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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으로 강해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길마
작품등록일 :
2019.09.10 16:05
최근연재일 :
2019.10.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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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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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화

DUMMY

"삼촌! 일어나서 밥 먹어."


이도는 아침을 깨우는 조카의 목소리에 피곤한 몸을 일으켰다.

어두운 반지하 천장에는 오래된 전등이 점멸하고 있었다.

진작 갈아야지 한 게 벌써 한 달째.


"뭐 어때?"


어차피 집에 오면 침대에 무섭게 자러 가는 데 말이다.


가볍게 세안을 마치고 나오자 이혜림이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


"삼촌, 나 학교 갔다 올게. 찌개는 다 먹고 세탁실에 놔둬. 밥 모자라면 냉장고에 있으니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고."

"그래, 혜림아. 공부 열심히 하고 와."

"응, 삼촌. 삼촌도 몸조심해."


이도는 이혜림을 보내고 대충 아침을 챙겨 먹었다.

항상 먹던 김치찌개와 계란 후라이지만, 이혜림의 음식 솜씨가 좋아서 먹을 만했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하고 나니 아침 아홉 시.

어느새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집을 나서고 십여 분 후.

이도는 쌀쌀한 십일 월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번 정류소는 하남 몬스터 집하장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이도는 목적지의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운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다친 다리가 더욱더 뻣뻣한 느낌이었다.

무거운 다리를 움직여 버스에서 내린 그는 무릎의 통증을 참으며 회사로 걸어갔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한 이도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직원 휴게실로 들어갔다.

그때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어이, 또. 빨리빨리 안 다녀?"


이도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목소리의 주인을 무시했다.


"얌마! 형님이 말하는 데 듣는 척도 안 하냐?"


다시 한번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도는 고개를 돌렸다.


"차가 좀 막혀서요. 그래도 아직 일 시작 전에 도착했습니다."

"하 참. 오자마자 일할 수 있어? 일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튼 나이도 어린 게 따박따박 말대꾸나 하고.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말이야."


이도는 박준구의 개소리를 흘려들으며 사물함을 열었다.

박준구는 같이 일하는 팀 동료다.

사십 줄에 몬스터 대가리를 쪼개고 있는 박준구나.

서른 초반에 깨진 대가리에 마석을 꺼내고 있는 이도나 도긴개긴이지만.

정규직이라는, 그리고 이도와 같은 장애가 없다는 우월감 때문인지 박준구는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걸어왔다.


마음 같아서는 욕이라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괜히 분란이 생길까 봐 참았다.

얼굴을 포함한 상체 절반에 화상을 입은 데다가 무릎까지 박살 난 상태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때 박준구 옆에 있던 김기태가 입을 열었다.


"얌마. 괜히 애한테 시비 걸지 말고 가서 일 시작할 준비나 해."

"아이, 형님. 시비라니요. 다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 아닙니까, 흐흐. 그럼 저 먼저 가볼 테니 형님은 천천히 오세요."


박준구는 자신이 생각해도 헛소리라고 느껴졌는지 뻘쭘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곧이어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이도는 몬스터가 사체가 있는 창고로 향했다.


이도의 직업은 몬스터의 대가리에서 마석을 찾는 마석 채집원이다.

사체의 뇌를 주무른다는 혐오감을 떠나서 몬스터가 풍기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마석 채집원은 기피 직업 중의 하나였다.

더군다나 혐오감과 악취를 빼면 노동의 강도는 낮은 편이라 시급이 센 편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마석은 뇌 중심부에 위치한다.

하지만 가끔 다른 곳에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마다 찾는 일이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었다.

대형종의 마석이야 호두알만 하다지만 그가 다루는 고블린의 마석은 쌀알만큼 작았다.

쌀알만 한 마석을 찾기 위해 마력탐지기를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모든 일은 오로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일해서 버는 돈은 이백만 원 내외.

많지 않은 돈이지만 혜림이와 같이 먹고살 만한 금액은 되었다.


눈이 빠져라 마석을 찾기를 세 시간여.

점심시간이 되자 팀원 모두는 샤워를 하러 갔다.

몬스터의 악취는 매우 지독해서 식사 전에는 반드시 샤워가 필요했다.


얼마 후, 구내식당 밥을 먹던 박준구가 TV를 보며 거칠게 욕을 내뱉었다.


"에이, 시펄. 어떤 새끼들은 운 좋게 각성해서 저렇게 떵떵거리면서 사는데. 나같이 열심히 사는 사람은 고작 입에 풀칠이나 하고 있으니. 이거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TV에서는 경기도에 위치한 고정 균열을 해태 길드가 토벌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박준구의 헛소리에 김기태가 말을 받았다.


"넌 인마. 더 고생해도 싸 인마. 이도 열심히 사는 거 봐라. 그런 불평은 얘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거야."

"아, 형님. 왜 맨날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 아무튼 이도 너는 좋겠다. 잠재 각성자라도 되니까 언제든 대박 칠 기회가 있는 거잖아. 나중에 헌터 되면 우리 잊지 말고 소고기라도 쏴. 알았지?"


박준구는 네가 퍽이나 그럴 수 있겠냐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도는 박준구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묵묵히 밥을 먹었다.

밥을 먹던 도중 그는 슬쩍 왼손 손바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검은색 소용돌이무늬가 문신을 새긴 듯 자리하고 있었다.


소용돌이무늬는 각성자임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소용돌이의 색에 따라 네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붉은색의 오러 각성자.

푸른색의 마나 각성자.

하얀색의 이능 각성자.

마지막으로 검은색의 무능력자였다.


드림워커(Dream walker) 혹은 몽중인(夢中人)으로 불리는 각성자는 꿈을 통해 다른 세계에 있는 이계인과 연결된다.

그리고 꿈속에서 얻은 능력을 지구로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었다.


이도가 잠재 각성자가 된 건 가족이 사망하던 십오 년 전.

각성의 때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에 언제 각성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뭐라도 좋으니 일단 각성이라도 하면 좋겠다.'


무능력자는 꿈속의 이계인 중 오러, 마나, 이능을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과 연결된다.

일반인이라도 운 좋게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이계인과 연결된다면 충분히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

이도는 손바닥의 무늬가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왼손을 움켜쥐었다.


십여 분 후 식사가 끝나갈 무렵.

TV의 화면이 전환되더니 경직된 표정의 아나운서가 나왔다.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오주 중학교 인근에서 무작위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주변에 계신 시민 여러분께서는 속히 그 지역을 벗어나거나 가까운 대피소로 피신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TV화면은 촬영 드론의 시점으로 넘어갔다.

화면에는 백여 마리의 고블린이 학교 주위를 둘러싼 모습이 보였다.


잠시 화면을 응시하던 이도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태 형님, 저 반차 쓸 테니까 팀장님한테는 잘 좀 말씀해 주세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이도는 식판도 내버려 둔 채 아픈 다리를 절며 빠르게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김기태가 이도를 만류했다.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무슨 생각인지는 나도 알겠는데, 네가 가봐야 뭘 할 수 있겠어. 그리고 어차피 길도 다 차단돼서 얼마 가지도 못할 거다. 헌터들이 곧 출동할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조카한테는 아무일 없을 거야."


그래도 몇 개월간 함께 일한 덕에 김기태는 이도의 이도의 하나뿐인 조카가 오주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 새꺄. 그 다리로 갔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만 끼치니까 그냥 기다리고 있어. 고작 고블린인데 뭐 별일 있겠어?"


뒤이어 들려오는 박준구의 말을 무시하고, 이도는 직원 휴게실로 향해 허겁지겁 이동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회사를 나가고 싶었지만 차마 몬스터 냄새로 절은 작업복을 입고 갈 수는 없었다.


휴게실에 도착한 이도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이혜림에 전화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잠시 후 휴게실을 나온 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뛰다시피 걸었다.


송곳으로 무릎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참으며 이동하길 십 여분.

큰길로 나오자마자 운 좋게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거여동 오주 중학교로 가주세요."

"손님, 거긴 길이 차단돼서 못 갑니다. 지금 균열이 발생했는데 모르셨어요?"

"길이 뚫린 데까지만 가주시면 돼요."

"아, 예. 알겠습니다."


택시가 출발하고 이도는 초조한 마음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녹색창에 거여동이라고 치자 사람들이 SNS로 실시간 현황을 중계 중이었다.


- 대박 지금 고블린들 학교로 들어가는 중.

- 걔네한테 학교 완전 부페각 아니냐?

- 미친놈.

- 위에 미친놈.

- 저 새끼는 가족이 몬스터 밥이 돼봐야 정신 차릴 듯.

- 제발 헌터님들. 빨리 저희 좀 구해주세요 ㅠㅠ

- 고블린 조빱인거 모르시나. 일 레벨 짜리들인데 이 레벨 헌터 몇 명만 와도 모조리 썰림. 걱정 ㄴㄴ


아직 헌터는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이도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분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균열이 해결되면 학교는 당연히 휴교할 테니까, 오늘은 오랜만에 혜림이랑 외식이나 해야겠다.'


아무리 이혜림이 걱정돼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접근 제한 구역 내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가 반차를 쓰고 나온 이유는 균열이 해결되고 두려움에 떨었을 이혜림을 안심시켜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택시가 출발하고 얼마 후.

택시 운전사는 몬스터의 악취에 머리가 아팠는지 양해를 구하고 창문을 열었다.

창문에서 풍절음이 울리며 차가운 바람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찬바람을 맞으니 흥분되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자신의 체취를 맞아본 이도는 일단 이혜림을 기다렸다가 집에 가서 샤워를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십 분쯤 지났을까.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이도는 크게 반색했다.


- 지금 기사 도착함. 망원경으로 보니까 가슴에 별 세 개 달림.

- 고블린들 백 마리 조금 넘는 거 같던데. 이제 걔들 다 뒤지겠네 ㅋㅋ

- 헌터님 빨리 와주세요 ㅠㅠ


삼 레벨 기사라면 고블린들의 목 따위는 가을에 추수하듯 베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때였다.


끼기기긱-


택시가 급격히 방향을 꺾으며 인도에 세워진 전봇대로 돌진했다.


쾅!


충돌음과 함께 이도는 조수석과 유리창에 연달아 머리를 부딪쳤다.


"으으."


그는 신음을 내며 눈으로 흘러드는 피를 닦았다.


이도는 사고의 충격에 혼미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창밖을 내다봤다.

그곳에는 개대가리를 한 이 미터 크기의 몬스터가 녹슨 칼로 남자의 목을 내리치고 있었다.

바로 이 레벨 몬스터인 놀이었다.

그리고 그 놈 바로 옆에는 세 마리의 놀이 여자 하나를 잡아다가 살점을 뜯어 먹는 중이었다.

그때 이도와 눈이 마주친 본 놀 두 마리가 군침을 흘리며 택시로 다가왔다.


몸에 점점 힘이 빠진 이도는 시트에 등을 기댔다.

고개가 젖혀지며 시선이 향한 허공에는 삼 미터가 넘는 붉은 균열이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잠시 후, 흐릿해지는 시야를 마지막으로 이도는 정신을 잃었다.

그 순간 왼손에 있던 소용돌이 문양이 빠르게 회전하며 밝은 광채와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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