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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흙수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미조혁
작품등록일 :
2019.09.10 18:28
최근연재일 :
2019.10.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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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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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4. 늪지대

DUMMY

“아, 아니 그래도 노예라면 보통은...”


“보통은 어찌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도 인생을 살다 막다른 궁지에 몰리면 언제든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


논리정연한 등고저의 말에 제리코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만 깜박거렸다. 이세계는 분명 귀족과 평민, 천민으로 세분화된 계층과 계급이 존재하는 불평등 사회였지만 또한 신분간 이동이 가능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물론 귀족이 노예가 되거나 노예가 귀족이 되는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었지만 한 단계 정도의 이동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하는 일이었다.


등고저의 발언에 놀란 것은 비단 제리코뿐만이 아니었다. 정재의 과거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듯 늘상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던 등고저였기에, 그가 가진 노예 제도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은 정재로서도 상당히 의외의 것이었다. 주인은 항상 자기를 깔보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그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내가 당신의 노예와 동등한 관계가 되면 나와 동등한 관계인 당신도 노예와 차이가 없어지는 것 아니오? 그래도 상관없소?”


입을 뻐끔거리며 한참을 주저하던 제리코가 비로소 할 말을 찾아 등고저에게 반론을 제기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상대적인 것이오. 나는 누군가에게 상전도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동료도 될 수 있소.”


“하지만 그래서는 전체의 서열과 위계에 혼란을 주지 않겠소?”


“꼭 내가 그 전체의 일부로 종속되어야 하는 것이오?”


“당신은 이 사회의 일원이 아니오? 사회에는 질서와 규칙이라는 게 있소.”


“그것은 몹시 권위주의적인 사고요. 당신의 머릿속 세계는 모든 것에 일목요연하게 서열이 매겨진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그저 집단을 통솔하기 위해 채택한 편리한 도구에 다름 아니오.”


등고저의 말이 점점 어려워지자 제리코는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듯했다.


“뭐, 뭐라는지 잘 모르겠소만, 개족보를 만들지 말라 이 말이오.”


“개족보는 당신이 만들고 있지 않소? 그냥 당신이 나를 대할 때와 정재를 대할 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될 일 아니오?”


“그게 말은 간단하지만 기분상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소.”


“당신이 정재와 친구 먹는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노예처럼 취급하거나 할 일은 없으니 걱정 마시오. 정재가 내게 복종하는 것은 순전히 주종관계의 계약 때문이오.”


“에이, 관둡시다. 내가 감히 말빨로 아르카니아드 수도승한테 맞먹으려고 한 게 잘못이지.”


“매사에 그렇게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드는 것이 당신의 한계점이요.”


제리코는 더 얘기해 봐야 손해만 볼 것 같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돌아서서 길을 앞장섰다. 정재는 자기가 괜한 짓을 했나 싶어 멋쩍어져서 뒤통수를 북북 긁었다.


등고저는 특별히 정재의 편을 들어준 것은 아닐 테고 그럴 사람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냥 정재가 나이 따지지 말고 제리코에게 계속 존대를 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다시 그에게 경어를 쓰기도 민망하게 느껴져서 정재는 그냥 말없이 제리코의 뒤를 따라 걸었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어느새 주변에 나무가 사라지고 안개가 자욱해졌다. 제리코가 뒤를 돌아보며 일행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제부터 늪지대를 통과할 테니 정신 바짝 차리고 내 뒤를 따라 오시오.”


땅은 축축하고 미끈미끈했다.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신발 바닥이 진흙에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안개 때문에 멀리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주변에 수생식물이 많은 것으로 보아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는 듯했다.


꾸르륵 꾸르륵.


맹꽁 맹꽁.


물가에 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수풀을 헤치며 걷는 일행의 움직임에 놀란 동물들이 퐁당 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앞장서 걷던 제리코가 뒤에 들리도록 큰 소리로 등고저에게 물었다.


“리더 양반, 생선 좋아하시오?”


“음식은 딱히 가리지 않소.”


“알겠소.”


제리코는 등에 메고 있던 치도를 꺼내 들더니 지나가는 길에 옆에 있던 물웅덩이에 힘껏 찔러 순식간에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올렸다. 창날에 꿰인 물고기는 펄떡펄떡 움직이며 사방으로 물을 튀겼다. 정재는 날렵한 그의 동작에 감탄했다.


“보이지도 않았는데 어느 틈에??”


“훗... 생선을 담을 자루같은 것 없느냐?”


“여기.”


정재는 전에 많이 사서 아직도 가지고 다니는 빈 포대를 꺼내 입구를 펼쳐 들었다. 제리코는 포대에 방금 잡은 생선을 떨궈넣었다. 제법 묵직했다.


“캬, 솜씨 좋은데!”


“잠깐만 있어 봐라.”


그는 계속 걸으며 좌우를 살피다가 또 늪 속으로 치도를 찔러넣었다.


“이번엔 잉어다.”


“와후!”


제리코는 늪지대를 통과하면서 여러 마리의 생선을 잡았다. 늪지대를 빠져 나올 때쯤 정재가 들고 있는 포대에는 굵은 생선들이 가득 담겨 들고 다니기 무거울 정도가 되었다.


“주인님, 밥은 언제 먹죠?”


“음.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이쯤에서 참을 먹고 갈까.”


짐도 무겁고 배도 고프던 참이라 돌아온 식사시간이 반가웠다. 일행은 산중턱의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지나온 늪지대를 내려다보니 안개가 구름처럼 물 위에 뒤덮인 모습이 장관이었다.


“송어는 회가 제맛이지.”


제리코는 자루에서 펄떡거리는 송어를 꺼내 바위에 올려놓고 군침을 흘리며 회를 뜰 준비를 했다. 그러자 등고저가 그를 만류했다.


“잠깐 기다리시오. 당신같은 리자드맨과는 달리 인간은 민물고기를 날로 먹을 수가 없소.”


“뭐요? 그럼 어떻게 먹을 셈이오?”


“병에 걸릴 수 있으니 익혀 먹어야 하오.”


“쯥, 뭐 송어는 익혀 먹어도 맛이 있긴 하오. 일단 이건 나만 먹겠소.”


제리코는 송어의 살코기만을 발라내서 삼켰다. 리자드맨도 생선 뼈까지는 먹지 않는 모양이었다. 살이 발려나가고 머리만 남은 생선이 입을 뻐끔거리는 모습을 보자 에밀리는 비위가 상하는지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에밀리, 땔나무를 모아오자.”


정재가 허리를 숙여 에밀리의 눈을 보며 이야기했다. 에밀리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정재를 따라나섰다.


산중에는 죽어서 마른 나뭇가지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정재는 나뭇가지를 주워 모으며 에밀리에게 이야기했다.


“멀리 가면 또 불곰 만난다.”


정재의 말을 알아들은 에밀리는 으 하고 싫은 표정을 하더니 모은 땔나무를 들고 등고저가 있는 곳으로 바쁘게 뛰어 돌아갔다.


“나는 안심이 안 된다 이거군.”


정재는 입을 비죽거리고는 나뭇가지를 마저 주워 모았다.


등고저에게 돌아오니 그는 제리코와 함께 생선을 생나뭇가지에 꿰고 있었다. 팔뚝만한 생선이 전부 10마리가 넘었다. 정재는 땅을 파고 땔감을 얼기설기 쌓아 불 지필 자리를 만들었다. 예전에 산에서 야영을 하면서 혼자 터득한 방법이었다.


“에밀리, 불.”


등고저의 지시에 따라 에밀리는 땔감이 쌓인 곳을 향해 스태프를 내밀고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정재는 기겁을 해서 에밀리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불의 장벽은 안 돼! 불의 장벽은!”


에밀리는 정재가 호들갑을 떨자 입을 쭉 내밀고 상당히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를 무시하고 땔감을 향해 불의 장벽을 시전했다.


“으아아악!”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자 정재는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꺼내 불을 덮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불의 장벽은 땔감이 쌓인 곳을 벗어나지 않고 타오른 뒤 나뭇가지에만 불을 붙이고 사그라들었다.


“왜 그러느냐?”


등고저와 제리코가 정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정재는 치켜들었던 방패를 내리고 생선을 구울 준비를 했다. 에밀리는 간밤의 실수를 통해 불의 장벽의 길이를 조절하는 방법을 확실히 익힌 모양이었다. 하긴 파이어볼트로 불을 붙이는 것보다는 불의 장벽으로 불을 붙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일행은 모닥불에 구워진 생선을 맛있게 먹었다. 잡아온 생선이 워낙 많아서 간식으로는 차고 넘치는 양이었다.


“도시락은 이따가 먹자.”


식사를 마친 일행은 쓰레기를 땅에 묻고 다시 산을 올랐다. 등고저는 대형 지도를 펼쳐 들고 제리코와 함께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제리코는 지도를 짚으며 말했다.


“식사를 여기쯤에서 했고 지금 올라온 곳이 여기요.”


“산을 하나 넘고 하나만 더 넘으면 되겠구료. 덕분에 고기도 먹고 힘을 많이 아꼈소.”


등고저 일행은 제리코가 길을 안내한 덕분에 산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제법 줄일 수 있었다.


다시 산길로 접어든 일행은 빽빽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숲은 키가 큰 나무들로 우거져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두웠다. 이따금씩 산새가 삑삑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흡사 저녁 같군.”


“어두워서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에밀리, 조명 마법을 써라.”


등고저가 수신호를 보내자 에밀리는 스태프 끝에서 조명 마법을 띄웠다. 길을 따라갈수록 숲은 점점 더 빈틈을 찾기 어려울만큼 빽빽해졌고 조금 더 가니 나무들끼리 얽히고설키기 시작하더니만 급기야는 길이 나무로 둘러싸인 거대한 터널로 바뀌었다.


“숲 속에 이런 곳이 존재하다니...”


정재는 이세계에 와서 기묘한 자연현상과 생물체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주인님.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지도상으로는 2 해썹 정도 남은 것 같다.”


정재가 공사장 막노동 하던 시절에 익힌 바에 의하면 2 해썹은 약 1.2km 정도이다. 슬슬 목적지에 다 와가는 듯했다.


“빛이 보인다.”


터널 끝에 푸른 빛이 보였다. 일행은 푸른 빛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지금까지는 낯선 지형을 통과하며 사주경계를 하느라 걷는 속도를 조절했지만 목표지점이 분명해진 이상 굳이 천천히 이동할 이유가 없었다. 등고저는 전광석화 오오라를 발동시켰다.


푸른빛이 빠르게 눈앞에 다가왔다. 터널을 빠져나온 그들은 거대한 돔과 같은 원형 공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곳의 중심에는 돔의 천장까지 닿을 만큼 높은 신수(神樹)가 있었다. 나무는 구불구불했으며 줄기가 무성했고 밑둥은 성인 30명 정도는 손을 잡고 둘러설 수 있을 만큼 굵었다. 나무에서는 열매 대신 신령한 푸른 빛덩어리가 눈송이처럼 떨어져내렸다. 일행은 눈 앞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곳입니까?”


“다 온 것 같구나.”


“여기는 고척돔만큼이나 넓군요.”


“고척돔이 무엇이냐?”


“모르시면 됐습니다.”


일행은 주변을 경계하며 거대한 공간의 중앙에 위치한 나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알 수 없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기를 버려라.”


여성의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으며 들려오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정재와 제리코는 감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에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동요했다.


“주, 주인님. 어쩌죠?”


등고저는 침착하게 품속에서 쇠몽둥이 셉터를 꺼내며 말했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등고저의 셉터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정재는 주인을 따라 사브르와 방패를 바닥에 던졌다. 제리코도 잠시 망설이다가 치도를 바닥에 버렸다.


세 사람이 무기를 버렸는데도 반응이 없자 일행은 뒤를 돌아보았다. 에밀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스태프를 들고 동그래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정재는 눈을 부릅뜨며 아랫입술을 물고 에밀리에게 빨리 스태프를 던지라고 눈치를 주었다.


「왜?」


정재가 눈치를 주는데도 에밀리는 도리어 반문했다. 정재는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에밀리, 스태프를 내려놓아라.”


결국 등고저가 한마디 하자 에밀리는 주저없이 스태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정재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모든 파티원이 무기를 버리자 중앙의 나무가 노란색으로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노란색 빛은 나뭇가지에서 송이송이 떨어져내리는 푸른 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너희들은 왜 여기에 왔느냐?”


조금 전의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그들에게 들려왔다. 등고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드라이어드님의 심부름을 수행하고자 파티를 꾸려서 왔나이다.”


노란빛은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점점 더 밝게 빛나다가 이윽고 사그라들었다. 일행은 눈이 부셔서 잠시동안 앞을 보지 못하다가 천천히 시야를 회복했다.


신수의 앞에는 신령한 녹색의 빛을 발하는 한 여성이 허공에 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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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 습격 19.10.28 105 7 12쪽
46 45. 드라이어드 19.10.25 116 6 13쪽
» 44. 늪지대 19.10.24 126 7 13쪽
44 43. 제리코 19.10.23 138 7 13쪽
43 42. 돈오(頓悟) 19.10.22 160 7 12쪽
42 41. 계약 19.10.21 175 9 12쪽
41 40. 여인숙 19.10.18 176 7 12쪽
40 39. 모험가 길드 19.10.17 187 7 12쪽
39 38. 쇼핑 19.10.16 179 7 13쪽
38 37. 용돈 19.10.15 191 7 13쪽
37 36. 분기탱천 19.10.14 198 6 13쪽
36 35. 악령 퇴치 19.10.13 198 5 12쪽
35 34. 자연휴양림 19.10.12 228 6 12쪽
34 33. 마아야 19.10.11 24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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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광석 채굴 19.10.04 332 12 12쪽
26 25. 마력석청 19.10.03 34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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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 수프리노 온천탕 19.10.01 360 10 12쪽
23 22. 곰사냥 19.09.30 394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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