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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흙수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미조혁
작품등록일 :
2019.09.10 18:28
최근연재일 :
2019.10.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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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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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모험가 길드

DUMMY

정재만큼이나 에밀리의 레벨도 많이 성장해있었다. 지난번에 벌꿀을 따고 나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레벨이 16이었으니 그때에 비하면 무려 12레벨이나 상승한 것으로, 등고저가 목표로 삼은 레벨 30까지 불과 2레벨만이 남은 상태였다. 등고저의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얼마 안 남았군. 힘들게 악령을 퇴치한 보람이 있어.”


정재와 에밀리 모두 간밤의 퀘스트에서 직접 악령을 사냥하기보다는 등고저의 보조로서 간접적인 역할만 했기 때문에 경험치를 날로 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게 별로 없는데 이렇게 쉽게 경험치를 쌓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너희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셋 중 하나라도 없었으면 악령퇴치 퀘스트는 완수하지 못했을 것이니라.”


“몹몰이나 포션 공급은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하지만 간밤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네가 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악령퇴치에 성공한 것이니라.”


“그 말씀을 들으니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등고저의 답변은 약간 말장난 같기도 했지만 딱히 틀린 얘기도 아니어서 정재는 그냥 납득하기로 했다.


“어차피 머지않아 하기 싫어도 활약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니 지금은 다른 생각 말고 시키는대로만 해라.”


“예.”


사실 노예 각인을 지우고 등고저로부터 도망간다 한들 딱히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오히려 주인의 보호를 받고 있고 의식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지금의 기회를 잘 활용해서 레벨을 올려놓으면 훗날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선은 등고저의 노예로서 주어진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뭐 다른 거 봐드릴 거 없나요?”


마법사가 등고저에게 물었다.

감정마법을 구사하는 청록색 로브의 마법사는 아직도 에밀리의 손을 꼭 붙들고 있는 채였다.


“없소.”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마법사는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시며 에밀리의 손을 놓아주었다. 에밀리는 얼른 손을 거두어들이고 뭔가가 껄끄러운 듯 로브 자락에 손바닥을 문질렀다.


“아가씨는 다음에 또 오면 공짜!”


그는 양쪽 검지손가락으로 에밀리를 가리키며 혀를 빼물고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에밀리는 지나치게 상큼한 그의 표정에 빙초산같은 심적 부담을 느꼈는지 미간을 좁히며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마법사의 제안을 들은 등고저의 눈이 빛났다.


“정말이오? 다음에 오면 진짜 이 아이의 감정은 무료로 해줄 거요?”


“넵. 그냥 해드리겠습니다.”


마법사의 말을 들은 등고저는 에밀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에밀리, 종이와 펜을 다오.”


에밀리가 늘 지니고 다니는 메모지와 펜을 꺼내자 등고저는 그것을 받아 마법사에게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다른말 안 나오게 서약서 써주시오.”


“예?? 그냥 해드린다니깐요.”


“언제 잊어버릴지 모르는 일이잖소? 우리 약속은 확실하게 합시다.”


“어휴, 아니 이걸 무슨 서약서까지...... 네 뭐라고 써드릴까요?”


마법사는 마지못해 한숨을 내쉬며 종이와 펜을 받아들고 글을 쓸 준비를 했다.


“본인 ○○○는 이 증서의 소유자에게 감정마법을 1회 무료로 제공할 것을 서약합니다.”


“본인... 감정마법... 합니다.”


마법사는 등고저의 등쌀에 못이겨 자필로 또박또박 서약서를 적어나갔다.


“날짜와 이름을 적고 서명해주시오.”


그는 언짢아하는 듯하면서도 순순히 등고저의 요구에 응했다.


“자요, 됐지요?”


“좋소.”


등고저는 미소를 띄우며 마법사가 적은 쪽지를 받아 에밀리에게 돌려주었다.


“오늘은 일진이 좋군.”


공짜 추가 밥에 이어 공짜 감정까지 확보한 등고저는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볼일을 다 마친 그는 발걸음을 돌려 떠나려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마법사에게 물었다.


“혹시 판매중인 마법서는 없소? 방금 감정했다시피 이 아이는 익혀야 할 마법이 많소.”


“아쉽지만 마법서는 없습니다. 필드에서는 잘 안 나오는 귀한 물건이라서요. 여기 장터 한 번 둘러보시고 없으면 상점에 가셔야 할 겁니다.”


“알겠소. 수고하시오.”


등고저 일행이 자리를 뜨자 마법사는 헤벌쭉 웃으며 에밀리에게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다. 물론 에밀리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등고저는 모험가 길드의 창구에서 악령 퇴치 퀘스트의 보상금을 수령한 뒤 모험가들의 간이상점을 죽 둘러보았다.


[방어력 +10 흉갑 250 이더]


[캐스팅속도 +10%, 마나 +8 반지 130 이더]


[체력회복 물약 2 이더, 마나포션 10 이더]


아이템이나 포션을 파는 모험가들은 흔했지만 마법서를 파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정재는 등고저에게 물었다.


“그냥 마법상점에 가서 구입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여자를 보기가 껄끄럽다.”


“마아야는 없고 돌체 사장만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꼭 필요한 30레벨 감정 마법서는 이미 구해놓았으니 됐다. 지금은 스킬을 익히는 것보다 렙업이 우선이니라.”


등고저는 정재의 말을 일축했다. 어지간히도 마아야를 보기 민망한 모양이었다. 정재는 노예된 입장인지라 주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어서 더 이상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일행은 한 모험가의 좌판에서 마법서로 보이는 책 몇 권을 발견했다.


[윈드애로우, 익스플로젼, 체인라이트닝, 불의 장벽]


등고저는 좌판 너머에 앉아있는 모험가에게 물었다.


“이 책 파는 거요?”


“상점가격의 30% 할인가에 팝니다.”


수염이 하얗게 센 모험가가 힘없는 소리로 대답했다.


“에밀리, 네게 필요한 마법서가 있거든 고르거라.”


등고저의 지시에 따라 에밀리는 쪼그리고 앉아 책을 자세히 살폈다.


익스플로젼과 체인라이트닝은 이미 익힌 마법이고, 윈드애로우와 불의 장벽은 해당 레벨을 충족하여 마법서만 있으면 습득 가능한 상태였다. 에밀리는 두 개의 마법서를 집어들었다.


“이거 두 개 해서 얼마요?”


“2,100 이더인데 2,000 이더만 주시구료.”


“여기 있소.”


등고저는 에밀리를 위해 마법서를 사주었다. 정재는 에밀리가 부러웠다. 등고저는 자기 자신과 파티원의 장비를 갖추는데는 무척 인색했지만 에밀리의 마법에 대해서만큼은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었다.


‘내게도 특수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특수능력은 커녕 마력 자체가 없어 변변히 전투기술도 제대로 못 익히는 정재로서는 주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명분이 서지 않았다. 등고저는 정재가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고 머지 않아 활약을 할 때가 올 거라고 했지만 당장 자격지심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등고저는 모험가 길드 바깥에 있는 퀘스트 게시판을 살폈다.


「폐광의 지네 퇴치, 레벨 제한 50, 악몽 난이도, 포상금 10,000 이더」


「드라이어드의 심부름 수행, 레벨 제한 40, 퀘스트 보상 3,330 이더」


오늘 저녁은 레벨 제한 30 정도의 만만한 퀘스트는 눈에 띄지 않고 다들 조금씩 어려운 것들이었다. 등고저는 잠시 고민하더니 ‘드라이어드의 심부름’ 게시물을 뜯으려고 손을 뻗었다. 정재는 게시물을 보고 등고저에게 물었다.


“주인님, 레벨 제한이 40인데 어렵지 않겠습니까?”


“어제도 너희는 자신의 레벨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의 퀘스트를 문제없이 완수하지 않았느냐. 내 레벨이 42니까 잘 따라오면서 보조하면 될 것이다.”


에밀리를 쳐다보니 역시나 조금 겁먹은 표정이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확인해보면 적당한 퀘스트가 올라와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정재가 재차 만류하자 등고저는 게시물에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럼 일단은 철수하고 재정비를 한 뒤 다시 와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예.”


정재와 에밀리는 눈을 마주치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시장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여러명의 상인들이 등고저 일행에게 접근했다.


“등고저님! 마석 채굴은 잘 돼가십니까?”


“등고저님! 최고가로 매입할게요. 마석은 꼭 저희 가게에 팔아주세요.”


“등고저니임!!”


너무 많은 상인들이 달라붙자 등고저는 귀찮은지 그들을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등고저의 빠른 걸음은 보통 속도가 아닌지라 정재와 에밀리는 주인을 따라잡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야 했다.


숙소에 거의 다 와가자 등고저는 걸음을 멈추었다. 정재와 에밀리도 주인을 쫓던 것을 멈추었다.


“헥... 헥... 등고저님...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헉헉...”


끈질기게 끝까지 따라온 단 한 명의 상인이 숨을 헐떡이며 등고저에게 말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요! 왜들 난리요!”


등고저는 상인을 돌아보며 버럭 소리를 쳤다. 등고저는 조금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헉헉... 저 아시죠? 수프리노 대장간의...”


“영업이사... 칙스 씨라고 하셨소?”


“예 맞습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집요하게 영업을 하면 도리어 반감을 사는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그게 그럴 만한 상황인지라... 혹시 모르십니까?”


“뭘 말이오?”


“마석 수요가 폭증하면서 연일 마석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공급이 딸려서 웃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렇소? 난 잘 모르겠소.”


“기회를 잡으셔야 합니다. 등고저님께는 남다른 마석 채굴의 노하우가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칙스가 진지한 태도로 역설하자 등고저도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회라는 건 이미 알고 있소. 대체 마석 가격이 치솟는 원인이 뭐요?”


“왕도(王都)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마력(魔力)으로 작동하는 신종 발명품 ‘자동수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력으로 작동하는 기계야 예전부터 흔하지 않았소? 자동수레가 새삼 신기할 건 뭐요?”


“그동안의 제품들은 효율이 떨어지다보니 말이 끄는 마차보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 실용화되지 못했지만, 이번에 나온 수레는 기존보다 10배 이상 효율이 뛰어나서 마차보다 유지비가 훨씬 저렴하다고 합니다.”


“허나 마석가격이 오르면 그러한 이점도 상쇄되지 않겠소?”


“그렇긴 하지만 마차보다 유지비가 저렴한 이상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상승세는 자동수레의 유지비가 마차와 비슷해질 때까지 계속될 거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나한테 저렴하게 사서 더 비쌀 때 팔겠다는 것이오?”


“인센티브를 드리려고 합니다. 매입가는 그때그때 시세대로 하되, 저희가 다시 물건을 매각하여 얻는 시세차익의 20%는 등고저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흐음. 파격적인 제안이구려.”


등고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기울이며 잠시 칙스의 제안을 곱씹는 듯했다. 그는 뜸을 들이다가 눈을 치켜뜨고 칙스에게 물었다.


“나 말고 마석을 공급하겠다는 사람은 없소?”


“그게... 이 지역에는 그렇게 양질의 마석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 없습니다.”


등고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아야는 아직 움직이지 않은 모양이군.’


등고저는 계속해서 칙스에게 물었다.


“당신네가 물건을 매각해서 얻는 시세차익을 조작한다면 내가 어찌 알겠소? 이중장부를 쓴다고 해도 내가 그걸 알 방법이 없지 않겠소?”


“원하신다면 경매에 참관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작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후후후후...”


칙스의 대답을 들은 등고저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낮게 웃었다. 칙스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주춤하며 눈을 깜박였다. 둘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정재와 에밀리도 불길한 예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등고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게서 마석을 공급받고 싶거든...”


“싶거든...?”


“시세차익의 50%를 인센티브로 돌려주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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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자연휴양림 19.10.12 22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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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광석 채굴 19.10.04 331 12 12쪽
26 25. 마력석청 19.10.03 34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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