수는 엄청나군. 이 몸으로 환생한지 일주일 만에 벌써 죽는 건가?’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면 저들을 상대로 하루를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딱히 미련은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쉽게 삶을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일단 살아봐야지. 내 가문을 말아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죽으면 내 스스로에게 너무 한심해진단 말이야.’


계속해서 말을 달리던 일행은 산의 입구에 다다르자 말을 풀어서 달려 보냈다. 제르 일행이 도착하자 먼저 앞서나갔던 기사가 내려와 안내를 했다. 마치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쉽고 빠른 길을 찾아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역시 공작집안의 사람들답군. 이미 이 일대의 지형을 머릿속에 채우고 다니는 구나. 이렇게 뛰어난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것을 보면 하이드 공작에 대해 알 것 같구나.’


제르의 예상대로 이번 일정에 따라 정찰과 추적에 능한 기사가 함께 따라붙었다. 그는 이미 이 주변의 지형을 다 조사하고 상황에 맞게 젠트에게 조언을 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눈에 띄지 않는 동굴이 있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으나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기사의 말에 힘이 나는지 세레나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세레나의 거친 숨소리와 처지는 발걸음은 일행의 진행 속도를 조금씩 늦추고 있었다.


“흩어져서 찾아라! 1조는 앞에 말의 흔적을 쫓아간다!”


산 밑에 괴한들이 도착한 듯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몇몇은 따로 풀어 논 말을 쫓았다.

그 사이 제르 일행은 기사가 말했던 동굴에 도착했다. 그의 말처럼 동굴은 주변에서 발견하기 힘든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들어온 입구를 막은 제르 일행은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동굴의 입구는 좁았지만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람이 서서 다녀도 될 정도로 커져갔다.


“제가 입구를 막고 있겠습니다.”

“그래. 적들이 오면 바로 연락하도록.”

“넵!”


안쪽 깊숙한 곳으로 가자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거대한 공동이 있었다. 그곳에 자리 잡은 일행은 휴식을 취했다.


“누가 습격한 것이죠?”

“알 수 없는 괴한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어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아버님도 적을 만들지 않으시는데 누가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죄송합니다. 사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제가 부족해 세레나님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이에 대한 벌은 돌아가서 받도록 하겠습니다.”


젠타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자기의 주인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책망했다. 세레나는 그런 젠타의 모습을 보며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아니에요. 젠타 경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이런 일을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날 일이 아니었잖아요. 제가 잘못한 겁니다.”


부하의 잘못을 품으며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세레나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제르는 그녀의 모습이 새삼 달라보였다.


‘꽤 괜찮단 말이야. 외모뿐만 아니라 성품도 참 좋은 게 저런 여자라면 누구라도 데려가려 하겠어.’


흐뭇한 표정으로 세레나를 바라보고 있는 제르를 향해 젠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르 공자님은 괜찮으신가요? 듣기로는 몸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네. 지금까지는 문제없네요. 그런데 이곳에 가만히 있는 다고 이 일이 해결되진 않을 것 같은데 해결책은 있으신가요?”

“역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지금은 알다시피 코너에 몰린 상황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나 이곳도 언젠가는 발견될 것이죠. 말을 따로 보낸 것도 추적자를 조금 따돌릴 뿐 그들도 조만간 이곳으로 합류할 겁니다.”


잠시 말을 멈춘 젠타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은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공자님의 댁에 저희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추적조가 나설 겁니다. 그들이 오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들과 동행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요? 왜 이렇게 소수의 인원만으로 움직인 건가요?”

“그건···”

“내가 말해줄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레나가 젠타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 이유는 나 때문이야. 내가 너희 집에도 조용히 방문한 것도. 그리고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움직인 것도 다 눈에 띄기 싫어서이지. 공식적으로 어딘가를 방문할 때에는 이런 인원으로 다닌 적이 없었어.”


잠시 말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던 세레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러셀가에 비공식적인 초청에 응해서 가는 길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소문이 나는 것이 싫어서 조심스럽게 움직인 거야. 그 집안과 나에 대해 엮이는 게 싫었어.”


안타까운 목소리에 세레나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런데 그게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네. 젠타 경의 말대로 충분한 인원을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제르 미안해. 나로 인해서 너마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됐구나.”

“아니야. 그리고 이 일은 단순히 너와 관계된 일만은 아닐 거야. 자세히는 이야기 하지 못하지만 너만의 실수는 아니야. 자책하지 마.”

“무슨 말이야? 자세히···”

“쉿!”


제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일행은 모두 동작을 멈추고 입구를 바라봤다.


‘주변의 기운이 바뀌었어. 무언가 온 것 같은데.’


제르의 느낌이 맞았는지 입구에서 지키고 있던 기사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 괴한들이 입구 주변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쉽게 찾을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 찾아낸 거지?”

“모르겠습니다. 추적술에 능한 자라도 흔적을 지우며 이동했기에 금세 찾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전투를 준비해라. 모두들 목숨을 걸고 세레나님을 지켜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제 목숨을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들의 각오에 젠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세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레나님. 혹시라도 최악의 경우엔 제가 억지로 길을 뚫겠습니다. 그 뒤를 쫓아오시기 바랍니다. 전투 때엔 제르님과 함께 저희 뒤쪽에 대기하고 계십시오.”

“알겠어요.”


기사들이 앞을 막아서고 뒤에 제르와 세레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최대한 입구에 가까이 서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서고 있었다.

잠시 뒤 동굴 입구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찾았다! 여기에 입구가 있다. 모두 모여!”


큰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크게 울렸다.


“모두들 준비하라.”


젠타의 엄숙한 소리에 기사들은 자신들의 검을 굳게 잡았다. 제르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세레나 내 뒤로 가서 있어.”

“제르··· 알겠어.”


세레나를 뒤로 하고 앞을 보고 있을 때 괴한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이런 곳에 숨어 계시다니 흐흐흐. 쥐새끼들도 아니고. 이게 아니었다면 못 찾을 뻔 했습니다..”


한 남자가 무언가를 바닥에 던지며 어둠속에서 걸어 나왔다.


“누구냐! 이분이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게냐?”

“오! 그 유명하신 젠타 경이 아니십니까? 그리고 저 뒤에 계신 분은 아름다우신 레이디 세레나시고요. 다 알고 있습니다.”

“네 이놈! 감히 더러운 입으로 누구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냐!”


옆에 서 있던 한 기사가 괴한의 입에서 세레나의 이름이 나오자 크게 분노하며 검을 내질렀다.


쾅!


“으악!”


아무런 준비 자세도 하지 않던 괴한을 찔러간 기사가 오히려 튕겨져 나왔다.


“어른들이 말하고 있는데 어딜 끼어드나.”


괴한은 쓰러진 기사를 뒤로하고 다시 젠트를 향해 말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 뒤에 계신 레이디 세레나만 넘긴다면 그대들은 보내주도록 하겠습니다. 아참. 그 옆에 있는 제르 공자도 넘겨주시고요.”

“네 녀석이 미쳤구나. 이 땅에서 공작가에 칼을 내밀다니. 내 오늘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의 목을 따버리겠다.”

“역시 말로는 안되겠군요. 애들아 쳐라!”


괴한의 말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괴한들이 달려들었다.

좁은 입구의 이점을 살려 젠타와 세명의 기사가 막아서자 괴한들은 쉽게 들어오지 못했다. 또한 소드마스터 초입이지만 마스터 급의 기사인 젠타의 검은 괴한들이 받아내기 어려웠다.


“나와라. 네 녀석들의 상대가 아니다.”


뒤에서 나타난 한 남자는 검을 뽑아들며 젠타를 향해 나섰다.


“마스터 젠타. 한번 붙어보고 싶었소.”

“누구냐!”

“누군지는 알 것 없고. 검이나 섞어봅시다.”


자신을 향해 다가서는 남자의 기운을 알아본 젠타는 자신의 애검의 손잡이를 힘껏 잡았다. 힘든 싸움이 될 것임을 짐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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