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다헨 비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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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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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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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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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원(4)

DUMMY

"다시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상원에 몸을 담고 있는 일리드 백작가의 여식, 벨루아 일리드입니다. 더불어-"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국가정보국 소속의 1급 간부이기도 하답니다."


정보국 소속의 간부. 그 단어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국가정보국. 휴텐에서 가장 은밀한 기관 중 한곳이며 단지 그 존재를 파헤치는 것만으로도 국가반역으로 처형당할 수도 있는 곳.

내려앉은 침묵에 그녀가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아시다시피 제 정체를 다른 이들, 특히 외국의 인물에게 발설할 경우에는 국가반역으로 삼족을 멸하게 되는 것 아실거라고 믿어요."


상큼하게 말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가벼워지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더 깊이 가라앉았다.


'이거 아무래도 잘못 걸린 것 같은데.'


'진짜 이 의뢰 해야해?'


눈빛으로 의견이 오갔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정체까지 듣고 난 이상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이번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높으신 분들께서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계시거든요. 그만큼 보안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사실 무력적인 면에서는 무인 대여섯만 동반해도 되었을 테지만 제 주장으로 여러분을 지정하다시피 의뢰를 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그녀는 룬은 바라봤다.


"대장 룬 페일. 등급 SS.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진정한 무력은 베르세르크 솔로 넘버링. 순위 7. 정보국 자체평가 기준 SSS급 최상."


룬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부대장 실론 아르딘. 등급 SS. 알려진 베르세르크 순위는 트리플 넘버링 251위. 하지만 진짜 순위는 더블 넘버링 43위. 정보국 자체평가 기준 SSS급 상상."


실론이 입술을 실룩거렸다.


"궁수 라헬 윌레이시아. 등급 A. 하지만 마지막 승급 심사가 6년 전이었으며 그녀와 싸워 패배한 인물 중 금패가 다수 있으며 모두 상당한 격차와 함께 패배한 것으로 파악. 정보국 자체평가 기준 SSS급 중하."


라헬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리고 마법사 윌 펜타오르. 용병심사 당시 3클래스 극한에 다다르 수준으로 가산점 포함 S급 평가. 하지만 진짜 실력은 글쎄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린 벨루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룬을 쳐다봤다.


'더 할까요?'


얼마든지 더 말해줄 수 있다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룬이 손을 들었다.


"그 정도면 되었습니다. 하시려는 말은 잘 알았으니까요."


혀를 찬 룬이 몸을 뒤로 기대었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무력은 간단히 S급 초입 용병 대여섯 정도면 넉넉한 수준. 하지만 굳이 저희를 요구했다는 건 일을 빠르게, 편하게 가져가겠다는 거겠죠."


룬이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실적과 능력을 보일 필요가 있을 테니까."


"어머?"


작게 감탄한 벨루아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가렸다.


"들켰나요?"


"들킨게 아니라 본인이 다 알려준 거 아닙니까? 그렇게 단서를 다 주고서는?"


그녀는 충분히 답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단서들을 제공했다.

일리드 백작가의 딸. 귀족들의 의회인 상원의 의원. 정보국의 1급 간부. 높으신 분들의 관심까지.


"보아하니 경합이라도 붙은 모양이로군요. 아니면 중요한 평가의 지표 중 하나이거나. 어찌되었건 당신의 앞날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뒤로 등을 기댄 룬이 고개를 젖혀 천장을 봤다.


'역시 나랏일 하는 작자들이랑은 엮이지 않는 게 좋아.'


용건만 말하면 좋을 것을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런저런 장치로 상대를 옭아매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 한다.

그게 굉장히 불쾌했다.


"그러니 본론만 하지요. 본론만. 간단히. 우리가 해야 하는 일만 설명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미 계약은 한 거고, 의뢰를 끝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할테니. 괜히 쓸데없이 빙빙 돌리지 말고."


차분하지만 짜증이 서린 말에 벨루아는 미소지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도록 하죠. 명시한 대로 여러분이 하실 일은 기본적으로 저의 호위입니다. 물론 그 외에도 무력 투사를 할 경우도 발생하겠지만요."


그녀가 지도에 손을 가져갔다. 경로에서 조금 벗어난, 서부의 접경지대로 향하는 중간에 위치한 중간규모의 도시였다.


"이곳, 이곳을 우선 들러 보고를 받은 이후에 자세한 일정이 확정될 거에요."


"페탈......이로군요."


"네. 슬렌 자작의 영지이자 서부로 향하는 모둔 군수물자가 통하는 길목이기도 하죠."


"군수물자입니까?"


룬이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점점 이 의뢰에 대한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네. 지금 정보국에서는 왕국에 흐르는 국영 물자에 대한 착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어요."


"관계자들의 소소한 횡령은 언제나 있어왔던 것 아닙니까? 지나치게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 정도는 저희도 인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잘한 정도의 건수는 건드리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달라요."


그녀가 품에서 수정을 꺼내 테이블에 세워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수정에서 퍼져 나온 마력이 주변을 뒤덮었다.


"도청 방지도 했으니 이야기를 마저 하죠. 지금 정보국에서 파악하기로 국영물자의 착복은 이전에 있어왔던 것들과는 본질적으로 달라요."


소매에서 말려있는 종이가 나와 펼쳐졌다.


"여태까지는 말단 관리자들의 소소한 용돈벌이정도였죠.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착복은 최상위 관리자 즉, 귀족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요."


"......증거는 있습니까?"


"물론이에요. 귀족을 증거도 없이 의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녀가 펼친 종이에는 각 귀족의 이름과 날짜,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이건......?"


"혐의가 있는 귀족들의 이름과 극히 일부 밝혀진 착복 내역과 날짜에요. 하지만 겨우 이 정도라면 그저 벌금 정도로 끝날 수준이죠. 하지만 제 윗선에서는 그런 걸 바라지 않아요."


"윗선이라면 왕실입니까?"


"정확히는 원로원이죠. 지금 윗선에서는 이번 일을 이용해 왕권을 강화하고 귀족들의 세를 눌러 놓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말에 룬이 신음을 흘렸다.


"정치 싸움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습니다만......"


"걱정 마세요. 여러분은 어디까지나 저의 호위 역으로 제 의뢰를 수행하던 중 만난 무뢰한들을 배제한 것일 뿐이니까요."


"고작 그런 정도의 명분으로 괜찮은 겁니까?"


"당신들은 용병이니까요. 언젠가는 그들도 필요에 의해 당신들을 고용할 지도 모르죠. 어디까지나 의뢰에 충실했을 뿐인 실력있는 용병을 위해할 정도로 이 나라의 귀족이 몰상식하지는 않답니다."


'정확히는 하원의 시선이 두려운 거겠지만요.'


상원의 의원인 그녀로서는 껄끄러운 존재들을 잠시 떠올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서 의뢰 수행 중 발생하는 사고라면 몰라도 이후에 개인적인 원한으로 귀족이 여러분께 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거에요."


"해를 가한다 한들 그대로 있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럴 것 같네요."


빙긋 웃은 그녀가 수정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출발은 내일 아침에 식사 후 바로 하도록 할 테니 오늘 준비를 모두 마쳐 놓으시기를 바래요."


작게 고개를 숙여 사라지는 그녀를 배웅하며 룬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생각해?"


"어떻긴 뭐 어때. 개같은 경우인 거지."


"저도 동의해요."


"권력층이랑 얽히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게 되었으니......완전히 코가 꿰였네요."


이번 의뢰의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시간만 하더라도 한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터였다.

거기에 중간중간 조사와 이런저런 사건들이 더해지면 족히 세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었다.


"3천골드가 후한 금액이 아니었어."


"세달. 그것도 끌려다니는 세달의 시간이라면 적자보기 좋은 금액이죠."


3천골드. 일반인은 평생을 가도 모으기 힘든 금액이었지만 빡빡한 스케줄을 잡고 작정하고 의뢰를 수행하다 보면 달성하지 못할 금액도 아니었다.


"괜히 3천골드를 불러서 코를 꿰였네요. 돈도 많으면서 왜 그랬을까."


딜의 투덜거림에 룬이 웃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리 손에 들어오지도 않은 돌을 가지고 실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우리가 그 돈을 감당할 깜냥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행운은 준비되지 못한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과분한 행운은 오히려 사람을 망치기 마련.

지금 자신들이 후에 손에 쥐게 될 막대한 금액에 취해 흥청거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룬은 생각했다.


"확실히 한번쯤 생각은 해둘 문제이기는 하군."


"응? 뭐가?"


"돈의 사용에 관해서."


룬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우리가 막대한 자금력을 쥐게 된 건 사실이야. 아직 현금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현금화는 확정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모두 알고 있겠지? 막대한 돈은 사람을 망치게 된다는 걸."


"음, 인정."


"저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는 싶지만......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할 것 같네요."


"확실히. 수천골드 정도의 행운이었다면 웃으며 좋아하겠지만 단위가 너무 크니 부담스럽더군."


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어쩌면 그 돈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우린 모두 나락까지 떨어질 지도 모르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인생은 아마 높은 확률로 망가질 거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돈에 휘둘리겠지."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하지."


룬이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돈으로 처분하기 위한 발굴품을 넣어 놓은 아공간 주머니였다.


"우선 이건 한동안 봉인해 둘거야. 우리가 이 생활에 지쳐서 쉬고 싶을 때에, 누군가 자신의 길을 가고 싶어 할 때 열도록 하지. 아, 물론 돈으로 바꿔 놓기는 할 거야."


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게 낫겠군."


"적어도 지금 우리가 돈에 허덕이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그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네. 어쨌든 든든한 노후보장이 생긴 셈이잖아?"


라헬의 말에 룬이 피식 웃었다.


"그래. 든든한 노후 보장이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를 붙잡아 주는 구명줄이기도 하고."


어떤 위험이 닥쳐오더라도 살아만 있는다면 이후에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그들이 가진 돈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그러니까-"


룬이 주머니를 윌에게 던졌다. 주머니를 받아든 윌이 의아한 눈으로 룬을 바라봤다.


"그건 네가 보관하고 있도록 해. 네가 가장 안전하게 보관하기도 할 거고, 들고 튀지도 않을 테니까."


"어, 대장. 그런 거라면 내가 잘 할수 있는데-"


"넌 안돼. 보나마나 얼마 안 가서 튈 것 같거든."


"아니, 내가 어때서!"


발끈하는 딜에게 룬은 가볍게 반박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전직 도둑."


"도둑이 아니라 암살자였다니까?"


"그거나 그거나."


"다르다고!"


"오냐."


날뛰는 딜과 시큰둥한 룬. 늘 있는 일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술과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들.

그런 일행의 모습을 보며 아르다헨은 가만히 미소를 그렸다.


"뭐야? 늙은이같은 얼굴을 하고는."


맥주잔을 들고서 툭 뱉는 라헬의 말에 피식 웃으며 아르다헨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좋아 보여서요."


"응?"


"이런 모습, 좋아 보여서요. 재미있고, 따뜻하네요."


그 말에 잠시 일행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라헬이 픽 웃으며 잔을 들지 않은 손으로 아르다헨의 등을 툭 쳤다.


"건방진 소리 하기는. 나보다 훨씬 어린 녀석이 말이야."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며 룬과 딜에게 다가가던 라헬이 몸을 젖혀 아르다헨을 보며 씩 웃었다.


"너, 그 말투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 괜히 거리감 생기게 말이야. 딱딱한 말투는 그만두고 그렇게만 하라구. 야! 딜! 저리 비켜!"


"아악! 아파요! 아프다구요!"


"그러니까 미리미리 비키란 말이야."


라헬의 말에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던 아르다헨이 피식 웃었다.


"노력해 보죠."




여러분의 관심과 댓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특히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특히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진짜루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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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쥬펠란 용병대(3) 19.09.24 108 4 13쪽
12 쥬펠란 용병대(2) 19.09.23 11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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