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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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혁
작품등록일 :
2019.09.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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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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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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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훈련

DUMMY

“다들 모였나?”


“옙!”


다음 날 구르메 용병단 숙영지의 훈련장에 모인 용병들은 각자의 병장기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다채로운 무기의 생김새만큼이나 종족 구성도 다양한 용병들이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황동색 흉갑을 착용했다는 정도. 그리고 취향이나 필요에 따라서는 붉은 와인색의 망토를 추가로 착용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제대로 무장을 착용하지 않은 것은 아직 무기도 방어구도 지급받지 못한 정재뿐이었다.

둥글게 원형으로 모인 용병들을 한바퀴 빙 둘러 본 시뮬렝이 입을 열었다.


“오늘 모이라고 한 것은 신입인 정재의 담당교관을 뽑기 위해서다.”


“예압! 제가 하겠습니다!”


메리가 손을 번쩍 들며 의욕을 보였다.


“음. 메리가 다루는 레이피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일단은 정재의 적성에 어떤 무기가 잘 맞는지 알아보는 것이 먼저겠지? 정재, 이리 나와 봐라.”


“넵.”


용병들 뒤쪽에 엉거주춤 서 있던 정재가 앞으로 나가서 시뮬렝의 옆에 섰다.


“어떤 무기를 사용해보고 싶나?”


“음...”


정재는 눈 앞에 늘어선 용병들의 무기를 순서대로 훑어보았다.


먼저 도검류로는 메리가 들고 있는 한손검인 레이피어와 부르스가 들고있는 거대한 양손검이 눈에 띄었다.

곰 머리의 용병인 부르스는 그의 커다란 덩치 만큼이나 큰 검을 사용했다.


‘검도 다 같은 검이 아니군. 크기 차이가 엄청나네.’


반면 메리가 한 손에 들고 있는 레이피어는 가늘고 뾰족하며 컴팩트해서 가볍고 다루기 쉬워보였다.

양손검은 들기만으로도 버거울 것 같았기에, 정재는 우선 한손검을 눈여겨 봐두기로 했다.


다음은 폴암과 창 종류를 살펴보았다.

단장인 시뮬렝이 사용하는 도끼창의 길이는 그의 커다란 키와 비슷했다. 창자루 끝에는 양날로 된 날카로운 도끼창이 붙어있어 찌르거나 베는 공격 모두에 적합할 것 같았다.

또 마레라는 이름의 톰슨가젤 머리를 한 용병은 도끼날이 달려있지 않은 길다란 창을 사용했다. 이 창은 용병단이 사용하는 모든 무기들 가운데 가장 길었는데, 길이가 족히 4~5미터는 될 것 같고 비스듬히 들었을 때 그 무게로 인해 휘어지는 모양이 보일 정도였다. 설명에 따르면 적 기마병의 돌격을 저지하는데 아주 적합하다고 하였다.

조릿대 잎을 씹고 있는 랑랑이라는 용병은 전반적으로 팬더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겉모습은 뚱뚱하고 귀여워보였지만 그가 사용하는 언월도는 전혀 귀엽지 않았다. 시범으로 언월도를 휘두르는 모습은 팬더야말로 맹수 중의 맹수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둔기를 사용하는 용병은 셋이 있었다. 먼저, 어제 같이 시장에 다녀왔던 무기 담당 사자머리 헤럴드.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메이스와 방패를 들어보였다. ‘좋다구! 너도 사용해보라구!’라고 하는 듯한 권유의 시선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헤럴드와 비슷한 구성으로 철퇴와 방패를 사용하는 물소 부르고뉴. 무표정해 보이는 그는 정재와 시선이 마주쳐도 딱히 아무런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고 파리를 쫓기 위해 귀만 까딱 하고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삼절곤을 사용하는 고양이 용병 캐슈넛이 있었다. 몸집이 작은 캐슈넛은 리치가 짧을 것 같아보였지만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삼절곤과 함께하니 결코 그 공격범위가 좁지 않았다.


그 밖에는 활을 사용하는 도마뱀 머리의 티아민과, 나무늘보 모습을 한 구리다가 있었으며, 도끼를 사용하는 침팬지 수크레가 있었다.

그들 열 한 명 용병이 사용하는 무기는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정재는 170cm 남짓한 자신의 작은 체격과 평범한 인간의 근력에 적합한 무기가 무엇일지 곰곰이 고민해보았지만 무기를 다뤄 본 경험이 없는 탓에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는 장시간 손에 쥐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네. 우선은 마음이 이끌리는 것을 골라보게.”


시뮬렝이 들고 있는 도끼창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보았다. 어제의 전투에서 정재의 목숨을 구해준 무기였다. 시뮬렝에 대한 존경심 때문인가, 정재는 도끼창에 마음이 이끌렸다.


“도끼창을 한 번 써 보고 싶습니다.”


“오오...”


용병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으음, 좋은 취향이군.”


시뮬렝은 자신의 도끼창을 정재에게 건네주었다.


“헉...!”


덥석 받아든 도끼창은 정재의 상상 이상으로 무거웠다. 도끼창을 양손에 들자 어깨가 아래로 축 쳐졌다.


“휘둘러 보게.”


휘잉, 비틀.

주변에 둘러선 용병들이 이크, 하고 도끼창날을 피해 한발짝씩 뒷걸음질쳤다.


“...자네가 쓰기엔 사이즈가 좀 커 보이는군.”


“그러네요.”


정재가 멋쩍게 도끼창을 거두어들였다.


“활은 어떤가? 근력보다는 민첩성과 정교함이 더 요구되는 무기인데, 구리다?”


정재는 순간 활이 구리다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시뮬렝이 나무늘보 용병 구리다를 호출하는 소리였다.

구리다는 자신이 사용하는 활을 등에서 벗어 정재에게 건네주었다.


“구리다가 사용하는 숏보우는 파괴력보다는 속사에 최적화된 것이지. 이거라면 자네의 근력으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할 걸세.”


정재는 활을 받아들고 활시위를 당겨보았다.

부들부들, 활시위를 당기자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근력은 단련하면 돼.”


시뮬렝은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 표정은 아무리 봐도 ‘아이고, 이거 큰일났네’ 하는 표정이었다.


‘나, 이렇게 힘이 약했나...’


아직 정재는 일해서 생긴 근육과 싸움에 사용하는 근육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정재는 이어서 둔기류와 도끼를 체험해보았다. 대부분이 너무 무겁고 다루기 힘들게 느껴졌다. 그나마 삼절곤만이 그리 무겁지 않아 휘두를 만했는데, 대신 제어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붕붕붕,

빠악!


정재의 머리에 혹이 하나 생겼다.


한 바퀴 돌고나자 용병단 일동은 고민에 빠졌다. 흥미진진해하던 표정들은 침통하게 바뀌었다. ‘이제 이 놈을 어떡한다’ 싶은 표정들이었다.


“일단...... 제어가 가능한 무기는 레이피어와 숏보우 뿐이군.”


시뮬렝이 말하자 헤럴드가 거들었다.


“근력을 더 키워야 될 것 같습니다.”


“음. 그래보이는군... 메리, 헤럴드.”


“옙.”


“너희 둘이 담당교관으로 당분간 정재를 단련시켜 주도록 해라. 주무기는 어느정도 기본 체력이 갖춰진 다음에 골라도 좋을 것 같다.”


“옙.”


“예아...”


메리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표정이 조금 기뻐보였다. 처음부터 의욕적이었던 것은 트레이너가 되고 싶어서였을까. 정재는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훈련장에는 나머지 인원이 철수하고 정재, 헤럴드, 그리고 메리만이 남게 되었다.


“레이피어는 정교한 테크닉을 요하는 정-말 아름다운 검이지.”


메리는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뺨에 가져다댔다.


“검술의 위력은 주인이 자신의 검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어.”


황홀하다는 듯 금속의 차가운 느낌을 음미하던 메리는 부웅, 하고 검을 휘둘러 보였다.


“적의 급소만을 찌른다. 불필요한 체력 낭비가 없는 일격필살의 무술. 오 나의 검술. 차라리 그것은 예술.”


라임이 척척 맞아들어가는 걸 보니 제풀에 흥이 오른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메리는 자신의 검과 검술에 심취한 오타쿠...였던 건가? 헤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급소를 노린다, 그게 말이 쉽지. 하루 이틀 해서 되는 거냐고.”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정재에게 가르쳐 주면 되는 것 아니겠어?”


“네 검술은 범용성이 떨어져. 소질에 따라 적응되는 정도가 크게 차이난다고. 볼래? 내 메이스와 방패는 공격과 방어 모두에서 누구에게나 적용성이 뛰어나지.”


“방패로 방어를 한다는 자체로 정교하지 못 해.”


“그 말은 정교함이 떨어지면 방어 자체를 못 한다는 거지. 눈높이에 맞춰서 좀 생각하자.”


아직 훈련은 시작도 안 했는데 교관 둘이 자신의 전투 미학을 앞세우며 싸우고 있다.


“교관님들. 저에게도 좀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참다 못한 정재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어, 어흠.”


“예압...”


“...우선 기본기부터 익히도록 하자.”


헤럴드는 정재의 키보다 조금 큰 목봉과, 양손으로도 한손으로도 들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목검을 가져왔다.


“네 잠재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으니,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창술과 검술부터 수련하도록 하자.”


“옙.”


“존대하지 않아도 되는데.”


“훈련시간만큼은, 교관과 훈련병이니까.”


“뭐, 좋아. 편한대로.”


헤럴드는 리치가 짧은 메이스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된 자신의 전투스타일에 맞춰 타협한 결과물이고, 기본적으로는 창과 검을 모두 다룰 줄 아는 만능선수였다.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라는 것이 창술이라면, 검술은 공격과 방어가 조화를 이룬 놀이에 비유할 수 있지.”


“검술이 놀이라고?”


옆에서 지켜보던 메리가 발끈했다.


“아니,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상대의 수를 읽고 거기에 반응해서 방어를 할 것인지, 공격을 할 것인지, 방어와 동시에 반격을 할 것인지의 수를 겨루는 것이 일종의 게임과도 같다고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아?”


“이를테면 체스 게임?”


“그보다는... 차례 없이 거의 동시에 내니까 가위바위보?”


‘이 세계에도 체스나 가위바위보가 있구나.’


전생한 이후로 고단한 삶의 현장만을 오가느라 놀 기회가 없었던 정재는 이세계의 놀이문화에도 조금 관심이 생겼다. 17살이면 아직은 한창 노는 게 재미있을 나이다.


그 후로 정재는 헤럴드와 메리로부터 창술과 검술을 배웠다. 교관으로 임명된 두 사람은 국경수비대와 함께 북쪽 국경지대를 사수하는 구르메 용병단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과 동시에 남는 시간 틈틈이 정재를 가르쳤는데, 정재에게는 시뮬렝을 비롯한 용병들 몇몇이 처음부터 인정한 바 있듯이 소질이 있었다. 특히 눈으로 끝까지 보고 막거나 피하는데 재주가 있었다. 방어를 잘 한다는 것은 실전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증가하고, 그만큼의 공격 찬스도 다시금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 편 정재는 부지런히 시뮬렝에게 찾아가 글자를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용병들 중 태반은 까막눈이었고, 그나마 헤럴드와 메리, 톰슨가젤 마레가 글을 조금 알았으나 싸움이 주특기인 만큼 누구를 가르칠 만한 실력은 못 되었다. 시뮬렝은 전투기술 만큼이나 학술적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글을 배우며 정재는 이세계와 이한 왕국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정재의 교관인 헤럴드와 메리는 고심 끝에 정재에게 방패를 들게 했다. 다만 정재의 체력을 고려해서 헤럴드나 부르고뉴처럼 너무 묵직한 방패는 피하고, 방어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벼운 본실드를 선택해서 장비하도록 했다. 한 쪽 손에 방패를 들리니 자연스럽게 창은 주무기에서 밀려났다. 대신 처음에는 헤럴드의 주장에 따라 망치나 철퇴같이 한 손에 들 수 있는 둔기를 사용해보았는데, 그럭저럭 공격할 수는 있었지만 묵직한 무게 탓에 정재의 민첩한 반사신경으로 거둘 수 있는 이점을 상쇄시킨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정재의 주무기로는 가볍고 날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한손검인 사브르가 낙찰되었다. 사브르는 찌르기 전용의 무기인 레이피어와는 달리 검날이 있어 베기 공격도 가능하다.


검을 주무기로 사용하게 되자 가장 기뻐한 것은 메리였다. 그동안 용병단 내에서 검술대련을 연습할 상대가 없었던 메리는 정재의 훈련을 맡게 되면서 파트너가 생겼고, 점차 향상되는 정재의 실력은 메리의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비록 정재가 오랜 수련으로 다져진 메리의 실력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검을 맞댄다는 것은 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오락이자 삶 그자체였으므로, 메리는 정재를 동생처럼 무척 아끼게 되었다.






* * *






반 년이 지났다.


“정재는 오늘부로 견습 딱지를 떼고 어엿한 한 사람의 용병으로 함께 싸우게 되었네.”


“와아아!!!”


시뮬렝의 선언에 용병단은 환호를 보냈다.


“정재에게도 용병단의 일원이 되었다는 증표로 구르메 용병단의 흉갑을 지급하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캐슈넛이 단상 뒤에서 맞춤 제작의 황동색 흉갑을 들고 나오자 시뮬렝이 흉갑을 받아 정재에게 착용시켰다.

단상 아래에 도열한 용병단 모두는 정재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제부터 정재에게는 그동안 해왔던 용병단의 잔심부름과 허드렛일에 더해, 모든 용병단의 전투에 참가하는 전사로서의 임무가 주어지게 되었다.

물론 월급도 5,000 이더로 오르게 되고 말이다!


“축하한다, 정재.”


“축하해!”


“고마워 모두들!”


정재는 난생 처음으로 흉갑을 입고 주무기인 사브르와 방패를 장비해보았다. 첫 출전을 앞둔 그의 심장은 힘차게 고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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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임프 퇴치 19.09.27 499 10 12쪽
19 18. 수신호 19.09.26 510 13 12쪽
18 17. 초보자용 던전 19.09.25 541 14 12쪽
17 16. 등고저 19.09.24 553 15 12쪽
16 15. 기획상품 19.09.23 563 12 13쪽
15 14. 북극의 제비갈매기 19.09.22 576 10 12쪽
14 13. 장애 19.09.21 572 10 12쪽
13 12. 첫 출전 19.09.20 571 8 12쪽
12 11. 검투사 +1 19.09.19 586 9 12쪽
11 10. 타다이르 투기장 19.09.18 616 6 13쪽
10 09. 노예거래소 19.09.17 657 10 13쪽
9 08. 수용소 19.09.16 678 12 12쪽
8 07. 서펜트공화국 +1 19.09.15 785 13 12쪽
» 06. 훈련 19.09.14 802 18 13쪽
6 05. 신참 19.09.13 845 16 12쪽
5 04. 용병단 +1 19.09.12 902 17 13쪽
4 03. 오랑캐 +1 19.09.11 980 20 12쪽
3 02. 불법체류자 +1 19.09.10 1,070 21 12쪽
2 01. 전생자(轉生者) +1 19.09.10 1,248 19 12쪽
1 00. 프롤로그 +1 19.09.10 1,424 1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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