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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온
작품등록일 :
2019.09.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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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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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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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ㅡ4

DUMMY

옆에서 빤히 보는 시선이 느껴져 눈치를 보니, 마크가 멀뚱하니 보고있었다.




"뭘 보나?."




"뭐긴요. 사람 보죠."




미간이 찡그려져 고민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안내원이 이쁘더라고."




웃는 낯으로 마크가 입을 열었다.




"이게 말이죠,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가지가 있잖습니까."




아, 감 온다. 왔던 대문을 열고 나갈 때 있던 안내원은 보이지 않았다. 급한 일이라도 있던걸까?.




"그래."




"군대라는 특성도 그렇지만, 제국군의 명예가 있는지라 표현은 못 해도,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죠."




"맞아. 다들 젊고, 젊으니까."




흔한 일이긴 하다.




"근데?."




"그냥 익숙하신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이건 그거네.




"예쁜 여자가 웃는 낯인데, 굳이 찡그릴 필요는 없잖아?."




"그렇죠!. 그런데 그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너 혹시, 그런 거 하니?."




"네?."




보다가 생각난 게 있어서, 그냥 좀 보다 말았다.




"글로벌 웹에서 유행하는 말이야."




"아, 저는 밀덕 커뮤에 많이 갑니다."




"그럴 것 같아."




"혹시, 그런 거 하십니까?."




"이응이응."




잠깐의 조용한 시간 후, 급속도로 냉랭해진 분위기는 찌는 듯한 더위를 조금이나마 날려주는 듯 했다.


이게 바로 상처뿐인 전쟁이란 건가...쯧.




갈 길은 정해져있다보니, 별 생각 없는 말들만 하다 보니 발길이 닿았다. 연락 했는데 대기 없고, 도착 했는데도 말이 없으니, 면상이나 봐야지. 이건 마치 투명인간이라도 된 기분이다. 그럴 수가 없는데.




"뭘 할까."




"그러게요."




"간단하게 수사라도 하면, 기분은 좋겠는데 얻는 게 없을거고. 생각만 하다가 도착했으니 다시 생각하는 것도 귀찮고. 말 해야 통할 사람도 없으니 말 하든 말든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일단 자리는 차지했고."




곰곰히 생각해 봐도 그렇다.




"뭘 해야할까."




"총이라도 쏘면 될까요?."




어?.




"그거 좋은데?."




장전된 실탄을 70도 각도로 사선을 향해 발사했다. 탕 하는 소리가 맑게 울려퍼졌다. 방향은 허공이었고 제국령의 넓이로 보아 운 나쁘면 맞을 것이다. 거리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총탄이 떨어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알겠지.




"거 참 빠르네요. 일단 제국령법 중 치안위반에 대한 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마크가 멎쩍은 듯 말했다.




"군인의 총기소지는 합법이고, 직속 상관으로 연결될테니 괜찮겠지."




떠넘기면 되니까 상관 없다는 식으로 대답해줬다.




"황족이라도 부르시게요?. 정황을 설명한다 해도 그런 발언과 의도는 제국법에 의해 황실에 대한 예를 어긴 혐의가 적용되어 징계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인기가 응답을 안 하네. 진짜 뭐지?."




"오겠죠. 한 한시간 반 쯤 지났습니다."




"폭격이 없으니 폭음은 없고 제국령은 넓으니 행정절차나 밟아야하는데, 방금 다녀온 곳이 행정청이네."




"굳이 타겟팅이 된 건가, 아닌 건가."




"말이 많은 게 단점이죠 뭐."




"너 혹시, 그런거 하니?."




"아뇨. 그냥 저기서 오는 무인기좀 어떻게 하시죠."




멀리서 공대지 무기가 장착된 무인기가 오고 있었다. 왠지 뽈뽈거린다는 표현을 하고싶지만, 이정도면 빠르긴 하다.




[이상 소음이 감지되어 순찰중입니다. 귀하는 군인으로 식별됩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군복을 입은 마크를 보고 적아를 식별한건지 가까이 날아오길래, 친절하게 순찰중이라는 자막판에 신분증을 들어 내보였다.




[레이어님. 귀하는 현재 이상소음이 감지된 지역에 출입자 중 혐의가 적용될만한 사람을 발견한 적 있으십니까?.]




"있다."




"이분입니다."




마크가 옆에서 거들었다.




[신속한 도움 감사드립니다. 레이어님 귀하는 총기소음으로 추정되는 소음의 진원지에서 발견되셨으며, 혐의를 인정하셨습니다. 총기 사용을 인정하십니까?.]




"그래."




"어디로 가십니까."




바라보니 광학미채가 해제되며 멀쩡하게 생긴 올백머리의 흰 정장의 아저씨 한 명이 튀어나왔다. 검은 장갑으로 손을 저으니 무인기의 자막판이 꺼졌다.




"대놓고 나오네?. 참을성이 없구만."




"애초에 시민이 소거된 지역입니다."




"어쩐지 주변에 사람이 없다 했어."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지팡이를 짚으며 말하는 모양이 꽤 인상적이었다.




"스타일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대답을 해 주시지요."




"정치는 반려하고, 전쟁이라면 참여할 수 있어. 일단 전투병이니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러곤 광학미채를 빛내며 사라졌다. 저거 참 부럽긴 한데, 정작 의미가 없으니.




"정보 쪽만 파는 사람인가보네."




"전투병이 이래서야, 뭐,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마크가 바라보는 눈이 조금 멀었다. 딴 생각 하고 있구만.




"강습병이라면 좋을텐데."




"일 안 시킬걸요?."




"아. 그렇네. 그런가?."




하기사 변수를 만드는 데 무력은 조금 애매하긴 하다.




"요즘 전쟁이 좀 힘들어졌어."




"전투병이 이래서요."




듣다보니 짜증 나긴 나네.




"요인 암살에 특화되서 자동화를 했더니 행정으로 다 처리하게 되버린 건, 그냥 인간의 합리성이 잘못이지."




"그래서 테러인가 했는데, 바로 흐려버리네요."




"나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진짜 고장이라고 봐도 무방한건가?."




"그럴리가요. 정치죠."




"아, 정치."




음.




"요인 암살에 특화된 김에, 슥삭?."




"그리고 슥삭."




"그리고 슥삭."




"네네."




"뭔지 몰라도 찾아온 거 보면, 도청이나 녹음도 하겠지?."




"이미 슥삭이요. 신뢰도가 없는데 무슨 녹음이요."




"구아아아아악."




"인터넷 체는 좀 자제 해 주시죠."




아 싫다. 싫다.




"그냥 시간이나 때워야겠네."




"그러면 될 것 같습니다."




걷다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가 눈 앞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다 읽은 서류는 수납장에 넣었다. 장도를 예리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마찰이 좀 심하게 설계되어 종이 정도는 금방 분해 된다.


길 옆에 전단지 자판기에서 종이 뭉텅이를 하나 뽑았다. 오늘자 신문으로 소개된 명소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연결될 뻔 한 다리가 세 쌍 있는 트리플 타워였다. 내용을 조금 보니 원래 퀸트플 타워를 기획했는데 조망권과 입주 세대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비하인드를 담은 기사였다. 첨언으로 그 중앙에 작은 타워를 허공에서 짓는다는 기획이었는데, 고층 건물 사이에 다리를 이으면 안 된다는 법이 개정되지 않아서 아예 이어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건물을 시공했는데 보기에 너무 잘 지어지고 설비도 최신식이라 명소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마크를 보니 지갑을 품에 넣고있었다. 전단지 자판기는 후원 명목이라 동전만 받아서 내는 사람만 내는데, 아마 내는 쪽인가?.




"여기나 가 보자고."




"그보다 저희 밥은 언제 먹었나요?."




"아직 세시간 안 됐어."




"그럼 밥이나 먹고 가죠."




"여기로 가 보자."




신문 구석에 추운 지방으로 유명한 키릴 해에서 잡힌 싱싱한 해물을 직접 공수해서 키릴 해에 인접한 인다 항 전통의 방식의 요리를 최신 제국식 스타일로 재해석했다는 가게 홍보 문구가 보였다.


분명 해안 음식이라는 명칭만 보고 짜거나 싱거울 것을 예상했겠지만 조금 짜고 싱겁다가 매울거다.




"네."




"싱거우면 고기 요리 먹어야지."




"그러시면 되겠네요."




태양이 슬슬 사선으로 저물고 있었다. 곧 해와 달이 같이 뜨는 시간대가 되고, 날이 저물 때 쯤엔 식사를 끝내고 여비를 정리하며 호텔에 묵고 있겠지. 으음. 할 일도 없으니 앞으로 편안한고 안락한 생활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지어지고, 한동안 방구석에서 나갈 일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져 걸음걸이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철컥철컥.




"조용히좀 걷죠."




마크가 옆에서 작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이내 발걸음을 조심히 하며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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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7ㅡ7 19.12.02 1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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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8ㅡ5 19.11.18 18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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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8ㅡ1 19.09.06 2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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