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인데 현상금 1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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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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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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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7)

DUMMY

1.



김신후는 안개가 날뛰며 아그니 숲을 집어삼키려 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임무를 따라 숲을 탐색하고 광신도들의 의식을 저지했다.

방해가 성공해서 신적인 존재 대신 저 안개가 튀어나왔다.

타격을 입혔더니 폭주해서 숲을 마경으로 만들려 한다.

“알아들었습니다.”

오르쿠스 리그의 마스터는 심상찮은 사태에 표정을 구기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한 세 문장 요약으로 전말을 파악했으니 빨리 사태에 대처할 차례다.

“제게 해결책이 있습니다. 효과도 확실하고 검증된 해결책입니다. 저희를 신뢰하지 않는다 해도, 이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확신합니다.”

“뭔데요?”

자신에게 수작을 부렸던 경험을 포함하여 오르쿠스 리그에 신뢰가 전혀 없긴 하지만, 이런 비상 시국을 방치해서 숲이 오염되면 가장 손해를 보는 측이 저들이므로 이번만은 믿을 만했다.

“작전은 한 번에 설명하겠습니다. 다들 모여! 느려터진 놈들 허벅지를 걷어차면서 당장 뛰어오라고! 작전 지시다!”

인성이나 신뢰와 별개로 한 조직의 대장답게 그 자리에서 작전을 정리해 제시했다. 김신후를 의식해서인지 어조가 공손했다.

“수상한 마력의 기운이 솟아난 네 지점은 멤버들이 제압하러 떠난 상태입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안개의 활동을 억제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김신후 님과 묘지기 여러분이 맡습니다.”

묘지기라고? 그러고 보니 그들도 눈에 띄었다.

“묘지기 여러분은 진혼제를 최대 규모로 열어 안개를 정화합니다. 끝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최소 30분, 최대 1시간이라 보네.”

“알겠습니다. 사태가 급하니 지금 바로 시작해 주시겠습니까?”

그가 안개에게 이름을 붙임으로써 타격을 입혔듯, 묘지기들에게도 안개를 제압할 특수한 기술이 있었다. 숲에서 죽은 시체들의 원념을 태우고 재만을 남긴 방법과 유사하리라.

“묘지기들이 진혼제를 지내면 안개가 반발할 겁니다. 안개가 진혼제를 망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여기 있는 멤버들을 발할라와 오르쿠스로 나눠 발할라는 기동 공격으로 안개의 시선을 끌고, 오르쿠스는 공터를 둘러싸고 진혼제를 지킵니다.”

안개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다급해진 묘지기들이 용도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식에 사용될 법한 도구들을 공터에 정렬하며 진혼제를 준비했다.

“가장 전투력이 높은 김신후 님은 묘지기들 옆에서 최종 수비수를 담당합니다. 대열이 뚫릴 것 같으면 지원해 주시고, 진혼제 바로 옆에서 모든 방해 수단을 저지해 주셔야 합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아뇨.”

합리적인 분배였다. 토의로 소모될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므로 시급히 동의했다.

오르쿠스 리그는 무척 마음에 안 들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협력한다.

고지가 코앞이다.



2.



숲에 서식하는 동식물이며 미생물의 종류는 다양하여 세기가 곤란하다. 그래도 그것들에겐 이름이 있다. 이름 모를 잡초도 누군가에겐 이름으로 불린다.

안개가 숲을 삼키면 생명은 이름을 잃는다.

자신과 자신 아닌 것의 경계가 무너져 흐물거리고 동식물이며 미생물의 구분 없이 서로 합쳐지고 만다.

바로 앞에 나무 뿌리가 달리고 군데군데 짐승의 털이 돋아난 커다란 풀잎들이 걸어오니 알 수 있었다.

저 끔찍한 혼종들이 안개가 선택한 공격 수단이었다.

“으히이익! 저리 가!”

“핸슨! 너만 도망치기냐!”

“맛있, 어, 보인다.”

“누가 제이미 좀 말려! 이 자식 침 흘린다고!”

오르쿠스의 멤버들은 이성이 버티지 못하고 끊겨서 헛소리를 내지르며 벌러덩 자빠지거나 도망치려 들었다. 불길한 안개가 퍼져 있을 때부터 깎여 나가던 정신은 급속도로 마모되어 이젠 제정신인 사람이 더 적었다.

‘어쩐지 방어선을 두껍게 깐다 했지. 이렇게 될 줄 알았구나.’

그가 허공을 후려치자 멀리서 타격에 당한 풀잎이 털을 흩날리며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나 별 것 아니니 열심히 싸우라고 말해도 듣질 않았다.

발할라 연맹원들은 저 멀리서 안개를 계속 건드리며 시비를 걸고 용감하게 맞서는데, 오르쿠스 멤버들은 정신이 못 버텨 추풍낙엽이었다. 덕분에 김신후만 엄청나게 고생했다.

버섯이 돋아난 물고기나 곰팡이가 피어난 흙투성이 과일새는 양반이고 무엇과 무엇이 섞였는지도 모를 것들이 계속 쏟아졌다. 안개의 입장에선 숲에서 생겨난 공짜 병력이므로 투입도 무한정이었다. 상식이 부질없었다.

이 자리에서 김신후만이 멀쩡했다.

다른 사람들이 무너지는 이성을 추스르기도 버거워하며 사냥하는 혼종보다 김신후가 혼자서 때려잡는 혼종이 더 많았다. 존재만으로 정신 공격이나 마찬가지인 생김새지만 구조는 허약해서 쉽게 무너졌다.

굳건한 의지 덕에 마력을 아무리 써도 정신적인 탈진을 겪지 않는다. 이만한 적은 하루 종일 몰려와도 물리친다.

안개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아니면 진혼제가 너무 거슬려서인지 행동을 바꾸었다. 묘지기 노인이 멤버들을 독려했다.

“안개가 괴로워하고 있다네! 조금만 더 힘내 주시게!”

각지에 퍼지며 거슬리는 인간들을 때려잡으려던 안개가 서서히 공터로 모여들었다. 확장도 그치고 중앙으로 수축하며 움츠러드는 모양새였다. 영역 확장이나 인간 말살보다 진혼제의 저지를 우선하기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다들 정신 챙기세요! 지금부터 진짜입니다!”

안개는 무차별적으로 혼종 병사를 보내는 대신 한 점에 기운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근처에 있던 혼종들이 소란을 피우며 서로 뭉쳤다. 안개의 기운을 받아 역변한 혼종들의 집합체는 전보다 훨씬 크고 단단해졌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생물의 특징을 받아들인 나머지 형태가 무너져 커다란 슬라임으로 변했다.

슬라임이 공터를 향해 미끄러지며 흘러왔다. 마치 용암이 부글거리며 천천히 땅을 삼키는 자연재해 같았다.

“근접하지 말고 원거리로 상대하세요!”

김신후의 당부가 들리지 않았는지, 한 사람이 용감하게 달려가 칼을 쑤셨다. 한번 쑤셨다가 빼내자 슬라임에 닿은 분량의 칼날은 모조리 사라져서 칼이 무척 가벼워졌다. 철로 된 날이, 방패가, 화살이나 창대마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버렸다.

이 혼종은 단순히 동식물과 미생물의 집합체가 아니라 새로운 마수였다. 성질도 무척이나 파괴적이었다. 기껏 불태우던 전의가 사그라들었다.

“물리 공격이 안 먹혀!”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어중간한 공격은 녹여 버릴 것 같네.’

그러나 그게 완전한 물리 내성을 뜻할 리 만무하다. 안개라면 모를까, 안개가 즉석에서 만든 피조물 따위에게 막히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신체 강화를 한계까지 불어넣었다. 활력이 끝도 없이 솟아올라 심장이 터질 때까지, 숨이 막힐 때까지 마력을 뜯어서 몸 속에 집어넣었다. 과도하게 녹아든 마력은 그 힘과 반비례하여 통제가 잘 듣지 않았다. 순환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막대한 기력. 그러나 아주 조금의 확장이면 충분하다.

그는 자신의 주먹에서 손톱만큼 떨어진 공간까지만 기력을 순환하며 정신을 확장했다. 주먹으로부터 1cm나 될까 싶은 거리. 그러나 분명 원거리이다. 직접 부딪히면 손이 녹아 버리거나 과도한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리겠지만, 1cm라도 거리가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슬라임은 흔들림 없이 공터로 흘러든다. 폭발할 것 같은 힘이 담긴 주먹을 당겼다. 어깨를 집어넣고, 팔꿈치를 접었다가, 활짝 펴면서 지면의 슬라임을 주먹으로 찍었다. 주먹으로부터 1cm 떨어진 바로 그 자리에 어마어마한 기력이 실려 백광이 번뜩였다.

번쩍! 찬란한 광채가 어두운 숲을 헤집고 안개를 밀어냈다.

주먹을 거두고 난 자리에는 땅이 깊게 파여 있고, 파괴된 슬라임의 흔적만이 굴러다녔다.

‘물리 공격이 안 먹히기는 무슨.’

이런 되다 만 것에게 막힐 만큼 어수룩하지 않다.

안개는 공들인 피조물이 완패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계속해서 강한 개체를 만들어 보내고, 완성도도 점점 높아졌지만 김신후를 뚫어내진 못했다.

그렇게 무사히 시간이 지났다.

“다 되었어! 이제 안개가 거두어질 걸세!”

드디어 진혼제를 마쳤다. 빛이 일어나거나 마력이 폭발하는 등 극적인 효과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느덧 안개의 기운이 상당히 차분해지고 흉험함이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개의 힘을 지웠다기보다는 안개의 행동 원리를 좌절시켜 더 활동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감상이었다.

아그니 숲 어디까지 뻗어 있었는지도 모를 안개가 전부 회수되고 처음처럼 공터 상공에 뜬 안개만이 남았다. 레벨 17의 역량을 한참 넘어 폭주한 대가였다. 안개는 사라지려는 듯 희미하고 흐릿해졌다. 조만간 스러질 거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다.

“막은 거 맞지?”

“오우, 제이미. 정신 차렸어?”

“네 녀석이 우리 중에 제일 게으름 피웠다고.”

“정중하게 말하자면, 엿이나 처먹지 그래?”

“솔직히 이번엔 정말 저승 구경 하는 줄 알았어.”

“기분 째진다!”

오르쿠스 리그 멤버들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쁨을 표출했다.

한 번 변이한 구역은 원래대로 돌아오기 어렵겠지만, 숲 전체가 물들고 외부에까지 재앙이 밀려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으니 대성공이었다.

다들 승리를 자축하는 동안에도 안개는 점점 줄어들고 줄어들어서 공터 바닥에 깔린 먼지 구름처럼 변했다.

김신후는 메말라 가는 안개 속에서 희끄무레한 반짝임을 발견했다.

‘저건-.’

반짝임의 의미를 생각하기도 전에 손이 이끌렸다. 비실체인 안개의 중심에 미미한 실체가 잡혔다. 내부의 마력이 헝클어져 형성된 그 실체는 안개의 소멸과 함께 무로 돌아갈 운명이었다.

김신후는 안개 내부의 마력을 중심으로 유도했다. 강한 의지로 모으자 사방팔방으로 빠져나가던 마력이 중심에 조금씩 뭉쳐서 굳었다. 마치 비실체인 니요그`소텝의 티끌이 작은 실체를 형성하는 과정 같았다.

대부분이 정화되고 아주 조금 남은 안개 속 마지막 원한이 그에게 뜻을 전했다.

[기억했다.]

[내 첫 번째 적.]

[마력의 노예가 아닌 주인 되는 자여.]

[기억했다.]

[기다려라.]

[다음에 만날 때를 기다린다.]

‘흐읍!’

오한이 전신을 흘렀다.

그 뜻은 이름 없는 안개의 티끌 따위가 아니라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온 신탁처럼 느껴졌다. 초월적인 적에게 인지되었다는 압박감이 가슴을 눌러서 간담이 서늘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눈 깜빡할 새 모든 원한이 사라지고 안개가 걷혔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니 그의 손아귀에 구슬 하나만이 남았다.

‘구슬이라고?’

어디서 본 디자인이다.


====================

니요그`소텝의 핵


이름 없는 안개, 니요그`소텝이 남긴 극히 미미한 핵 파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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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티끌도 핵을 남기는구나 싶어서 좀 우스웠다. 그래서인지 ‘극히 미미한’ 파편이라고는 하였으나, 핵이란 물건이 존재의 격과 관련 있음을 고려해 보면 이것만으로도 커다란 보상이었다.

그래서 이게 숨겨져 있던 두 번째 임무 보상인 줄 알았다.


====================

(현재 임무를 표시합니다.)


안개를 걷는 횃불


숲의 그늘진 모퉁이에서 이름 없는 안개가 흘러나온다. 기어오는 검은 안개를 헤치고 길을 밝힐 횃불이 되어라.


목표 : 1. 아그니 숲에서 9월 9일에 행해질 특정한 의식을 저지하라. 2. 아그니 숲의 마경화를 막아라.

보상 : 1. 판트`우들의 핏줄 2. 낡은 답안지

비밀 : 사용자들과 달리 당신만이 ‘스킬’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 비밀은 당신이 임무 도중 한 번이라도 제압될 경우 타인에게 공개됩니다.


*임무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십시오.

====================


그런데 보상은 다른 물건이었다.

마침 오르쿠스 리그 마스터가 다가와서는 물었다.

“김신후 씨. 혹시 핵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거요?”

“오, 핵이 있다니 운이 좋았습니다. 차후 정산할 전리품 목록에 추가하고 그때까지 저희가 보관할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안개 내부의 마력을 정제해서 만든 건데.

저들은 이 핵을 그의 소유로 순순히 인정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나오면 재미없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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