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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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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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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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 속고 속여요.-1

DUMMY

힘든 밤샘 근무를 끝낸 스칼렛 양은 정원의 정자 근처에 세운 큰 그네에 누워서 아침잠을 자고 있었어요. 물론 스칼렛 양은 귀신이라 꼬박꼬박 잠을 잘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 따사로운 햇볕과 간질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꾸벅꾸벅 조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없으니까요. 게다가 아침부터 정자를 쓰는 사람도 없을 거니까요.

물론 그네가 바람에 흔들리고 이따금씩 곤충들의 날갯짓 소리도 들리고는 하니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지요. 그래서 스칼렛 양은 자다 깨다 하면서도 어떻게든 조금 더 나른한 오전을 보내보려고 노력했어요. 스칼렛 양은 잠들 때마다 꿈을 하나씩 꾸었는데, 거의 5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났으니 꿈을 무척 많이 꾼 셈이지요. 그녀는 갬런 씨와 로즈멜로우 타운의 백화점에 가는 꿈을 꾸었어요. 꿈속에서는 스칼렛 양이 호텔 밖으로 나서도 번개가 내리꽂히지 않았지요. 그런데 바로 다음 꿈에서는 번개가 수십 개나 단번에 달려들어서 갬런 씨를 싸그리 태워버렸어요.

스칼렛 양은 꿈속에서 갬런 씨가 불타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어요.

“뭐야, 꿈이었네. 다행이다. 더 자야겠어.”

스칼렛 양은 자수를 놓은 쿠션을 팡팡 두드려 고르게 펴고 모로 누워서 다리를 웅크렸어요. 다리를 쭉 뻗기에는 그네에 달린 의자가 좁았으니까요.

스칼렛 양은 그 뒤로 여러 개의 꿈을 연달아 꾸었는데, 이번에는 다행이 전부 좋은 꿈들뿐이었어요. 그녀는 그 중에 특히 한 꿈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그게 무슨 꿈이었냐고요? 바로 1911년에 빌린 9000 파운드를 다 갚은 꿈이었어요.

그녀는 월말 매출을 계산한 뒤, 직원에게 시켜서 마지막 50 파운드를 은행에 입금했고, 그날 밤 직원들과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며 파티를 했어요.

“와, 돈 다 갚았다! 여러분 고마워요! 지금까지 수고했어요!”

스칼렛 양은 테이블 위를 뛰어다니면서 기쁨에 겨운 춤을 추다가 갬런 씨에게 뛰어내렸어요. 갬런 씨는 스칼렛 양을 받아서 한 바퀴 비잉 돌리고 입맞춤했어요.

스칼렛 양은 너무 기뻐서 갬런 씨의 목을 끌어안았어요. 어라라? 스칼렛 양이 진짜로 끌어안은 것 같아요. 스칼렛 양은 묘한 느낌을 받고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그녀의 입술이 뭔가에 눌려있었지요. 스칼렛 양은 눈을 떴어요. 아, 갬런 씨였네요. 스칼렛 양은 안심하고 두 팔로 갬런 씨를 끌어당겨 더 강렬하게 입맞춤했어요. 그러다가 갬런 씨가 몸의 중심을 놓치는 바람에 스칼렛 양은 그네에서 미끄러졌고 갬런 씨는 넘어졌지요.

“피타야, 이제는 내가 깨어있을 때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걸로 모자라서 잘 때도 그러는 거예요?”

스칼렛 양이 갬런 씨의 볼을 꼬집었어요.

“자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나 자는 거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갬런 씨가 스칼렛 양을 안아들고 그네에 앉혔지요.

“내가 어떻게 자고 있었는데요?”

“잠시만요.”

갬런 씨는 목청을 가다듬고 “와아! 돈 다 갚았다! 여러분 고마워요!” 라고 외쳤어요. 스칼렛 양은 박수를 치면서 웃었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는 생각에 살짝 민망하기도 했지요.

“내가 그렇게 크게 떠들었어요?”

“그건 아닙니다. 그래도 옆에 앉아서 20분 동안 당신만 보고 있으면 뭐든지 아주 잘 들리지요. 그보다 물어볼 게 있습니다.”

갬런 씨는 주머니에서 긴 종이 두 장을 꺼내서 스칼렛 양에게 보여주었어요.

“이게 뭐에요? 환상의 마술 쇼에 초대합니다. 진귀한 동물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 서커스네? 이거 서커스 표예요?”

“그래요. 어때요? 오늘 일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함께 나가요.”

“전 예전부터 서커스에 가보고 싶었어요. 아직 한 번도 못 봤으니까요. 그래요, 가요. 정말 재밌을 거예요!”

스칼렛 양은 호텔 정문으로 달려갔어요. 벌써부터 뭘 할지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요. 물론 서커스는 보는 거라 직접 뭔가를 할 일은 없겠지만,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저으면 곡예사가 공이라도 하나 던져줄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칼잡이의 묘기를 위한 희생양으로 쓰이기 위해 무대에 초청받을 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마술사가 로맨틱한 비둘기 마술을 보여줄 지도 몰라요. 그리고 공연을 다 보고나면 노란 불을 밝힌 상점가를 거닐다가 손님이 몇 명 없는 카페에 들어가서 바게트와 와플을 먹고 진한 커피를 마시는 거죠.

스칼렛 양은 빗장을 걸어둔 호텔의 정문을 잡았어요. 그녀가 문을 잡자마자 정전기가 올랐고, 그녀는 놀라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답니다. 스칼렛 양은 자기가 밖으로 못 나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이런, 또야? 아 제발 나 좀 나가보자. 서커스라잖아, 문짝아, 너는 그 정도 배려심도 없니? 이런 낭만도 몰라줄 정도로 삭막한 친구였니? 내가 너랑 76년 째 사는 데 어쩜 그러니?’

스칼렛 양은 입술을 비죽 내밀고 주먹으로 문을 콩콩 두드렸어요. 그때마다 정전기가 올랐지요. 스칼렛 양은 자기가 주먹을 조금만 더 밖으로 뻗으면 번갯불이 타오르며 옷소매를 깡그리 태워버릴 거라는 걸 알았지요. 그랬다간 갬런 씨가 스칼렛 양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챌 지도 몰랐어요. 스칼렛 양은 아직 갬런 씨에게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밖으로 못 나가는 게 너무 억울하고 서러웠지만 참고서 거짓말 할 수밖에 없어요.

스칼렛 양은 아직도 전기가 튀어오르는 손바닥을 치마에 슥슥 문지르고 눈을 깔았어요. 정전기가 오른 치맛자락이 흉하게 부풀어 올랐지요.

“피타야. 안 될 것 같아요. 몸이 안 좋아요.”

“몸이 안 좋다고요? 어디가요? 의사를 불러올까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고, 그냥 좀 안 좋아요.”

스칼렛 양은 난처해져서 몸을 배배 꼬았어요.

“머리가 아픈 가요? 열이 납니까? 요즘 일을 많이 하던데 허리가 안 좋아진 건 아니겠죠? 제가 굽 높은 신발은 안 좋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습니까.”

“아이 참,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스칼렛 양은 까치발을 들고 갬런 씨의 귓가에 속삭였어요.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 날이라 그래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졌어요. 미안해요, 내 사랑.”

갬런 씨의 얼굴이 벌개졌어요. 하긴,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지요.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군요. 오늘은 푹 쉬고 서커스는 다음에 갑시다. 아마 못해도 한 달은 머무를 테니까요. 여왕님,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갬런 씨는 단번에 스칼렛 양을 안아 올려 호텔로 들어갔어요. 그가 손을 쓸 수는 없으니 스칼렛 양이 문을 밀어서 열었지요. 갬런 씨는 다리가 후들거리는데도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스칼렛 양의 방문 앞까지 도착했어요. 아마 스칼렛 양의 방이 한 층이라도 더 높은 곳에 있었다면 갬런 씨는 걷다가 고꾸라졌을 거랍니다.

스칼렛 양이 주머니에서 방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고, 갬런 씨는 그녀를 침대에 뉘이고 코끝까지 이불을 폭 덮어주었어요. 스칼렛 양은 밖으로 나가려는 갬런 씨의 옷깃을 붙잡았어요.

“기사님, 당신의 여왕은 밖에서 자고 싶어요.”

“안돼요. 힘들어요. 두 번은 못해.”

스칼렛 양은 흰 이를 드러내고 웃더니 오른발을 빠끔히 뻗어 갬런 씨의 정강이를 꼬집었어요.

“여왕께서 발놀림이 웬만한 무용수보다 뛰어나시군요. 하지만 저도 보통내기가 아니랍니다.”

갬런 씨는 쥐 마냥 요란스럽게 움직이는 스칼렛 양의 발을 붙잡고 양말을 벗겼어요. 그리고 그녀의 침대에 바로 뉘이고 어질러진 이불을 빳빳하게 펼쳐서 덮어주었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가로 가서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닫았어요.

“창문까지 닫아요?”

“찬바람은 안 좋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따뜻한 게 최고죠.”

갬런 씨는 스칼렛 양의 이마에 입맞춤하고 방 밖으로 나갔어요. 스칼렛 양은 자기가 남자 하나는 참 잘 골랐다고 생각하면서 잠에 빠져들었지요. 그녀가 어찌나 기분이 좋아져서 따스한 기운을 이곳저곳에 퍼뜨렸는지, 아래층에서 크래커의 모서리에 관한 연구를 힐다 양에게 발표하고 있던 봉봉도 땃땃하고 미지근하고 말캉한 그 기운을 느꼈답니다.

“어우, 사랑과 푸근함이 넘쳐흐르는 이 느낌은 뭐지? 너무 오글거리는군. 뵈기 싫을 정도야. 차라리 도랑에 빠지는 게 낫겠어.”

“봉봉, 뭐라고요?”

“아닙니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크래커와 원주율이란......”

힐다 양은 손에 턱을 괴고 머리카락을 꼬면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눈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유머 감각이라고는 전혀 없는 비블리오 씨가 봉봉을 만들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어요. 봉봉은 그 상태 그대로 힐다 양이 과자를 구우러 주방으로 갈 때까지 계속 떠들었어요. 그러니까 봉봉은 아마 세 시간이나 과자의 각에 대해 논한 셈이네요. 그것도 삼각 과자와 사각 과자에 대한 이야기만 끝냈을 뿐이고 육각 과자의 각에 대해서는 시작도 못했다고요. 그동안, 스칼렛 양을 재우고 혼자 남은 갬런 씨는 오랜만에 1층의 남서쪽 대 서재에 들어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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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Chapter 18: 마법 신발 -1 19.12.24 19 1 8쪽
44 Chapter 17: 어떻게 된 거냐면 -2 19.12.23 17 1 10쪽
43 Chapter 17: 어떻게 된 거냐면 -1 19.12.22 22 1 9쪽
42 Chapter 16: 뭐라고요? -2 19.12.21 24 1 9쪽
41 Chapter 16: 뭐라고요? -1 19.12.20 19 1 9쪽
40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3 19.11.13 28 1 9쪽
39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2 19.11.12 24 1 8쪽
38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1 19.11.11 24 1 8쪽
37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2 19.11.10 33 1 9쪽
36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1 19.11.09 24 1 10쪽
35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3 19.11.08 30 1 9쪽
34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2 19.11.07 25 1 8쪽
33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1 19.11.06 25 1 7쪽
32 Chapter 12: 속고 속여요.-2 19.11.05 28 1 10쪽
» Chapter 12: 속고 속여요.-1 19.11.04 45 1 10쪽
30 Chapter 11: 봉봉의 모험 -2 19.11.03 27 1 8쪽
29 Chapter 11: 봉봉의 모험 -1 19.11.02 27 1 7쪽
28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3 19.11.01 21 1 7쪽
27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2 19.10.31 25 1 7쪽
26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1 19.10.31 24 1 7쪽
25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2 19.10.30 18 1 7쪽
24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1 19.10.30 2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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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2 19.10.29 5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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