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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으로 강해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길마
작품등록일 :
2019.09.10 16:05
최근연재일 :
2019.10.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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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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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화

DUMMY

빠악!


두개골을 울리는 강렬한 통증에 이도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쥐새끼 같은 용모의 중년인이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감히 이 자식이! 입문 제자 따위가 업무 시간에 졸아?"


빠악!


중년인은 두꺼운 몽둥이로 이도의 머리를 내려쳤다.


"억!"


자비 없는 매질에 머리가 쪼개질 것만 같았다.


"한 번 더 이런 태도를 보였다가는 네놈의 행실을 집법당에 고하겠다. 쫓겨나고 싶지 않다면 똑바로 행동해야 할 것이야!"


빠악!


중년인은 머리를 한 차례 더 내려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저 미친놈은 대체 뭐야?'


이도는 얼얼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신이 꿈을 꾸고 있나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작은 개울 옆으로 고대 중국에서나 입을 법한 장포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분명 택시 안에서 정신을 잃었건만 눈을 뜨니 생판 처음 보는 곳이었다.


황당한 일을 겪은 이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왼손바닥을 바라봤다.

동시에 그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당연히 있어야 할 소용돌이 문양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낯선 기억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 왔다.


십여 분 후.


"후아."


이도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는 이내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토록 바라던 각성에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이도는 빨래통에 담긴 물 위로 얼굴을 비췄다.

물 위에는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정현.

나이 십오 세.

철산파(鐵山派) 입문 제자.


본래 몸의 주인이었던 이계인의 신상명세였다.


'그런데 검은색 소용돌이는 분명 무능력자와 연결되는 게 아니었나?'


이도는 정현의 기억을 되새기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현이 망상에 빠진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면 그는 다시 없을 기연을 얻게 된 것이었다.


정현의 기억을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가던 그때.

뽀얀 볼에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남자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정 형. 제가 좀 늦었죠? 막 사형이 평제자님들 방 청소를 부탁해서요."


남자아이는 정현의 입문 동기인 양신이었다.

올해 열세 살인 양신은 호구 중의 호구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괜찮아. 아직 빨래는 시작도 안 했는데 뭐. 그런데 우리 할 일도 산더미인데 막 사형을 도와주는 건 좀 그러네."

"헤헤. 미안해요, 정 형. 막 사형이 조금만 더 수련하면 해기기에 오를 거 같다고 해서요. 나중에 평제자로 올라가면 수련 비법을 알려준다니까, 제가 장 형에게도 알려 줄게요."

"난 안 알려줘도 괜찮으니까 다음부터는 우리 업무 먼저 마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겠어."


정현의 기억대로라면 막우철은 절대 수련 비법을 알려줄 놈이 아니었다.


"미안해요, 정 형. 앞으로 조심할게요."


양신은 쭈뼛거리며 사과했다.


어린아이가 풀이 죽은 모습에 이도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고, 내가 꼬맹이를 데리고 뭐하는 거냐. 착한 게 죄지.'


그는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양신의 앞날을 위로했다.


"그리고 내 이름은 이도니까 앞으로 그렇게 불러."

"에? 그때 분명 정현이라고 했잖아요?"

"사실 이도가 본명인데 성년이 되기 전까지 액귀를 피하기 위해 가명을 쓴 거야."

"아, 그렇구나. 알았어요, 이 형. 저는 양신이에요. 헤헤."


순진하게 웃는 양신을 보자 이도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양신은 기분이 좋은지 더 환하게 웃었다.


"그럼 시작하자."

"네, 정 형. 아니, 이 형. 헤헤"


아침에 시작한 빨래는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빨랫줄에는 깨끗이 세탁된 백여 벌의 장포가 걸려 있었다.


'아, 손 아파 죽겠다.'


대충 하고 싶어도 검사에 통과 못 하면 가차없는 매질이 이어질 걸 알기에 나름 정성 들여 빨래했다.

실제로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체벌을 두려워하는 자신을 보자 약간의 자괴감마저 들었다.


이도가 맡은 업무는 입문 제자들의 옷을 세탁하는 것이었다.


보름 전 같이 입문한 열다섯 명의 동기와 기존에 있던 입문 제자의 수를 더하면 대략 오십 명.

둘이서 그 많은 빨래를 하는 게 가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땔감을 베고, 물을 긷고, 밥을 짓고, 변소를 치우는 등.

다른 임무에 비하면 빨래는 쉬운 축에 속했다.


검사를 무사히 마친 이도는 빨래터를 떠났다.

삼십 분 후 입문 제자들이 머무는 입선당(入仙堂)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이도는 딱딱한 나무 침상 위에 편한 자세로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양신이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이 형, 안 피곤해요? 어차피 내일이랑 모레까지 쉴 수 있는데 오늘은 푹 쉬지 않고요. 저보다 빨래도 많이 해서 힘들 텐데."


빨래는 삼일에 한 번씩 한다.

업무를 마치면 나머지는 자유 시간이기에 수련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자. 그리고 오늘은 청소하느라 고생한 거 같아서 내가 더 많이 일한 거야.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을 거니까 막 사형이 도와달라고 해도 절대 도와주지 마."


기수가 나뉘긴 하지만 사실 입문 제자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

양신이 단호하게 거절한다면 막우철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알겠어요, 이 형. 꼭 그럴게요. 그러면 전 이만 잘 테니까 수련 잘하세요. 하암."


양신은 하품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 붙이기가 무섭게 코를 골며 잠에 빠졌다.


이도는 양신이 잠이 든 모습을 보자 당장에 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의식을 집중했다.


'여기서 자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지구로 돌아가게 돼. 그렇게 되면 그대로 몬스터의 한 끼 식사가 되는 거지.'


이도는 정현의 기억을 떠올리며 앞으로의 일을 계획했다.


철산파(鐵山派)는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무인들의 문파가 아니었다.

만 장 높이의 거대한 산 중턱에 위치한 철산파는 속세의 범인들에게 신선이라 불리는 수도사들의 문파였다.


수도사는 자연의 섭리를 어기고 영생불사를 꿈꾸는 자들이다.

기억대로라면 선도(仙道)의 첫걸음인 해기기(瀣氣期)에만 올라도 최소 삼 레벨 헌터급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런데 며칠 만에 해기기에 오르는 게 가능할까?'


이도는 지난 보름간 있었던 정현의 노력을 떠올렸다


철산파에 입문한 날.

정현은 척선공(陟仙功)이라는 공법서를 받았다.

척선공은 영혼을 자극해 영감(靈感)을 강화하는 기초 공법이었다.


뚜렷한 목적이 있던 정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쉬지 않고 수련에 임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법을 운용해도 영기를 느낄 수는 없었다.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없어. 살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도에 오르는 길뿐이야.'


이도는 부정적인 생각을 애써 털어냈다.

그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공법서를 펼쳐 구결을 꼼꼼히 확인했다.

기억의 결손이 없음이 확인되자 즉시 척선공의 구결을 암송했다.


척선공을 운용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들지 않는 각성 상태가 된다.

지금은 노곤한 몸 때문에 정신이 몽롱했지만 운공을 시작하면 이런 생각도 사라질 터였다.


얼마 후, 이도가 천여 자에 달하는 척선공의 구결을 한 차례 암송했을 때였다.

그는 미간을 간지럽히는 묘한 기운을 느꼈다.

정현의 기억에는 없던 일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 후 정신을 집중에 수차례 척선공을 운용했다.

암송이 반복될 때마다 미간에서 느껴지던 기운은 점차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밤이 새도록 척선공을 운용한 그는 마침내 깨달았다.

전신을 가득 채운 기운이 바로 영기라는 것을.


이도는 단 하룻밤 만에 영기를 느끼자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그는 선도에 오르기 위한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영기를 느끼는 것은 선도에 오르기 위한 준비과정에 불과했다.

진정으로 선도에 오르려면 반물질계에 존재하는 영근(靈根)에 영혼을 안착시켜야 했다.

영근이란 수도사가 영기를 감지하고 영혼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신통력의 원천이었다.


이도는 전신에 들어찬 영기를 영혼이 자리한 인당혈로 움직였다.

영혼은 몰려드는 영기를 잔뜩 흡수한 후 영근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도 문파에서 십오 세 이하의 아이들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십오 세를 넘기면 인당혈과 영근이 연결되는 통로에 탁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한번 탁기가 쌓이면 그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지고 삼십 세가 넘어가면 선도에 오르기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정현은 만 십오 세가 되는 생일을 두 달 앞두고 있었다.

그 말은 아직 탁기가 쌓이기 전이라는 뜻이었다.


영혼은 훤히 뚫린 통로를 이동해 영근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영근에 영혼이 안착하는 순간.

이도에게 법열이 찾아왔다.

티끌 같던 영혼은 우주와 하나가 되어 끝없이 팽창했다.

지금껏 느껴보지도 상상해보지도 못한 극한의 희열에 그는 전율했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법열은 사라졌다.

하지만 법열이 남긴 강렬한 여운에 이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법열이 주는 희열은 육체가 아닌 영혼에서 발원했다.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환희는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것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법열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도는 눈을 간지럽히는 아침 햇살을 느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던 그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영기를 그렇게 빨리 느낀 거지?'


한동안 궁리하던 그는 나름대로 가설을 세웠다.


꿈속의 이계인들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영기에 둘러싸여 자란다.

그들에게 영기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느낄 수 없는 공기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도에게 영기는 공기 중에 섞인 냄새같이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렇기에 그토록 빨리 영기를 감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데엥- 데엥-


이도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양신이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어, 이 형. 벌써 일어난 거에요? 얼굴이 훤한 게 어젯밤에 잘 잤나 보네요. 저는 아직도 딱딱한 침대가 적응이 안 돼서 죽겠어요."


양신이 본 이도의 모습은 눈에 정광이 흐르고 피부에 윤기가 돌았다.

어젯밤처럼 피곤에 찌든 신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네."

"헤헤, 저도 올해 열세 살인 걸요. 빨리 어른이 돼서 키도 커지고 목소리도 굵어져야 하는 데 걱정이에요. 제가 철산파에 오기 전에 제 친구들은 다 어른이 되고 있었거든요."

"그래, 조금만 있으면 그렇게 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네, 이 형. 그나저나 방 사형이 오기 전에 빨리 나가봐야겠어요. 조례에 늦으면 또 매타작을 당할 거에요."

"난 볼 일이 있으니까 먼저 나가 있어."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데.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게요. 빨리하고 같이 나가요."

"아니야, 나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나가."

"알았어요, 이 형. 그럼 너무 늦지 마세요."


양신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도를 바라봤다.

침대에서 내려온 양신이 막 문밖으로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네 이놈들! 종이 울린 지가 언젠데 아직도 꾸물대고 있는 게냐. 정녕 단단히 혼쭐이 나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문 앞에는 어제 이도의 머리를 내리치던 중년인이 서 있었다.

중년인을 본 양신은 겁에 질려 변명했다.


"방 사형,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듣기 싫다! 감히 말대꾸를 하다니. 우선 네놈부터 버릇을 고쳐주마."


방편종은 양신의 팔목 두께만 한 몽둥이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는 양신이 죽든 말든 신경 안 쓰는지 부웅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도록 몽둥이를 휘둘렀다.

인정 사정없는 몽둥이질에 양신은 눈을 질끈 감으며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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