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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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온
작품등록일 :
2019.09.06 21:16
최근연재일 :
2020.08.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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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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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74

작성
19.09.1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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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어느날은 호랑이가 뱀을 물어 이를 갈고 난 뒤였다.




호랑이가 땅에 사람이 많고 피를 흘려 호인이 되어 보니, 그냥 땅과 흙이 피로 섞이고 살은 새가 조아먹어 이내 짐승이 물어뜯고 비와 눈에 썩어 녹아 사라지더라.




호인이 나타나 길을 걷자 주변에 있던 이가 놀라 사라지고, 한 걸음 걷자 이내 찾지 못한 이만 뒤를 쫓았다.


호인이 나타나 길을 걸어 주변에 있던 이 중 선인을 보아 말을 거니, 선인이 보고 품 속에 동경을 꺼내 비추어 호인을 비추었다. 호랑이 모습이나 호인으로 보이니, 사람과 짐승과 호랑이를 구분치 못함은 선인이 맞았다.


호인이 태양빛을 비추어 호랑이가 보이는 동경을 떠올리니, 땅에 앞발을 긁어 흙을 쌓아 모양을 내어도 태양은 그저 빛을 비출 뿐이었다. 하여 동경을 품에 가지던 선인을 보니, 흙을 골라 철을 녹이고 그러지 못한 이들은 물웅덩이를 찾아다녔다. 호랑이의 앞발은 짐승의 발톱이었고, 자르기 좋게 길고 튼튼한 뼈가 맨들맨들하게 윤기있었다. 이는 호인이 되어도 같아, 발톱을 뽑으니 호랑이의 앞발이었다. 하여 앞발을 숨기고 손을 내미니, 이내 뒷발과 꼬리 또한 사람과 같아져 곧 얼굴도 사람같았다.




산발머리를 한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길을 걸었다. 큼직하고 두꺼운 눈썹 아래 뚜렷한 눈동자가 보여, 마치 사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였다. 덩치는 길고, 어깨는 근육으로 덮여 다리도 길쭉하여 성큼성큼 걸을 때 마다 띄엄띄엄 몸이 움직이는 것이, 저기 있던 사람이 금새 이리로 달려오듯 무서운 기세였다. 바람에 펄럭이는 흰 두루마기는 정갈하나 산발인 것이, 걸음과는 어울려도 예의와는 멀어 보였다.




앉아 쉬는 이에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어딜가오."




앉아 쉬던 이가 사내에게 대답했다.




"갈 곳 잃어 험한 산 속에 있다 겨우 나와보니 풀숲이오. 오갈데 없이 있다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으려니, 혹여 필요한 게 있다면 말이나 해 보시오."




사내가 보기에 앉아 쉬는 이의 행색은 붉은 천으로 온 몸을 둘렀고, 칼 베인 상처는 대충 감싸매니, 딱 봐도 곧 죽을 기세였다. 하여 품에서 고기를 꺼내자 앉아 쉬던 이가 등짐에서 화섭자를 꺼내 모인 나뭇가지에 불 붙여 피웠다.




"나는 한이라 하오."




"나는 호랑이다."




"과연 호랑이같소."




"너는 거울이 있나?."




"없소. 귀한 물건이라 집에 두던 건 있어 알긴 하오."




하고 사내 둘이 모여 앉아 불에 고기를 구우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맛있게 구워져 잘 먹었다. 냄새에 짐승이 이끌리자 한이라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괜찮을거요."




"늘 있는 일이다."




수풀 저편에서 컹 소리가 나며 소란이 일었다.




"화살 뺄 줄 아오?."




한이라는 사내가 호랑이라는 사내에게 물었다.




"안다."




호랑이가 손톱을 내어 화살을 빼니, 한이라는 사내가 가만히 호랑이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괴력난신이시오?."




"아니다."




"호랑이라 함은, 말 타고 활 쏘던 이들이 잡던 것이오. 결국 호랑이가 숲에 들어가면, 말에서 내려 잡아야 하는데, 그건 이미 호랑이가 사람을 사냥한다는 뜻이지. 그런 호랑이는 죽기 전에나 나와 사람을 해하오."




"그렇군."




"그 사자같은 머리만 좀 묶으면 좀 호랑이 같을 거요."




"알았다."




"하여 있다 가겠소."




"그래라."




하고 한이라는 사내가 쉬다 날이 밝아 가자, 호랑이라는 사내도 길을 떠났다. 불 피우던 곳에 짐승이 모여 코를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보다가 한이라는 사내가 간 길을 쫓았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다.


여우가 신 포도를 먹고 배가 불러 울타리에 난 구멍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작물을 키우는 대신 울타리에 걸린 여우를 잡던 농부가 소홀히 한 작물은 말라죽었다.




어느날은 여우가 말했다.




"여우우우우."




고양이가 말했다.




"고야아아앙."




여우가 말하길.




"고양이는 왜 야옹하고 안우니?."




고양이가 말하길.




"여우가 캥캥하지 않고 여우우우 하는 이유가 있을까?."




여우가 말하길.




"캥캥 하는 건 여우이고, 여우우우하는 것도 여우인데, 굳이 여우우우 하지 말하야 하니?."




고양이가 말하길.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우니, 야옹."




여우가 말하길.




"여우우우우."




고양이가 말하길.




"야오오오옹."




지나가는 사람이 보기에 여우는 캥캥거리고 고양이는 야옹하고 우니 서로가 시끄러워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다. 마침 약초를 캐던 사람이라 근처에 여우굴이라도 봐둘까 하고 기웃거리니, 여우가 이내 캥 하고 울고 사라졌다. 그쯤을 봐두던 약초꾼이 사냥꾼에게 이르니, 여우굴은 아니어도 토끼굴 있던 데라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해두었다. 고양이가 부뚜막에서 굴뚝에 피는 냄새를 맡고 야옹하고 우니, 마침 밤이어서 아낙이 나와 벌레에 손사래치고 한 소리 하고 다시 들어갔다. 방 안에 아이 소리 들려 야옹 하고 울던 고양이가 울음소리 끝내고 떠나니, 적막한 가운데 귀뚜라미 소리가 있었다. 깍듯한 디딤돌 위에 짚신 몇 켤레만 있으나 처마에 풍경 울리는 소리만 맑아, 안채 반닫이에 고이 모셔진 비단신은 아낙이 젊을 적 신던 것이었다. 밤이 깊어 큰 방 유황불에 나뭇살 사이 비치던 노란 빛이 사그라들고, 달빛이 구름에 가려 가끔 저 멀리 개울가 다리에 우는 개구리 소리만 언뜻 들려오듯 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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