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져 버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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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sun0110
작품등록일 :
2019.09.09 15:33
최근연재일 :
2020.02.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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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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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1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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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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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상실의 계절(6)

DUMMY

 

**

 

우리는 저녁을 먹고 다시 우리 방으로 모였다. 루리는 정말로 삐져서는 밥을 먹는 동안에도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그림만 그렸고, 나는 그런 루리의 눈치를 보면서 진짜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밥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지금. 자기들 짐을 챙겨서 방으로 온 이윤서와 김지연. 여자 방은 안으로 하고 나와 이윤서는 밖에서 자기로 아까 정했기에 각자 짐을 풀고 거실에 모였다. 루리는 내 옆에 앉지 않고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김지연의 옆에 달라붙어 있다.


“근데 우리 뭐하고 놀까요?


루리는 아무래도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놀자고 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이번엔 뭐하고 놀지를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거기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거 같지만 말이다.


“언니. 우리 진실게임할래?”


갑자기 여기서 진실게임을 하자고요? 그것도 제정신으로요? 아 물론 우리는 미성년 자니깐 술을 마시는 거 자체가 이상하니깐 원래 제정신으로 하긴 하지만요.


“진실게임? 음... 그래! 하자!”


어이. 나 라든지 저 녀석한테도 한번 물어보고 결정하라고, 꼭 지들끼리 결정한다니깐. 저기 이윤서 얼굴 봐봐 되게 난감해하고 있잖아. 거기다가 나도 지금 맘에 안 든다고 이 상황이.


하지만 루리는 이미 하기로 결정한 거 빠르게 진행하려는지 어디선가 나무젓가락을 꺼내서 하나 칠을 하고 컵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다.


아쉽게도 내가 마지막, 이윤서 1 루리 2 김지연 3 이런 순서였다. 루리는 돌아가면서 한 명 한 명에게 컵을 건넸고, 내 앞에서는 자기 꺼를 뽑고 내게 컵을 던지듯 건넸다. 정말 너무 하다니깐.


“방법은 검은색 칠한 사람이 한 명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물어보기. 좋죠?”


약간 왕게임이랑 합쳐진 거 같은 진행인데, 얘는 어디서 보고 이런 걸 아는 걸까? 이것도 다 만화에 집어넣으려고 혼자서 공부 한 내용인 건가? 제방 부탁인데 그러면 만화 주인공이 불쌍하다고. 특히 그 주인공이 이윤수(가명)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나는 조심스레 내 나무젓가락을 확인했다. 하필 내 거에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솔직히 별로 궁금한 것도 이 사람들한테 알아내고 싶었던 것도 없는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 입을 열었다.


“내가 검은색인데. 질문한다. 2번 쓰리 사이즈.”


솔직히 이루리가 걸려서 곤란해했으면 했다. 자꾸 나한테 삐진걸 티 내는 저 모습이 조금은 맘에 들지 않기에 곤란해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남잔데. 쓰리 사이즈를 말할까?”


이윤서가 당첨되었다. 하물며 김지연이 걸렸으면 귀 이득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아니다. 난 김지연 쓰리 사이즈를 알고 있지? 일단 미드는 말이야...


“됐다. 다시 하자.”


나는 컵 안에 나무젓가락을 집어넣었고, 다들 집어넣어서 다시 게임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지연이 질문을 하게 되었다. 루리는 계속해서 자기가 뽑히지 않아서 아쉬워하고 있었고.


“음.. 2번은 말이야. 앞으로 뭐할 거야?”


저기요... 하필 그걸 가장 걱정하고 있는 2번인 나한테 그걸 물어보면 어쩌자는 거예요? 그리고 왜 내가 걸린 거냐고...


“... 가정주부.”


그렇기에 나는 과거의 꿈을 말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봐도 가정주부 좋다니깐? 나는 여자애가 일을 한다고 하면 열심히 일을 하라고 할 거야. 내가 애를 보고 집안일을 하면 되지.


“하... 하필 너냐. 다시 하자.”


그렇게 게임이 몇 번 진행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쓸 때 없는 TMI들을 알게 되었다. 뭐 누군가의 장래 희망이라든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제일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아니면 성인이 돼서 꼭 해보고 싶은 거라든지.


하지만 솔직히 우리 다 그렇게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마지막으로 하고 다른 게임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루리가 결국에는 당첨이 되었다. 그래서 루리는...


“1번은 나한테 할 얘기 없어요?‘”

 

하필 1번이 나였다. 나는 1번이라는 걸 루리에게 보여주었다. 아마 날 저격해서 물어본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이 자리에서 말을 하면 서로 더 기분만 나빠질 것이고 어색해질 것이고 괜히 루리는 미안해하겠지. 그렇기에 나는...


“... 없어. 있어봤자 너 그림 보고 싶어 정도?”


그렇게 말을 했다.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지도 않고 거기다가 진실을 말할 수도 없기에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 루리는 내 말을 듣고는 혼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분이 정말 좋지 않은지 순식간에 자기가 들고 있는 나무젓가락을 부러트려 버렸다.


“... 잘래. 죄송해요 먼저 들어갈게요.”


루리는 그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나았다. 아마 말을 했었으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겠지.


이윤서와 김지연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김지연은 일어나서 루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베란다로 나가려고 했다. 근데 이윤서가 일어나 나를 막아섰다.


“왜 저러는 거야?”


“몰라도 돼.”


말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이 녀석한테는 더더욱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또 미안한 표정을 지을까? 아니면 어색해할까? 그런 게 나는 싫었다. 그래서 베란다로 나와 버렸다.

 

어느새 눈이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바닥에 쌓이고 인공 눈으로 이루어진 스키장 위에 진짜 눈이 닿으니 분위기는 더욱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우리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같이는 아니더라도 놀러 왔다. 분위기 전환이 됐었든 지인에게 받았든 간에 이 자리에 왔다. 하지만 우리가 이 자리에서 얻어가는 것보다 잃어 가는 게 더욱더 많아지고 있었다.


왜 나는 계속해서 말을 하지 않을까?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 여태 루리 앞에서 그래 놓고서는? 아니면 정말로 곤란하게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나는 정말 뭐 하는 걸까?


혼자서 별 생각들이 다 들었다. 그러다 결국 말을 해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안 그러면 루리마저 떠날까 봐? 정말로 혼자이고 싶지 않아서?


사람은 참 이상한 생명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누군가 방해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바란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문자로, 전화로 자신의 생존 신고를 한다. 그리고 만날 사람을 찾는다.


혼자 여행 가서도 마찬가지다. 혼자 놀러 가서 혼자 사진을 찍어 놓고는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말을 할 때가 있다. 과연 그게 혼자이고 싶은 걸까? 아니면 마음속으론 혼자지만 그래도 누군가 나를 알아줬으면 해서 그런 걸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베란다에서 나와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근데 거기서 이윤서와 김지연이 같이 손을 잡고 있었다. 나와 루리처럼 입을 맞추고 있었다. 내가 지금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거 같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때처럼 둘은 놀라서 떨어졌다. 근데 왜일까? 아침에는 분명 둘이 같이 있는 게 싫었는데. 그때도 둘이 키스를 하고 있는 게 싫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


더 이상 상처 받기 싫어서 내 마음이 거부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제는 정말 김지연에게 어떠한 아쉬움도 없어서일까? 어차피 남이라는 게 이제 머릿속에 박힌 건가?


“그게 말이지...”


둘은 다시 변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무시하고 루리가 혼자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불을 덮어서 혼자 누워있는 루리 옆으로 가 나도 같이 누웠다.


“미안해. 이제라도 얘기하게 해 줘.”


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에 들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혼자라는 게 싫기에 나는 계속해서 루리에게 말을 했다.


“지금이라도 말하게 해 줘. 쟤네랑 같이 있으면 조금 껄끄러워서 그래.”


루리는 그 말에 몸을 살짝 움직이더니 이불을 옆으로 밀어내 그 안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혼자 어떻게 할까 망설이더니 머리를 살짝 위로 올렸다.


“팔베개. 해줘요.”


나는 하는 수 없이 루리의 말 대로 팔을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루리는 얼른 내 팔 위로 누웠다. 여전히 나를 보고 있지는 않지만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거 같았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까...”


“지연언니랑 무슨 사이였어요?”


하지만 루리는 이제는 정말 어느 정도 눈치를 차렸는지 먼저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하필 그게 바로 그 질문으로 들어갈지 몰랐던 나는 조금은 당황했지만 말이다.


“전 여자 친구. 학교 쉬게 한 원인.”


“... 그럼 쌍둥이 형이랑은 요?”


“걔 남자 친구이잖아. 김지연 남자 친구. 그리고... 나한테서 김지연 빼앗아간 사람.”


나는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을 했다. 그러자 루리는 몸을 돌려 내쪽을 바라보았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루리는 나를 보더니 내 볼에 자기 손을 갖대 댔다.


“선배님 형이 지연언니를 뺏어간 거예요?”


“모르겠어. 내가 잘못해서 그런가? 반년 열심히 사귀었는데 그 날 내 방에 들어오니 둘이서 키스하고 있더라고.”


루리는 그 말에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아니 나도 울지 않는데 네가 왜 우냐고. 나 그렇게 동정하는 눈빛으로 보지 마. 그 눈빛 내가 제일 싫어하는 눈빛이니깐.


“... 그랬군요. 죄송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야. 그니깐 네가 울지 마. 나도 안 우는데 말이야.”


“히... 죄송해요. 지금 계속 울 거 같은데 달래줘요.”


“정말... 애 같다니깐.”


나는 루리를 내 품으로 데리고 와 끌어안았다. 이상하게 루리는 울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나도 안 우는데 날 살짝 동정하는 거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그게 싫지만은 않네. 날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선배님... 아니. 오빠. 우리 키스할래요?”


“갑자기?”


“하고 싶어 졌어요. 키스.”


하고 싶어 졌어요는 뭔데... 그래도 나는 루리의 말을 따라 루리에게 입을 맞추었다. 루리의 향이 났다. 루리의 숨결이 느껴졌다. 얼마 전만 해도 키스하면 수진쌤이 떠올랐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루리만 느껴졌다.


조금씩 루리의 숨이 거칠어졌다. 나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만 나는 허락하지 않고 루리의 입 안으로 나의 혀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루리 또한 내 혀와 닿으며 내 입 안으로 자신의 혀를 넣었다.


점점 야한 소리가 방 안에 가득해졌다. 분위기를 주체하지 못할 거 같았다. 심지어 내 아랫놈은 이미 텐트를 쳐서 루리의 배에 닿아 있었다. 점점 얼굴도 빨개지는걸?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얼른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척을 했다. 그러는 사이 문을 열고 김지연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 자는 거 같아서 들어왔는데.”


“어... 자. 나 나갈게.”

 

나는 허리를 살짝 뒤로 빼서 얼른 방에서 나왔다. 텐트 친 거를 여기서 보이면 정말 부끄러워서 눈에서 뒹굴 거려야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윤수가 나가고 루리는 아무 일도 아닌 척 천장만 보고 누웠다. 그 사이 지연도 루리의 옆에 누웠다. 지연은 루리의 눈치를 보며 혼자 핸드폰을 하다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그때 루리의 음성이 지연의 귀에 닿았다.


“언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왜 윤수 오빠 버렸어요?”


루리의 말에 지연은 놀라서 루리를 쳐다보았다. 루리는 눈을 감은채 가만히 있었고, 지연은 혼자 뭐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이 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윤수가 그랬어? 내가 버렸다고?”


“아니요. 오빠는 그저 이윤서 선배님이 뺏어갔다고만.”


그 말에 지연은 혼자 몇 번이고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자기도 그때 그 상황을 돌아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모르겠어 나도. 미안 먼저 잘게.”


지연은 그렇게 말을 하고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 루리는 그런 지연을 혼자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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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이제는 뭘까? (5) 20.01.22 14 1 13쪽
83 이제는 뭘까? (4) 20.01.17 15 1 12쪽
82 이제는 뭘까? (3) 20.01.15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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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이제는 뭘까? (1) 20.01.10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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