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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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찌
작품등록일 :
2019.09.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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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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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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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2)

DUMMY

------ : 무슨 자신감이지;;?

------ : 알고 보면 재야 고수인 거 아님?

------ : 또 날빌하겠지


사람들은 그의 실력을 망상했지만, 현실의 그는 초라했다.

새벽이 되자, 그는 인력사무소로 출근했다.


Conquerorrrrrr : 내일 같은 시간에 해


그렇게 말한 그는 밤늦게까지 황제의 리플레이 수십 개를 분석했었다. 그 후 잠시 침대에 눈을 붙인 뒤, 이른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노가다를 하러 갔다. 어쩔 수 없었다.

황제와 그의 실력 차는 극명하다. 겨우 하룻밤 연습한다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 건물, 내가 지었어.”


차를 타고 현장으로 가던 도중, 김 씨가 말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말이다. 그러나 그는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지었으면 뭐해, 결국 남의 건물인데.’


그도 여러 채의 건물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 쥐여지는 건 고작 구만구천 원의 일당이었다.

점차 승부의 시간에 가까워지자, 그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건설 현장 위에서, 그는 건물들을 내려다보았다. 포기해야 하는, 이길 수 없는 승부인데도 그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 승부에는 그의 인생이 걸렸다.

인생 역전의 기회. 이 기회를 놓치면, 그는 평생 남들을 위해 건물을 지어야 했다.


‘몇 년쯤 아끼고 살면 나도 건물 하나 살 수 있겠지.’


그런 삶은 싫었다. 그는 목장갑을 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계획대로라면 원래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아야하는 손이었다.


‘이대로는 안 돼. 나도 나를 위한 건물을 지어야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짓는 게 아니라.’


목장갑을 벗은 그는 철골에 손을 짚고 황제를 이길 빌드를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는 난공불락의 황제.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수비를 자랑하는 천재다.

프로조차 되지 못한 그가 황제를 이길 전략을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는 떠올렸다. 황제의 공략법을.


‘완성된 건물은 완벽해 보여도 작업 현장은 엉망진창이지. 그리고 잘 찾아보면 하자투성이잖아.’


그는 머릿속에서 황제의 경기들을 다시 복기했다. 허점은 있었다.


“저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야겠어요.”


그는 작업반장에게 말했다.


“중요한 일?”


한 소리하려고 했던 작업반장은 그의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반 쳐줄게.”


일당을 반만 받은 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리플레이를 보며 빌드를 섬세하게 다듬었다.

승부에 전념해 저녁을 먹는 것조차 잊었을 때, 그의 여동생이 방문을 두드렸다.


“햄버거 먹어.”

“응.”


여동생에게 밥을 차려주는 것도 깜빡했던 것이다. 그러나 별일이었다.


‘하윤이는 햄버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동생은 그에게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을 건네준 뒤 방을 나갔다. 그리고 그를 힐끗 돌아보며 스마트폰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깜빡했는데, 밥을 먹어서 다행이네.’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승부까지 벌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햄버거를 먹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게임을 했다.

마침내 완벽한 전략을 세운 그는 알람을 설정하고 침대에 누웠다. 밤새 황제의 리플레이를 보고, 노가다를 뛰어서 지친 상태였다. 아무리 전략이 뛰어나도 컨디션이 나쁘면 승리할 수 없었다.

꿈속에서도 그는 게임을 했다. 황제와 승부를 해서 이기는 꿈이었다.

게임에서 이기고, 인생에서도 이겼다. 그는 꾸었던 꿈에 다시 한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건 꿈이고, 역시 현실은 아니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알람을 설정해두었지만, 몸이 알아서 시간에 맞춰 일어났던 것이다.


‘꿈을 실현시킬지, 꿈으로 끝낼지. 그건 내 손에 달려있어.’


그는 게임에 접속했다.


Emperor : 왔냐?


황제의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무려 만 명이 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공휴일. 게다가 백만 원이 걸린 거금의 매치였다.

비록 상대가 아마추어 고수에 불과한 그라고 해도, 처형식은 나름대로 화젯거리였던 것이다.

그는 방송을 켰다. 그러자 평소에 한 자릿수밖에 되지 않았던 시청자 수가 네 자릿수로 불었다. 물론 그들은 전부 그의 편이 아니었다.


------ : 황제 이겨라

------ : 방플 하지 마셈

------ : 황제 파이팅1!

------ : 황제님 꼭 이기세요

------ : 제현아 이겨라

------ : 방플 하나 안 하나 잘 감시해야겠다.

------ : 빨리 캠 켜


일 년간 한산했던 그의 채팅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기였다. 그러나 그를 응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응원 같은 건 없어도 돼. 그런 걸로 이기는 게 아니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캠을 만졌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황제와의 승부에, 그리고 자신의 편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위축된 것이었다.

그가 캠을 킨 순간, 시청자들이 깜짝 놀랐다.

사람들은 그가 당연히 못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왕의 게임 프로 게이머들 중에서는 황제처럼 잘생긴 선수들도 꽤 많았지만, 게임만 하는 게이머들이 잘생길 이유는 딱히 없었고 대체로 평범하거나 못생긴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 : 헐

------ : 여자였어??

------ : 예쁘당

------ : 여자임?

------ : 방플했다고 해도 황제를 이긴 놈이 여자였다고?

------ : 남자겠지

------ :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네

------ : 미소년이었네;;


악당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그가 천사처럼 예뻤던 것이다. 황제도 할 말을 잃고 놀랐다.

매력적인 외모는 방송인의 성공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승부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것도 의미가 없었다.


‘이기자.’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Emperor : 시작하자


황제가 말했다. 그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감추려 이를 악물고, 손에 힘을 주었다.

고독한 싸움이었다.

그 누구도 그를 응원하지 않고, 그 누구도 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만큼은 스스로를 믿어주고 싶었다.


‘너는 할 수 있어. 여기서 질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믿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를 후원했다.


[마카롱님이 10,000원 후원했습니다.]

-힘내!


몇 달 동안 그의 방송을 지켜봐준 시청자였다.


‘아무 의미 없는 소꿉놀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만원이다. 그럼에도 그는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만 원 받았으면 만 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


오늘 그는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그가 받은 것은 단순한 만원이 아니었다.

하나 있던 팬이 그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이다.


“고마워.”


어느새 손의 떨림은 멈추었다.


“시작은 5분 뒤에 해.”


그렇게 말한 그는 ‘마왕의 게임’의 다른 방에 들어갔다. 손 풀기로 한 판 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투혼 1:1 고수만’이란 제목의 방에 들어가려고 했던 그가 긴장한 나머지 실수로 ‘광복절 기념 독도 지키자’란 방에 들어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황제는 어리둥절했다.


korste91 : 이 타이밍에 독도를 지킨다고?

ThisisK : 승부 미루고 갑자기 독도는 왜 지키노...

kmkoo64 : 방플충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애국자였네

u333 : 애국 점수에선 이미 황제 이겼다

ellos : 와.. 황제 개xx 광복절인데 여태 독도도 안 지키고 뭐했냐

lIlIlIllllIIII : 그러게;; 황제는 왜 독도 안 지킴?


게다가 갑자기 황제에게 이상한 불똥까지 튀었다.


‘실수로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새 시작된 ‘독도 지키기’.


‘빨리 끝내버리자.’


그 생각에 고른 병력은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요원’ 유닛들이었다.

그는 곧장 독도를 향해 핵을 조준했다.

그 순간, 시청자들이 다시 한번 경악했다.


u333 : !?

korste91 : 광복절에 독도에 핵을 날린다고..?

ThisisK : 미1친놈 아니야;;

kmkoo64 : 애국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매국노였네

u333 : 매국 점수에선 이미 황제 이겼다


‘날리면 안 되는 거였어?’


예상치 못한 반응에 정작 핵을 날린 본인도 당황했다.

물론 가장 반응이 격렬했던 건 그와 같은 게임을 하는 독도 지킴이들이었다.


349234129 : 아니 씨1발놈아 독도에 핵은 왜 날려

adfdjszg : 아 저 새끼 빨리 죽이죠

IIlliill : 핵 발사되기 전에 죽여야됨

Muhyunmaster : 경우가 없는 놈이네


순식간에 다섯 부대의 병력들이 그를 향해 들이닥쳤다.

그 순간, 요원들의 총구에서 일제히 불이 뿜었다.

요원은 병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특수 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병력을 하나하나 클릭해야 하기에 이 대군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는 압도적인 컨트롤로 모든 병력들을 마비시켰던 것이다.

그의 승리를 순전히 방플로 폄하했던 시청자들도 모두 그 엄청난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 컨트롤 미쳤다 ㄷㄷ

------ : 역시 S랭크이긴 한가보다

------ : 방플했다곤 해도 황제 한번 이기긴 했으니까

------ : 어느 정도 실력은 있네

------ :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그 와중에 잘하긴 하네.”


황제도 인정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게이머들은 결국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Muhyunmaster : 오우 컨트롤 좀 해본 놈인가

adfdjszg : 아나 독도 터지겠네

IIlliill : 어떻게 이걸 다 마비시키냐 시발

349234129 : 그 컨트롤으로 트롤은 왜하는데 씨1발


‘이기기만 하면 전부 내 시청자로 만들 수 있어.’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핵은 발사되고 결국 독도는 파괴되었다.


------ : ㅋㅋㅋ 컨‘트롤’맞네 ㅋㅋㅋ

------ : 진짜 미친놈이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머하는새끼야 ㅋㅋㅋㅋㅋ

------ : 광복절에 독도에 핵 쏘고 자빠졌네 ㅋㅋ


“···뭐 하는 거냐?”


황제가 물었다.


Conquerorrrrrr : 방금 파괴된 게 네 본진이다


그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했다. 황제는 충격을 받고 말을 잃었다.


------ : 황제 본진이 독도였어?

------ : 황제 의문의 독도 거주민행

------ : 그게 아니라 놀리는 거죠 ㅋㅋㅋㅋㅋ

------ : ㄹㅇ 미친놈이네 ㅋㅋㅋ 처음부터 이거 노린 거였음?

------ : 당연히 노린 거져


‘실수였는데 엉겁결에 미친놈이 되어버렸네.’


당황한 그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 : 트래쉬 토킹 ㄷㄷ;

------- : 안 진다는 마인드네

------- :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ㅋㅋㅋ

------- : 자신 있나본데


그렇게 착각이 쌓여갈 때쯤, 정신을 차린 황제가 말했다.


Emperor : 시작하자

Emperor : 들어와라


그는 황제의 방에 들어갔고, 곧 승부의 개시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5.

4.

3.

숫자가 하나 깎여나갈 때마다, 그의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는 게임으로 인생을 보냈지만,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승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느새 그의 손도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한번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 : 황제 화이팅!

------ : 황제님 이기죠

------ : 방플러 얼마나 쳐맞으려나

------ : 누구임?

------ : 아마추어 고수임

------ : 방플러

마카롱 : 힘내 꼭 이겨!

------ : 프로도 황제 못 이기는데 아마가 어케하려고

------ : 게임하는 거 자체가 영광이죠

------ : 황제 파이팅

------ : 황제 이겨라!!


만 명이 넘는 황제의 팬들 사이에서, 그는 보았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을.


그리고,

1.

게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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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왕의 게임 - 약올리기 1위 결정전 (4) +2 19.09.22 102 2 8쪽
11 마왕의 게임 - 약올리기 랭킹 1위 결정전 (3) 19.09.21 95 2 13쪽
10 마왕의 게임 - 약올리기 1위 결정전 (2) 19.09.20 79 2 13쪽
9 마왕의 게임 - 약올리기 1위 결정전 (1) 19.09.19 105 1 15쪽
8 마왕의 게임 - 종족 최강자전 19.09.18 102 1 9쪽
7 마왕의 게임 - 승부가 끝난 뒤 (3) 19.09.17 103 2 9쪽
6 마왕의 게임 - 승부가 끝난 뒤 (2) 19.09.16 130 3 15쪽
5 마왕의 게임 - 승부가 끝난 뒤 (1) 19.09.15 156 1 10쪽
4 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4) 19.09.14 142 1 11쪽
3 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3) 19.09.13 153 1 12쪽
» 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2) 19.09.13 153 1 12쪽
1 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1) 19.09.13 276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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