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다헨 비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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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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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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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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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펠란 용병대(2)

DUMMY

잊혀진 옛 신의 이름을 따 왔다고 전해지는 대륙 엘-다르에는 일반인은 잘 모르는 명소가 몇 군데 존재했다.

세상의 모든 동식물이 한데 모여 자란다는 생물학자의 낙원 샹그릴라.

옛 드워프의 조상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모든 전설 속 무구의 고향 스틸 하트.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유적과 던전이 한데 모여 잊힌 역사를 증거하는 고고학자들의 낙원 기르센 자작령.

실존하는지 그 여부조차 불분명한 앞의 두곳과 달리 기르센 자작령은 명백하게 실존하며, 동시에 한 가문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의 영주로부터 다섯 세대 이전의 영주가 부임할 때까지만 해도 기르센 자작령은 그저 땅만 클 뿐인 척박한 대지였다.

하지만 우연히 자작령에 위치한 유적들에 던전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조사 결과 현재까지 알려진 던전의 7할 수준의 던전이 자작령에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대의 영주, 기르센 자작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던전이란 엄청난 부를 가져올 수 있는 행운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탐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다면 파멸을 가져올 맹독이기도 했으니까.

이 독이 든 성배를 두고 고민하던 자작은 결국 던전을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단순히 국가에 귀속하는 등의 진상이 아닌, 원하는 모든 이가 자유롭게 탐사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그 결과 기르센 자작령에는 역사를 탐구하는 학자들이 전 대륙에서 모여들었고, 그들이 고용한 용병들과 수많은 고객들을 쫓아 상인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그들의 존재와 상행위는 자연스럽게 기르센 자작령의 세수가 되어 금고를 채워나갔고, 기르센 가문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금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렇게 다섯 세대가 지나고, 수 많은 던전이 발굴되고, 탐사가 완료되었음에도 기르센 자작령이 차지하는 던전비율은 8할을 넘어설 정도로 새로운 던전이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기르센 자작령에 대한 제반 설명. 혹시 뭐 궁금한 거라도 있어?”


제법 긴 말을 한 탓에 건조해진 입을 헹구는 룬의 물음에 아르다헨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뭐, 그럼 다행이고. 본제로 돌아와서 왜 우리가 거기로 가느냐.”


룬이 품에서 편지를 꺼내 흔들었다. 일전에 마법사인 윌에게서 왔던 편지였다.


“윌 녀석이 개인 사정으로 던전을 발굴하게 됐는데, 거기에 실론이 재밌겠다고 따라갔고, 그런데 문제가 생겨서 던전 발굴에 차질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던전 발굴에 문제가 발생함. 신변의 위협은 전무. 던전의 클리어 조건을 현재로서는 충족 불가능. 대원으로서 협조를 요청함. 필요하다면 고용의 형태 역시 가능.


“나이도 어린 녀석이 이런 건방진 편지나 보내고 말이야. 같은 대원인데 그냥 ‘도와주십쇼, 형님! 대장님!’ 이러면 어련히 도와줄까. 안 그래?”


룬의 물음에 아르다헨은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 듯 룬은 이야기를 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도와주러 가는 중인 거지. 애초에 마법사랑 전위 없이 어떻게 다른 임무를 하고 있겠어. 둘을 데려 와야 용병대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한 거지.”


“......그래서 임무라고 하신 겁니까.”


“뭐, 그렇지. 의뢰라고 할 수는 없잖아? 딱히 돈을 받을 생각도 없고, 같은 대원의 요청으로 도와주러 가는 건데. 뭐, 어디까지나 내 독단으로 이루어지는 지시니까 임무로 정리해 두는 거지.”


“그렇습니까.”


담담한 태도에 눈을 감고 앉아 있던 라헬이 물었다.


“음? 실망 안 하네? 보통은 이런 이야기 들으면 허탈해하고 그러던데.”


“그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으니까요.”


“하기야 뭐.”


내심 고개를 끄덕인 라헬이 다시 눈을 감았다.

비록 알게 된 지 일주일 정도 된 사이였지만 아르다헨이라는 인간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출중한 재능, 무와 힘에 대한 열망,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깊은 생각과 실전에서 얻은 것 같은 노련함.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그녀에게 존재를 깊게 새긴 것은 단 한명을 향한 무제한적인 사랑이었다.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비록 평탄한 미래를 위해 떨어져 있겠지만 목적한 것을 이루고 나면 평생 떨어지지도, 헤어지지도 않을 겁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을 안다면 누구라도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말. 그건 라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녀는 지금도 자신을 봐주지 않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원하고 있었으니까.


‘에에에, 이런 생각은 나중에. 나중에.’


이제 곧 던전에 들어가야 할 테니 괜히 잡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고개를 내저으며 떠오르던 생각을 날려버린 라헬의 시선이 마차의 창문 밖, 자작령의 풍경을 향했다.

곳곳에 세워진 돌기둥들.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과 글자들. 용도를 파악하지 못한 건축물들과 깊은 어둠으로 자리한 던전들의 모습.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잊혀진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이 땅이 어떤 의미에서는 묘지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웬 청승이야?”


“그냥.”


느긋하게 묻는 룬에게 한숨같은 답이 돌아갔다.


“어쩐지 여기, 이 땅이 묘지처럼 느껴져서. 예전에도 몇 번 왔었지만 올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네.”


“뭐,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애초에 던전이란 경지에 이르른 마법사, 무인, 학자 등이 자신의 연구실과 연공실에 마법적 보안장치를 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어떻게 변화가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신이 없다 해도 한 사람의 평생이 담긴 던전들은 충분히 그 사람의 무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땅에 모인 이들은 모두 그 무덤을 파내지 못해서 안달인 도굴꾼들이고.”


그렇게 말하며 룬이 키득거렸다.


“참 웃기지. 무덤이기는 매한가지지만 그 시간이 오래 되었나 아닌가에 따라 발굴이라는 정당한 명분이 붙고, 잊혀졌다는 허울 좋은 명분에 당위성이 부여된다는 게.”


실제로 발굴된 던전 중 2할에 이르는 던전이 실제 장지로 쓰인 묘지라고 했었다.

한 가문의 일원들이 모두 묻히게 되는 그런.


“그것 또한 사람의 속성이겠죠. 탐구심, 모순, 합리화. 그런 것들로 사회는 이루어지고,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그도 그렇지만......아니, 그보다 너 열여덟 아니었냐? 왜 이렇게 하는 이야기마다 푹 삭아있어?:”


“대장이 너무 싱싱한 겁니다.”


아르다헨의 일침에 잠시 벙 쪄있던 룬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에 몸을 묻었다.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에 비하면 낫기는 하네. 그보다 자작성 안에 들어가면 깨워라. 난 한숨 잘테니까.”


“분부대로.”


하품을 하며 룬이 잠에 빠져든 사이 아르다헨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을 향해 있었다.

마차의 움직임에 따라 흘러가는 주변 풍경들은 마치, 멸망한 도시처럼 보여졌다.

그래, 한 문명의 무덤이 있다면 이보다 어울리는 장소도 없으리라.


“......”


잠시 눈을 감고 흘러가는 바람의 감촉을 헤아리던 아르다헨을 깨운 건 지붕에서 말을 몰고 있던 딜의 목소리였다.


“이봐, 신입.”


“아르다헨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그래? 그럼 알이라고 부를게.”


“......”


뭘까, 이 갑작스러운 진도는. 여기까지 오는 일주일 내내 자신에게 한마디의 말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애칭을 부르는 딜의 태도에 아르다헨이 잠깐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런 아르다헨의 사정은 무시한 채 딜은 여태까지의 침묵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빠르게 입을 놀렸다.


“이봐, 알. 대체 넌 어디서 뭐하던 녀석이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촌뜨기인 줄 알았더니 그 괴랄한 감각하며, 실력하며. 나도 어디가서 꿀리는 소리는 안 듣는데 너는 어째 어디를 가든 꿀리게 만들겠더라? 아니, 시비거는 건 아니고 그만큼 내가 놀랐다는 거지. 오해는 하지 마. 내 연약한 마음이 다치거든.”


대체 얼마나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한참을 듣고 있던 아르다헨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변잡기와 자신에 대한 감상 중 여태 한가지도 겹치는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에 어떤 의미로 전율했다.


‘세상에는 단순히 말이 많아서 사람을 괴롭게 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기도 하는구나.’


소소한 깨달음을 가슴 깊이 집어넣으면서 말을 끊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혹, 지금 만나러 가는 다른 두 대원은 어떤 이들인지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때 내가 어떤 느낌이었냐, 어? 뭐라고?”


“지금 만나러 가는 다른 두명에 대해 말해줄 수 있겠냐,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 둘? 흠, 글쎄......그 둘이라......”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딜에게서 이내 답이 돌아왔다.


“상남자 빡빡이에 골방지기 미소년?”


“......”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 너무 줄여서 설명했나.”


“.......개인적으로 붙인 별명보다는 설명을 듣고 싶었습니다만.”


어쩐지 가라앉은 아르다헨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던 딜이 고삐를 휘둘러 속도를 높이며 말했다.


“글쎄......사실 저 두 개가 가장 정확한 설명이라고는 생각하는데. 뭐, 직접 안 봤으니까 어쩔 수 없나.”


천장에서 톡톡,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딜의 목소리가 느긋하게 들려왔다.


“우선 부대장, 실론부터 할까. 그 아저씨는-아, 마흔이 넘었으니까 아저씨라고 하면 돼. 대장이야 아직 서른중반이지만 부대장은 명백하게 마흔이니까. 불혹이면 변명도 못하는 아저씨지 뭐. 아무튼 그 아저씨는 뭐랄까......그냥 상남자야. 왜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이미지 있잖아. 호탕하게 껄껄 웃는다거나, 크하하하! 하고 웃는다거나. 거기에 온몸은 갈색으로 탔고-아, 이건 비밀인데 그 구리빛 유지한다고 해 뜰때마다 정성들여서 태우더라고. 엄청난 근육질에 심심하면 ‘남자는-’ 어쩌고저쩌고 그러면서 외치고 그러지. 진짜 상남자라는 단어를 위해 태어난 것 같달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면 말이지.’


실론의 숨겨진 이야기를 해 줄까 잠시 고민하던 딜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야기를 하면 물론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그건 훗날 아르다헨이 실론의 진면목을 보고서 벙 찌는 모습을 보는 재미에 비하면 훨씬 덜할 것 같았으니까.


‘좋아. 그렇게 하자.’


결정을 내린 딜은 이어 마법사, 윌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법사. 얘는 윌이야. 우선 보면 외모부터 바로 눈에 띄어. 엄청난 미소년상에 심지어 거기서 나이를 먹지도 않아. 거기다가 백색증을 앓고 있어서 머리랑 피부는 새하얀 색에 눈은 루비같은 붉은 색이지. 언제는 수도에 간 적도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인형 중에서 윌보다 잘생긴 게 없었으니 말 다한 셈이지. 그런데 이 녀석이 실력읔 또 끝내줘. 어떻게 된 게 이제 막 스물이 넘었다고 알고 있는데 벌써 5클래스. 나 참, 5클래스면 베르세르크 더블넘버링에 준하는 무력인데 이제 막 스물 넘은 녀석이 그 수준이라니. 대체 내 주변에 재능충이 왜 이렇게 많은지.-아, 재능충은 뭐냐면-”


그리고 또 이어지는 수다의 물결.

필요한 이야기를 모두 들은 아르다헨은 이미 듣고 있지 않았지만 지붕 위에서는 마차 내부가 보이지 않으니 딜은 계속해서 즐겁게 떠들 따름이었다.


‘실론, 그리고 윌이라......’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들은 이야기로 봤을 때 평범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재미있겠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기르센 자작성의 성벽을 보며 아르다헨의 얼굴이 미소를 그렸다.




여러분의 관심과 댓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특히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특히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진짜루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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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우간(4) 19.10.01 79 3 11쪽
17 시우간(3) 19.09.30 90 3 12쪽
16 시우간(2) 19.09.28 83 3 11쪽
15 시우간(1) 19.09.26 86 3 12쪽
14 다섯왕의 무덤 19.09.25 116 4 12쪽
13 쥬펠란 용병대(3) 19.09.24 108 4 13쪽
» 쥬펠란 용병대(2) 19.09.23 118 6 12쪽
11 쥬펠란 용병대(1) 19.09.20 129 7 13쪽
10 용병(3) 19.09.19 122 5 12쪽
9 용병(2) 19.09.18 12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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