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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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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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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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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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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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1

DUMMY

“봉봉, 스칼렛이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힐다 여신님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저는 수벌인데요. 거인 마음은 잘 모르죠. 게다가 여자 거인 마음은 더 모릅니다.”

“하지만 봉봉은 탐정이잖아요. 그리고 비블리오가 쓴 글에서는 꼭 사람 같던 걸요?”

“언제부터 거인이 팔이 네 개나 되었습니까?”

“아휴, 요점이 그게 아니잖아요.”

“알겠습니다. 탐정답게 추리해보지요.”

봉봉은 책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더듬이에 힘을 팍 줘서 인상을 쓰고 한참 동안 생각해보았어요.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렸지요.

“슬픈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왜 슬픈데요?”

봉봉은 또다시 인상을 썼어요. 머리를 팽팽 굴리고 있는지 더듬이랑 솜털이 모조리 곤두서고 열이 올랐어요.

“아아, 안 되겠습니다! 자꾸 머릿속에 42라는 숫자만 떠올라요. 아무래도 이게 정답인 것 같은데 의미를 알아내려면 더 큰 뇌가 필요합니다. 아 딱 여기에 있네. 여신님의 뇌를 좀 써도 될까요?”

봉봉이 파라락 팔을 펼치고 힐다 양에게 걸어왔어요. 힐다 양은 질색하면서 봉봉을 연필로 슬슬 밀었지요.

“어쩜 소름끼치는 소리를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해요?”

봉봉은 힐다 양한테 밀려 통통 튀어 올라 창틀에 안착했어요. 그의 겹눈 가장자리로 정원을 가로지르며 뛰어오는 갬런 씨가 보였지요. 해도 다졌고 방은 불을 훤히 밝혀서 밖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본 걸까요?

“아, 사슴벌레 거인이다.”

“사슴벌레요?”

힐다 양이 벌떡 일어나 창밖으로 몸을 빼고 밖을 내다보았어요.

“에이, 뭐야. 에버그린 씨잖아. 에버그린 씨!”

갬런 씨가 힐다 양의 목소리를 듣고 방향을 바꿔서 그녀에게 달려왔어요.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스칼렛 양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어요.

“그야 오늘 한 번도 밖으로 안 나왔으니까 자기 방에 있겠죠. 그런데 오늘 어디 가셨었어요?”

갬런 씨는 대답하지 않고 한달음에 프론트로 달려가 마스터키를 들고 스칼렛 양의 방문 앞까지 갔어요. 그러다가 자기 꼴이 개판이라는 걸 깨닫고는 재빨리 방으로 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돌아와서 정중하게 문을 두드렸지요.

“스칼렛?”

“아이고, 엄마야, 세상에.”

방안에 숨어있던 스칼렛 양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놀라서 그만 앉아있던 의자에서 떨어졌어요. 갬런 씨는 의자가 고꾸라지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갬런 씨는 스칼렛 양이 안에 있다고 확신하고서 한 번 더 문을 두드렸어요. 그 사이에 스칼렛 양은 화장실로 들어가서 욕조에 쪼그리고 앉았어요. 그리고 몸을 투명하게 바꾸고 두 손으로 머리를 덮었지요. 어차피 이 정도까지 했으면 못 볼 텐데요.

갬런 씨는 당황하지 않고 한 번 더 문을 두드렸어요. 스칼렛 양은 문을 열지 않았지요.

“스칼렛, 놀랄 까봐 미리 말할 게요. 손에 마스터키가 있어요. 열고 들어갈 테니까 당황하지 마십시오.”

“열쇠를 가져왔다고요? 아, 큰 일 났다! 내 방문은 저걸로 안 열리게 해놨어야 하는데.”

갬런 씨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어요. 스칼렛 양이 몸을 투명하게 바꾸고 화장실에 숨어 있다 보니 갬런 씨는 스칼렛 양을 찾을 수 없었어요. 갬런 씨는 눈앞에 구름이 낀 것처럼 답답하고 막막했지만 저지른 이상, 하려던 말을 하기로 했어요.

“스칼렛, 여기에 있는 거 알아요. 듣고 있을 거라고 믿고 말하겠습니다.”

갬런 씨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서 주머니에서 루비 반지를 꺼내들었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지요.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싫으면 싫다고 말하십시오. 대답을 들을 때까지 방에서 안 나갈 겁니다.”

“나랑 결혼하겠다고?”

스칼렛 양은 눈이 동그레져서 슬그머니 욕조에서 빠져나왔어요. 그녀는 갬런 씨 곁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 들린 반지를 살펴보고, 결연한 그의 표정도 보았지요.

“설마 진심이야? 난 귀신인데?”

“스칼렛 대답해주십시오.”

갬런 씨는 몸을 투명하게 만든 스칼렛 양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애원했어요.

공기방울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스칼렛 양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스칼렛 양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두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어요.

“내가 귀신인 걸 알잖아요. 난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게 뭐가 문젭니까? 당신이 귀신이라고 해서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스칼렛 양은 그 말을 듣고서 갬런 씨의 손에 들린 루비 보석만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어요. 파란 두 눈에도 붉은 기가 돌 지경이었지요.

“나, 나랑 살면, 아 고상하게 말하려니까 못 하겠네. 그냥 대놓고 말할 게요. 난 애를 못 낳아요. 우리 사이에는 아이가 없을 거예요. 에버그린이라는 성과 피를 받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거라고요. 그래도 좋아요?”

“스칼렛, 얼마나 다행인가요? 아이한테 쏟을 사랑까지 모조리 당신에게 바칠 수 있을 텐데. 내 애정과 찬사를 전부 감당할 수나 있을지 걱정하십시오. 착 달라붙어있을 테니.”

스칼렛 양의 얼굴은 자기 이름처럼 더 시뻘겋게 달아올랐어요.

“세상에, 진심이군요. 알았어요. 받아줄게요. 나도 자기가 좋아요.”

스칼렛 양은 왼손을 덜덜 떨면서 갬런 씨가 든 반지를 약지에 끼웠어요.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흘러내릴 뻔했어요. 그녀가 힘을 더 주자 그녀의 손가락에 완전히 안착했지요. 그녀가 감탄하며 반지를 바라보는 동안 갬런 씨는 품에서 목걸이를 꺼냈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울 목걸이의 주인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아, 피타야.”

스칼렛 양은 기쁨에 겨운 눈물을 흘리며 목을 내밀었어요. 갬런 씨는 조심스럽게 스칼렛 양의 목에 목걸이를 채웠지요.

“스칼렛, 지금 당장 결혼하는 게 어때요?”

“어떻게 하려고요? 나는 교회로 갈 수가 없잖아요. 여기서 못 나가니까요.”

“바로 아래층에 목사님이 있는데 교회가 필요하겠습니까?”

“헤이담 목사님은 아직 많이 안 좋으세요.”

“우리에게 잠깐 동안 축복을 내려주실 기운은 있으실 겁니다.”

“그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 같은데. 알았어요, 알았어. 갈게요.”

갬런 씨가 스칼렛 양의 손을 잡아끌고 1층으로 내려갔어요. 그리고 헤이담 목사님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지요. 다행이 목사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고, 갬런 씨가 다소 갑작스럽고 무례한 부탁을 했을 때도 불쾌해하지 않고 승낙해주었어요.

“여기서 바로 하겠습니까? 혹 지인들이라도 불러오시겠습니까?”

“스칼렛, 내가 포에트리 씨와 폭스테일 양을 데려올게요.”

“그러면 제가, 제가 아 난 뭘 하지? 아직 숙소로 안 돌아간 직원들한테 올 거냐고 물어볼게요.”

두 사람은 목사의 방에서 뛰쳐나가서 호텔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잠에 들지 않은 사람을 볼 때마다 결혼식에 올 거냐고 물었어요. 결혼식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당연히 한 일주일이나 한 달 쯤 뒤에 있으려니 생각하며 가겠다고 말했답니다. 승낙하자마자 손목을 잡아 채여서 끌려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새롭게 신혼부부가 될 사람들이 호텔을 싹싹 긁어모은 덕에 20명이나 결혼식에 오게 되었고, 목사님의 방이 식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좁다는 것도 분명해졌지요.

그렇다고 홀에서 할 수는 없었어요. 밤이라 추우니까요. 무도회장은 너무 넓었지요. 한 200명 쯤 불러야 허전해보이지 않을 거예요.

“살롱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모인 직원들 중 한 사람이 말했어요. 그의 말대로 살롱은 적당히 넓고 춥지도 않으니 결혼식장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모인 하객들이 다 같이 살롱으로 몰려갔어요.

“이제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간략하게 진행하겠습니다.”

헤이담 목사가 목을 가다듬었어요. 확실히 목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았어요. 본인도 놀랄 정도였지요. 힐다 양의 어깨에 매달린 봉봉은 비블리오 씨의 손을 피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결국에는 힐다 양의 목에 달라붙었어요. 그리고 목사님 앞에 서있는 갬런 씨와 스칼렛 양을 보았는데 뭔가, 뭔가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지요. 봉봉은 머릿속에서 42를 필사적으로 치우고 그 부족한 게 뭔지 탐문했고, 마침내 알아냈어요.

“여신님, 면사포 어디 갔어요?”

“맞다, 면사포! 목사님 잠깐 멈춰주세요. 정말 중요한 걸 빼먹었어요.”

힐다 양이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5분 만에 면사포를 가지고서 돌아왔어요. 호텔에 그런 물건이 있을 리가 없었는데 어디서 찾은 걸까요? 아마 다음 날 아침에 호텔 복도를 청소하다가 찢어진 레이스 커튼을 발견할 직원만이 알거랍니다.

힐다 양은 머리핀으로 면사포를 스칼렛 양의 머리에 고정시켰어요. 스칼렛 양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니까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가지를 않았어요.

“야, 잘 어울린다.”

“고마워.”

“자, 식을 재개하겠습니다.”

스칼렛 양은 갬런 씨의 팔을 꼭 끌어안은 채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어요.

헤이담 목사는 정말 파격적으로 신랑과 신부에게 요구하고는 하는 모든 덕목들은 죄다 건너뛰고 곧장 서로 사랑하냐고 물었어요. 물론 갬런 씨와 스칼렛 양 둘 다 그렇다고 말했지요.

“좋습니다. 반지가 이미 신부의 손가락에 있으니 그것도 생략하고 이제 신랑은 신부에게 키스하십시오.”

갬런 씨는 급조한 면사포를 들추고 스칼렛 양의 입술에 입맞춤했어요. 살롱의 소파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두 사람을 축복했고 봉봉은 크래커를 짭짭 거리면서 박수를 쳤어요.

“브라보우, 브라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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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Chapter 16: 뭐라고요? -1 19.12.20 1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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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1 19.11.11 24 1 8쪽
37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2 19.11.10 33 1 9쪽
»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1 19.11.09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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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2 19.11.07 25 1 8쪽
33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1 19.11.06 2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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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Chapter 12: 속고 속여요.-1 19.11.04 45 1 10쪽
30 Chapter 11: 봉봉의 모험 -2 19.11.03 27 1 8쪽
29 Chapter 11: 봉봉의 모험 -1 19.11.02 27 1 7쪽
28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3 19.11.01 21 1 7쪽
27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2 19.10.31 25 1 7쪽
26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1 19.10.31 2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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