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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선으로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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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
작품등록일 :
2019.09.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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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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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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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DUMMY

조백광은 태연하게 말했다.


"그랬군. 이거 괜히 바쁜 사제를 귀찮게 했어. 그럼 이만 가볼 테니 하려던 일 마저 하게나."


말을 마친 조백광은 몸을 돌려 거처를 나섰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의념이 전해졌다.


[내 경고를 허투루 듣거나 내가 한 말이 사매 귀에 들어간다면. 네놈을 오체분시해서 짐승의 밥으로 던져 주마.]


의념에는 강한 살의가 실려있었다.


잠시 후, 조백광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도는 거처의 문을 닫았다.


'정신병인가? 별 싸이코 같은 놈을 다 보겠네.'


또라이 한 명 때문에 지금까지 들떠 있던 기분이 팍 가라앉았다.

자신을 향한 이유 없는 적대감에 화가 치밀었지만, 이도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하극상을 범하는 순간 파문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도는 거처를 옮길지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떠나야겠지?'


저런 미친놈이 주변에 있으니 다른 제자들이 없는 이유도 알 만했다.

널리고 널린 게 거처인데 굳이 이곳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꿈속은 지구처럼 법이 우선하는 곳이 아니다.

조백광의 경고는 단순한 위협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했다.


꿈에서 죽은 각성자는 더는 꿈을 꿀 수 없다.

잘못해서 죽기라도 하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도는 미친개한테 물린 셈 치고 조백광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그는 연공실로 돌아가 다시 동경을 살폈다.

빨래통에 비출 때는 몰랐는데 정현의 외모는 사고를 당하기 전의 자신과 판에 박힌 듯 닮아 있었다.

행복했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 듯한 상황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몬스터에 의해 가족이 죽고 자신이 부상을 당하던 날.

쾌활하고 인정 많던 이도는 사라졌다.


보육원에서 만난 부모님에게 일가친척은 없었다.

사고무친인 이도는 온 가족이 같이 살던 소중한 집을 팔고 갓난아기인 이혜림을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왔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진작 폐인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애써 잊고 지냈던 악몽 같은 날을 떠올리자 눈시울이 붉게 충혈되었다.

하지만 이도는 이내 이를 악물며 고개를 털었다.

이제 자신은 더이상 반병신의 무능력자가 아니었다.


"수도사가 정말 기억과 같은 존재라면, 그 개 같은 몬스터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어."


사방에 퍼져 있는 고정 균열과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무작위 균열.

대규모 몬스터 브레이크를 발생시키는 던전과 모든 불행의 시초인 두 개의 탑.


만약 힘이 있다면 모두 찢고 부수고 파괴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한동안 분노를 가라앉힌 이도는 몸의 주인인 정현에 대해 생각했다.

꿈속 세상이 실재하는 곳인지, 아니면 단순한 꿈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곳이 또 다른 세상이라면 이도는 정현의 영혼을 밀어내고 몸을 차지한 것이 된다.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복수해주마. 다음 생이 있다면 부디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정현도 이도에 못지않은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여덟 살이 되던 해.

핏빛 안개를 몰고 온 마도인에 의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처참하게 몰살당했다.


마도인에게 가족들이 차례로 핏물이 되던 순간.

갑자기 등장한 선풍도골의 노인이 아니었다면 그 역시 죽음을 맞이했을 터였다.


너무나 큰 공포에 잔뜩 얼어 있었지만 정현은 똑똑히 기억했다.

연기로 변해 사라지던 노인이 마도인을 향해 혈음존자(血飮尊子)라 외친 것을 말이다.


마도인과 노인이 사라지고.

정현은 수개월간의 죽을 고생 끝에 동광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유랑걸식을 하며 살던 그는 선도의 재능이 발견되어 철산파에 입문하게 되었다.


정현은 혈음존자가 마도의 금단기 고수라는 것을 알게 되고 복수심을 불태웠다.

그가 쉬지 않고 수련에 임한 데에는 이러한 사연이 있었다.


동경에서 시선을 거둔 이도는 좌대로 가서 앉았다.

그는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탁영종에게 받은 공간낭을 꺼냈다.

공간낭의 사용법과 내용물은 우청청에게 자세히 들은 상태였다.


공간낭에 영력을 불어넣자 머릿속으로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떠올랐다.

내용물은 자주색 도복 두 벌과 엄지손가락만 한 옥간 그리고 금박에 쌓인 영단이었다.


이도는 흑색 장포를 벗고 자주색 도복을 꺼내 입었다.

약간 크다 싶었던 도복은 입자마자 몸에 딱 맞게 크기가 조절되었다.

정식 제자들의 도복은 평범한 옷이 아닌 보패였다.

별다른 신통은 없고 약간의 크기 조절과 피수(避水), 피진(避塵)의 능력이 있었다.


다음으로 꺼낸 것은 옥간이었다.

이도는 미간에 옥간을 가져다 댄 후 영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옥간에 스며든 영력이 인당혈을 통해 영근으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그의 영혼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 왔다.


십여 분 후.

정보의 정리를 마친 이도는 감았던 눈을 떴다.

옥간에는 수도계와 철산파에 관한 다양한 정보, 그리고 여러 가지 술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술법은 원리만 파악해도 펼칠 수 있는 무급 술법이 여섯 개.

해기기 수도사가 익히는 해기기급 술법이 두 개였다.


"이게 다 무급 술법이라고?"


텔레파시처럼 생각을 전달하는 전의술(傳意術).

허공을 비행하는 비공술(飛空術).

사물의 형체와 기운을 감추는 장령술(藏靈術).

용모와 체형을 바꾸는 변신술(變身術).

영혼을 다루는 조혼술(操靈術).

영근이 자리한 반물질계에 아공간을 만드는 영고술(靈庫術).

하나같이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도는 무급 술법을 하나씩 시전해 보았다.

선도에 오른 수도사는 사고 속도가 놀랄 만큼 빨라진다.

거기에 기억력과 집중력이 크게 증가하고, 이해력과 응용력도 상당히 발달한다.

무급 술법의 원리는 정보를 읽어 들이는 중에 이미 체화한 상태였다.


대상이 없기에 전의술과 조혼술은 시험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술법은 손쉽게 시전이 가능한 걸 봤을 때.

두 술법 역시 무리 없이 펼칠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무급 술법을 점검한 이도는 다음으로 해기기급 술법을 살폈다.

해기기급 술법에는 용암처럼 뜨거운 불새를 생성하는 화조술(火鳥術)과 바람 장막을 생성하는 풍장술(風帳術)이 있었다.


"이거라면 놀 따위는 문제없겠어."


옥간은 기록자가 알고 있는 정보를 소리, 문자, 영상의 종합적인 형태로 저장한 것이다.

그것을 통해 짐작해 보건대, 해기기급 술법만 제대로 익혀도 놀 정도는 가볍게 참살할 수 있을 듯했다.


해기기급 술법을 익히는 일은 무급 술법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이도는 해기기급 술법은 나중에 수련하기로 하고 공간낭에서 영단을 꺼냈다.


영단의 이름은 경령단(絅靈丹).

영력을 빠르게 축기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물이었다.

일영근을 지닌 해기기 초경의 수도사라면 서너 개의 경령단을 섭취하는 것으로 중경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령단을 바라보는 이도의 눈빛은 탐탁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옥간과 경령단을 공간낭에 수납했다.


경령단이 대단한 보물인 건 맞다.

하지만 이도에게는 그저 그런 영단일 뿐이었다.


영근은 화, 수, 목, 금, 토, 풍, 빙, 뇌의 여덟 가지 속성으로 나뉜다.

수도사의 자질은 속성이 적을수록 뛰어났다.

그 이유는 바로 다른 속성을 배척하는 영근의 성질 때문이었다.


단일 속성을 지닌 수도사는 하나의 굵은 영근을 가지고 있다.

경쟁자가 없는 영근은 영기를 독식하며 빠르게 영기를 축적한다.


그러나 다속성의 경우 여러 개의 가느다란 영근이 엉켜 있는 형태로, 서로 배척하는 영근으로 인해 영기의 흡수율이 저하된다.


영기의 흡수율은 속성이 하나 증가할 때마다 절반씩 감소한다.

팔영근을 지닌 이도가 해기기 중경에 오르려면 최소 사백여 개의 경령단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도는 영고에 공간낭을 넣었다.

해기기 초경의 영고는 한 변이 십 센티미터 정도 되는 정육면체 크기였다.

주먹만 한 공간낭을 넣기에는 충분했다.


할 일을 모두 마쳤다고 판단한 이도는 앞으로 일을 계획했다.

그의 임무는 한 달에 열 개의 활명환을 제조하는 것이었다.

한 달의 개인 시간이 주어지니 두 달 안에 활명환을 제조해 탁영종에게 찾아가면 되었다.


다음 날.

이도는 연선재를 찾아갔다.

탁영종은 그의 상황을 짐작하는 듯 흔쾌히 거처를 변경해주었다.


풍광을 감상하며 새로운 거처로 가던 때였다.

저 멀리 지나가는 익숙한 모습의 남자아이가 보였다.

바로 양신이었다.


"양 사제."

"이 사형!"


양신은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해맑게 웃으며 달려왔다.


"어때? 업무는 할 만해?"

"네, 사형. 하는 일이라고는 평제자님들의 거처에 잠시 들리는 게 대부분이에요."


영기를 먹고 사는 수도사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원치 않으면 잠을 자지 않아도 되기에 침구류도 필요 없었다.

의복은 문파에서 지급한 도복이면 족했다.

게다가 수련하는 중에는 아예 출입을 거부하는 팻말을 걸어놓았다.

청소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었다.


"다행이네. 그리고 이건 방 사제 가져다줘."


이도는 활명환이 든 주머니를 건넸다.


"알겠습니다, 사형. 혹시 시키실 일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래. 그럼 수련 열심히 해."


이도는 양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거처로 이동했다.


새로운 거처에 머무른 지 삼 주 후.


휘이잉-


이도가 있는 연공실 안으로 폭풍이 몰아치듯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곧이어 바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정도 세기면 접근하는 놈들을 밀어내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겠는데?"


풍장술은 바람을 극도로 압축해 보호막을 생성하는 술법이다.

그리고 압축된 바람을 흩어버리면 강한 돌풍이 생성되어 전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동안 이도는 해기기급 술법을 완벽히 연마했다.

해기기급 술법을 익힌 이상 당장 지구로 돌아가도 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꿈속에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지구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도는 활명환을 제조하기로 했다.

어차피 경지를 높이려면 꿈속 세상에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니 깔끔하게 임무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것이 속 편했다.


이도가 활명환을 제조하기로 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는 활명환을 지구에 가져가기로 했다.


각성자는 꿈속에서 얻은 능력을 지구로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능력에 국한될 뿐.

꿈속의 물건을 가져왔단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영고는 영혼을 기반으로 생성된 공간이다.

영고 역시 그의 능력이니 어쩌면 지구에서도 동일한 영고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았다.


수도사에게 활명환은 하등 쓸모없는 환약에 불과하다.

육체의 부상 따위는 영기를 운용하면 순식간에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이런 영약이 따로 없었다.

활명환을 지구로 가져가면 돈 버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일 터였다.


술법 수련을 마무리한 이도는 마지막 남은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경령단을 섭취하는 일이었다.


이도는 경령단을 꺼내 겉에 쌓인 금박을 벗겼다.

그러자 그윽한 약향이 퍼져 나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콩알만 한 크기의 경령단은 은은한 녹광을 발산했다.


이도는 주저 없이 경령단을 섭취했다.

혀에 닿은 경령단은 솜사탕처럼 녹으며 순식간에 입에서 사라졌다.

그는 척선공의 구결을 암송하며 몸 안을 가득 채운 영기를 영근으로 이동시켰다.


십오 분쯤 흘렀을까.

이도는 긴 숨을 내뱉으며 감았던 눈을 떴다.

증가한 영력은 삼 개월 정도 축기 해야 할 양.

서로 배척하는 영근 탓에 그가 취한 경령단의 영기는 본래의 백 분의 일도 안되었다.

그로 인해 영기를 갈무리하는 시간도 극히 짧았다.


"이건 뭐. 간에 기별도 안 오네."


입맛을 다신 이도는 활명환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좌대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였다.


데엥- 데엥-


커다란 종소리가 연이어 다섯 번 울려 퍼졌다.

다섯 번의 종소리는 문파에 적이 쳐들어왔음을 뜻했다.


'적이라고?'


뜬금없는 상황에 이도는 황급히 거처를 나섰다.


쒜에엑!


그가 문을 열고 나가던 그 순간.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관자놀이를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시야가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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