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alist :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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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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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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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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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2)

DUMMY

백작부인이 전면에 나섰다는 소식은, 곧 팔켄슈타인 지방 전체에 퍼져나갔다. 물론 반란군에게도 이 소식은 들어갔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카트린......."


레티엔 자작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카트린 백작부인은 그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여동생이 자신의 목을 치러 온다는 것과 똑같은 소리였기에, 그의 목소리엔 슬픔이 묻어있었다.


'그래.... 네가 있었구나. 라인하르트엔.'


계속해서 치고 받은 것이 조카인 알베르트 뿐이다보니 잊고 있었다. 알베르트의 모친이자 선대 라인하르트 변경백작의 부인인 카트린이 있었다는 사실을. 외부로 떠돌아다닌 기간이 길었던 선대 백작 대신 영지를 수습하고 이끌어온 것은 바로 그녀였다. 알베르트가 현 라웬부르크 변경백작이자 라인하르트 가문의 가주지만, 계승한지 그리 오랜 세월이 지난 것이 아니니 그의 모친인 카트린이 더 영지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게다가 현 라인하르트의 가신들은 결국 그녀를 보좌하던 인물들이 아닌가.


"자작, 얘기 들었습니까?"


폰 바이마어 남작과 레겐스부르크 남작, 다름슈타트 자작이 그의 막사에 들어왔다. 현재 반란군과 레아테인 부족은 카르테 평야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레아테인은 위장을 위해 떠돌이 엘프 세력으로 변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차피 알 사람들은 다 알게 될테지만, 그들은 '명목상' 그렇게 위장을 하고 있었다. 레겐스부르크 남작은 휘하 병력들이 배반을 해 토벌군에 합류했던 전적이 있어 반란군 내에서의 입지가 그리 크지 못했다. 레티엔 자작은 여전히 그를 신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분이 일어나는 것만큼 최악은 없기에 적당히 감시하며 내버려두고 있었다.


"라인하르트의 카트린 백작부인은 내 여동생이오. 당연히 들었지."

"가족인데,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습니까?"


다름슈타트 자작이 물었다. 그에게도 가족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은신처에 보내놓았기 때문인데, 지금 그 연락이 끊긴게 매우 신경쓰였다.


"가족이라... 어차피 귀족 영애는 결혼하여 나가면 다른 가문의 사람이오. 더 이상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지. 피가 이어졌다고 하나, 다른 집안의 사람을 내가 신경쓸 이유는 없소."

"........."


제국법상 그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원칙이었다. 결혼하여 가문을 나간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연을 끊은 것이 아닌 이상 지속적인 교류가 있는 법. 레티엔 자작의 말은 카트린 백작부인과 자신을 완전히 선 긋기 위한 말이었다.


"진심입니까?"


폰 바이마어 남작이 레티엔 자작을 빤히 바라보았다. 감정과 의도를 읽을 수 없는 그 깊은 눈동자에 레티엔 자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소리요?"

"그 각오, 진심입니까?"


변함없는 표정으로 폰 바이마어 남작이 물었다. 레티엔 자작은 그런 그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한 마디 쥐어짜내 말했다.


"이미 모든 걸 버리고 시작한거요. 나의 검이 라인하르트로 향한 이상, 이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오."


그의 눈을 바라본 폰 바이마어 남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자작. 그대를 믿어보지요."


-


"아, 세실 자작."


보고와 업무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세실 자작을 황제가 불러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백작부인의 솜씨를 보자고 했지만, 아무래도 걸리는게 많아."

".......?"


황제는 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직접 가서 수색을 하도록 하게."

".....라인하르트 백작을 말입니까?"

"그래."


황제는 그렇게 대답하며 등 뒤의 의자에 몸을 묻었다. 그의 눈에선 묘한 웃음기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자네는 애초, 그림자 부대 출신이지 않은가. 사람들은 모르지만 난 그 시절의 자네를 알아. 일류 암살자로써의 자네를 말이지."

"......."


그건 세실 자작의 숨겨온 과거였다. 사람들은 그가 혜성처럼 나타나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여 이름을 떨치고 선대 황제가 그를 발탁해 데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건 그렇지 않았다. 그는 흑십자 기사단 내 비밀 정보조직인 그림자 부대 소속으로 한때 걸출한 암살자였다. 암살자로써 일류였고, 그렇기에 전투의 상식이라는 것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토너먼트에서의 우승도 이걸 바탕으로하여 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기마전에선 고생하였고, 패배를 맛볼 뻔하기도 했다. 그림자 부대의 지휘관을 거쳐 그가 된 것은, 흑십자 기사단 전체의 지휘관인 단장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그림자에서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그의 뿌리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제 과거는 과거일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재의 그림자 부대 지휘관도 자네 제자지. 아직 자네만큼의 지휘력도 못 보여주고 말이야. 자네가 직접 그들을 이끌고 라인하르트 백작의 행방을 수색하게."

"라인하르트 백작은 제 얼굴을 압니다. 들통나지 않으실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알고 있네."


황제에겐 다른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자네들은 '용병단'으로써 활동하게. 용병들로써, 의뢰를 받는걸세."

".....백작부인께 말입니까?"

"그래."


황제는 빙그레 웃어보였다.


"한번 해보게나. 자네는 이제 수많은 전투경험을 가지고 지내온 세월이 길지 않나. 카트린 백작부인은 자네들을 잘 활용할 것이야."


물론 그럴 경우 자네는 빠져야겠지만 이라고 황제가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더니 결정하라는 듯 세실 자작을 바라보았다. 세실 자작은 황제를 마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젓고는 마지못해 수락하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그리고, 전 변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게나."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


"백작부인, 정말로 직접 군대를 이끄실 생각이십니까?"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이 걱정스럽게 묻자 카트린 백작부인이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마르커스."


젊었을적처럼 자신을 부르는 카트린 백작부인을 잠시 말없이 쳐다보던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이 고개를 돌렸다.


"......아닙니다."

"반란군에게도 이미 소식이 들어갔겠죠. 그들이 이대로 카르테 평야를 차지하고 있게끔 둘 수는 없어요. 되찾아와야지요."

"하지만 이미 토벌군은 한차례 궤멸, 참가했던 귀족 일부는 사망했고 일부는 자신의 군대를 수습해 물러난 상황입니다.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의 걱정스러운 조언에 백작부인이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럼, 저 역도들과 더러운 엘프들이 제국의 영토에 침범한 것을 보고만 있어야합니까?"

"그건......"


당연히 아니었다. 아무리 한 번 패배했다고는 해도 팔켄슈타인의 귀족들의 전력이 전부 상했다고 볼 수는 없을뿐더러 이대로 놔뒀다간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는 노릇이었다. 패배한 것 자체로도 큰 수치인 상황. 이 이상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미 한 번 패주하여 흩어진 병력을 다시 모을때까진 시간이 걸릴테고, 귀족들도 참여를 꺼릴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 하는 것이 내 업무인걸 잊었나요, 마르커스?"

"........."


확실히, 백작부인은 선대 시절부터 내정을 다스리고 라웬부르크 뿐만 아니라 팔켄슈타인 지방 내 영지의 민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었다.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마르커스."


백작부인은 그를 조용히 불렀다.


"내가 내 아들을 찾지 않고 나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나요?"

"......각하는...."

"그냥 편히 말해요, 마르커스. 우리는 어차피 남도 아니잖아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알베르트는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해줘요. 내가 내 아들을 땅 속에 묻는 일이 없도록."


카트린 백작부인은 저 너머를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전까지, 내 아들을 패퇴시킨 대가를 저들에게 내가 보여줄테니."


-


황제의 명을 받은 세실 자작은 추가적인 부대를 이끌고 카이덴부르크를 비밀리에 나와 팔켄슈타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그림자 부대와 합류한 뒤, 그들과 함께 수색작전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위치를 전혀 알 수 없다니 무슨 소리냐?"

"라인하르트 백작의 흔적이 없습니다. 혹시나해서 반란군 진영과 카르테 성까지 살폈는데, 그와 비슷해보이는 자도 없었습니다."

"제대로 살핀 것이냐?"


세실 자작은 살벌한 목소리로 그림자 부대의 지휘관에게 물었다. 자신의 제자이기도 한 그를 이렇게 압박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안이 사안이었다.


"반란군에게 잡힌 것이 아니라면, 추적을 하고 있는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느냐?"

"예. 반란군들을 비롯해 그들을 지원하러 온 우드엘프들도 그런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우드엘프들이 그리 흔적을 남길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들은 추적과 사냥에 있어선 대륙 최고를 자랑하는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이 추적하고 있다는 증거를 고스란히 남길리가 있겠느냐?"

"그 점은 충분히 주의하겠습니다."


그림자 부대 지휘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여보인 세실 자작은 백작부인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라웬부르크의 소식은 알아봤나?"

"예."

"어떤가?"


그림자 부대 지휘관은 잠시 머뭇하다가 대답했다.


"카트린 선대 라인하르트 백작부인께서 군을 직접 이끌고 출정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 군을?"

"예."


세실 자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직접 나선다는 것은 그런 뜻이었나.......'


백작부인이 영주 대행의 경험이 많다고 하지만, 그건 그녀의 남편이었던 선대 라인하르트 백작이 군사적 업무로 자주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었다. 즉, '군대'를 주로 지휘하던 것은 선대 백작이지 그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찌 그런 무모한 행동을....!"


세실 자작의 한탄에 그림자 부대 지휘관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라웬부르크 성엔 라인하르트 백작의 정혼자인 율리아 슈타이어마르크 영애가 있었지만, 그녀에겐 권한이 많이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둘은 약혼 관계였지, 혼인한 사이는 아니기에 율리아는 슈타이어마르크라는 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라인하르트의 영지인 라웬부르크의 영주 권한이 제대로 넘어갈리가 없었다. 카트린 백작부인이 직접 나선 것은 이런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해도 나이도 이제 젊지 않으신 분께서 직접 전장에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단 말인가, 그 영애는!"

"누가 말리겠습니까? 단장께서도 아시겠지만, 카트린 백작부인은 그 이름을 한창 날릴때는 정말 견줄 자가 아리엔 공작 밖에 안계실 정도로 대단한 여걸이셨습니다. 그리고 영주 대행의 명령이자 예비 시어머니의 명령을 영애가 거절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


백작부인의 생각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아들이 실종된 현 상황에서 아들의 수색보다 반란 토벌을 우선시하는, 그런 냉철한 결단 속에 어떠한 속내가 있는지 전혀 파악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수색을 시작하지. 숨겨져 있는 도망자나 화전민 마을을 먼저 찾아보도록."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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